5월 30일에 제주에서 있을 제1회 「ᄒᆞᆫ·모·작(혼디 모영 작은도서관)」변화하는 미래도서관 심포지엄 발표를 준비하다가 나의 첫 강연이 생각났다. 2년 전 4월이니 거의 이맘때, 장소는 제주문학관. (그때도 제주 ^^)
10분 발표로 몇 장 안되는 원고 분량이었지만 처음 강연이다 보니 걱정이 많이 되었다. 일단은 자다가 누가 갑자기 깨워도 술술 나올 만큼 내용을 암기했다. 그래도 실제 강연은 분명 나 혼자 집에서 원고 읽는 것과는 많이 다를 터. 진짜 단상에 오른다고 혼자 눈 감고 상상만 해도 가슴이 두근 반 세근 반 뛰고 랩퍼 수준으로 외웠던 원고가 한 줄도 떠오르지 않았다.
고민 끝에 집 안의 인형들을 모아 놓고 관객으로 연출한 뒤 그 앞에서 시뮬레이션을 반복했다. (이거 은근 효과있다. 인형들 눈 쳐다보기가 무섭더라.)
간만에 다시 강연 준비하다가 옛 생각이 나서 지난 관객분들을 모셨다. 오른쪽의 도시개 프로도와 북극곰은 내 강연이 여전히 재미가 없는지 오늘도 깊은 잠에 빠져있다.
과학과 정치의 관계에 대해 생각하면 좋은 사례가 금방 떠오르지 않는다. 코로나가 퍼지기 시작한 시기를 생각하면 일선이 그어지는 게 좋지 않을까 싶지만, 나라에서 연구 분야에 투자를 하지 않으면 어떻게 발전이 있겠는가. 그렇다면 정치에 시민이 n분의 1의 책임이 있는만큼은 과학의 활용에도 책임이 있을텐데, 그래서 뭘 어찌할지에 대해서는 백지 상태다. 그런 사람에게 생각할 거리를 왕창 던져주는 책이다.
대단히 갈 길이 멀다해도, 세분화시키고 전세계가 총력을 다하면 실현은 가능한, 모두가 참여하면서 발전하고 도덕적이고 현실적인 기술 사용으로 이어지는 꿈같은 사회. 모든 이가 과학 문해력을 늘리고(결국 평생 공부가 시민의 의무인가...) 자기 분야의 지식을 활용한 다각도의 의견을 자유롭게 제시하고 그 의견이 수용되는 사회가 만들어지려면 어떤 단계가 필요한지, 그것들이 얼마나 복잡하고 긴지(...) 저자를 따라가며 살피게 된다. 정치와 과학이 엉망으로 흘러가는 예시도 책 안에 수두룩하고, 저자도 마냥 긍정적인 사람은 아니다만, 그래도 읽으면서 믿고 싶다는 마음이 싹튼다.
"너무 조심하거나 막연하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본래 글로벌 거버넌스의 거대한 변화는 그것이 막상 일어날 때까지는 까마득해 보이고 가능성도 없어 보인다. 그러나 일단 한 번이라도 일어나면 너무나도 명백하고 불가피했던 일처럼 여기게 된다."
수십 억 분의 1 밖에 담당하지 못하는 시민일지라도, 딱히 과학을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일지라도, 저런 순간을 목격하고 싶다는 마음을 가지고 노력할 수는 있겠지...
읽으시는 분들로 하여금 위로가 되었으면 하는 문구를 올려봅니다.
출처:핀터레스트
#여러_사회적_문제에_대하여....
#범인은_이_안에_있다!!
그믐에서 진행된..
조영주 작가님의 소설 <마지막 방화>,
어제가 마지막 활동일 이었으나..
결국 여러 이유로 집중을 할 수
없었기에 나머지 공부 하는 느낌으로..
이렇게 블로그를 통해 글을 남깁니다.
종합 리뷰 느낌으로다가.. ㅎㅎ;;
이것 저것 벌여놓은 것도 많고,
이런 저런 사회 문제에 관심도
도저히 끊을 수가 없어서..
활동일 마지막 이틀을 남겨두고
벼락치기를 하려고 했지만~~
결국 실패했습니다. ;;
반성의 시간은 이쯤 하고..
결국 오늘 새벽이 되어서야
마지막 편, '부쉬 드 노엘'
에피소드까지 다 읽었습니다.
해당 책에서는 여섯 가지
사건이 각각 다뤄지고 있는데..
어느 하나도
가벼운 주제가 아니었기에..
소설 이야기와 별개로 관련 주제에 대한
이야기가 오갈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저는 솔직히 읽는 시간보다 잡담이
더 즐거웠음을 고백합니다. ㅋㅋ)
그래서 이제부터는..
스토리와 별개로 각각의 주제에서
생각해볼만한 내용들 위주로 편하게
한 번 적어보겠습니다.
책 내용에 대한 부분은..
리디 셀렉트의 책 소개가
너무 잘 되어있어서..
찾아서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일단 첫 번째 <충동>
에피소드의 촉법 소년 문제의 경우..
무척 복잡한 문제로 느껴졌습니다.
사회적 문제 측면에서 본다면..
당장 해결해야 할 시급한 문제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막상 열악한
교육 환경과 빈부 격차 증가로 인한
가정 보육의 부족함 등등을 함께
생각해 본다면.. 단순하게 접근할
문제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두 번째 <소음충>
에피소드의 층간 소음 문제의 경우..
당장 저희 집만 생각해 보더라도
무척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솔직히 '도덕성의 하향 평준화'
정도로 단순 치부할 문제라고 보기엔
구조적인 여러 문제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음을.. 한 번쯤 함께 생각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세 번째 <실책>
에피소드 에서는..
미세차별(or미세폭력) 에 대한
생각을 깊게 해볼 수 있었습니다.
'마이크로어그레이션'이라고
심리학에서 불리우는 해당
미세차별(or미세폭력)은..
우리 사회에 무척이나 만연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얼평 문화고..
툭하면 상대방을 예민한 사람
취급하는 것 또한 이것에 해당
된다는 것을 관련 지식을 찾아서
보다가 다시금 깊게 생각해봤습니다.
네 번째 <장미와 초콜릿>
에피소드에서는 어른들에 의해
범죄의 도구로 과거보다 더 적극
활용되는 청소년과 어린이들의
문제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고..
(청소년 도박 중독 문제도 함께
연상되었습니다.)
다섯 번째 <기차 시간표 트릭>
에피소드에서는 트릭에 대해서는 솔직히
잘 이해하지 못했지만.. 예술가들 사이에서
한 번씩 이슈가 되는 표절 이슈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아마 앞으로는 챗GPT로 인해.. 다양한
이슈가 더 복잡 다단하게 생길 것으로
예상되기도 합니다..)
마지막 여섯 번째
<부쉬 드 노엘> 에서..
다뤄진 '빌라왕' 문제의 경우..
제가 너무 사회 문제에
몰입을 한 탓인지..
디테일에 조금은
아쉬움을 느꼈습니다.
(한 편으로 생각해보면..
어쩌면 그 정도가 적절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물론 듭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세 사기에 대한 생각을 한 번쯤
다시 해볼 수 있는 계기로 삼았습니다.
쭈욱 나열하듯이 썼는데..
사실 새벽에 계속 썼다 지웠다를
반복하는 저 스스로를 발견하고;;
내려놔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소설의 직접적인
내용은 여기에 다루지 않았지만..
사회 문제에 대해 이야기로 접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이 갖는
의미는 정말 크다고 느꼈습니다.
아마 그래서 더
잘쓰고 싶었나봅니다.
그래도 이제는 이쯤에서
놓아 주어야겠습니다.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해야 할 것들이 쌓이고
있으니.. ㅎㅎ;;
이 책에 관심 있으시다면~
리디 사이트를 통해 찾아서
읽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구매or 구독 서비스 둘 다 가능)
이수연 작가의 근미래 사이파이 드라마. 자료 조사를 안 한건지 사건 전개를 위해서 디테일은 대충 넘긴 건지 스릴러라기 보다는 코메디에 가깝다. 국가 경제 기간의 상당부를 차지하고 있는 초대기업이 랜섬웨어어 해킹을 당하고 업무 메신저로 카카오톡을 쓴다. 경비원의 피지컬 체크를 위한 VR 테스트와 장영실이란 닉네임을 갖고 있는 AI 비서는 덤. 리들리 스콧의 블랙레인 감성 같은 걸 의도하려는 듯 살수차를 내내 동원해서 비가 내리는데 조잡한 CG 단가는 대충 퉁쳤다치더라도 제작비는 상당했을 거 같다.
이한 감독의 90년대 감성으로 만든 로맨틱 코미디. 30년 전 유머 코드와 대사들. 그런데 감독도 그렇고 주연 배우도 그만큼 늙었다.
시대의 관습, 사회적 억압 속 한 여자, 한트케의 어머니다.
51년간 자신을 이야기하고 싶어했던 그녀의 소망이 이른 곳은 자살. 그것은 허공을 걷는 것을 갑자기 깨닫게 된 만화 속 캐릭터처럼 그에게는 땅 위로 추락하는 공포다.
어머니의 욕망을 욕망하는 씀으로 그는 치유 받았을까?
이 모든 것에 대해 더 쓰게 될 '나중에' 란 시한 없는 그의 마지막 말. 끝없을 쓰라림이 아프다.
페터 한트케의 『소망 없는 불행』은 어머니의 삶과 죽음을 통해 인간 존재의 본질적인 문제를 탐구하는 작품이다. 한트케는 단순한 전기적 서술을 넘어서, 개인적이고 사회적인 맥락 속에서 그녀의 죽음을 깊이 있게 조명한다.
이야기는 속달로 어머니의 유언장을 받아들고 비행기를 타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녀의 자살로 인한 내면의 고통을 극복하기 위해, 그는 이야기 한다.
"전달하고자 하는 절박한 욕망과 말문이 완전히 막히는 것이 딱 일치하는 바로 그런 순간들을 재현해 극복하고자 함에 다름아니다."
그가 겪는 공포와 고립을 표현하는 이유이다.
"집게손가락에는 칼에 벤 흉터가 부풀어 올라 있었다. 그녀와 나란히 걸어갈 때면 난 그 손가락을 꼭 잡고 다녔다."
어느새 어린 아들은 그렇게 어머니의 상처를 꼭 만지며 소멸한 그녀를 기억하기 시작한다.
여자아이적 그녀란 사회적 역할에 맞는 형식으로 키워져 '모든 개성적인 것들이 유형적인 것에 용해'되어 버렸고 성인이 되어도, 결혼 후에도 달라지지 안않다. 남편과의 관계는 절망과 혐오의 더한 경험이었다. 그녀는 존재했고 성장했지만 아무것도 되지 못했다. 언제나, 어떤 하늘 아래서도.
어머니의 삶은 '기분 좋은 가난이 아니라 형식적으로 완성된 궁핍' 이었다. 외적 자기와 다른 내적 모습으로 그녀의 얼굴은 점차 혼을 잃어갔다. 그녀는 고통과 고독 속에서 점차 사라져갔다.
"무겁고 굼뜬 손에 달린 손가락 한 개가 떨리면 즉시 다른 손으로 그 손을 덮어서 감추었다."
내적자아의 분열은그녀에게 신체적, 정서적 불안을 가져왔다.
"짧고 불행한 웃음,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허공을 쳐다보고, 동시에 갑자기 어떤 욕구를 느끼고, 한풀 꺾인 자만심과 자기 자신을 드러내 보이려는 노력들, 그래서 방관자들과 자신이 혼동되거나 뒤바뀌게 되는, 다시 말해 무엇인가 거부한 것이 거부를 당하게 되고, 밀었던 것이 밀침을 당하게 되고, 욕했던 것으로부터 욕을 먹게 되는 그런 비참함."
특히 카프카의 미완성 소설 『실종자』에 등장하는 카를 로스만의 고립감과 불안은 한트케의 어머니가 느꼈던 고독과 절망과 맞닿아 있다.
"그리고 멀찍이 떨어져서 내가 그녀를 괴롭히기라도 한 듯, 마치 카프카 소설에 나오는 카를 로스만이 누구보다도 천박한 화부를 바라볼 때 그랬던 것과 같은 눈길을 내게 보냈다."
이런 한트케의 서술은 프란츠 카프카의 실종자와 유사한 점이 많다.
그리고, 어머니의 꿈은 어떤 면에서 아들이 사는 방식과 닮아있다.
"어머니는 독서를 하면서 처음으로 자신을 감싼 껍데기로부터 벗어났고 자기자신에 대해 이야기 하는 법을 배웠다. 그러나 문학은 자신에 대해 생각하도록 가르쳐준 것이 아니라 그런 생각을 하기에는 이제 너무 늦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그 시대, 그 사회, 그 마을, 그 가족 속의 어머니의 삶은 배우고 싶은 최초의 욕망에 대한 거절부터 유부남과의 사랑, 사생아 출산으로 애정없는결혼, 꼬챙이로 낙태 또 이어지는 낙태, 전쟁과 목숨을 건 탈출, 남편의 폭력과 가난이었다.
"사진을 찍을 때면 홍채의 한가운데서부터 풀려버린 동공을 지닌 두 눈은 치유할 수 없는 슬픔을 내보였다. 단순히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그녀에게는 고통스러웠다."
한 유형의 타입이란 사회의 관습과 안정이란 이름의 억압. 개성이란건 욕설로나 알려졌던,한 여자를 향해 행해진 모든 거절. 어머니는 소망을 잃고 절망했고 불행했다.
어떤 것도 그녀를 살릴 수 없었다.
"숲속으로 산보를 하십시요." 의사의 처방에 친구는 그녀가 죽은 후 조소인 듯 말한다. "그렇지만 숲속은 어둡지."
"서술한다는 것은 단순한 회상의 과정임은 말할 나위가 없다. 그러나 한편으로 그것은 다음을 위해선 아무것도 남겨 놓지 않는다. 즉, 가능한 한 적합한 문장들로 기억에 접근해 가려고 노력함으로써, 공포의 상태에서 작은 쾌감을 얻어내고, 공포의 쾌감에서 회상의 쾌감을 생성해 내는 것이다."
한트케가 말하는 '쓰는 행위'는 단순한 회상이 아니라, 현재의 공포나 감정을 철저히 마주하고 표현하는 과정이다. 내면의 감정을 완전히 소화하고 독자에게 전달하는 것이다.
어머니에 대한 쓰기를 통해 감정과 경험을 표현함으로써 그 고통에 얽매이지 않게 되길.. 『소망 없는 불행』은 치유를 위한 시작이고 미래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이길 바랐지만 그는 결코 상실을 쉽게 떨쳐내지 못한다.
"나는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아픈 것들을 꿈에서 보았다. 그런데 갑자기 누군가가 눈깜짝할 사이에 그 사물들로부터 고통스러운 요소를 제거해 버렸다. 마치 유효기간이 지난 광고를 떼어 내듯 말이다."
한트케는 어머니의 자살을 평생 극복해야 할 존재의 절망과 고독의 상징인 공포로 느낀다.
"공포라는 것은 자연의 법칙에 부합하는 것이다. 즉, 의식 속에 있는 진공과 같은 공포, 생각이 막 형성되어 가는데 생각할 것이 이제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갑자기 깨닫는다. 그러면 그 생각은, 허공 속을 걷고 있다는 것을 갑자기 깨닫게 된 만화영화의 인물처럼 땅 위로 추락해 버린다. 나중에 나는 이 모든 것에 대해 훨씬 더 자세히 쓰게 될 것이다."
한트케의 마지막 페이지를 읽고 나서야 그의 마음을 알것 같다. 성급했다. 차마 회상할 수 없는 텅 빈 공포. 아픔을 떼어내기란 너무 이르다.
어머니의 자살이 언젠가 다른 죽음처럼 자연스러운 것이 될 때, 그는 다음을 위해 아무것도 남기지 않는 서술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외할아버지 방에서 창문을 통해 그의 눈길이 보던 길. 그리고' 거기에서 구부러진 이야기' 하나가 쓰여지길, 그의 쓰라린 기억이 치유되길 바란다.
마음에 와닿은 한트케의 문장을 적다 보면, 어느새 페이지 전부가 옮겨진다. 그 중 몇몇을 고르는 일은 텍스트 아래 숨어있던 것들을 폭로하고 소생시키며, 새로 읽는 일이었다.
내 타이프라이터 뒤편, 저 멀고도 먼 곳에서 오고 있는 봄의 신호들 - 진창, 웅덩이, 미지근한 바람, 그리고 눈을 떨쳐버린 나무들.
'그녀는 자신의 비밀을 무덤 속까지 가져갔다!'
미디어창비 (240517~240525)
❝ 별점: ★★★★
❝ 한줄평: 100명의 시인의 빛나는 시작(始作), 그리고 시작(詩作)
❝ 키워드: 시인 | 시작 | 처음 | 등단작 | 시선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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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요일 7주년 이벤트에 당첨되어 시선집 일곱 권을 선물 받았어요. 감사합니다!
✦ 성다영 시인부터 김소월 시인까지 등단 연도의 역순으로 수록된 100명의 시인의 등단작을 만나볼 수 있는 시선집이었어요. 제가 좋아하는 시인들도 있었고, 처음 만나 본 시인들도 있었는데 이렇게 책 한 권으로 현대시 100년의 흐름을 100명의 시로 만나볼 수 있다는 게 참 좋았어요.
✦ 저는 이수명과 최승자 시인이 궁금해져서 시집을 찾아 읽어보려고 합니다. 100편의 시 중 마음에 드는 시를 찾으며 읽는 재미가 있을 거예요! [📝 24/05/25]
(*시요일 7주년 이벤트 당첨자로 선정되어 도서를 증정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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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에 온 많은 여행자들을 볼 때면
제 뒤에 놓인 물그릇이 자꾸 쏟아져요
이게 다 등껍질이 얇고 연약해서 그래요
그들이 상처받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앞으로 사랑 같은 거 하지 말라고
말해 주고 싶어요
/ 이원하, 「제주에서 혼자 살고 술은 약해요」 부분 (p.18)
✴︎
조명도 없고, 울림도 없는
방에서 나는 단 하나의 여름을 발견한다
사라지면서
점층적으로 사라지게 되면서
믿을 수 없는 일은
여전히 백자로 남아 있는 그
마음
/ 황인찬, 「단 하나의 백자가 있는 방」 부분 (p.39)
✴︎
지구에서 잠드는 우리는 제각기 다른 별의 중력을 한 자루 가득 꿈속에 담아온다
/ 최정진, 「기울어진 아이 1」 부분 (p.64)
✴︎
적과 내가 한데 엉기어 층계가 되고 창문을 마주 낼 수 없듯이 좋은 사람을 만나 한 시절을 바라보는 일이란 따뜻한 숲에 갇혀 황홀하게 눈발을 지켜보는 일
/ 이병률, 「좋은 사람들」 부분 (p.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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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았던 시
✎ 이원하, 「제주에서 혼자 살고 술은 약해요」 ⛤
✎ 안희연, 「고트호브에서 온 편지」
✎ 안미옥, 「식탁에서」
✎ 황인찬, 「단 하나의 백자가 있는 방」 ⛤
✎ 이제니, 「페루」 ⛤
✎ 유희경, 「티셔츠에 목을 넣을 때 생각한다」
✎ 최정진, 「기울어진 아이 1」 ⛤
✎ 강성은, 「12월」
✎ 이병률, 「좋은 사람들」 ⛤
✎ 이수명, 「우리는 이제 충분히」 ⛤
✎ 허연, 「권진규의 장례식」
✎ 최승자, 「이 시대의 사랑」 ⛤
✎ 황동규, 「즐거운 편지」
✎ 신경림, 「갈대」 ⛤
✎ 박재삼, 「강물에서」
✎ 김영랑, 「동백잎에 빛나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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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바리 독서모임을 위해 제가 만든 발제문입니다. 혹시나 이 책으로 독서모임 하실 분들은 아래 내용 참고하셔서 우리 그룹만의 발제문 만들어 보셔도 좋겠습니다.
<저지대> 발제문
1. 첫 시간이니만큼 우리 클럽의 주제인 ‘선택’에 관한 이야기로 자기소개를 갈음해 보면 어떨까요? 우리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선택은 뭐라고 생각하세요? 역시나 직업일까요? 아니면 ‘인명지대사’라 불리는 결혼일까요? 정답은 없습니다. 서로의 생각, 자유롭게 나눠보아요.
2. 좋은 책이 그렇듯 이 책 역시 여러 방면에서 읽힐 수 있습니다. 인도 근현대사의 비극적인 측면에 포커스를 맞출 수도 있고요. (우리나라도 비슷한 사건들을 겪었지요.) 고향을 떠나 낯선 곳에서 삶을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 (이민자들의 삶) 폭력적인 방식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뒤 남은 이들의 슬픔 (우다얀을 잃은 가족들, 엄마를 잃은 벨라, 리처드가 떠난 뒤 수바시, 나중에 잠깐 나오는 경찰을 잃은 가족 등), 가우리를 통해 당시 억압된 여성의 삶을 그린 페미니즘적 소설로 볼 수도 있습니다.
어떤 이야기가 제일 와닿으셨나요?
3. 등장인물 중 가장 공감이 되는 인물은 누구인가요?
4. 주인공 세 남녀가 내린 선택들은 무엇이었을까요? 그들의 선택에 동의가 되세요?
5. 주요 등장 인물 중 ‘가우리’는 공감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저는 처음 읽었을 때 전혀 이해할 수 없던 그녀가 두 번째 읽으니 조금 다르게 느껴졌어요. 누구라도 구원이라고 생각할 만한 수바시의 행동들에 감사함을 표해 마땅할 텐데, 가우리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배반이라 할 만한 행동으로 수바시와 벨라에게 큰 상처를 남깁니다.
자신은 아내에서 과부로, 제수에서 아내로, 엄마에서 자식 없는 여자로 바뀌어 갔다. 우다얀을 잃은 것은 예외지만, 그것을 제외하고는 자신은 능동적으로 이런 길을 선택해왔다. 자신은 수바시와 결혼했고, 벨라를 포기했다. 자신은 또 다른 모습의 자기 자신을 만들어냈다. 이러한 전환을 관철하기 위해 엄청난 대가를 치러야 했다. 자신의 삶을 켜켜이 쌓아왔지만 결과적으로 삶은 발가벗겨졌고, 결국 혼자가 되었다. P.381~382
가우리라는 인물을 어떻게 보셨나요? ‘선택’이라는 측면에서만 보자면, 그녀야말로 정말로 많은 선택을 했습니다. 심지어 외모조차도 완전히 바꾸지요. 가우리를 잘 보여주는 장면, 혹은 충격을 주었던 장면을 공유해 주셔도 좋습니다!
6. 등장 인물 중에 카누 사냘이라는 인물이 나옵니다. 마르크스 레닌 주의자였던 그는 평생을 극빈자로 살았으며 오래도록 자신의 선택과 신념을 지켰습니다. (p.447 ~449)
“인생이 끝나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고개 숙이기를 거부한” 이 사람의 삶, 어떻게 느끼셨나요?
7. 이 책은 한 가족의 4대에 걸친 방대한 스토리 라인 그 자체도 재미있습니다만 저자의 유려하고 아름다운 필치, 장엄한 풍경에 대한 쓸쓸한 묘사도 돋보입니다. 책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면은 무엇이었나요? 책에서 만난 인상적인 문장들은 무엇이었나요?
8. 책의 전반적인 내용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이제는 특별히 ‘국가’에 대해서 조금 더 깊이 이야기해보고 싶어요. 우리 클럽의 주제인 ‘선택’과 관련해서, 여러분은 ‘국가’를 선택할 수 있다고 생각하세요? 단순히 이민 절차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닙니다. 여기 모인 분들은 이미 청소년 시기가 지나 이제 어느 정도는 한국 사회에 익숙해져 있으실 텐데요, 청년기 그 이후의 나이에도 낯선 곳에 가서 완전히 새롭게 시작한다는 것이 가능할까요? 혹시 그런 마음을 품으신 적이 있다면 어느 나라나 장소를 마음에 두고 계신지요? 그런 생각을 해 본 적이 전혀 없다면 어떤 측면에서 그러하신지요?
9. 책에 등장하는 인도와 미국의 묘사는 어떠한가요? 두 나라를 어떻게 보셨어요?
10. 한국의 인구가 점점 줄면서 우리도 이제부터 이민을 많이 받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큽니다. 어떻게 생각하세요?
11. 이 책은 우다영 소설가의 인생책이기도 합니다. ‘소설가의 인생책 읽기’ 모임에서 우다영 작가님이 들려주신 이야기를 가져와 봤어요.
https://www.gmeum.com/meet/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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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에게는 두 명의 자식이 있는데 그 아이들이 자라는 동안 늘 책을 읽어주었다고 합니다. 한 기자가 “검색하면 모든 걸 찾을 수 있는 스마트폰 세상이다. 왜 굳이 문학을, 책을 읽어야 하느냐”라고 묻자 이렇게 답했습니다.
“나는 예술을 이해할 줄 아는 사람으로 성장시켜주는 가장 중요한 수단이 독서라고 생각한다. 아빠가 기자고 엄마가 소설가니까, 우리 아이들은 부모가 집에서 책 읽는 걸 매일 봤다. 건강한 경험이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부모가 하지 않으면서, 아이들에게 강요하는 건 옳지 않다. 뇌과학이 인간의 감정 메커니즘을 설명하고 있고, 곧 해결할 거라는 이야기가 많다. 하지만 나는 인간의 감정을 아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문학이라고 믿는다. 문학으로 타인의 감정을 배웠고, 나의 감정을 이해했다. 문학이 타인을 구원할지는 함부로 말할 수 없지만, 최소한 나를 구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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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에게 있어 문학의 쓸모는 무엇입니까? 역시 정답은 없습니다.
쉽고(아마도 저자 입장에서...) 즐거운 우주입문서로, 나름 제목부터 가이드북 냄새를 내는 만큼 등산이나 오로라 구경 등 각 행성의 하이라이트 체험 요소를 들어주는 책이다. 이 책의 독자 중에 몇이나 살아서 우주여행을 맛볼지는 모른다만, 간접체험은 책의 최대 강점 아니던가. 아무리 백문이 불여일견일지라도...
초거대 산맥이나 협곡, 일 년 내내 볼 수 있는 오로라나 다이아몬드 비, 얼음 뿜는 화산 등 작은 사진만 보아도 신기한 것들. 직접 보면 그 놀라움이나 감동은 측정 불가능하겠지. 그러나 우주 여행을 위한 모든 기술이 존재하는 미래에도, 감수할 불편이 너무나 많으니 가려고 하는 이들이 얼마나 될지...당장 대기도 없어서 햇빛에 순삭당할 수성, 우주까지 갈 정도로 튼튼한 장비들을 분단위로 초토화시키는 대기압력도 모자라 황산 내리는 금성, 황화합물 냄새나는 목성과 메탄 냄새나는 천왕성에, 지구 우박도 무서운데 해왕성의 다이아몬드 비의 파괴력은 얼마나 될지...
재미있는 요소만 나오는 게 아니고, 볼 때마다 새로운(...) 우주 용어나 관측 역사도 잔뜩 나온다. 천왕성 파트의 초이온 얼음 이야기는 신기하기는 한데, 당장 지금 주기율표도 까먹어가는 이에게 17개 얼음에 대한 설명은 순간의 멍함을 선사한다. 산소 원자의 입방격자 배열이라니 마법의 주문인가...더불어 맺음말에서 저자가 우주 여행은 언제나 불가능할 거라고 딱 자르니 잠시 부풀어오른 상상이 훅 꺼지기도 한다. 그래도, TNOs나 도플러 변이같은 단어를 얼마나 오래 기억할지 자신은 없다만, 읽는 동안 즐거웠다. 여행의 상상은 자유롭고 무한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