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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탄잘리> 96. p128
내가 본 세상은 너무나 아름다웠습니다. 이것이 이 세상을 떠날 때 내가 하는 작별의 말이 되게 하소서.
드넓은 빛의 대양 위에 활짝 펼쳐져 있는 연꽃이 숨기고 있는 꿀을 맛보았으니, 나는 축복받은 사람입니다. 이것이 내가 하는 작별의 말이 되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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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내가
<기탄잘리> 79. p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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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로에 지쳐 헐떡이며 길가에 앉아 있을 때도, 흙먼지 위 낮은 곳에 침상을 펼칠 때도, 긴 여정이 아직 내 앞에 남아있음을 항상 느끼며 살게 하소서. 그리고 이 슬픔의 고통을 잠시라도 잊지 않게 하소서. 꿈을 꿀 때나 깨어 있을 때나 이 슬픔의 고통을 짊어지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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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탄잘리> 34. p56
내 존재의 아주 작은 일부만을 남게 하소서. 이를 통해 내가 님을 나의 전부라 말할 수 있도록.
... 그리하여 내가 결코 님을 숨길 수 없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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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존
내 존
<기탄잘리> 25. p47
길고 지루한 한밤이 되면, 나를 이끌어 뒤척이지 않고 편히 잠들게 하소서. 내 모든 것을 님께 맡긴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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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
길고
돈의 속성
<미세 좌절의 시대>에 소개되어 읽었는데 생각보다 멀쩡한 이야기가 담겨있어서 놀랐다. 저자는 스노우폭스라는 도시락 브랜드를 갖고 있는데 처음 들어본다. 같은 브랜드인 꽃 소매점은 본 거 같기도. 암튼 스노우폭스 북스에서 자가 출판. 날것의 북 타이틀이 나름 어필했던 거 같고 나름 베스트셀러였던 거 같다. 막말하는 세이노의 순화 버전.
<기탄잘리> 18. p40
... 아, 사랑이여, 어찌하여 님은 나를 문밖에서 홀로 기다리게 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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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줄곧 어두운 하늘 저 먼 곳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러는 동안, 내 마음은 그칠 줄 모르고 부는 바람과 함께 울음을 울며 이리저리 헤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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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탄잘리> 12. p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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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이, 더욱 가까이 님께 다가가기 위해서는 멀리, 아주 멀리 길을 돌아가야 합니다. 극도로 간명한 곡조에 이르는 여정이 어찌 이처럼 엄청나게 복잡한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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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탄잘리> 5. p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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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여름이 나의 창가로 다가와 숨결을 전하기도 하고 속삭이기도 합니다. 벌들도 키 작은 나무들이 꽃 피운 정원에서 저들 나름의 노래를 부르고 있습니다.
이제 고요히 앉아 님과 얼굴을 마주할 시간이 되었습니다. 마주 앉아 생명의 찬가를, 고요함과 흘러넘치는 여유를 즐기며 생명의 찬가를 노래할 시간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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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탄잘리> 윌리엄 버 틀러 예이츠의 서문, p14~15
... 그는 결코 낯설어 보이고 부자연스러운 시를 쓰지도 않고, 무언가를 방어하기 위해 시를 쓰지도 않기 때문이다. ... 여러 세대를 걸쳐 세월이 흐르는 동안, 길을 따라 여행하는 나그네들과 강을 따라 배를 저어 가는 사람들이 낮은 가락으로 노래할 그런 시편들인 것이다. 그리고 서로를 기다리는 연인들이 나지막하게 읊조릴 그런 시편들이다. 연인들은 신에 대한 이 사랑의 시편들이 마법의 만(灣)임을, 자신들의 쓰라린 열정을 담가 식힘으로서 젊음을 다시 회복할 수 있게 하는 만임을 확인하게 될 것이다. ... 마치 로세티의 버드나무 숲을 거닐 듯 그의 시 세계에서 우리 자신의 이미지와 마주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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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탄잘리> 라빈드라나트 타고르, 장경렬 옮김, 열린책들, 2010
고교시절 한용운의 <님의 침묵>을 배울 때 왜 타고르를 언급했는지 알 듯하다. 번역자의 의도인지, 원문의 피할 수 없는 뉘앙스인지는 모르겠다. <님의 침묵>이 그렇듯이, 타고르의 인도가 힌두교의 나라, 다신교의 나라임에도 왠지 시집 속 '님'은 기독교적 유일신, 특히나 예수를 떠올리게 한다.
어렴풋이 기억되는 예이츠가 추천사를 겸한 서문까지 쓰며 영국에 타고르를 소개하고, 유럽을 떠들썩하게 하며 노벨문학상까지 타게 하는 시집이 바로 이 책이다. 거의 한 세기 전의 열광을 다 알 수 없지만, 차분히 한편 한편 읽다보면 예전에 못 느낀 시어의 감동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