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에 ‘가짜’, 혹은 그와 비슷한 단어가 많이 나온다. 가짜 총, 가짜 총알, 가짜 욕, 가짜 외국인, 가짜 영어 교사, 가짜 경찰, 위조지폐, 신분 위장. 그 가짜들은 하나같이 성의가 없다. ‘장군님 솔방울 던지니 수류탄 터진다’(왜 하필 이 문장을 사례로 드는지는 작품을 읽으면 알 수 있다)는 식이다. 하지만 그 무성의한 거짓말에 장단을 맞춰주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 ‘장군님 솔방울 던지니 수류탄 터진다’와 똑같다. 잉글리시 타운이라는 장소 자체가 그렇다. 진지하게 받아들일 수 없지만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그리고 우리는 자신의 언어를 뺏긴 채, “자기가 하고 있는 것이 모두 가짜”라는 말을 듣고, “모두가 그렇다고, 연기조차 전부 우리의 삶이라고 대답”하며 살아간다.
생생하고, 매끄럽고, 재미있고, 공감된다. 자기계발서로 소비되는 게 아까울 정도. 작가가 분명히 다음 소설을 준비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팀장이 된다는 건 어른이 된다는 뜻이로구나. 그에게는 해야 하는 일이 있으며, 져야 할 책임이 있다. 충분한 힘이 없어도 자신과 주변을 통제해야 한다. 누구에게도 기댈 수 없어 괴롭고 또 외롭지만 내심을 감추고, 자신보다 미숙한 이들을 보호하고 이끌며 때로는 따끔하게 꾸짖어야 한다.
제가 평소에 이야기하는 걸 들어보신 분은 별로 안 계실 거예요. 말하는 속도가 엄청나게 느립니다. 목소리도 아주 작습니다. 어느 정도냐 하면 아내로부터 자주 듣는 말이 “좀 빨리 얘기해”랑 “웅얼거리지 마”입니다. 제가 말하는 거 듣다가 아내가 답답하다며 일어날 때도 있습니다. 그래서 방송이나 강연에서는 의식적으로 빨리, 크게 말하려 하는데 그럼에도 PD님들로부터 “조금만 텐션을 높여주세요” 같은 지적을 자주 받습니다.
얼마 전 라디오에 출연해서는 평소의 2배속으로 말하고 왔습니다. 방송 시간도 길지 않고 질문도 워낙 다양해서요. 녹음을 마치고는 너무 빠르게 말했나 후회가 되더라고요. 이렇게 말을 빠르게 한 적이 없었으니... 그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안녕, 하준아.
일곱 살이면 우리 둘째보다 두 살이 어리네.
난 열두 살 딸, 아홉 살 아들을 키우고 있는 아빠야.
네 덕분에 내게 반송하고 싶은 인생의 순간들이 있는지 생각해봤어.
창피했던 순간, 후회했던 순간, 힘들었던 순간들이 떠오르긴 했는데...
결론적으로 난 그 어느 순간도 반송하고 싶지 않아.
지금도 창피할 때도 있고, 후회할 때도 있고, 힘들 때가 있지만 나는 지금의 내 삶을 사랑하거든.
사랑하는 가족들이 있고,
함께 무언가를 이루려고 하는 동료들이 있어.
지금의 삶을 이루기까지 내가 경험한 모든 것들이 모두 나름의 역할을 했을 거야.
그래서 그 어떤 것도 반송하고 싶지 않아.
넌 아직 어려서 내 말을 전부 이해할 수는 없겠지만,
과거를 부정하는데 에너지를 쓰고 있다면 삶이 행복해지기 어려운 것 같아.
과거를 긍정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현재를 긍정하는 걸 거야.
과거를 지나쳐오지 않는 현재는 없으니까.
그래서 난 현재를 긍정적으로 만들어가기 위해 애써.
마치 네가 지금은 본능적으로 그렇게 할 수 있는 것처럼.
어른이 되면 오늘, 지금, 현재에 집중하는 게 어려워져서 꽤 노력이 필요해.
그게 또 인생의 맛이란 생각도 들고.
하준이 넌, 나보다는 현재를 쉽게 긍정할 수 있는 어른으로 자라나길 바래.
반송하고 싶은 인생의 순간들이 닥치더라도 그 시간만 넘기면,
반송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 시간들이 너를 어른으로 만들어준다는 걸 알게 될 거야.
그러니까 무엇이든 잘 경험해나가길!
하준이 파이팅!
그믐이 WritersGX를 시작합니다.
헬스장에 가면 GX(그룹 엑서사이즈)라고 하는 프로그램들이 있지요. 여러 사람이 모여서 한 운동을 함께 하는 활동입니다. 함께 운동하면 더 오래 할 수 있고 더 꾸준히 할 수 있기 때문에 생긴 프로그램이지요. 심지어 함께 운동하면 더 흥이 나기도 합니다.
글쓰기도 함께 쓰면 더 오래 할 수 있고 더 꾸준히 할 수 있습니다. 긴 글을 쓰는 것은 아니에요. 글쓰기의 기초운동에 해당하는 작은 과제들을 그믐클럽지기가 4, 5일에 한 번씩 내드립니다. 그걸 하시면 됩니다.
첫 번째 시간은 ‘일상 포착하기’로 정했어요. 우리 주변에서 흔히 일어나는 특정한 상황을 열 문장 안팎으로 생생하게 묘사하는 글쓰기 기초운동입니다.
교재는 캐나다 소설가 미셸 트랑블레의 소설 『옆집 뚱보 아줌마가 임신했대요』입니다. “퀘벡 문학은 미셸 트랑블레 전과 후로 나뉠 수 있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트랑블레의 문학성은 높이 인정받습니다. 특히 그에게는 ‘퀘벡의 발자크’, ‘퀘벡의 졸라’라는 별명이 있는데요, 수많은 인물 군상을 개성 있게 묘사하는 기법 때문입니다. 『트랑블레의 세계: 등장인물 사전』 같은 책이 나올 정도이지요(2014년 개정판에 수록된 인물 수는 2000명이라고 하네요).
『옆집 뚱보 아줌마가 임신했대요』는 트랑블레가 심혈을 기울여 쓴 ‘플라토 몽루아얄 연대기’의 첫 번째 책입니다. 때는 1942년 5월 어느 날이고, 장소는 몬트리올의 저소득 노동자 거주 지역인 플라토 몽루아얄입니다. 이 작은 동네에서 가정주부, 성소수자, 아이들, 성매매 여성, 길고양이 등 스무 명 가량의 등장인물이 하루를 살아가는 모습이 세밀하게 펼쳐집니다. 별다른 스토리는 없고 심지어 목차도 없지만 이상한 매력이 있습니다. 초자연적인 일도 능청스럽게 벌어집니다.
모임에 신청하신 분들 중 20 명을 선정해 『옆집 뚱보 아줌마가 임신했대요』를 보내드립니다. 책을 따로 구해 참여하셔도 좋습니다. (교보문고 sam에도 전자책으로 있습니다.)
WritersGX 의 첫 번째 트레이너, 미셸 트랑블레가 알려주는 세밀하게 일상 포착하는 법. 함께 익혀 봐요.
● 활동 안내 ●
- 6월 21일(금)부터 29일동안 『옆집 뚱보 아줌마가 임신했대요』를 천천히 읽습니다.
- 4, 5일에 한번씩 그믐클럽지기가 책에서 참고할 대목과 글감을 드립니다. 글감에 맞춰 열 문장 안팎의 글을 작성해서 올립니다.
[예시: 여러분이 사는 동네의 놀이터에서 노는 아이들의 모습을 열 문장 안팎으로 묘사하세요. 『옆집 뚱보 아줌마가 임신했대요』 82~91쪽을 참고하세요.]
[WritersGX] 1. 미셸 트랑블레처럼 일상 포착하기
주혜씨~~~
저도 주혜씨 처럼
회사,집 회사,집 을 무한 반복하네요
나는 어떤 취향이 있을까..
나의 24시간을..그리고 일주일을 ...
찬찬히 내다 보았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발견한 나의 취향!
버스탈때 뒷자석에
바뀌있는 자리를 선호합니다.
무릎을 세우며 앉는 부분인데
나를 안는듯한 안정감이 느껴져요🫂
저는 음식을
크~게 한 입 베어 먹는걸좋아해요
예시로는 일반만두 보단 왕만두를 좋아합니다😂 🥟
마지막으로..
일요일은 남편과 산책이나, 드라이브를 즐기는데 4~5시쯤엔 집에 도착하려고 합니다.
그런곤 씻고 나서,
영화를 본다든지 시~원한 맥주 한 잔 하지요! 요즘처럼 살랑살랑 자연 바람이 불어준다면 더욱 좋구요~^^
이렇게 보니 제 취향이
정말 특별한게 없네요 ^^
그래도 나만 좋으면 된거죠? ㅎㅎ
24.6.17
우주곰 🧸
책을 열 때부터 덮을 때까지 폭주기관차에 탑승한 듯한 기분을 느꼈다.
영어를 배우려고 한국에 있는 영어마을로 유학을 온 청년들이 등장인물이라는 설정부터 어처구니없지 않은가.
영어로 말하지 않으면 굶어야 하고, 반항하면 선생이 단소로 공격하는 모습쯤은 뒤로 넘어가면 아무것도 아니다.
난데없이 스파이를 찾기 위한 미션을 해결해야 하고, 카지노에서 총격전이 벌어지며, 북한에 불시착해 '미제 앞잡이'라는 욕을 듣는 등 시종일관 황당하기 짝이 없는 활극이 펼쳐진다.
이야기가 어디로 튈지 가늠할 수 없고, 온갖 드립이 난무해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실소를 자아내게 한다.
무슨 의미를 찾겠다고 진지하게 페이지를 넘기면 함정에 빠지기 딱 좋은 소설이다.
굳이 의미를 찾자면 대한민국의 영어지상주의를 풍자하는 소설일 테고, 더 넓게 보자면 우리 사회에서 권력화된 모든 것에 태클을 거는 소설일 테다.
어떻게 읽든 자유지만, 내 생각에는 아무 생각도 없이 청순한 뇌를 유지한 채 다가오는 이미지를 받아들이는 게 편하다.
최근에 읽은 소설 중 가장 시끄럽고 어수선한 장편이었다.
... 단어들이 얼기설기 떠다니는 듯
혼자라면 또 읽다 말았겠다.
슬픔에서 행복이로 바꾸고 싶은 구름이님께
안녕하세요?
저는 올해 1월 인지장애로 7년을 지내신 친정아버지가 하늘나라로 떠나셨어요.
워낙 연로(29년생)하셔서 코로나 시기에도 긴장된 상태로 지냈고,
그 이후에도 ‘언제든 떠나실수 있지’라고 생각했었어요.
그래도 막상 그런 일이 생기니, 새삼 인생이 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친정엄마가 아주 예전에 재혼을 하셔서 사실 낳아주신 친아버지는 아니였어요.
어릴 땐 두분이 싸우는 모습도 많이 보았고,
술에 취해 주사와 폭력을 쓰시기도 했던 권위적이고 전형적인 아버지.
그런 아버지가 인지장애를 갖고 계신다는걸 알게 되고,
이후 돌봄을 하게 되면서 전 전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여러 가지 일을 겪었어요.
돌아가시기 1년전부터 가족을 알아보지도 못하는 아버지를 보면서,
그냥 우리들 누구도 이렇게 늙음과 죽음은 벗어날 수 없는 거구나..하는 걸 느끼는 시간이었어요.
저희 아버지는 착한 치매라고 할 수 있었지만,
착한 치매던 그렇지 않은 치매던 돌보는 가족은 각오한것보다도 더 많이 힘이 부치는 일들이 있었지요.
아버지는 떠나셨고, 이후 역시 인지장애를 앓고 계시는 엄마와 지내고 있는 요즘.
저는 생각을 많이 하기 보다는 몸을 많이 움직이려고 합니다.
생각이 많아지면 걱정도 몰려오고 그러다 보면 마음이 무거워 지더라고요.
되도록 몸을 움직여 땀을 내는 운동을 하거나, 집근처의 둘레길을 자주 가려고 해요.
엄마가 계시는 집에서 엄마를 돌보고 지내다보면 ‘나의 올해는 이렇게 저무는 구나’ 생각이 들지만, 지금은 이렇게 지내보려고 해요.
엄마도 어느순간 여기를 떠나는 순간이 올 수도 있겠지요,
가시기 전까지 ‘당신 덕분에 우리가 잘 살았어요, 이렇게라도 곁에 있어줘서 고마워요, 가기전까지 재미있게 지내봐요..’하는 마음입니다.
40대와 50대뿐 아니라 30대, 60대에게도 강력히 추천하고 싶은 책. 최근 읽은 책 중에 이 정도로 실생활에 도움이 된 책은 없었다. 듣기만 좋은 헛소리 같은 것은 없다. 논리적으로, 근거를 바탕으로 인생이 왜 50부터 반등하는지 살핀다. 사람이 중년 이후 지혜로워지는 데 진화적인 이유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추측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지혜의 본질이 무엇일까 같은 생각 거리도 던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