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유히 출판사의 에디터리 편집자님을 처음 만난 게 언제였더라? 기억도 잘 나지 않는 까마득한 그날, 에디터리 편집자님은 하와이에 '빅웨이브' 라는 정말 맛있는 맥주가 있다고 눈을 반짝이며 알려주었다.
이제는 편의점 3캔 맥주로 들어올 정도의 유행이니 이 얼마나 앞서가는 심미안인가! 당시 처음 듣는 맥주 이름을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 나는 '빅웨이브'라고 핸드폰에 적어 두었고 이후 에디터리 편집자님을 (속으로) 빅웨이브라고 불렀다. 어디 맥주뿐일까? 풋살, 수영 등 못 하는 운동이 없다. 거기에 팟캐스트 진행에 뉴스레터 발행까지! 아니 이 사람, 도대체 못 하는 게 뭐야 싶지만 그 중에서도 제일 잘 하는 건 바로 본업인 책 만들기!
이번에 나온 유유히의 신간 <작업자의 사전>도 기대된다. 잘 읽을게요. 감사합니다.
베이징도서전 다녀왔습니다. "당신이 보고 싶어하는 세상" 홍보도 하고, 출판사와 에이전시 분들도 만났습니다. 김초엽 서윤빈 작가님, 이시아 번역가님과 즐거운 시간도 보냈습니다. 올림픽공원 인공 호수 앞에 앉아 밤바람 쐬며 용정차 수제 맥주를 테이크아웃으로 마시며 이야기 나눈 경험은 오래도록 못 잊을 거 같아요. 중국은 10번 정도 간 거 같은데 갈 때마다 사람들 옷차림이나 행동, 거리 모습이 몰라보게 바뀌어 있어 늘 놀랍니다.
환대해주신 중국 편집자님들, 독자님들, 모두 감사드립니다!
#베이징도서전 #김초엽작가님 #서윤빈작가님 #이시아번역가님 #당신이보고싶어하는세상
사랑하는 조카 도경아!
네가 입대한 지 벌써 2주가 돼가는구나.
더운데 고생 많지?
널 생각하면 얼마 전에 상관의 가혹 행위로 안타깝게 죽은 병사도 생각나구..
옛날 고모부 처음 만났을 때도 생각나구..(고모랑 고모부가 군대에서 처음 만난 거 알고 있지?^^)
군대...군인...이런 단어를 떠올리면 고모는 참 많은 생각이 든단다.
우리 도경인 어릴 때부터 참 똑똑하고 자기 할 일을 똑부러지게 했었지.
대학 입학이라는 관문에서 비록 한 번의 고배를 마시긴 했지만
또다시 절치부심해서 당당히 원하던 의대에 합격하는 모습을 봤을 때,
얼마나 자랑스럽고 대견하던지...
대학에 입학하고 나서도 늘 시험과 사투를 벌이는,
만만치 않은 대학 생활을 하고 있는 널 보고 참 안쓰러웠는데
너는 힘든 기색 한 번도 안 하고 주어진 삶에 최선을 다했어.
목표를 향해 열심히 달음질하는 모습을 보고
오히려 어른인 고모가 더 많이 배우고 더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을 할 정도였지.
그런데 안타깝게도 의료 사태가 터지고 장기화 조짐을 보이자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갈팡질팡하는 네 모습을 보고 너무 안타깝더라.
너의 그 방황이 계속될까 봐 얼마나 마음 졸였는지 몰라...
어느 날 갑자기 네가 군 입대를 한다고 선언했을 때 처음엔 다들 놀랐지만
그럴 수 밖에 없는 네 상황을 알고 너의 선택을 존중해주기로 했어.
지금은 앞이 보이지 않는 칠흑 같은 어둠이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어둠이 거치고 아침이 오듯,
이 터널이 지나면 그 끝에는 밝은 태양이 떠오를 거라 믿는다.
복무하는 동안 계획한 대로 다음을 준비하고
재충전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무엇보다 아프지 말고 다치지 말고 건강하게 군대 생활 잘하고 와라.
힘들지만 너를 설레게 하는 그 길을 향해 뚜벅뚜벅 나아가길 응원할게.
고모도 요즘 설레게 하는 일을 만나서 매일매일 그 일을 하면서
열심히 살고 있단다.
고모는 고모 자리에서 너는 너의 자리에서 열심히 살다가
네가 멋진 민간인이 되는 날
우리 지금보다 더 단단하고 성숙한 모습으로 다시 만나자.
결이도 내년쯤이면 입대를 할 것 같아.
네가 선배님이니까 군생활 잘하는 노하우 좀 알려주라...^^
오늘처럼 위문(?) 편지 종종 쓸게.
다음 편지 보낼 때까지 건강해라.
from. 울 도경이 위해 매일 기도하고 있는 고모가^^
<흑뢰성>의 요네자와 호노부의 현대 배경의 미스터리. 인구 소멸이라는 일본과 한국의 사회적인 특수성을 공통 분모로 삼아 배경을 구성했다. 일본은 현재 진행형이고 한국의 경우는 약간의 근미래가 될 풍경.
일본과 한국은 서로 증오하지만 데칼코마니처럼 닮아있다는 생각을 하게 될 때가 많은데 소설에서 묘사하는 공무원의 마인드가 너무 한국적이라 흥미로웠다.
황금가지 (240622~240623)
❝ 별점: ★★★★☆
❝ 한줄평: 마지막 장면이 남기는 묵직한 애틋함과 여운
❝ 키워드: 미스터리 | 스릴러 | 서스펜스 | 유령 | 공포 | 추리 | 기자 | 취재 | 죽음 | 진상 | 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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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계단』과 『제노사이드』로 유명한 작가 다카노 다즈아키가 11년 만에 냈다는 장편소설 『건널목의 유령』을 황금가지 이벤트로 도서를 증정받아 읽게 되었어요. (도서는 작년에 받았는데 넘나 뒷북 😅 다시 한번 감사합니다!) 전작만큼이나 화자에 몰입해서 속도감 있게 읽어나갈 수 있었어요.
✦ 배경이 30여 년 전이어서 인터넷이나 휴대폰이 아닌 전화와 신문, 전화번호부, 발로 뛰는 취재 등에 의존해 심령 특집기획을 위해 유령의 신원을 추리해 나가는 과정이 매우 흥미로웠어요. 처음에는 유령이 찍힌 사진을 믿지 않던 화자가 취재를 해나가며 점점 진짜일지 모른다는 믿음으로 필사적으로 유령의 신원을 밝히려 애쓰는 모습이 자신의 죽은 아내와 닿고 싶다는 마음과도 얽혀있다는 느낌에 슬프기도 하고 감동적이기도 했습니다.
✦ 에필로그를 다 읽고 나서 이 책은 눈 내리는 겨울에 다시 읽어보고 싶어 졌어요. ‘건널목의 유령’의 실체와 진상이 궁금하다면 이 책을 꼭 읽어보세요. 화자의 감정선과 취재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취재 현장에 녹아들어 간 자신을 발견하실 수 있을 거예요. [📝 24/06/23]
(*황금가지 이벤트 당첨으로 도서를 증정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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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호 건널목에서 주점으로 발견됐던 여성 신원미상자도 날붙이에 한 번 찔렸을 뿐인데 썩기 시작하는 무른 물체가 아니라 불멸의 혼을 갖춘 지고한 존재이길 바랐다. 이 세계에 살아가는 모든 존재들이 사고나 병, 전쟁이나 재해, 그 어떤 재앙에도 상처입지 않는 영원한 영혼을 저마다 숨기고 있길 마쓰다는 바랐다. (p.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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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느껴 주면 되는 겁니다. 그게 돌아가신 분과 대화를 나누는 거지요. 그들의 기쁨이나 슬픔을 마음으로 나눌 수 있다면 반드시 모습을 보여 줍니다.” (p.2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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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엊그제 함께 다녀온 바닷가가 아직도 생각이 난다.
좋은 벗, 이라고 불러도 될까?
종종 나를 이해하지 못하는 네 목소리가 원망스런 톤으로 느껴지기도 해. 가까이 있지만 거리를 두기 때문일까?
만나도 좋지만
만나지 않아도 괜찮다는 내 태도 때문일까?
나는 요즘 그렇게 지내. 조금씩 거리를 두고 지켜보려고 하는 것.
우울한건 아니고
격한 감정의 소용돌이가 부담스럽다는 게 맞을꺼야.
인지장애4등급의 엄마를 돌본지 5년차. 요일을 금방 했던 말을 까먹는 엄마의 식사와 용변뒤처리를 챙기고
똑같은 이야길 하고,
의미없는 대답을 하고 지내다 보면, 잠깐 반짝이는 순간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몰라. 그땐 고요하지만 깊은 샘물을 길어 올려 마신것처럼(실제로 그런적이 있진 않지만 그만큼 시원하다는 뜻)정신이 맑아져.
그리고 잔잔하게 미소짓게 되.
아, 그렇구나..하면서.
진심은 그런게 아닐까
나는 아직도 진심을 그리워하는 사람인거 같아.
좋은 벗아, 우리가 진심이 아닐땐 그런 이유가 있기때문이란것도 알아
일부러 그랬다기 보다는.
그런것을 조금씩 이해하면서 지내고 있어. 난.
그러다 노을처럼 네가 찾아오면
윤슬처럼 엄마의 진심을 만나게 되면 조금 웃고 힘내볼께
너도 그러길 바래
편지초보님께.
안녕하세요.
편지초보님^^
편지초보같지 않은 분에게 편지초보라고 쓰려니 미안한 마음이 들어요.
편지에 초보가 있을까요? 한 줄이라도 어떤 마음이라도 담아내면 편지가 되는 거니 편지에는 초보가 없는 것 같아요.
하지만 편지초보란 닉네임은 귀엽고 정감이 가요~
편지초보님은 종이를 만지는 일을 하신다고 하셨쟎아요.
편지상으로는 어떤 일인지 모르겠지만, 그저 서류와 종이상자를 다룬다는 표현이 아니라
‘종이를 만진다’ 는 말이 참 낭만적인 표현같아요.
요즘은 거의 뭐든 디지털이쟎아요. 언제부턴가 ‘종이’ 라는 단어가 옛것의 향수를 지니게 된 것 같아요. 그래서 종이를 만진다는 직업이 낭만적이게 들려요.
좋은 취향에 대해 물으셨쟎아요.
사회통념상 좋은 취향이라 불리는 것들이 있긴 하고, 저 역시 그런 사회 통념상 좋은 취향을 가지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예를 들면 그림, 음악, 책, 인테리어등 생활 전반의 수준을 올려주는 안목을 길러서 더 나은 취향을 가지려고 노력하는 일들이 그래요. 소위 클래식하고 고급져보이는 취향을 위한 노력이죠.
편지초보님의 편지를 읽고 저의 취향에 대해 생각하게 됐어요.
나의 취향은 어쩜 나를 위한 것들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많은 부분 타인에게 내가 어떻게 보일지에 신경쓴 취향같았어요.
저는 참 다른 사람을 많이 의식하고 살아온 것을 편지를 쓰며 또 많이 느낍니다.
그럼 좋은 취향이란 뭘까요?
저는 좋은 취향이란 평범한 일상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위에서 말한 저의 취향들이 시작은 타인들을 의식하며 시작하긴 했지만
지금은 그런 것들이 제 일상에 쉼표를 주고 즐거움과 영감을 주고 있어요.
그리고 그런 것들이 있어 팍팍한 삶이 견딜만하고 버텨지는 것 같아요.
내가 존재하는 시간들에 온전히 머무르고 느끼기 위해 노력하는 모든 것들이
저는 좋은 취향이라고 생각합니다. 기분 좋은 것을 보고, 부드러운 것을 만지고, 편안한 향을 맡고, 깊은 맛을 음미하고, 마음을 움직이는 소리를 듣는 그런 시간들에 온전히 머무르는 행위자체가 저는 좋은 취향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시간들은 그저 스쳐 지나갈 수 있는 평범한 일상에 ‘행복’ 이라는 의미를 부여해 줄테니까요.
좋은 취향이란 그런거예요. (왠지 저에게 말하는 것 같네요. )
현재의 시간에 더 많이 머무르게 해주는 모든 것들이요.
지금 이렇게 쓰고 있는 편지도 그런 의미에서 좋은 취향이구요.
우리는 좋은 취향으로 만난 사이네요^^
그리고 편지초보님의 일, 서류와 종이박스들을 다루는 일이 힘들 때,
‘종이를 만지는 낭만’ 이란 것을 생각하는 것도 좋은 생각 취향이 아닐까요?
저도 제 일에서 좋은 생각취향을 찾아봐야겠어요.
편지가 길어졌네요.
제 편지가 편지초보님께 도움이 되길....
편지에 마음을 채우는 취향을 가진 사람으로 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