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문학 (240607~240630)
❝ 별점: ★★★★
❝ 한줄평: 마음을 오리고 이어 붙여 연장하는 일
❝ 키워드: 마음 | 연장 | 듣기 | 말하기 | 빛 | 어둠 | 금 | 균열 | 불행 | 슬픔 |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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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핀사단으로 필사를 하며 차근차근 읽은 시집. 「뒤로 더 뒤로」 라는 시에 나오는 ‘삶이란 / 앞뒤로 잘 구워 놓쳐도 깨지지 않게 / 같은 자리에서 단단해지는 것’이라는 구절이 마음을 오리고 이어 붙여 연장하면 다다를 수 있는 자리를 말하고 있는 게 아닐까 생각했어요. 놓쳐도 깨지지 않을 정도로 삶이 단단해지려면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할까요. 우리는 정말 그런 자리에 도달할 수 있는 걸까요.
✦ 사실 시집 속 한 편의 시의 제목처럼 ‘알다가도 모르겠는’, 알쏭달쏭한 시들이 많아서 시집이 조금 어렵게 느껴지기도 했어요. 다음에 읽을 때는 시들에 좀 더 귀를 잘 기울여서 시가 말하고 싶은 이야기를 더 잘 들어주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 24/07/01]
(*현대문학 핀사단으로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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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일이다 내일은
가봐야 하는데 뜬다는 게
세상을 말하는 것만은 아니지
문을 열어두면 때 이른 애도가 되지
죽는 게 죄가 될 수 있냐고 묻던
구상나무는 서늘한 기운에 취해
지난날을 겹쳐 보았다 솔방울이 적잖이
큰 것은 위로 향한다고
산꼭대기에서만 볼 수 있다고
그 말을 하려고 기다리고 있었다고
/ 「알다가도 모르겠는」 부분 (p.5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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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 작게 / 쪼개면 / 더 / 작게 / 쪼개지는 / 내 아이들
혼자 떠도는 행성이 있다
그 행성의 이름은 므두셀라다
/ 「므두셀라」 부분 (p.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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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어도 깰 수 없는 것, 종이 운다
그것에 매달린 방울이 없었다면 종은
울어야 할 까닭이란 없지 삶이란
앞뒤로 잘 구워 놓쳐도 깨지지 않게
같은 자리에서 단단해지는 것
/ 「뒤로 더 뒤로」 부분 (p.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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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그라지지 않는 잔불처럼 오늘이 비슷해서 포기할 수 없는 게 나 자신 아니겠니. 옆구리 터진 김밥이라도 더 좋다거나 나쁜 게 없지 않겠니. 구김 없이 살고 싶다가도 자꾸만 구겨지게 된다. 구겨지면서 기어코 그 주변까지도 구겨지게 만들면서. 살기 위해 강해져야 하는 것이 저기에도 있다고, 덜컥 하고 싶은 말이 생겨서 나는 하고 싶은 게 많은 인간이 되었나. 내가 뭐라고.
/ 에세이: 기만한 습관들 (p.86-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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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았던 시
✎ 「어떤 꿍꿍이」
✎ 「집 연장하기」
✎ 「텅 빈 중심」
✎ 「알음알음」 ⛤
✎ 「시간 싸움」 ⛤
✎ 「접혀 있는 것들」
✎ 「알다가도 모르겠는」 ⛤
✎ 「작은 것과 둔한 것」
✎ 「므두셀라」 ⛤
✎ 「뒤로 더 뒤로」 ⛤
✎ 「긴츠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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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숲 (e-book, 240626~240630)
❝ 별점: ★★★★☆
❝ 한줄평: 알고 읽어도 소름 돋는 범인 추리 과정
❝ 키워드: 드루리 레인 | 배우 | 셰익스피어 | 탐정 | 독순술 | 추리 | 미스터리 | 스릴러 | 살인 | 독살 | 범인 | 도덕 | 죄악 |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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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루리 레인이 활약하는 엘러리 퀸의 비극 시리즈 두 번째 책 『Y의 비극』을 읽었습니다.
✦ 『X의 비극』보다 훨씬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로 진행되는 이 소설은 다시 읽어도 정말 명작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범인을 이미 알고 있는데도 드루리 레인의 눈을 따라가며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는 범인에 대한 힌트를 하나하나 살펴보니소름이 돋더라고요. 드루리 레인의 고뇌도 『X의 비극』과 비교했을 때 한층 더 깊다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Z의 비극』과 『드루리 레인 최후의 사건』도 너무 기대돼요 ㅎㅎ [📝 24/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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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그의 두 눈에는 만족의 빛도 승리의 빛도 없었다. 이제까지 펼쳐온 명쾌한 논리에도 불구하고 뭔가 고뇌가 있는지 태도가 침착하지 못했다. 웅변의 열기가 식은 지금, 그에게는 우울한 그늘이 드리워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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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이라도 과학을 알거나 혹은 양식을 지닌 사람이라면 해터 집안의 어느 누구에게도 그 범죄의 도덕적 책임을 지울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들의 두뇌는 끔찍한 유전적 질환에 의해 비뚤어진 것입니다. 게다가 그들은 모두 비참한 최후를맞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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