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임
블로그
글 쓰기
김이설 장편소설 『우리가 안도하는 사이』(자음과모음)

이 작품은 94학번 동기 셋이 오랜만에 함께 모여 떠난 여행지인 강릉에서 벌어지는 사건과 등장인물의 심리를 섬세하게 따라간다.

누군가는 20대 중반에 결혼해 장성한 두 아들을 뒀지만 마음은 공허하고, 누군가는 가정이 화목해 보이지만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에 손에 물이 마를 날이 없고, 누군가는 화려한 싱글처럼 보이지만 끝이 보이지 않는 어머니 간병에 시달리고 있다.

대학 동기 사이가 대개 그렇듯이 셋의 사이는 뜨뜻미지근한 편이고, 서로의 속사정에 대해서도 자세히는 모른다.

이 같은 등장인물 사이의 적당한 거리감은 작품이 끝날 때까지 긴장감을 유지하며 서사를 끌어가는 동력이 된다.


마흔아홉 살은 젊다고 말하긴 어렵지만 늙었다고 말하기는 애매한 나이다.

등장인물의 나이가 나이인 만큼 산전수전을 다 겪어봤을 테니 솔직할 거라고 예상은 했는데, 예상보다 훨씬 솔직한 이야기들이 오고가서 민망하면서도 흥미로웠다.

셋은 오래전에 함께 여행했지만 공유하지 못한 기억을 남겨둔 강릉에서 다시 만나 서로의 심연을 들여다보며 이해하는 시간을 가지고 다시 각자의 위치로 돌아간다.


아마도 셋이 다시 만나 함께 먼 곳으로 여행을 떠나는 일은 없을 테다.

굳이 그러지 않아도 됐는데, 서로에게 너무 많이 보여줬다.

그래도 언제든지 서로에게 전화 정도는 걸어 안부를 묻고 고민을 토로할 수 있는 사이임을 확인했다.

20대 청춘도 아니고 그 정도가 딱 적당하다.


작품을 읽는 내내 모르는 누님들의 여행을 몰래 따라다니며 흥신소 직원이라도 된 듯한 기분을 느꼈다.

내가 지금 겪고 있는, 그리고 앞으로 겪게 될 미래를 미리 엿봤다.

쌉싸름한 카카오 99% 다크 초콜릿을 녹여 먹은 기분이 든다.

우리가 안도하는 사이
우리가 안도하는 사이
지구를 위해 이 책을 함께 읽자

기후 관련 다양한 용어들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우리에게 닥칠 기후 위기에 대해 협박하지 않고 상세히 안내해주는 책. 어느 집이나 있었던 엣센스 영한 사전처럼. 이제 모든 사람 집에 있어야 될 책같다.


20240704

2024.7.4. : 네이버 블로그 (naver.com)


응급실에 날이 밝았다. 간밤에도 환자가 많았다. 응급실에서 일하면서 알게 된 수많은 사실 중 하나는, 아무도 아프지 않은 날은 없다는 것이다. 환자들은 기어코 응급실을 찾아와 침대를 채운다. 고통 없이 일상을 보내는 사람에게는 보이지 않는 세계다. 누군가는 오늘도 반드시 아픈 것이다. 아침 퇴근 시간이 임박했을 무렵 전화가 걸려 왔다. 중년 남성이 사다리에서 떨어져 의식이 없다고 했다. 오늘 근무의 마지막 환자가 될 것이었다.


-


순간 그는 손에서 스마트폰을 놓았다. 그리고 응급실 바닥에 주저앉아 소리를 지르며 통곡했다. 아마 아침에 출근해 전화를 받고 건강한 아버지가 돌아가실리 없다고 믿었을 것이다. 착오가 생겼거나 납득하지 못할 상황이 발생했다고 추측했을 것이다. 한달음에 달려올 때까지도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대처하겠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죽음으로 이어지는 단순한 인과관계를 듣자마자, 모든 것을 놓고 통곡을 터뜨린 것 같았다. 나는 그가 사망한 나머지 경위를 가족에게 설명했다. 환자가 장례식장으로 떠나기까지는 별다른 이견이 없었다. 사인은 명백한 외인사였다. 나는 사망진단서를 쓰고 퇴근했고 가족들은 장례를 치르러 갔다.

집으로 가는 길, 손에서 스마트폰이 빠져나가는 순간을 생각했다. 그것은 잠시 시간이 멈춘 것처럼 보였다. 그는 초인적인 의지로 정신을 붙들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죽음 앞에서 이성을 지키려는 용기는 얼마나 커다란 것일까. 죽음에는 이길 수 없더라도 억울함에는 맞서보겠다는 생각이었을까. 인간은 모든 것과 맞설 수 있는 강인한 존재니까. 하지만 운명에 항거하는 일은 무의미하다. 마지막 발자국이 사다리의 중심을 무너뜨린 순간 운명은 정해졌다. 그가 어떤 결심, 어떤 의지로 달려왔든, 안타깝게도 그 사실을 바꿀 수 있는 것은 없다.


[출처] 2024.7.4.|작성자 남궁인

너무 시끄러운 고독, 보후밀 흐라발

인간적이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삽십오 년째 나는 폐지를 압축하고 있다.”1 첫 문장, 첫 주먹에서 느낌이 왔다. 탐색전은 없어. 쓰러질 때까지 싸우는 거야. 나는 시작부터 자기 패를 다 까고 덤비는 복서거든. 자기소개치곤 강렬하다. 첫 문장 이후, 복서는 바로 태세를 바꾼다. 압축기의 붉은색 버튼과 녹색 버튼을 누르는 단순한 스텝을 밟으며 상대 주위를 도는 아웃복서다. ‘나는 누구다’라고 말하지 못하고 방황한다.


서사적 충격에 익숙한 나는 작가가 풀어놓은 상징에 지친다. 이야기를 즐길 줄만 알았지, 이미지의 은유를 포착하는 데 서툴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작가는 매 장에서 앞의 첫 문장을 반복한다. 어느새 마지막 라운드. 관중들의 함성을 뚫고 한 줄기 메시지가 울린다. “이봐 오늘부터 넌 혼자야. 홀로 세상에 맞서야 해.”2 시끄러운 장내에서 오직 복서만 고독하다. 보후밀 흐라발의 『너무 시끄러운 고독』은 프라하의 지하실에서 재활용을 위해 폐지를 압축하는 데 평생을 보낸 은둔자 한탸의 일인칭 서술을 담은 소설이다.


근대 이후로 인간은 이성적 사고(思考)를 통해 세상을 관통하는 질서를 찾는데 매달렸다. 그 질서는 인간을 진보의 끝자락에 세워줄 것이라고 믿었다. 이성적 사고를 통해 쌓은 합리적 가치관은 20세기에 들어오면서 세계대전의 포화 속에서 완전히 파탄 나버렸다. 자신들이 찬미해 온 가치관의 죽음을 지켜보는 나날이 이어졌다. “하늘은 인간적이지 않고 사고하는 인간 역시 마찬가지”였다.3


“전쟁이 끝나고 한참 뒤인 1950년대에 내 지하실은 나치 문학에 파묻혀 있었다. (중략) 나는 이 히틀러와 열광하는 남녀들과 아이들을 파쇄하고 짓이겼는데, 그럴수록 나의 집시 여자가 더 간절히 생각났다.”4 영원히 함께 사는 것 외에 달리 바라는 것이 없었는데, 한탸가 사랑했던 집시 여자는 어느 소각로에서 태워져 다시 돌아오지 못했다. 이름을 잊을 만큼 시간이 지났어도 마음의 상처는 선명한데, 하늘은 그저 지켜볼 뿐이다. 인간적이지 않다.


“책은 파괴의 기쁨과 맛을 가르쳐 주었다.”5 한탸는 그 무엇을 파괴하지 않고는 살 수 없었다. 책을 파괴하는 일은 알게 모르게 한탸 자신을 파괴하는 행위였다. 그러다 우연히 펼쳐 든 책에서 읽은 문장들은 삶과 소통하는 새로운 언어를 보여주었다. 한번 책에 빠지면 “그 순간 나는 내 꿈속의 더 아름다운 세계로 떠나 진실 한복판에 가닿게 된다. 날이면 날마다, 하루에도 열 번씩 나 자신으로부터 그렇게 멀리 떠날 수 있다는 사실이 신기할 따름이다.”6 책은 압축해서 버릴 폐지이면서 동시에 자신의 삶을 지켜주는 천사였다.


“너무도 놀라운 글귀들이어서 나는 저 높은 곳의 별이 총총한 하늘 한 자락을 보려고 건물을 배기갱까지 뛰어가야 했다. 그리고 나면 역겨운 종이 더미와 솜뭉치에 둘러싸인 생쥐 가족들에게로 돌아왔고, 그들을 갈퀴로 찍어 압축통 속에 던져 넣었다... 폐지를 압축하는 사람 역시 하늘보다 인간적이라고는 할 수 없다. 그건 일종의 암살이며 무고한 생명을 학살하는 행위이지만, 그래도 누군가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다.”7 한탸는 압축기의 붉은색 버튼과 녹색 버튼을 누르는 단순한 반복 속에서 삶의 모순과 진실을 깨달았다.


알게 되면 사람은 행복해진다. 행복은 영원하지 않다. 알게 되면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단순히 버튼만 눌렀던 시절은 이미 치욕이다. 이제는 책 속에서 희망을 찾지 않고서는 삶을 이어갈 수 없다. 알게 되면 불행하다. “뜻하지 않게 교양을 쌓게 된 나는 행복이라는 불행을 짊어진 사람”이다.8 이제 한탸는 “사람들의 지극한 불행과 지극한 행복에 대한 책을 쓰”고 싶다.9


압축기는 아무런 타의가 없다. 어느 순간이 되면 “그때까지 안전하다고 여겨졌던 모든 것이 자취를 감춘다.” 압축통 안에서 뛰어놀던 쥐에게 갑자기 비극이 시작되듯, “진실이 드러나는 순간, 고통보다 더 끔찍한 공포가 인간을 덮친다.”10 타의가 없다고 말하는 세상에서 나는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가? 삶의 의미를 지우고 노자처럼 살아야 하는가? 삶의 의미를 찾아 예수처럼 살아야 하는가? 근원으로 후퇴하고, 미래로 전진한다. 행복과 불행이 동시에 닥치는 순간이면, 근원으로 전진하고 미래로 후퇴도 가능하다는 걸 깨닫는다. “만사는 절룩거리며 반대 방향으로 기울어지는데, 그 덕분에 세상은 절름발이 신세를 면한다.”11 세상에 한쪽으로만 흐르는 강은 없다. “세상만사는 동시성을 띤 왕복운동으로 활기를 띤다. 일제히 전진하는가 싶다가도 느닷없이 후퇴한다. 붉은색과 녹색 버튼의 명령에 따라 움직이는 내 압축기가 그렇다.”12


도처에 허무가 널려 있다. 앞길은 영원히 음울한 세계가 이어질 것만 같다. “그렇게 시궁창을 철벅이며 걷다가 눈물이 가득 고인 눈으로 하늘을 올려다보면 이제껏 한 번도 보거나 깨닫지 못했던 것이 불쑥 시야에 들어온다.”13 그런 마음이 들 때면 하늘은 그 너머에 분명 무언가를 보여주는 것 같다. 하늘은 인간적이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 하늘을 넘어서는 무언가가, 연민과 사랑이 분명 존재한다. 오랫동안 내가 잊고 있었고, 내 기억 속에서 완전히 삭제한 그것이.”14


한탸는 사랑하는 여인과 행복하게 살고 싶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세상을 파괴하고 싶었다. 별이 총총한 하늘을 능가하고 내 영혼에 깃든 도덕률을 능가하는 연민과 사랑을 찾아 방황하는 한탸는 지극히 인간적이다. “삶은 자체의 생명력으로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불가항력적이면서 매력적인 것”임을 흐라발은 우리에게 일깨워 준다.15 방황의 끝은 삶의 떨림을 멈추는 순간일 것이다. 신의 선물인가? 마지막 순간 정신은 맑아진다. 기억은 선명하다. 그녀의 이름, ‘일론카’


#고독 #연민 #보후밀흐라발 #체코 #프라하 #서평 #인간적


1. 보후밀 흐라발, 이창실 역, 『너무 시끄러운 고독』(문학동네, 2016), 21쪽

2. 같은 책 110쪽

3. 같은 책 24쪽

4. 같은 책 84쪽

5. 같은 책 12쪽

6. 같은 책 16쪽

7. 같은 책 74쪽

8. 같은 책 70쪽

9. 같은 책 11쪽

10. 같은 책 75쪽

11. 같은 책 69쪽

12. 같은 책 69쪽

13. 같은 책 38쪽

14. 같은 책 85쪽

15. 같은 책 141쪽

너무 시끄러운 고독
너무 시끄러운 고독
인사이드 아웃 2 후기~☆

전작 인사이드 아웃 개봉 이후 9년 만에 선보이는 후속작!!


13살이 되고 사춘기 소녀가 된 라일리의 복합적인 감정들이 표현되면서 기존의 5가지의 감정 외에 5가지의 감정들이 추가된다.


전작에서는 라일리의 성장과정에 초첨이 맞춰졌다면 이번 작은 아이스하키팀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로 한정했다.


친구들과의 우정이냐 동경하던 아이스하키팀의 선택이냐를 고민하는 모습을 통해 복잡한 심경의 변화를 그려낸다.


전작에서와 같은 드라마틱한 서사적인 구조가 아니라서 살짝 아쉬운 감은 있지만 청소년기에서 경험해봄직한 상황을 나름대로 잘 구현해서 관객들의 이해를 돕는다.


참고로 이 속편은 전편을 만들 당시 제작 계획이 없었으나 전편의 성공으로 만들게 되었다고 하는데 이번 편도 대성공이니 3편이 나오길 기대해 본다.


#영화평 #디즈니 #픽사 #인사이드아웃2 #9년만에후속작 #애니메이션최단기간10억달러돌파 #3편도기대

인사이드 아웃 2
인사이드 아웃 2
샹들리에

즐겁게 읽은 도서.



샹들리에
샹들리에
일류의 조건

윌라 오디오 2.0 업데이트로 AI 보이스가 업데이트 되어서 성우 보이스와 비교해가며 들었다. 오디오북 시장의 성우의 효용은 저렴한 AI로 대체될 수밖에 없을 듯.


책은 전형적인 자기 계발서인데 스포츠와 하루키에 관한 예시 등이 들을만 하다. 김성근 감독 특유의 타격 코칭 방식의 기원이 나가시마 시게오.

일류의 조건
일류의 조건
인류가 초래하고 인류가 희생 대상이 된, 여섯 번째 대멸종에 대하여

처음으로 참여해본 그믐북클럽 16기의 책은 뉴요커 전속기자인 엘리자베스 콜버트의 <여섯번째 대멸종>이었다.

이 책은 자연과학 중에서도 생태학, 환경학의 분류에 속해 있지만, 책을 다 읽고 느끼기에 어떤면으로는 인문과학 영역에도 속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독서 이전에는 호모사피엔스라는 종에 대해 이토록 깊고 자세히 생각해본 일이 없기 때문이다.


워낙에 자연과학에 대한 이야기라서 약간 어렵기도 했지만, 전반적으로 이야기 구성이 흥미롭게 짜여져 있어서 책 읽기에 어려움은 없었다. 다만 총 13개의 챕터를 읽어가면서 이 독서의 끝에서는 지금 책 제목에서 이야기하는 여섯 번째 대멸종이 결국 호모 사피엔스로 인해 일어나고 있다는 결말로 가는 것이 점차 또렷하게 보여서, 막막하고 답답해지는 마음에 괴로웠을 뿐이다. 북클럽 모집 글에 가이드가 말하길, '책을 읽다보면 인간 혐오증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라고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였다.

현재 지구상에 존재하는 생물종 중에 많은 종들이 멸종의 위험에 처해 있는데, 그들이 멸종하는 데에는 다양한 이유들이 있지만, 결정적 계기를 제공하는 공통된 지점이 인간인 경우가 많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확실히 알게 되었다.


책을 홍보하는 카드뉴스에서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특별히 민첩하지도, 강하지도, 번식력이 뛰어나지도 않았지만 어디든 정착하여 적응하고, 혁신하며 생태계를 바꾼 종이 있다. 다시금 대멸종을 불러온 이 종은...호모 사피엔스다."


생물다양성이 점차 축소되어가고 있는 지금, 인간이 그것의 근본적 원임임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오히려 너무나 당연하게 여겨져 이제는 다들 둔감하게, '어쩔수 없잖아'라고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인간종이 '번영'하기 위해 하고 있는 수많은 일들이 지구 상에서 사라지는 생물들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산업화 및 자본주의로 인한 서식지의 어마어마한 파괴, 오락과 유희를 위해 저지르는 무자비한 사냥이라던가, 온갖 환경오염들, 도시화 등은 익히 알고 있었는데, 유난히 충격적이었던 부분은 바로 인간이 지구 곳곳을 자유롭게 이동 할 수 있게 되면서 벌어지는 '대륙과 대륙사이의 생물종의 재배치'였다.


다윈의 진화론에서 알수 있듯이, 같은 종이라도 대륙간의 환경 특성에 따라 그 특징나 강점이 다르게 발현된다. 그 대륙에서 살아남기 가장 알맞도록 진화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진화는 하루 아침에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인간의 해외여행, 무역, 교류가 모든 대륙간에 자유자재로 이루어져, 하나의 지구촌이 되어버린 지금은, 지구 정반대편에 있던 생물은 물론, 균류, 바이러스까지 순식간에 대륙 이동을 할수 있게 되었고, 호모 사피엔스만큼 적응력이 뛰어나지 않은 생물종들에겐 생사에 치명적인 환경이 만들어진 것이다.


동물의 사례는 아니지만,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이야기로 대신 한다면, 대항해시대 시절, 유럽이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 했을 때, 오랜시간 문명을 이어왔던 아메리카 대륙의 원주민들은 유럽인이 옮겨온 균, 바이러스로 인해 대부분 빠르게 죽음을 맞이한다.


이런 눈에 보이지 않는 침략자들로, 현재 전 대륙에 많은 종들이 절멸하고 있음을 시작으로 이 책의 이야기가 본격 시작되었다.

우리는 흔히 외래 생물종에 치여 자생종들이 사라지는 것을 보며, 그 외래종을 쉽게 미워하고는 하는데(서양민들레, 서양등골나무, 황소개구리 등) 애초에 그 외래종이 이 땅에 들어오게 된 것은 의도를 했든 아니든 모두 인간의 탓인 거다. 지금껏 엉뚱한데다 화풀이를 하고 있었던 것을 생각하면 참 바보가 된 기분이 든다.


책은 '멸종'이라는 개념이 발명되었던 시기의 이야기부터 해양, 숲 할 것 없이 점차 절멸해가는 생물종과 기후위기에 닥친 환경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가 오늘날 우리가 사는 시기를 '인류세'라고 불러야 한다는 주장들로 이어진다. 인간에 의해 지구가, 생태계가, 세상이 어떤 방식으로든 변화하고 있다는 말이다.

이 책은 13개의 챕터 내내 인간이 지구 생명체들의 멸종에 기여해 왔고, 마침내는 스스로의 절멸까지 초래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과학적인 근거와 사례들로 이야기 하고 있다. 무릇 이런 이야기를 읽는 이유는 지식의 습득에도 있지만, 그래서 이제 우리가 무엇을 하면 좋을지에 대한 답을 얻고자 함도 있는데, 이야기의 결론은 그다지 밝지 않았다.


이 책에 의하자면, 인간, 즉 현생인류는 이렇게 타고 난 것 같다. 어느 고대인류도 도전하지 않았던 바다를 건너는 일, 기호와 상징으로 세상을 재현하는 일 같은 걸 해내는 호모 사피엔스의 특징들이 인류를 오늘날까지 이끌고 온 힘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결코 멈추지 않는' 인간은, 이제 다른 행성으로 이주할 꿈도 꾸고 있으니까. 그리고 그것이 실현되어도 그다지 놀랍지 않을 것 같다. 단, 지구가 그때까지 버텨줄지는 미지수지만.


책을 다읽고 좌절감도 맛봤지만, 어느정도 한계가 있을것이라 생각도 들지만, 이 여섯번째 닥쳐오고 있는 대멸종의 한가운데서 도망칠수 없을지도 모르겠지만, 인류가 그 대멸종의 주체이자 희생자가 될지도 모르지만, 웃기게도 인간은 복잡한 존재임은 틀림없다.


파괴와 절멸의 주체이면서 동시에 이런 글을 쓰고 사람들을 설득하려 하는 것도 동시에 인간이라는 점이 참 아이러니하다. 우리 유전자에는 무엇이 들어있길래 이토록 복잡한 존재가 되어버린 것일까. 그래서인지 마냥 무기력해지지만은 않았다. 지금껏 해낸 걸 보면, 어쨌거나 인류의 몇 %는 이 책에 동조하고 함께 할것이란 기대도... 아주 조금 들었다. (많이는 아님)

엘리자베스 콜버트의 다른 저서, <화이트 스카이> 역시 읽어봐야지 하고 체크해 두었는데, 홍보 문구에 다음과 같이 UN사무총장의 말을 빌어 왔다.


"이제 인류는 ‘공동 대응’ 또는 ‘집단 자살’ 중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제 우리는 신뢰를 회복하고 함께 대응에 나서야 합니다."


과연 우리는 어떻게 될까?

여섯 번째 대멸종
여섯 번째 대멸종
나는 사랑을 걱정하지 않는다

이제 막 시작한 여름이 꽤 덥다. 새 책 「나는 사랑을 걱정하지 않는다」를 퇴고하느라 미처 여름 채비를 못한 자가 느끼는 상대적 더위인가 싶었다. 나는 더위를 그다지 타지 않는다. 추위는 조금 탄다. 그런데 올해는 벌써 덥다. 노숙인과 그림인문학 이야기를 나누면서 인연을 맺은 노숙인종합지원센터에서 올린 사진을 본 후에야 때 이른 더위의 정체를 알았다. 없는 사람들에게 여름은 잔인하다.


사무실 가는 길에 환경미화복으로 무장하고 청소하는 분을 스쳐 지났다. 공사장 한쪽 그늘에는 외국인 노동자 서너 명이 앉아 있었다. 음식 준비로 불 앞에 서 있다가 얼음물을 들이키던 아내 이마에는 땀방울이 맺혀 있었다. 부모님은 오늘도 노구를 이끌고 뙤약볕 아래에 계실 것이다. 내가 느끼는 더위는 내가 만났던 사람들이 맞는 더위의 합이었다. 더위는 마음에 먼저 왔다.


「나는 사랑을 걱정하지 않는다」는 눈앞에 보이는 것과 그 이면에 보이지 않는 것을 연결 짓고자 노력했던 10여 년 나의 인식과 실천을 담은 책이다. 나는 눈앞에 보이는 것에 매달려 살았지만, 바닷속에 더 큰 몸체를 숨겨 놓은 잠재의식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마음으로 먼저 느꼈던 더위처럼 잠재의식은 마음 깊숙이 뿌리를 내리고 말과 생각에 녹아들어 있었다. 그 뿌리는 언제나 사람이었다. 나는 사람의 얼굴을 떠올리고서 생각을 건강하게 키울 수 있었다.


전체 내용은 아래 기사를 참고해 주세요.

#나는사랑을걱정하지않는다 

#강태운


http://www.kihoilbo.co.kr/news/articleView.html?idxno=1096813

나는 사랑을 걱정하지 않는다
나는 사랑을 걱정하지 않는다
이처럼 사소한 것들

“아무튼 우리는 괜찮지?” 

석탄·목재상 빌 펄롱은 아내 아일린과 딸 다섯과 함께 시내에 산다. 펄롱은 사소하지만 필요한 일을 하는 딸들에, 따뜻한 집에서 크리스마스를 보낼 수 있다는 상황에 감사한다. 힘들게 사는 사람이 너무 많은데 자신은 운이 좋았다. “모든 걸 다 잃는 일이 너무나 쉽게 일어났다.” 실업 수당을 받으려는 줄이 점점 길어지고, 전기요금을 내지 못해 추운 집에서 외투를 입고 자는 사람도 있었다. “펄롱은 마음 한편이 공연히 긴장될 때가 많았다. 왜인지는 몰랐다.”


삶은 “언제나 쉼 없이 자동으로 다음 단계로, 다음 해야 할 일로 넘어갔다. 멈춰서 생각하고 돌아볼 시간이 없었다. ‘지금 여기’가 아니라 내일을, 내일이 저물 때도 또다시 다음 날 일에 골몰하는 게 일상이었다. 아내와 아이들과 함께 저녁을 준비하는 사소한 풍경을 마주할 때면 마치 이런 밤이 다시는 오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갑자기 무언가가 목구멍에서 울컥 치밀었다. “내 아버지는 어디에 있을까?” 불현듯 떠오르는 궁금증과 다르지 않았다.


펄롱은 아버지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학교에서 펄롱은 비웃음과 놀림을 당했다. 펄롱은 아픈 과거에 머물기보다 예쁜 딸들을 부양하는 데 집중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펄롱의 잠재의식은 살아 있는 동안 항상 아버지의 부재를 경험했다. 펄롱은 어려운 사람들을 쉽게 지나치지 못했다. 그것은 어린 펄롱을 향한 연민이었다.


일상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삶에 큰 변화를 주는 목소리들은 자기가 아주 특별하니 챙겨 달라고 말하지 않는다.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하루하루 시간 속에 무심히 자리 잡고 있을 뿐이다. 우리 인생에서 존재 목적에 도움이 되고 풍요와 의미를 가져다주는 여러 중요한 것은 대체로 우리의 시간을 강경하게 요구하지 않는다. 그래서 사소하다.


펄롱 자신에게 힘이 되어 준 것들은 그리 대단한 게 아니었다. 펄롱은 바쁜 엄마 대신 자신을 키워준 미시즈 윌슨을 생각한다. “그분이 날마다 보여준 친절을, 어떻게 필롱을 가르치고 격려했는지를, 말이나 행동으로 하거나 하지 않은 사소한 것들을, 무얼 알았을지를 생각했다. 그것들이 한데 합쳐져서 하나의 삶을 이루었다.” 작가 클레이 키건이 『이처럼 사소한 것들』을 통해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사소하다. 우리는 늘 사소한 것에서 실패한다.

이처럼 사소한 것들
이처럼 사소한 것들
123456789101112131415161718192021222324252627282930313233343536373839404142434445464748495051525354555657585960616263646566676869707172737475767778798081828384858687888990919293949596979899100101102103104105106107108109110111112113114115116117118119120121122123124125126127128129130131132133134135136137138139140141142143144145146147148149150151152153154155156157158159160161162163164165166167168169170171172173174175176177178179180181182183184185186187188189190191192193194195196197198199200201202203204205206207208209210211212213214215216217218219220221222223224225226227228229230231232233234235236237238239240241242243244245246247248249250251252253254255256257258259260261262263264265266267268269270271272273274275276277278279280281282283284285286287288289290291292293294295296297298299300301302303304305306307308309310311312313314315316317318319320321322323324325326327328329330331332333334335336337338339340341342343344345346347348349350351352353354355356357358359360361362363364365366367368369370371372373374375376377378379380381382383384385386387388389390391392393394395396397398399400401402403404405406407408409410411412413414415416417418419420421422423424425426427428429430431432433434435436437438439440441442443444445446447448449450451452453454455456457458459460461462463464465466467468469470471472
[책나눔 이벤트] 지금 모집중!
[책나눔][박소해의 장르살롱] 20. <고딕X호러X제주>로 혼저 옵서예[버터북스/책증정] <오늘의 역사 역사의 오늘> 담당 편집자와 읽으며 2025년을 맞아요[책증정] 연소민 장편소설 <고양이를 산책시키던 날> 함께 읽기[📕수북탐독] 7. 이 별이 마음에 들⭐수림문학상 수상작 함께 읽어요[도서 증정] 저자이자 도슨트인 유승연과 함께 읽는 <내셔널 갤러리에서 보낸 500일>
💡독서모임에 관심있는 출판사들을 위한 안내
출판사 협업 문의 관련 안내
그믐 새내기를 위한 가이드
그믐에 처음 오셨나요?[그믐레터]로 그믐 소식 받으세요중간 참여할 수 있어요!
11월 29일(금) 이번 그믐밤엔 소리산책 떠나요~
[그믐밤] 29. 소리 산책 <나는 앞으로 몇 번의 보름달을 볼 수 있을까>
이번에는 극단 피악과 함께 합니다.
[그믐연뮤클럽] 4. 다시 찾아온 도박사의 세계 x 진실한 사랑과 구원의 "백치"[그믐연뮤클럽] 3. "리어왕" 읽고 "더 드레서" 같이 관람해요[그믐연뮤클럽] 2. 흡혈의 원조 x 고딕 호러의 고전 "카르밀라"
"동물"을 읽습니다 🐋🐕🦍
[현암사/책증정] <코끼리는 암에 걸리지 않는다>를 편집자, 마케터와 함께 읽어요![그믐북클럽] 14. <해파리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읽고 실천해요[진공상태]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이들 모여주세요![성북구 한 책 플랜 비-문학] ③ 『동물권력』 함께 읽기 [그믐북클럽Xsam]19. <아마존 분홍돌고래를 만나다> 읽고 답해요 [그믐북클럽] 4. <유인원과의 산책> 읽고 생각해요
🏆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을 축하하며 작품 함께 읽어요.
[라비북클럽](한강작가 노벨문학상 수상기념 1탄) 작별하지 않는다 같이 읽어요노벨문학상 수상 한강 작가 작품 읽기 [Re:Fresh] 3. 『채식주의자』 다시 읽어요.
국내외 불문, 그믐에서 재미있게 읽은 SF 를 소개합니다!
(책 나눔) [핏북] 조 메노스키 작가의 공상과학판타지 소설 <해태>! 함께 읽기.[SF 함께 읽기] 당신 인생의 이야기(테드 창) 읽고 이야기해요![책증정] SF미스터리 스릴러 대작! 『아카식』 해원 작가가 말아주는 SF의 꽃, 시간여행[박소해의 장르살롱] 5. 고통에 관하여
버지니아 울프의 세 가지 빛깔
[그믐밤] 28. 달밤에 낭독, <우리는 언제나 희망하고 있지 않나요>[서울외계인] 버지니아 울프, 《문학은 공유지입니다》 읽기<평론가의 인생책 > 전승민 평론가와 [댈러웨이 부인] 함께 읽기
'하루키'라는 장르
[이 계절의 소설] 두번째 계절 #2 :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 <마주>[그믐밤] 16. 하루키 읽는 밤 @수북강녕 에이츠발 독서모임 16회차: <기사단장 죽이기> / 무라카미 하루키 저
오늘의 문장 - 은화
오늘의 문장 - 2024년 11월 07일오늘의 문장 - 2024년 11월 01일오늘의 문장 - 2024년 11월 03일오늘의 문장 - 2024년 10월 31일
현대 한국 사회를 조명하는 작품을 작가, 평론가와 함께 읽습니다.
[📕수북탐독] 4. 콜센터⭐수림문학상 수상작 함께 읽어요[📕수북탐독] 3. 로메리고 주식회사⭐수림문학상 수상작 함께 읽어요[📕수북탐독] 2. 사라지는, 사라지지 않는⭐수림문학상 수상작 함께 읽어요[📕수북탐독] 1. 속도의 안내자⭐수림문학상 수상작 함께 읽어요
멀고도 가까운 나라, 중국.
[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16. <마오주의>[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15. <중국필패>[한길사 - 김명호 - 중국인 이야기 읽기] 제 1권[서울국제작가축제X푸른숲] 위화 작가님의 <인생> 함께읽기 챌린지
🎨 책으로 그림 읽기!
[책증정] 미술을 보는 다양한 방법, <그림을 삼킨 개>를 작가와 함께 읽어요.[책 증정] <자화상 내 마음을 그리다> 읽고 나누는 Beyond Bookclub 6기 [웅진지식북클럽] 1.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함께 읽어요[책증정] 《저주받은 미술관》을 함께 읽으실 분들을 모집합니다🖤
🎁 여러분의 활발한 독서 생활을 응원하며 그믐이 선물을 드려요.
[인생책 5문 5답] , [싱글 챌린지] 완수자에게 선물을 드립니다
지금 읽기 좋은 뇌과학 책 by 신아
[뇌과학책 함께 읽어요] 3. 도둑맞은 뇌[뇌과학책 함께 읽어요] 2. 뇌 과학이 인생에 필요한 순간[뇌과학책 함께 읽어요] 1. 이토록 뜻밖의 뇌과학
모집중밤하늘
내 블로그
내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