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출판 (240707~240707)
❝ 별점: ★★★★☆
❝ 한줄평: 축축한 습기를 잔뜩 머금은 비밀스럽고 매혹적인 붉고 푸른빛의 세계
❝ 키워드: 장마 | 비늘 | 지느러미 | 수족관 | 목소리 | 사랑 | 꿈 | 현실 | 죽음 | 뼈 | 물비린내 | 금기 | 인어 | 황홀함 | 욕망 | 허밍 | 노래 | 배신 | 분노 | 허무 | 집착 | 환상 | 슬픔 | 잔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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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까지 읽었던 조예은의 글 중 가장 매력적인 이야기. 조예은 표 잔혹동화 같은 느낌이랄까요? 꿈과 현실 사이에서 환상과 매혹, 달콤함과 황홀함을 맛본 선형의 선택이 놀라우면서도 어쩌면 예정된 결과였다는 생각. 저 또한 읽으며 선형처럼 피니에게 속절없이 매혹되는 기분이었어요. 터닝북과 한겨레출판에서 올려준 유튜브 플레이리스트와 꼭 함께 읽어보시길 추천! [📝 24/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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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껏 그의 귀를 거친 모든 소리를 소음으로 만들어버리는 달콤함이었다. 외이도와 고막을 지나 부드럽게 뇌를 쓰다듬는 곡조. 묵은 피로가 사라지고 약이라도 한 것처럼 구름 위를 뒹구는 기분. 황홀함을 맛본 귀는 뇌와 심장에 새로운 욕망을 전달했다. 허밍으로는 부족하다. 더 확실하고 분명한 다음이 필요했다. 가사가 필요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글귀를 선물하고 싶었다. (p.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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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형이 그토록 바란 노래였다. 피와 살로 생명을 얻은 노래가 가장 완벽하고 아름다운 음색으로 귓바퀴를 빙그르르 돌아 외이도를 헤엄쳐 왔다. 피니의 입안에 돋아난 건 혀이자 미지의 바다를 헤엄치는 지느러미. 선형의 어둡고 깊은 바다에서 지느러미가 춤췄다. 춤이 끝나는 순간 자신의 바다 역시 사라져도 좋다고, 설령 세상이 끝난다 해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p.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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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유튜브 알고리즘의 선택으로 뮤지컬 시카고의 무대들이 쇼츠에 나왔다. 당장 인터파크를 켜고 예매창에 들어갔지만 이미 9월까지 전석매진. 뭐라도 봐야지 싶어서 영화 시카고를 넷플릭스에서 봤다. 쇼츠 하나에서 시작된 나의 행동은 집착과 광기다….ㅎ…
첫 장면 벨마의 올댓재즈를 듣고 있으면 재즈의 축축한 분위기 때문에 땀냄새가 날 것만 같다. 록시를 보면 당시 시카고의 술과 재즈가 만들어낸 욕망, 허영으로 가득찬 여성이 진하게 그려진다. 빌리의 재판을 보자면 당시의 시카고의 밤무대와 재판장은 별다를게 없다는게 느껴진다. 하나의 쇼가 벨마, 록시, 빌리를 오가며 화려하게 모습을 바꾸고 영화를 이끌어 나간다.
출처] 해피 크라시 - 에바 일루즈 · 에드가르 카바나스|작성자 임현
아르헨티나 작가 훌리오 코르타사르는 1962년에 발표한 「시계태엽 감기 지침」 에서 우리의 시간 강박을 절묘하게 표현하고 이 강박이 얼마나 우리를 지배하기에 이르렀는지 보여준다.
잘 생각해보라. 시계를 선물받는 것은 꽃 피는 지옥, 장미 화관, 공기 감옥을 선물받는 것이다. (…) 손목에 차고 항상 데리고 다니는 청딱따구리를 선물받은 게 아니란 말이다. (…) 깨지기 쉽고 약해빠진 새로운 당신의 한 조각, 당신 자신이지만 당신 몸뚱이는 아니기 때문에 손목에 줄로 매달아야 하는 것. 그 줄은 손목을 필사적으로 잡고 매달리는 작은 팔 같다. 당신이 받은 것은 시계가 시계 노릇을 할 수 있도록 매일 태엽을 감아야 할 필요와 의무다. 당신이 받은 것은 보석상 진열창, 라디오 광고, 소리가 나는 벽시계를 볼 때마다 시간이 맞는지 확인하지 않고는 못 배기는 강박증이다. 당신은 시계를 잃어버리거나 도난당할지 모른다는 두려움, 떨어뜨리거나 깨뜨릴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선물받는다. 당신은 그 시계의 브랜드를, 그 브랜드가 다른 브랜드보다 우수하다는 보장을, 그리고 그 시계를 다른 시계들과 비교해보고 싶은 유혹을 선물받는다. 당신이 시계를 선물받은 게 아니다. 선물은 당신이다. 시계의 생일을 기념하여 당신을 선물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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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들 모두가 인정하려 들지 않는 것, 그건 바로 행복 연구와 그 다양한 임상적 적용의 기저에 있는 정치적·문화적 동기다. 그들은 특정한 정치 강령이나 문화적 편향이 행복에 대한 학술 연구와 그 정치적·경제적·사회적 적용을 떠받치고 있다는 사실을 결코 인정하지 않는다. 이 분야의 연구자들은 과학-가치 이분법을 앞세워 문화적·역사적·이데올로기적 문제 제기를 어떻게든 피하려고만 한다. 자기네들이 과학적으로 접근했기 때문에 자기네가 제시하는 행복한 사람의 초상은 완벽히 가치 중립적이고 객관적이며 도덕적·윤리적·이데올로기적 함의가 없다는 식이다. 그렇지만 명백한 사실이 그러한 주장을 통렬하게 반박한다. 그들이 제시하는 행복과, 개인주의의 주요 전제 및 신자유주의 이데올리기의 주요한 윤리적 요구가 밀착되어 있다는 사실 말이다. (p. 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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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이 채택하고 장사하는 여타의 수많은 기법이나 개념이 다 그렇지만, 마음챙김도 우리의 신자유주의 사회에서 몸살을 앓는 만성적인 문제들을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노라 약속하기 때문에 이렇게 잘나가는 것이다. 그러나 마음챙김이 내면의 평화와 정상적 상태를 돕는다고들 하지만 이미 미겔 파리아스와 캐서린 위크홀름이 『부처 알약』 에서 보여주었듯이 자기 탐색을 극도로 밀고 나가다 보면 사람이 현실과 괴리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실제로는 오히려 우울증과 불안증을 악화시키기 일쑤다. (p. 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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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어린이와 청소년에게는 심각한 정신적 문제가 없다. 그러한 프로그램은 오히려 이 멀쩡한 아이들에게 해를 끼칠 것이다. 실제로 이러한 프로그램을 수행하고 나서 불안감이 심해졌다는 아이들이 상당수(전례 없는 비율로) 나왔는데 이는 결코 우연이 아니다. (…) 심리치료성 교육은 취약성과 불안을 주입한다. 그러한 교육을 받는 아이는 자신의 취약함이나 불안한 마음을 더 많이 표현하게 되고 심리치료 프로그램에 더욱더 의존하게 된다. (p. 113)
팔순에 가까운 노회한 작가의 죽음과 여명에 맞닿은 일상의 줄글. "핸드폰에 부고가 찍히면 죽음은 배달상품처럼 눈앞에 와 있다."같은 동결건조한 직유법들이 곳곳에 박혀있다.
평소 유튜브에서 온갖 괴담을 택시기사가 라디오 청취하듯이 듣는 편이서 공포, 무속, 오컬트 요소에 넓고 얕게 익숙한 편이다.
지금까지 들은 괴담을 종합해 보면 가장 무서운 귀신은 셋으로 압축된다.
바로 물귀신, 웃는 귀신, 무당 귀신이다.
그런데! 이 세 가지 귀신이 몽땅 합쳐진 귀신이 등장하면 얼마나 무서울까.
이 작품 속 귀신이 그런 귀신이다.
무당 귀신이며 물귀신이고, 자주 소름 끼치게 웃는다.
오랜만에 웹툰, 드라마, 영화가 아닌 소설로 공포물을 접했다.
뜬금없는 설정도 있었고, 무리한 설정도 있었고, 갑작스러운 설정도 있었고, 이건 아닌데 싶은 설정도 있었다.
하지만 긴장감과 재미는 확실했다.
영화 <파묘>보다 훨씬 재미있었다.
여름밤에 그거면 충분한 것 아닌가?
일부러 자정이 넘은 고요한 밤에 이 작품을 읽었는데. 정말 등골이 서늘하고 오싹했다.
시각 효과가 아닌 글만 읽고 상상했을 때 느껴지는 순수한 공포를 간만에 경험했다.
소설이 묘사하는 여러 기괴한 상황을 상상하면서 읽으니 어우...
납량특집 영화나 드라마를 보고 싶은데 마땅한 게 없다면 이 작품을 읽어 보자.
한동안 물가에 가까이 가기 싫어질 것이다.
비가 오는 날도 싫어질 것이다.
모르는 사람이 문을 두드리면 더 싫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