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과지성사의 SF 앤솔로지 『SF 보다―Vol. 3 빛』 홍보 영상을 촬영했습니다. 이제는 책 내고 나면 홍보 영상 촬영하는 게 기본인가 봐요. 유하 시인의 「오징어」 제목이 기억이 안 나서 대충 얼버무렸는데 편집자님이 찾아주셨습니다. ^^
https://www.facebook.com/moonjibooks/videos/1239479633706169/
최유안 작가님은 <주종은 가리지 않습니다만>의 앤솔러지에서 <얼리지>로 처음 알게 되었다
작가님의 글은 조곤조곤 조용히 이끌지만 작품의 세계안으로 이끄는 힘은 강했다
작가의 말에서 '살짝 움직인 마음, 비틀린 시선, 나를 매혹하는 근사하고 우아한 문장들. 나는 그 느낌에 자주 매료되곤 했다. '라고 했는데 작가님의 글이 그랬다 뭐라 말할 수는 없지만 세련되고 우아하고 맑은 느낌!
그런데 <보통맛>의 단편들은 문장의 세련됨도 좋지만 그보다는
'보이는 것들과 보이지 않는 것들, 들리는 것들과 들리지 않는 것들을 두루 살피며, 사람의 마음과 세상의 변화를 관찰하며 계속 쓰겠다. 내가 할 수 있는 방식으로 조금씩이나마 더 나은 인간이 되어 가겠다는 다짐이기도 하다.'란 작가님의 말이 더 확 와닿는다
<내가 만든 사례에 대하여>는 너무 충격적이고 마음이 아프다
라일라와 아술.. 나라면 부모없는 난민인 아이들의 아픔을 보듬어주고 지켜줄 수 있을까??
<영과 일>에서 난 불법동영상의 피해자인 희주를 보호할 수 있었을까?
<보통 맛>에서는 작가는 지금 우리 시대에서 우리가 외면해서는 안되지만 외면하고 있는 여러 문제들 앞으로 우리를 가져다 놓는다
"용기란 주어진 상황을 헤쳐 나가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 상황을 품고 가는 것이라네."
“모든 행성이 태양처럼 빛날 필요는 없어요. 태양은 달을 통해 달빛으로 보이기도 하고, 수성이나 목성을 통해 그것들의 빛으로 보이기도 하고, 사람의 눈을 통해 세상을 보게 하는 빛이 되기도 하죠. 사람은 모두 자신의 눈으로 세상을 봐요. 상황은 시선에 따라 이렇게 보이기도 하고 저렇게 보이기도 해요. 용기가 필요한 상황을 만날 때도 있죠. 그런 상황이 주어지면 죽을 것같이 힘들지만 그 상황을 견디게 하는 게 때로는 물건 하나, 한 사람, 단 하나의 어떤 것일 수 있어요.”
아술은 보름달을 바라보며 천천히 낮게 읊조렸다.
“그 희망이 라일라에게는 안경이었어요. 당신에게는 논문이었겠지만… ….”
<내가 만든 사례에 대하여>
"희주를 갖고 싶다고 했지만 메시지를 보낸 이 중에 희주가 어떤 사람인지에 관심을 두는 사람은 없었다. 희주를 안고 싶다고 했지만 그들은 희주가 자신을 안고 싶어 하는지는 궁금해하지 않았다. 쏠린다고, 당긴다고, 강간하고 싶다고 말했다. 박고 싶다고 말했다. 꼭지가 돈다고 했다. 한국어로 영어로 스페인어로 일본어로 미친 듯이 빠른 속도로 댓글이 달렸다.
나는 그제야 희주에게 도망치라 말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비명을 내질러야 했다. 온 힘을 다해, 내게 있는 모든 힘을 모아 소리를 뱉었다.
희주야! " < 영과 일 >
아침달 시집 19 (240714~240717)
❝ 별점: ★★★★
❝ 한줄평: 단 하나의 이름을 부르는 마음
❝ 키워드: 여름 | 잠 | 꿈 | 바다 | 해변 | 파도 | 사랑 | 이름 | 순간 | 운명 | 시 | 개 | 물방울 | 거울 | 우리 | 계절
———······———······———
✦ 순간과 영원. 그 사이의 계절들. 사랑. 나와 너, 그리고 우리. 사라져도 남아 있을 이름. 가볍고 상쾌한 마음으로 읽다가도 종종 내려앉는 묵직한 여운. 이 초록빛의 시집이 참 좋네요. 민구 시인의 세 번째 시집 『세모 네모 청설모』를 몇 달 전 읽었었는데 그때 이름과 별명에 관해 이야기하는 에세이 「별명」을 재미있게 읽었는데요. 그 에세이가 떠오르는 시가 있어 더 반가웠어요. [📝 24/07/20]
———······———······———
✴︎
날씨가 좋으면
바다가 한 줄씩 차오르고
당신은 파도 너머로 튀어 오르는
서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 「신작」 부분 (p.13)
✴︎
무거운 쪽이 지는 거야
더 사랑하는 사람이
가라앉는 거라고
사랑을 하지 않는데도
내기에서 지고 회사에서 지고
학을 접을 줄도 모르면서
이번 생은 다 접고 싶다고 말하는 친구와
함께 저녁을 먹는다
/ 「유일」 부분 (p.38)
✴︎
주머니 안에는 한 알의 사과가 있었다. 그것은 값을 치르고 그림을 본 사람들이 받는 일종의 기분이었지만 세잔의 것과 달리 말랑말랑했다. 나는 사랑하는 사람을 떠올렸다. 자식의 머리 위에 사과를 올리고 활을 쏜 빌을 생각하며 봄의 광장에서 부서지는 빛을 보았다.
/ 「정물」 부분 (p.53)
———······———······———
🗒️ 좋았던 시
1부
✎ 「신작」
✎ 「여름」 ⛤
✎ 「일 분이 되기 전 영원한 오십구 초」 ⛤
✎ 「그는 거기에 있겠다고 했다」
✎ 「메모리얼 스톤」
✎ 「백조의 호수」
✎ 「영구 없다」
✎ 「핸드 프린팅」
✎ 「유일」 ⛤
✎ 「나의 시인」 ⛤
2부
✎ 「이어달리기」
✎ 「증발하는 세계」 ⛤
✎ 「정물」
✎ 「머랭」
✎ 「사이드웨이」 ⛤
✎ 「거울」 ⛤
✎ 「우리」 ⛤
✎ 「가을 다음 여름」
3부
✎ 「평범」
✎ 「누군가」
✎ 「8월의 크리스마스」 ⛤
✎ 「도서관은 나른해」
✎ 「계절」 ⛤
✎ 「아무도 우리를 찾지 않을 거야」
✎ 「당신의 옥수수」
✎ 「악몽」 ⛤
✎ 「나는 환생을 믿지 않아」
———······———······———
조영주 작가님의 <크로노토피아>를 읽었다
<회색인간>의 김동식 작가님이 장편을 쓴다면? 이란 가정으로 시작한 소설이라고 작가의 말에 나온다 끝까지 읽고 내린 나의 결론은 조작가님의 이 말에 동의하듯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장편 장르물이면서 마지막까지 독자의 손에서 책이 떨어지지 않게 하는 몰입력이 놀랍다 요즘같이 글로벌 기업들의 유튜브 숏츠에 OTT서비스에서 제공되는 자극적인 영상물들 속에서 느린 속도의 책으로 승부를 보려는 모습에 존경심까지!
가정폭력과 방임 속에서 9살이지만 5살 체격을 가진 소원이를 독자는 마지막까지 외면할 수 없고 아이의 행보를 진심으로 응원하며 따라가게 된다
소원의 오래된 아파트의 엘리베이터는 타임슬립의 매개체가 되어 소원을 여러 다른 시간으로 이끈다
폭력에 숨어지내는 소원과 마약에 의지해야만 간신히 살아나갈 수 있는 엄마 신애를 무거운 마음으로 따라가며 그들의 행복을 간절히 바라게 된다
소원의 여행동안 인당수 설화가 나오고 아이들을 인신공양한 이야기도 등장하고 그들이 왜 시지프스의 형벌처럼 무한한 시간의 루프에 갇히게 되는지도 나온다
* 궁금하다~!!
*요즘 우리사회는 타임슬립물이 유행이다 한동안은 힐링물이 유행이더니 요즘은 왜 타임슬립물이 유행할까??
* 타임슬립물을 보면 주인공은 과거를 되돌리기 위해 무한반복적으로 과거의 고통으로 뛰어든다 드라마 시청자든 책의 독자든 요즘 이런 타임슬립물을 즐겨보는 사람들 중 주인공처럼 과거를 돌리기 위해 수십년 또는 수백년을 고통을 반복적으로 견딜 수 있는 사람들이 과연 몇이나 될까?? 우린 다이어트를 위해 한달도 대학입시를 위해 3년 고등입시를 견디기도 너무 힘들어 하고 실패한다 그런 우리들은 왜 타임슬립물에 열광하는지 이유가 궁금하다
* <크로노토피아>를 읽고 나니 예전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불현듯 들었던 생각이 떠오른다 '이순신 장군이나 세종대왕처럼 너무도 잘 알려진 분들 말고 다른 사람들을 위해 피나는 노력을 했지만 소리없이 사라져가신 분들이 있지 않을까?'
왠지 우리가 모르는 동안 소원과 임례같은 사람들이 조용히 우리의 재난 속 비극을 막아주었던게 아닌가 하는 상상을 해본다
소재에서 ABC 살인사건 류인가 하고 좀 두근거렸는데 아니었고, 남자가 의심스러워질 때는 나를 찾아줘인가 했는데 역시 아니었다. 그냥 내가, 분류가 미스터리나 스릴러일 때는 로맨스가 거추장스러운 사람이라 생동감 넘치는 반응을 못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에필로그에서 주인공의 양심 없음이 느껴져서 더 식은 감도 있고...어쨌든 납량특집 시즌에 빠른 전개의 이야기와 함께 잠시 더위를 달래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