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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미래의 풍경 #1 포털의 책임


지난해 STS SF라는 이름으로 소설집을 냈는데, 앞으로도 월급사실주의-산 자들 기획과 STS SF 기획은 계속 해보려고요.


STS SF 관련해서는 뜻을 같이 하는 작가님들과 내년에 소설집을 한 편 내려고 하는데, 깜짝 놀랄만한 분을 섭외했습니다. 기대해주세요!


그리고 그와 별도로 조선일보에 STS SF 초단편을 한 달에 한 편씩 연재합니다. 시리즈 제목은 ‘장강명의 근미래의 풍경’이라고 잡았습니다. 오늘자에 첫 회가 실렸네요. 5분이면 읽는 분량입니다. 가볍게 읽으면서 생각할 거리를 조금 남게 만들고 싶은데 잘 되려나 모르겠습니다. 너무 기대하지 말고 봐주세요.

(원문 링크는 제일 아래 있습니다.)


 ---


[장강명의 근미래의 풍경] “대한민국이 네카팡 공화국입니까?”


기술이 인간의 삶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STS(Science, Technology and Society·과학기술과 사회 연구) SF’라는 이름으로 소설을 써온 장강명 작가가 멀지 않은 미래에 우리가 보게 될지도 모를 기묘한 풍경을 픽션으로 전달합니다.



■■■ 근미래의 풍경 1회 #포털의 책임 ■■■ 



“우리 후보자는 대한민국 장관의 조건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후보자는 그 조건에 부합하는 인물이라고 생각하세요?”


질문을 던진 이는 ‘막말테이너’라는 별명이 있는 3선 의원이었다. 상대에게 면박을 주는 일로 팬덤을 얻어서였다. 장관 후보자는 허리를 펴고 대답했다.


“실력과 도덕성을 갖춰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후보자는 실력과 도덕성이 있으세요?”


“말씀드리기 쑥스럽습니다만 학자로서 높은 평가를 받았고, 국제기구와 시민 단체에서 일하며 행정 경험도 쌓았습니다. 또 두 아이의 어머니로 부끄럽지 않게 살았습니다.”


“우리 후보자 태도가 당당해서 좋아요. 지금 화면에 나오는 기사 보입니까? 한번 읽어주세요, 당당하게.”


막말테이너 의원이 말했다. 상임위원장석 아래 커다란 모니터가 있었고, 거기에 일주일 전 한 신문의 칼럼 일부가 나와 있었다. 장관 후보자는 칼럼 기사를 읽었다.


“한국이 ‘네카팡공화국’인가라는 질문에 ‘매우 동의한다’ 또는 ‘대체로 동의한다’고 답한 응답자는 전체의 80%가 넘었다. 이런 답변은 단순히 네카팡그룹의 매출액이 한국 국내총생산(GDP)의 20%가 넘는다는 이유로 나오는 게 아니다. 네카팡이 영화, 방송, 웹툰, 웹소설 등 콘텐츠시장 전체를 장악한 공룡 기업이자 패션에서부터 신선 식품에 이르기까지 유통 시장의 지배적 사업자라는 차원의 이야기도 아니다.”


“우리 후보자는 이 칼럼 읽으신 적 있으세요?”


“예, 의원님. 읽었습니다.”


“이 칼럼에서 네카팡의 진짜 문제점이 뭐라고 합니까? 혹시 기억나요?”


“네카팡 같은 빅테크 기업들이 ‘생각의 틀’을 만드는 시대라고 지적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말 흐리지 마세요, 후보자! 네카팡 같은 기업이 아니라 네카팡 하납니다! 대한민국에 네카팡 같은 기업이 몇 개나 있습니까? 그리고 빅테크가 아니라 포털이에요. 문자 그대로 우리 생각의 관문이 돼버린 기업이다, 이 말씀이에요. 사람들이 네카팡이 편집한 언론 기사를 읽고, 네카팡이 추천한 동영상을 보고, 네카팡 글쓰기 도우미가 만들어주는 문구로 글을 쓰고, 네카팡 버추얼 지도교수가 잡아준 주제로 논문을 쓴단 말입니다. 변호사와 검사가 같은 네카팡 앱으로 재판 전략을 짜고, 그 앱이 중년 부부에게 이혼할지 말지도 상담해줍니다. 후보자, ‘수퍼 알고리즘’이라는 말 들어봤죠?”


“의원님, 그런 말은 들어봤지만 그건 제대로 된 용어도 아니고 실제로 쓰이는 말도 아닙니….”


“들어봤는지 안 들어봤는지 물어보면 들어봤다, 아니다, 하고 대답하면 되지 왜 말이 길어요! 그리고 용어가 뭐가 중요합니까. 수퍼 알고리즘이건, 최상위 알고리즘이건, 알고리즘의 알고리즘이건, 그런 게 있고 그걸 개발하는 데 후보자가 참여한 거 아닙니까! 그 알고리즘이 지금 세상을 지배하고 있어요. 네카팡이 퍼뜨린 가짜 뉴스, 네카팡 때문에 일어난 교통사고, 네카팡 동영상에 중독된 아이들, 그게 다 후보자가 만든 수퍼 알고리즘 탓인데, 거기에 아무 책임감도 못 느껴요?”


“의원님, 저는 공학자가 아니라 사회학자입니다. 제가 참여한 건 네카팡 윤리준칙위원회였습니다. 여러 알고리즘이 공통적으로 지켜야 할 윤리 규칙들을 네카팡이 만드는 데 학자로서 목소리를 내는 게 옳다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기억하기로는 9년 전 바로 이 자리에서 의원님이 네카팡 대표에게 알고리즘들이 지켜야 할 윤리 규칙을 만들라, 그 작업을 내부에서 하지 말고 사회 각계 전문가들과 함께 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후보자 말본새 조심하세요! 어디서 건방지게….”


의원이 열변을 토하는 동안 장관 후보자는 생각에 잠겼다. 그들은 포털에 커다란 책임을 지우려 했다. 그 작업에 모든 분야 전문가가 달라붙었고, 덕분에 네카팡은 윤리적 권위를 얻었다. 그리고 영향력이 더 커졌다.


“좀 쉬었다 합시다. 쉽지 않네요.”


장관 후보자가 말하자 시뮬레이터가 꺼졌다. 막말테이너 의원의 모습도 사라졌다. 인사청문회 준비팀장이 생수병을 들고 장관 후보자 자리에 다가왔다.


“내가 순발력이 없죠?”


장관 후보자인 사회학자가 물었다.


“괜찮습니다. 어차피 청문회 전체 영상을 다 보는 사람은 없으니까요. 포털사이트에 요약 동영상이 어떻게 올라갈 건지, 인공지능이 기사를 어떻게 쓸 건지가 중요합니다. 주요 매체들이 뽑을 기사 제목을 예측해봤는데, 갖다 드릴까요?”


청문회 준비팀장이 물었다.


“네, 고마워요. 근데 막말테이너 그 인간도 우리랑 똑같은 네카팡 대화 시뮬레이터로 청문회 준비하는 거 아니에요? 이 시나리오대로 갈지 모르겠어요.”


“그쪽에서 수집했을 장관님 말씀 데이터보다 저희가 수집한 그쪽 데이터가 훨씬 많을 겁니다. 그 양반이 국회의원 된 지도 10년이 넘었으니까요. 저희가 더 정확할 겁니다.”


준비팀장이 대답했다. 네카팡 자회사 중에 몇몇 국회의원들에게 프리미엄 정치 컨설팅을 비공개로 서비스하는 곳이 있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장강명 소설가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23/0003847792?sid=103


20240722-낭독심화1반-송정희성우-3

🚩심화1반 3주차 완료/이번주 미션


📍 '긴긴밤' p.47~p.70 두번째 문단까지 녹음파일과 셀프 피드백을 함께 올려주세요. 


(ex. 발음이 부족한 음가 처리가 있었다. 어떤 부분이 강세가 어긋나서 어려웠다 등)


+ 오늘 낭독한 곳까지 오면서 노든이 더 잘 보이고, 노든의 사연이 마음에 들어오게 되었죠? 이 온도로 다시 책의 처음으로 돌아가서 낭독해봅시다. 처음 낭독할 때와 어떻게 달라졌을까요? 같이 한 번 해봐요 👐🏻


‼ 6주차에는 '긴긴밤' 한 권 낭독회를 하고, 7주차 부터는 다른 교재로 수업할 예정이에요. 그때까지 '긴긴밤' 책 한 권 마스터할 수 있도록 각자 스케줄 짜서 연습해야 합니다.‼


(ex. 30페이지씩 연습 후 녹음, 서사를 이끌고 가기)

 


(다음주 월요일(7/29 오후 3시전까지))

-


📍수업내용


▶노든이 왜 마지막 남은 흰바위코뿔소가 됐을까?


▶쉼표 살려서 낭독해주기


▶이중모음. 첫 번째 오는 단모음의 입모양을 확실하게 만들어두고 가야 함.


▶ㄱㅁㅅ 선생님 코칭

  • 평조 연습
  • 음가: 글자의 소리값
  • 평조 연습이란, 음의 높이, 음의 길이, 음량을 똑같이 해서 낭독해보는 것.
  • 사투리 어조로 잘못된 강세를 고치기 위해 모든 강세를 없애는 연습


▶텍스트가 이해가 잘 되면 소리가 안착됨.


▶소리와 호흡은 모양새가 있다. 책 안의 내용을 안착시켜줄 수 있도록 떠있는 목소리라면 '그라운딩'을 시켜줘야 한다.


▶하루의 10분 정도라도 발음 연습을 하고 일상생활 말하기에도 적용시키기.


▶활자 속 그림을 품으려면 오감을 다 써야 하고, 직관적이어야 한다. 우리는 이래서 '활자를 살아낸다'고 말한다.


▶노든은 무너진 철조망 앞에서 계속 망설이고, 생각한다.


▶이 이야기를 통해 (ex. 긴긴밤) 내가 어디까지 이야기하고 나눌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상상할 수록 내용이 풍성해짐


▶'그러다 문득 뒤를 돌아보았다' 여기서 부터 앙가부의 소시를 들을 수 있어야 한다.


▶'혼자 남으면 탈출하는 게 무슨 재미가 있겠어'

  • 노든의 입장에서 앙가부의 소리, 노든이 기억하는 앙가부의 소리를 표현해주기
  • 이게 심층적 레이어 작업


▶단락이 바뀌면서 그 전까지는 앙가부에 대한 마음, 정서 표현(철조망의 서사는 거기까지). 이 후 단락에는 노든의 급박한 환경을 보여줘야 함.


▶ㅈㅇㅈ님 코칭

  • 서술어를 떨어뜨려서 강세 표현을 하는 습관이 있으시다고
  • 문장과 문장이 유기적일 수 있도록 낭독!


▶ 노든이 뭐했다? 이런 식으로 계속 질문하기.


▶발음은 생각, 메시지부터 시작하고 입속 공간 다 사용하면서 얼굴 근육 다 써야 함.


▶'하지만 철조망 안의 동물들과 노든 사이에 설명할 수 없는 어떤 감정이 오갔다.'

  • 너라도 나가. 구해줄 여유 없는 거 알아. 앙가부도 그토록 나가고 싶어 했던 바깥으로. 우리 몫까지 함께.


▶'양동이 속에'

  • '속에' 부분 '쏙에'와 '속에'의 중간 정도 발음으로


▶"나는 새가 아니야. 펭귄이야."

"날개랑 알 때문에 새인 줄 알았어. 나는 노든이야."

"치쿠라고 불러."

  • 우리는 노든에 대해서 많이 알아왔지만, 치쿠와 노든은 서로 처음 소개하는 거. 이 부분 살려주기.


▶"이봐, 새. 저기 보이는 풀밭에서 조금 쉬었다 가는 건 어때?"

  • 이봐!! 새!! 외침으로 거리감 표현. 노든이 지친 것도 표현


▶노든의 문장 템포감은 느리고, 덩치는 커다랗고. 노든은 치쿠를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 보는 시야이고. 이런 것들 생각해서 표현해주기.


▶치쿠는 알 걱정밖에 없음


▶조금씩 조금씩 강세를 주며 똔똔하게 낭독하기!


▶ 노든의 대사에서 어떤 부분이 먹먹했을까?

  • 이제 나와 같은 코뿔소는 더 이상 없대.
  • 내가 마지막 남은 하나래.


▶ 이어지는 치쿠의 사연. 그런 와중에도 치쿠는 어떻게 했다.


▶ 치쿠가 가지고 있는 감정. 노든이 가지고 있는 사연


▶57쪽 마지막 문단

  • 죄책감과 갈등을 다 풀어놓지 않고, '긴긴밤'으로
  • 차분하게 그들의 감정을 존중하기


▶ㅇㅇㅇ님 코칭

  • 비종결어미 늘이는 거 x, 호흡이 뒤로 밀려나감.


▶ 내 코칭

  • 내가 진지하고, 정성껏 하는 건 좋으나
  • 쉽게 쉽게 할 필요도.
  • 진짜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연기로 꺼내보는 예술이 있음
  • 우리는 시스템 안에 살아서 진짜 모습을 다 꺼내지 못함
  • 막지 말고, 분석하지 말고 열린 소리로


▶ 그림이 있고 호흡이 살아가야 함


▶ㅈㅎㅇ님 코칭

  • 문장 끝에서 힘이 빠져서 갈라진 목소리가 나옴
  • 우리가 말할 때 목으로만 말하는 게 아님
  • 몸 전체를 씀
  • 등받이 x, 복근에 힘을 주고!
  • 성우들도 녹음하다가 호흡이 딸리면 복근에 힘주고 시작 한다고
  • 누워서도 하고
  • 뒤로 몸을 젖혀서 배에 힘을 주고 낭독
  • 복식호흡, 뱃힘이 밑 베이스


▶ㅇㅈㅎ님 코칭

  • 빨리 달릴 수 있는 거야?
  • 물음표 낭독을 무척 어려워하셔서 신기했다...
  • 왜냐하면 나는 물음표 대마왕이라서 물음표가 제일 익숙한 사람이라..


▶노든의 성품. 노든의 인간미, 인간성을 보여주며 우리가 어떻게 인간성을 회복해야 하는지 알려주고 있음.


▶활자 안에서 캐릭터를 구축 해야 한다.


▶세상살이 내 마음대로 되지 x

  • 노든은 자신이 뜻하는 대로 복수를 하지 x
  • 그 대신 더 큰 걸 알게 됨.(그게 뭘까)


▶ 그 전에는 묵독으로 끝까지 책을 읽어 봤다면, 지금까지 내용을 읽고 이 정도 온도가 됐을 때 책의 처음으로 되돌아가서 끝까지 낭독하시는 편이라고! (선생님께서 오디오북 녹음하실 때) 이제는 노든이 보이기 시작하고, 노든의 사연이 마음에 들어오게 됨. 이때 처음으로 돌아가서 다시 하면 어떻게 다를까.


📍수업 후 생각한 것들


▶ 다들 '철조망' 낭독할 때 높여서 말하는 경향이 있는 듯.


▶ㅇㅈㅎ님 안정적이나 끊어 읽는 부분과 문장 끝날 때마다 패턴이 똑같아서 좀 진부하다고 느꼈다. 그나저나 나도 한 문장을 끊어 읽기할 때 너무 뚝뚝 끊기는 느낌이 드는 게 걸렸는데... 다른 분들에게도 공통적으로 보이는 부분 같았다.


▶기초반 끝 무렵 부터였나 ㅅㅎㅁㄹ님 정말 잘한다 생각함.


▶묵독 예습했는데 영 그 효과가 발휘된 것 같지는 않음. 3번 버벅였다.


▶치쿠 대사 화내면서 낭독을 5번 정도 한 거 같은데 다 하고 나니까 얼떨떨했다. 표현하고 싶은 게 큰 데 여태까지 눌러 살아서 그런 건가. 그래도 나름 다 표현하고 산다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사람들한테 소리 치며 화낸 적은 없는 것 같다. 가족끼리 싸울 때만 빽빽, 떽떽거렸지.. 가족끼리 싸울 때 못되게 군 경험이 있는데 막상 사람들 앞에서 못 되게 해보라니까 못하겠다. 나 못 됐는데 왜 못하겠지???? 싶었다.


▶그 전에 하신 코칭에 내면에 맴도는 소리라고 하셨는데 이어지는 느낌..


▶▶▶▶▶▶▶▶▶▶




📍셀프피드백

이런 모임도 될까요?

그믐은 2022년 시작된 온라인 북클럽 플랫폼으로,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 자유롭게 이야기하고 교류하는 공간입니다.


독자뿐만 아니라 작가, 출판사 등 누구든지 모임을 개설할 수 있으며, 독서 토론, 작품 분석, 신간 소개 등 다양한 주제로 활동할 수 있어요. 유료 모임을 개설해도 좋습니다. 단순 책 관련 행사 홍보나 독자 간 선물 교환 등도 가능합니다.


그믐과 함께 더욱 풍성한 독서 생활을 만들어가세요.

그믐은 독서생태계의 구성원 모두를 환영합니다.

위기의 역사(오건영)

큼직한 경제위기의 전후를 살펴봄으로써 지금의 경제 상황에 대한 안목을 제시하는 책.

경제 책은 진짜 거의 안 읽었는데, 이 책을 읽으니까 몇몇 경제용어에 대해 조금 감이 잡힌다. 비유와 사례를 통해 최대한 이해하기 쉽게 서술했고 신문기사와 그래프를 많이 인용해서 경제용어에 대한 접근장벽을 많이 낮춰주는 게 장점인 책.

1장인 IMF 외환위기가 가장 인상적이었는데, 아마도 나 역시 어느 정도 겪었고 현재까지도 반복적으로 언급되는 한국 경제사에서 가장 큰 사건이었기 때문이 아닐까. 이 책을 읽고서야 IMF 외환위기가 어떤 상황에서 일어났고 그 여파가 어땠는지를 좀 파악한 것 같다.

다만 이걸 읽고 영화 '국가부도의 날'을 봤더니, 이 책은 상당히 온건하고 중도파적인 시각에서 쓰인 걸 알 수 있었다. 이 책에서는 IMF의 요구가 좀 과했다는 정도로만 그려지고 IMF 구제금융을 신청하게 된 것에 대해서는 그럴 수밖에 없다는 입장인 것 같다. 반면 영화 '국가부도의 날'에서는 IMF 외환위기가 기득권층이 의도적으로 자본권력 중심의 국가 체계로 재편하기 위해 경제위기를 활용하여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IMF 구제금융을 신청하지 않고도 위기를 어느 정도는 극복할 수 있었을 것 같고, 마지막까지도 정보를 틀어쥠으로써 서민의 위기와 기득권층의 이권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IMF 체제로 인해 대규모 구조조정이 이뤄지고 비정규직 고용이 자리잡고 말았다. 양극화의 심화나 비정규직 문제는 비단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상황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IMF 체제가 아니었다면 지금과는 다른 나라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3장인 글로벌 금융위기는 워낙 내용이 복잡해서 꼼꼼히 읽었음에도 완벽히 이해되지는 않았다.

어쨌든 이 책을 통해 연준을 비롯한 국제 경제에 대해 좀 상식도 생겼고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 사이의 줄타기라는 측면에서 경제를 바라볼 수 있게 된 듯.

위기의 역사 - 외환위기부터 인플레이션의 부활까지 경제위기의 생성과 소멸
위기의 역사 - 외환위기부터 인플레이션의 부활까지 경제위기의 생성과 소멸
아무튼, SF게임 - 건너편의 세계로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국내에서 출간된 게임 내러티브 관련한 여러 책들을 통틀어 가운데 가장 좋다. 아무튼 에세이지만 내러티브에 관한 고민이 명료하게 담겨짐.

아무튼, SF게임 - 건너편의 세계로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아무튼, SF게임 - 건너편의 세계로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1038. 힘 있는 글쓰기 (피터 엘보)

‘좋은 부분을 다듬어 그것들이 스스로 어떻게 배치되고 싶어 하는지 알아내라’, ‘원고를 다시 정리한 다음 인쇄해서 한번 더 읽으며 오류를 찾아라’… 솔직히 하나 마나 한 소리들 아닌가 싶다. 글쓰기에 대한 책을 10권 이상 쓴 글쓰기 전문가라는데, 자신의 글쓰기 방법론으로 글쓰기 이외의 주제에 대한 책은 뭘 썼는지 모르겠다.

힘 있는 글쓰기 - 옥스퍼드 대학이 출간한 글쓰기 바이블
힘 있는 글쓰기 - 옥스퍼드 대학이 출간한 글쓰기 바이블
1037. 미움받을 용기 (기시미 이치로, 고가 후미타케)

제목 잘 지어서 베스트셀러가 된 잘 팔린 얄팍한 자기계발서 아닌가 하는 선입견이 있었다. 내가 틀렸고, 좋은 책이었다. ‘자신의 과제에 집중하라’와 ‘행복은 곧 공헌감’이라는 두 결론 중 후자를 이해하는데 시간이 좀 걸렸다. 베스트셀러라고 함부로 무시하면 안 된다는 교훈도 얻었다.


미움받을 용기 (200만 부 기념 스페셜 에디션) - 자유롭고 행복한 삶을 위한 아들러의 가르침
미움받을 용기 (200만 부 기념 스페셜 에디션) - 자유롭고 행복한 삶을 위한 아��들러의 가르침
혼자가 아니라는 깨달음까지의 따스한 여정

분명히 타국의 시대극이고 사회적인 제도도 다른데, 읽다보면 한 청년의 불행과 반항심, 성장이 그런 벽들을 뛰어넘어 다가온다. 사부의 눈물겨운 우정에 속이 터질 때도 있지만(이런 소리를 들으면 죽빵을 좀 날려도 되지않나 싶은 장면이 있으니까...) 주인공은 에이지인데 왜 제목이 사부인가 읽고 나니 훅 마음에 다가온다. 사실 마지막 단락이 반전인가 싶어서 순간 마음이 급속도로 식었다가, 바로 해명이 나와서 가슴을 쓸어내리기도 하고. 독서의 여운은 시간이 지나면 가시겠지. 그래도 이 책을 읽은 것을 언젠가 떠올리면서, 나도 고통 속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고 나중에 에이지처럼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면 그것도 멋질 것이다.

사부
사부
제국은 왜 무너지는가 - 로마, 미국 그리고 새로운 세계 질서

제국은 급속사망/저속노화처럼 무너지기 직전까지도 제법 번영한다. 짧은 책이지만 이것마저 귀찮다면 레이 달리오 애니메이션 보는 걸 추천.

https://youtu.be/I-uG0q2FSgM?si=nPFb2Be0YMj0Fna-&t=50

제국은 왜 무너지는가 - 로마, 미국 그리고 새로운 세계 질서
제국은 왜 무너지는가 - 로마, 미국 그리고 새로운 세계 질서
귀하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월급사실주의 동인 - 평범한 사람들의 '먹고사는 문제'에 대한 문제의식을 지닌 작가들의 모임.


책날개에 써 있는 내용이다. 이 동인에 대해서는 장강명 작가의 책을 읽다가 알았다. 이 동인을 제안한 것이 장강명 작가이고, 그 첫 책인 '귀하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에는 장강명 작가의 작품도 실려 있다. 두 번째 책인 '인성에 비해 잘 풀린 사람'에는 장강명 작가의 작품은 없는 것으로 안다.


작가 목록을 쭉 보고 조금 놀란 것은, 내가 아는 작가가 너무 없다는 것. 와, 내가 한국소설을 진짜 별로 안 읽나보다. 그러고보니 장강명 작가의 어느 책에선가, 우리나라 사람들은 읽는 작가만 읽는다든가? 뭐 그런 비슷한 내용을 읽은 것 같다. 새로운 작가, 새로운 작품은 쏟아지는데 늘 유명한 작가의 작품들만 읽는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책을 많이 안 읽어서 그렇다고 했던가.

생각해보면 나 역시도 책을 고를 때 '들어본' 작가를 우선시하는 것 같다. 도서관에 가서 서가를 어슬렁대다가 밑도 끝도 없이 책을 고르는 것을 좋아하는데, 가만 보면 그럴 때도 내가 고르는 책들은 실은 어디선가 들어본 작가나 제목이다. 마치 회사에서 경력직만 뽑는 것과 같은 경우일까? 경력직만 뽑으면 대체 경력은 어디서 쌓으라는 거냐는 푸념을 본 적이 있다.


순간접착제(김의경)

삼각김밥 공장에서 만난 청년 여성들과 노년 여성의 노동 이야기. '나'와 '예은'이 마카롱가게에서 즐겁게 일했었는데 코로나로 인해 알바를 그만두게 되는 부분이 좀 마음 아팠다. 업무 여건 등이 마음에 들었던 직장을 코로나로 잃어야 한 것도 그렇지만 나름 좋은 관계였던 '사장 언니'와의 관계가 순식간에 무너져 버리는 것이 좀 서글펐달까. 인간관계라는 것도 생계가 보장될 때나 만들어나갈 수 있는 것 같아서,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 관계는 순간접착제로 임시로 때운 신발 밑창 같은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다.


밤의 벤치(서유미)

학습지 노동자의 현실은 내가 잘 알던 것은 아니지만 남의 집을 오가며 일하는 상황의 곤혹스러움이 잘 묘사되어 있었다. 예를 들면 이런 것.

'신발을 벗고 축축한 발로 현관을 지나 방이나 거실로 들어갈 때마다 경진은 교재가 든 가방을 내려놓고 그 자리에 엎드려 자신이 남긴 흔적들을 문질러 닦고 싶었다. 그러나 아무렇지 않은 척 가방을 메고 들어가 수업을 하며 그 물자국들이 빨리 마르기를 간절히 바랐다.'(61쪽)

그리고 육아에 지쳐 밤의 벤치에서의 짧은 휴식을 종일 기다리는 경진과 101동 여자의 상황이 십분 이해가 되어서, 그 짧은 휴식을 주던 오래된 등나무 벤치를 알량한 주차 자리 몇 개를 위해 없애버리는 상황이 너무 현실적이어서, 다른 단편들보다 더 공감하기 쉬운 소설이었다.


혁명의 온도(염기원)

군대와 군무원의 이야기여서인지 가장 이해나 공감이 어려웠다. 생각해보면 소설 속에 나온 상황-노조가 없는데 잘못된 대우에 대해서 항의하기 위해 뭉치지만 결국 단체행동은 실패하고 마는- 자체는 그리 새로울 게 없는데 왜 이해하기 어려웠을까? 너무 표면적으로만 소설을 읽었나 보다. 신병이 당한 사고를 무마하는 상황은 최근의 채상병 사건을 떠올리게 했다. 군대라는 조직에 대해 내가 조금 더 알면 더 몰입했을 것 같은 소설이긴 하다.


광합성 런치(이서수)

급식비 7,000원. 정말 김밥 한 줄 겨우 사먹을 정도의 돈이다. 내 직장에서도 특근매식비가 8,000원인데 정말 8,000원으로 사먹을 게 별로 없다. 7,000원도 알량하지만 이 단가를 올리기 위해 차진혜가 노력하는 과정에서 앱을 이용하고 대신 결제 횟수를 막음으로써 10,000원을 다 쓰지 못하게 한다는 꼼수 아닌 꼼수를 가지고 대표를 설득해야 하는 상황이 기가 막혔다. '한 명당 일 년에 230만원 남짓'인데 말이다. 무능한 홍차장을 자르고 그 업무를 차진혜에게 떠넘기려는 대표가 밉다가도 자기 처지도 모르고 비혼축의금을 물어보는 홍차장이 어이없게 느껴지는 것. 이건 무슨 마음일까?


기초를 닦습니다(임성순)

나름 건축사로서의 이상을 갖고 있는 윤소장이 현장에 투입되면서 현실을 알아가는 과정이 참... 현실적이었다. '왜'를 물어보면 '원래 다 그런 거'라는 답이 돌아오는 게 한국의 일반적인 현실이겠지. 이건 어느 업계이든 마찬가지일 것 같다. "도면에 직선밖에 없잖아. 그런데 이런 사선 하나 들어가면 아주 좋아해. 건축주 새끼들이 졸라 신경써서 도면 그려준 줄 안다고. 사선 하나 넣어주면. 이 바닥이 그렇다."(159쪽) 이 대사 진짜... 너무 한국스럽다.


간장에 독(장강명)

코로나 시기 여행업계의 현실을 보여주는 건데, 이게 내가 회사를 안 다녀봐서 그런지 아주 막 이입이 되지는 않았다. '권고사직을 당한 직원들이 반납하는 노트북에 알록달록한 스티커가 붙어 있으면 총무팀 직원이 "처음 지급받을 때와 같은 상태로 반납하셔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이 부분이 진짜 '어후x' 스러웠다. 나라면 어떻게 반응했을까? '웃기시네'일까, 그냥 떠날까, 집어던질까, 조용히 그 자리에서 스티커를 뗄까? 아마도 속으로는 '진짜 엿같네'라고 생각하면서 스티커를 떼지 않을까 싶다. 총무팀 직원은 죄가 없으니까. 그런데 좀 서글프네. 그러면 대체 누구에게 '웃기시네'라고 말할 수 있는 걸까?


숨바꼭질(정진영)

이 소설이 유일하게 읽다가 갑갑해서 잠시 덮어두었던 소설이다. 인간적이라 할 만한 주거 공간을 갖고자 하는 노력이 천천히 배반당하는 과정이 너무 복장 터져서. 보증금을 제대로 주지 않는 염치 없는 건물주(하, 문자나 쓰지 말지 진짜)에게 엿먹이는 과정은 조금 통쾌했는데 결국 건물주는 손해 보는 거 하나 없이 마무리되는 결말은 현실적이지만 입이 썼다.


카스트 에이지(주원규)

요새 젊은 애들이 알바해서 코인한다던데(심지어 고등학생들도) 딱 그 상황을 그려낸 소설. 근데 내가 이해가 안 간 부분은, 주인공이 왜 여자친구에게 꼬박꼬박 알바한 돈을 상납하고 심지어 집에도 못 들어가고 지하철에서 자는지. 여자친구 돈을 가져다 투자해서 날렸나? 싶었는데 그런 내용은 없는 것 같고. 하긴 찜질방 비도 아까워서 순환 지하철에서 시간을 때우면서 멘토라는 사람한테 돈 갖다 바칠 생각을 하고 있는 게 더 말이 안 될지도 모르지만. 여하튼 주인공의 심리가 도통 이해가 안 갔다.


오늘의 이슈(지영)

내 주변에는 약간 노후대책?까진 아니지만 혹시 몰라서 한국어교원자격증을 따는 사람들이 좀 있다. 근데 이 소설을 보니 역시 그것도 답이 아니다 싶네. 시험 감독하는데 커닝이 나오고, 퇴사를 앞두고 있는데 자잘하게 처리할 일은 계속 터지고, 그 와중에 계좌에서도 오류가 나고... 아주 깝깝한 상황의 연속인데 그래도 마지막에 기대도 안 한 계좌 문제가 해결되는 걸 보고 약간 숨통이 트였달까? 태국의 습한 더위가 훅 느껴지는 소설이었다.


이해와 오해가 교차하는 방식(최영)

인하우스 번역사, 프리랜서 영상번역가, 출판번역가 세 사람의 교차가 흥미롭다. 인하우스 번역사는 회사의 부조리로 인해 프리랜서를 꿈꾸고, 프리랜서 번역가는 늘 매여 있어야 하고 제대로 저작권자로 대우받지 못하는 점 때문에 출판번역가를 꿈꾸고, 출판번역가는 자신의 일이 용돈벌이로 인식되는 게 싫어서 인하우스 번역사를 꿈꾸는 상황. 마치 돌려막기 같다. 근데 맨 앞의 인용구(번역 투 문장)는 정확히 어떤 의도에서 넣은 건지 잘.. 모르겠다.


섬광(황여정)

제일 마음 아팠다. '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은유)도 생각나고. 공수진이 느끼는 무력감이랄까, 자책이랄까도 안타까웠지만,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강물의 상황이 가장 속상했다. 그리고 박연주가 공수진에게 전달한 말- '진짜 하고 싶은 말은 한 번도 못 해본 사람 같다고요. 그런 사람들은 어떤 독한 감정이, 그러니까 경멸이나 환멸 같은 거요, 그런 게 솟구칠 때 꼭 딴소리를 한대요. 뭐랬더라, 객관적으로 바른 말 같은 거랬나? 절대 틀릴 수 없는 말 같은 거요.'-이 공수진에게 얼마나 아팠을까 싶었다. 임용고사에 계속 낙방하고 학교에서 기간제 교사로서 자신의 말을 할 수 없는 상황이 공수진을 그렇게 만든 걸까?


한국소설을 좀 더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동시에 월급사실주의 동인의 소설을 읽으려면 각오가 필요하겠다는 생각도 했다. 외면하지 않겠다는 각오가.

귀하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 월급사실주의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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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9일(금) 이번 그믐밤엔 소리산책 떠나요~
[그믐밤] 29. 소리 산책 <나는 앞으로 몇 번의 보름달을 볼 수 있을까>
이번에는 극단 피악과 함께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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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을 읽습니다 🐋🐕🦍
[현암사/책증정] <코끼리는 암에 걸리지 않는다>를 편집자, 마케터와 함께 읽어요![그믐북클럽] 14. <해파리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읽고 실천해요[진공상태]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이들 모여주세요![성북구 한 책 플랜 비-문학] ③ 『동물권력』 함께 읽기 [그믐북클럽Xsam]19. <아마존 분홍돌고래를 만나다> 읽고 답해요 [그믐북클럽] 4. <유인원과의 산책> 읽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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