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의 아버지와 최근의 체벌 사건으로 유명한 손웅정의 인터뷰집. 그는 15년간 독서 일기를 썼다는데 이걸 출판사에서 포착하고 출간할 계획을 세웠던 거 같다. 다만 6권의 분량에도 불구하고 책으로 내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노출되었던 듯 싶어서 손웅정을 인터뷰이 삼아 출판사 대표이자 과거의 시인인 김민정이 인터뷰를 진행했다.
<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한다>라는 그의 기존 에세이의 동어반복인데 명언과 아포리즘, 한자성어를 일상 대화에서 끊임없이 인용해 넣는 그의 대화법이 인상깊었다. 독서는 주로 자기개발서 위주로 하신 듯.
선수 시절 폭력이 싫어서 이를 고쳐나가기 위해 투쟁했고 왕따가 되었다는 내용이 있는데 최근 체벌 사건과 얽히게 된 건 한편으로 아이러니.
독서에 대해 콩나물 키우기로 비유했는데 콩나물에 물을 줘도 물이 고이지 않고 뿌리 아래로 흘러 내려가는 상황에 대한 묘사. 나의 독서에 대해 고찰해보면 솜사탕을 물에 씻어먹으려다가 어리둥절해하는 너구리 짤방이 떠오르곤 한다. 활자중독이라 책을 강박적으로 읽지만 기억은 하나도 안 나고 지능이 저하되는 기분도 들고 갈 수록 책 읽는 속도만 빨라진다.
작가의 초기 대표작으로 추리소설가가 탐정 역할을 한다. 정작 ‘11문자’는 거의 끝에 가서야 나온다. 바다는 무섭다. 책에 나오는 상황에 빠지지 않기만을 바랄 뿐.
밀실 살인, 사고사로 위장한 살인, 암호 풀이가 나온다. 물론 재미있지만, 설정이나 트릭이나 암호풀이가 지극히 부자연스럽긴 하다. 이런 식으로 물건을 숨기거나 살인을 저지르는 사람이 있을 것 같지는 않네. ‘백마산장 살인사건’으로 출간되기도 했었다.
여름휴가와 휴식법을 주제로 폴인과 짧은 인터뷰를 했습니다. 여러 인터뷰이 중에 제가 제일 앞에 배치된 이유는 사진 때문인 거 같습니다. 저 사진은 볼 때마다 웃기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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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한 콘텐츠: "일·수면·체중·음주 10년간 남겨" 작가 장강명을 만든 기록법
-나를 일에서 해방하게 하는 것: 없음
조금 얄미운 답변일지도 모르겠는데요. 깨어 있는 내내 일 생각을 하는 게 그렇게 싫지 않습니다. ‘일에서 해방되고 싶다’는 마음도 없고요. 다만 제 업무 중 유쾌하지 않은 것들은 있고, 하기 싫은 시간도 있죠. 느긋하게 그냥 일 '생각만' 하는 건 오히려 즐겁기까지 해요. 특히 자전거를 타면서 소설 구상하는데 그때 굉장히 기분이 좋습니다.
-나만의 휴식법: 잠
잠을 많이 자는 편이고, 특히 자정~새벽 2시 사이 꼭 잠들어 있으려 합니다. 그 시간에 자야 몸에 좋다는 말을 듣고 실천하는데 맞는 말 같아요. 낮잠도 자주 잡니다. 조금만 피곤하면 그냥 침대에 누워 20~30분씩 잡니다. 프리랜서의 특권이죠. 하루에 2, 3번씩 낮잠 잘 때도 있습니다.
-2024 여름휴가: 베트남 한 달 살기
베트남에서 한 달을 살고 왔어요. 전 일을 아예 안 하면 오히려 더 힘든 것 같고, 설렁설렁 일하는 게 좋습니다. 낮에는 글을 썼고요. 저녁에는 호텔 몇 곳을 돌아다니며 해수욕하고, 맥주 마시고, 베트남 요리도 즐겼습니다. 다 좋았는데 살이 많이 쪄서 돌아왔어요.
-꿈의 휴가: 섬 여행
여행을 즐기는 편은 아닌데, 가게 된다면 섬으로 가는 게 좋습니다. 섬에서는 바다가 더 가까워서 그런가 봅니다. 아이슬란드나 타히티에서 한 달 정도 머물러보고 싶습니다. 낮에 일을 하고, 저녁에 산책을 하며 그곳 자연을 살펴보고 싶어요.
-상반기 가장 인상깊은 순간: '월간 한우' 모임
월간 한우라고 부르는 작가님들과 친해졌어요. 그 모임에서 한우를 먹은 적은 한 번뿐이지만 어쨌든 모임 이름은 '월간 한우'입니다. 작가님들과 함께 한강 근처 치킨집에서 치킨 먹고 한강에서 돗자리 깔고 맥주 마시며 수다 떨었던 게 기억납니다.
-하반기 기대하는 것: 원고 마감
지금 쓰고 있는 논픽션 원고를 탈고하는 순간을 가장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날 저녁에는 맥주가 꿀맛이겠죠.
-여름휴가 추천 콘텐츠: 『마오』 『여우의 계절』
저는 요즘 다카하시 루미코의 만화 『마오』에 푹 빠져 있어요. 전자책 리더기가 있으시면 이 만화를 여름휴가지에서 보시면 어떨까 하고요. 차무진 작가님의 장편소설 『여우의 계절』도 추천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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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인 #인터뷰 #휴식법 #여름휴가
https://www.folin.co/article/8891
오기환 감독의 작법서. 선정적인 제목에도 불구하고 올해 출간된 작법서 가운데 가장 재미있게 읽었다. 맥키의 작법서가 시니컬한 매운맛이라면 오기환 감독의 작법서는 반쯤 나사풀린 일타 강사의 맛. 강의록을 옮겨놓은 듯한 구어체라 책의 두께에 상관 없이 페이지도 쉽게 넘어간다.
문재인 이후의 교육 - 이범 : 네이버 블로그 (naver.com)
임현님 블로그에서 봤는데 흥미롭다. 언제 한번 제대로 읽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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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사들의 교권을 저해하는 요인은 ① 교사가 충실한 기획과 준비를 하기 어려운 일정, ② 선택하거나 집필할 권한이 없는 교과서, ③ 지나치게 자세한 국가 교육과정, ④ 수업 · 평가를 제약하는 각종 규제, 특히 ‘학년’ 단위 평가, ⑤ 교사 행정업무의 과다 등으로 정리할 수 있다. (p. 59)
진보는 교육감 선거에서 유리하다. 국민의 기본 여론이 진보 교육을 지지하는 편인데다가 진보 교육감 후보는 단일화에 대체로 성공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이 중앙정치와 국가정책의 영역으로 진입할 때 몇 가지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다. 나는 김상곤 장관이 취임할 때 김 장관과 그 측근들, 아니 진보 교육 진영 전체의 약점 두 가지를 내심 걱정했다.
진보 교육 진영의 첫 번째 약점은 대입을 잘 모른다는 사실이다. 진보 교육계에는 ‘입시 때문에 교육을 망친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면서도 입시가 별것 아니라는 식으로 가볍게 여기는 이중적 태도가 팽배해 있다. 마치 부동산 실물을 잘 모르면서 집값을 잡을 수 있다고 믿는 것과 닮은 꼴이다. (중략)
예를 들어 전교조를 중심으로 하는 진보 교육 진영에서는 오랫동안 ‘수능 자격고사화’ 및 ‘수능 폐지’를 주장해왔다. 이렇게 되어 수능의 영향력이 줄어들거나 없어지면 대학 합격 여부를 내신 성적으로 가려야 한다. 한국은 수능과 내신이 모두 상대평가다. 그런데 수능과 내신 중 체감 경쟁 강도가 더 높은 것은 내신이다. 수능은 전국에서 수만에서 수십만 명 단위가 경쟁하기 때문에 적어도 바로 옆 자리 친구가 경쟁상대로 느껴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내신은 바로 주위 친구들이 직접적 경쟁자가 된다. 보통 고등학교에서 문과/이과로 나누어 석차를 매기므로 경쟁 단위는 100~200여 명, 심지어 규모가 작은 학교라면 수십 명인 경우도 있다. 따라서 대입에서 내신 성적의 비중이 커지면 학생들이 체감하는 경쟁 강도는 오히려 높아진다. (p. 91-92)
진보 교육계는 입시와 서열화를 비난해왔을 뿐 입시의 기능과 구조를 밀도 있게 분석하고 대안을 만들어 놓지 않았다. 아울러 ‘구호’나 ‘가치’가 곧 정책이 될 수 있다는 착각 내지 안이함에 빠져 있었다. 이런 태도는 사회운동에 오랫동안 몸담아온 사람들에게서 드물지 않은 모습이다. 규모가 큰 개혁을 성공하려면 중앙 정치 고유의 시야, 그리고 이를 통해 구성된 구체적인 정책 시뮬레이션과 실행계획이 필수적이다. 김상곤 장관의 실패는 개인의 실패가 아니라 진보 교육 진영 전체의 실패였다. (p. 96)
참고로 한국은 OECD에서 고등학교에 낙제가 없는 유일한 나라다. 197년대까지는 한국의 고등학교에도 낙제 제도가 있었는데 이후 없어졌다. 그래서 교실에서 잠을 자고 시험에서 0점을 받아도 법정 출석일수만 채우면 졸업장이 나온다. 이것은 국가의 책무성과 교육의 효율을 방기하는 명백한 포퓰리즘이다. (p. 98-99)
오해할까봐 덧붙이면, 나는 블라인드 채용과 출신학교 차별금지법에 찬성한다. 출신학교 차별금지법 응원 동영상에도 참여했다. 하지만 그리 큰 기대는 하지 않는다. '입구'나 '출구'에서 뭔가를 해보려는 것은 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대학 서열의 '몸통', 즉 대학 교육의 질 자체를 균일화해야 서열화가 완화되고 경쟁이 줄어든다. 그런데 교육의 질을 문제 삼는 순간, 한국 대학 교육의 질이 뒤떨어져 있다는 민낯을 보게 된다. 대학 교육이 서열화된 것만 문제가 아니라 평균적인 대학 교육의 질이 OECD 평균에도 훨씬 못 미치는 문제 말이다. (p. 3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