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결과 나를 뺀 다른 모두에게 몹시 관대한 사람이 돼버렸고, 성정이 너그러워서는 아니고, 타인이 많은 부분에서 나보다 쉬웠다. 간혹 나보다 어려운 타인을 만나더라도, 타인이란 자고로 영원히 견딜 필요 없이 외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나를 대하는 것보다야 쉬운 쪽으로 기울곤했다.
97: 그 이후에도 나는 매일이 조금씩 지겨워질 때마다 무언가를 버렸다. 손이 잘 가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것저것 버릴 때마다 엄마는 자꾸 그렇게 버리기만 하면 속이 헐어버린다고 했고, 아빠는 마음이 뻥 뚫린다면 다 버려도 된다고 했다. 마음이 유약한 나의 부모는 늘 저마다의 방식으로 나를 대했다. 그래서일까. 나는 줍기도 잘 줍고, 버리기도 잘 버리는 사람이 되었다. 내가 다 버려도 괜찮다고 할 사람이 있고, 아무것도 버리지 못해도 잘했다고 할 사람이 있으니까.
182: 그 시기에만 할 수 있는 일들이 있아요. 물론 너무 급할 필요는 없지만, 조금 미성숙할때 도전해서 더 많은 걸 배울 수 있는 일들이 있는 것 같거든요. 그리고 제가 오랬동안 타오르지 않을 것도 알고요. 분명 어느 순간 나는 모든 불을 잠시 끄고 딱 하나의 불씨만 키워둘거라는 사실을 인지하면 조금 더 대범해지는 것 같아요.
90년대의 흥행 감독이었던 강제규 감독의 거대 자본이 동원된 텐트폴 영화. 감독 인터뷰에 따르면 신파를 절제했다는데 신파 씬의 컷이 짧다. 이런 게 절제인지는 모르겠음. 마라 소스를 정량의 1/4만 넣었다고 해서 이걸 마라탕이 아니라 대구탕이라고 할 수는 없는 거 아닌가?
영화가 망한 건 연출을 떠나 시나리오의 문제가 큰데 최소 2고까지는 더 썼어야 했다. 당시 시대상을 자료 조사한 것들을 이야기와 섞이지 않고 분리되어 서걱서걱 씹히는 느낌.
임시완은 준비를 잘해서 러너의 몸을 보여줬고 배성우는 아무리 픽션의 필터를 덧씌워보더라도 도저히 러너의 몸이 아니다. 타고난 골격이 장거리 마라톤을 할 수 가 없는 체형. 그럼에도 팔치기나 자세 등 나름 마라톤 훈련을 받긴 한 듯 싶다.
잔인하지만 강제규는 이 작품으로 영화 커리어가 끝난 걸 수도 있는데 이미 그의 나이도 60대이니까 은퇴할 나이이긴 하다.
열린책들 (240801~240806)
❝ 별점: ★★★★★
❝ 한줄평: 눈부시게 아름다운 여름의 빛을 담은 그림들
❝ 키워드: 여름 | 빛 | 색채 | 초록 | 파랑 | 빨강 | 바다 | 모래사장 | 나무 | 하늘 | 수영 | 들판 | 노을 | 거리 | 해수욕 | 휴식 | 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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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장 한 장 넘기다 보니 하늘의 파랑 빛과 풀과 나무의 초록 빛, 노을의 다홍 빛이 참 인상적이라 생각했는데 출판사 북카드를 보니 장자크 상페의 눈으로 바라본 여름의 빛을 ‘싱그러운 초록, 마음이 들뜨는 파랑, 어지러운 빨강’이라고 소개하고 있더라고요.
✦ 찬란하고 선명하게 빛나는 여름을 담은 그림들이 정말 좋았어요. 그림을 보는 것만으로도 여름휴가를 떠난 기분이 되어 즐겁더라고요. 한낮의 빛, 노을의 빛, 푸른 달이 빛나는 밤의 빛까지 다양한 색채의 여름 풍경을 볼 수 있어서 그림들을보며 참 행복했어요.
✦ 책의 원제는 ‘Vacances’더라고요. 개인적으로는 ‘여름의 빛’이라고 번역되어 출간된 게 정말 마음에 들었어요 ㅎㅎ장자크 상페의 삽화들을 좋아하는데 상페의 다른 책들도 찾아 읽으려고 합니다! [📝 24/08/07]
💡 자크 레다 시인의 소개글을 제외하고는 정말 그림만 있는 책입니다! 이런 책은 정말 오랜만이라 즐겁게 읽었어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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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페의 인물은 그가 지닌 천진함 덕분에 우스꽝스러움에서 벗어난다. 인물은 이러한 천진함 속에서 예상치 못한 뜻밖의 용기, 심지어 무모함이라고 할 수 있을 어떤 것까지도 길어 낸다. 그 때문에 우리는 폭풍을 예고하는 무시무시한 구름이몰려오는 텅 빈 벌판 한가운데로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상페의 인물을 만나게 되는 것이다. 그 인물은 물론 멀리 가지 못한다. 그러나 중도에서 되돌아오지도 않는다. 사람들은 믿음을 가지고 그를 <친구들의 카페>에서 기다린다. 그는 그곳에반드시 도착할 것이다. 그는 결국 우리와 같은 부류니까. (여러분은 상페의 데생 속에서 안쪽 구석 테이블에 앉아, 책에 코를 박고 있는 나를 볼 수 있을 것이다.)
/ 자크 레다(시인), ‘상페의 인물’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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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면 할수록 우리가 마지막 순간에 갚아야 할 것들의 가치가 더 커지는 것 같다. 행복한 삶을 살았다는 이유만으로 세상에 되돌려 주어야 할 것이 너무나 많다. 삶을 통해 스스로의 존재를 과시하며 살아왔지만, 우리는 정작 하루살이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정말 오랜만에 요슈타인 가아더의 책을 본다. 나도 나이를 먹고, 주제마저 삶의 끝이다. 짧지만, 항상 기억해야하는 것, 생각해야하는 것들이 있고 부족한 나는 계속 곰씹으며 잊지 않도록 해야한다.
가가 형사 시리즈 중에 딱 한 편을 읽었는데 일본 출간 순서로 8편에 해당하는 이 책이다(일본 원서의 출간 순서와 한국 번역본 출간 순서가 다르다). 드라마와 극장판 등 영상물은 이 책으로 시작한다고 한다. 두어 시간 만에 후다닥 읽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재미있게 읽었다. 주인공 형사가 비현실적으로 멋있고, 이야기가 과도하게 훈훈하다는 점이 단점이라면 단점.
작가 본인이 스노보드 마니아라서 쓴다고 하는 설산 시리즈의 2편. 전에 ‘질풍론도’라는 제목으로 번역되었는데 단어가 어렵다고 판단했는지 개정판에서 제목을 바꿨다. 능수능란한 이야기다. 핵심은 보물찾기와 술래잡기. 스키장이라는 배경도 재밌다. 공간적으로 한정되며, 방향에 따라 속도가 완전히 달라져 호쾌함과 답답함을 번갈아 느끼게 된다.
최근 세상의 흐름을 생각하면 인류애의 꿈과 같은 설정의 주인공이다. 터키인과 아르메니아인의 혼혈에, 유대인과 결혼해서, 서로가 상대가 속한 민족의 일을 더 고려하려는 마음으로 살아가고. 하지만 주인공부터 자조하듯이 이 구제불능의 순진함은 현실과는 맞지 않지...책속에서라도 누군가가 괴로움 끝에 사랑과 희망을 찾았다는 이야기가 있다는 것이 다행일지 모른다. 그리고 결말이 뻔하다면 뻔한데도 안도하는 내가 제일 뻔한 독자임...
지금이야말로 꼭 필요한 리더십!
이런 류의 리더가 많다면 우리나라 노동 현실이 이렇게 끔찍하지는 않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책이다. 이 책을 쓴 위베라 졸리와 캐롤라인 램버트는 기업 경영할 때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하는 것이 '휴먼 매직'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일은 인간으로서 의미를 탐구하고 성취감을 찾는 행위에 속하기 때문에 기업의 주요 목적이 주주 가치를 극대화하는 것이 아니라 공익에 기여하고, 조화로운 방식으로 모든 이해관계자에게 봉사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런 리더들만 있다면 세상은 공평해질 것이며, 부는 자연스럽게 재분배될 것이며, 노동자들은 기꺼이 회사를 위해 자기 자신을 위해 열정을 불사를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저자들은 '휴먼 매직'이 제대로 이루어지게 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직접 경험해 터득한 노하우들을 털어놓는다.
1부에서는 일의 의미에 대해서 설명하며, 우리가 일을 하는 이유는 단지 돈을 위해서가 아니라 의미를 찾고, 인간이 서로 관계를 맺게 해주는 방법이기도 하며, 인간 심리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왜 일을 하는지 그 목적을 제대로 찾는 것이라고 말한다.
2부에서는 목적의식이 뚜렷한 인간 조직이 바로 기업이며, 단지 매출을 올리기 위해서가 아닌 좀 더 숭고한 목적을 가지고 움직일 때 제대로 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 과정에서 조직원들이 하나가 되는 것은 당연하다. 이런 높은 가치를 기업 스스로 가졌을 때 사람을 존중하게 된다.
3부에서는 휴먼 매직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한다. 많은 기업에서 성과를 낸 직원이나 팀에 주는 인센티브가 얼마나 허상인지를 설명하면서, 실제로 직원들이 일에 몰입하게 하고 좋은 성과가 나게 하기 위해서는 꿈과 연결해야 하며, 인간관계를 잘 맺을 수 있도록 하고, 자율성을 키워 스스로 일하게 하고, 일에 숙련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는 것이며, 어려움에 직면했을 때에도 극복하기 위해 도전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런 자세를 일하는 사람이 갖게 하려면 일단 그들 자신에게 신뢰를 주어야 할 것이다.
4부에서는 그래서 목적의식이 뚜렷한 리더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두루뭉술하게 기업의 이익이나 주주들의 이익만을 챙기는 것이 아닌 숭고한 기업 가치를 가지고 함께 일하는 사람들을 존중해주는 것, 그들이 행복하게 인간관계를 맺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제대로 된 처우를 해주는 것이 필요한 것이다.
이미 우리나라에는 재벌들 또는 준재벌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많다. 선진국 반열에 들어선 지 이미 오래된 우리나라에도 이제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필요할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지금도 자신의 이익을 위해 주가 조작을 한다거나, 어떻게든 비싸게 팔기 위해 기업을 포장하는 데 급급한 것이 아니라 기업의 가치를 제대로 생각하고, 함께 일하는 사람들을 배려하는 그런 기업들이 우리나라에도 제발 많아지기를 바란다. 이 책은 그런 의미에서 기업가가 아니더라도 '인간'의 소중함, 그리고 인간이 살아가면서 꼭 필요한 '일'에 대한 관계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사람이 읽으면 좋을 것 같다.
작가가 사별 후 부인과의 추억을 돌아보는 글, 그리고 작가 본인을 보내고 나서 그 딸이 어머니 사후부터의 경과를 쓴 글, 그리고 추천사치고는 너무 길었는가 굳이 3부로 분류된 생판 남의 글이 합쳐진 짤막한 책이다. 결혼 전보다 결혼 후의 인생이 훨씬 긴 상황에서 첫 만남부터 작별까지를 돌아보니 자연스럽게 반은 자서전이다. 극동 문화권에서, 그 세대에 속한 사람이 짧은 글이라도 이 정도 글을 써서 애정표현을 했다는 것이 흔한 편도 아니고, 담백해서 개인적으로 약간 더 짠하다. 단지, 부인을 처음에 진료한 의사 이야기가 나올 때 그 짧은 페이지에 너무 엄청난 분노가 치밀어서...의사 욕을 이 글보다 더 길게 쓸 수 있을 것 같다만 자제하고. 그러나 바로 이어서 검사 결과를 "암 친구가 왔어요~" 노래하면서 알려주는 부인의 이야기에 또 숨을 내쉬고...딸의 글을 이어서 보니 결국 우리들은 살아있는 한 누군가를 보내고, 마지막엔 내가 없는 세상에 누군가를 남기고 갈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새삼스레 느껴져서 이 더운 날에 살짝 어깨가 시리다.
플랫폼 스타트업 줄폐업 기사를 보 며 마음이 무거워진다. 밤늦게까지 고민하고, 또 고민하며 만들어낸 서비스들일 텐데. 우리라고 시장의 압박에서 예외가 될 수는 없겠지. 하지만 그믐을 아끼며 함께 하는 독자들이 있기에 포기하지 않고, 더 큰 가치를 만들기 위해 계속 노력하려 한다.
그믐을 이용해주시고, 주변에 많이 알려주세요. 여러분의 작은 관심도 저희에겐 언제나 큰 힘이 됩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