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우는 스토리를 지워 버렸다. 후회되지는 않았다."
p.24
(창비출판사를 통해 정식 출간 전인 가제본 책을 제공받아 읽었기 때문에, 정식 책과 페이지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음)
약 10일에 걸쳐 책을 완독했다. 첫날에는 2~30페이지씩 읽었다. 며칠 후 두 번째로 읽었을 때도 그 정도 읽었다. 그러나 반절 정도 읽은 후로는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 새벽까지 책을 붙잡고 있었다. 멈출 수가 없었다. 중심으로 가까워질수록 빨려들어갈 수밖에 없는 소용돌이치는 물살 같았다. 그 물살 속에서 천우신조호에 있는 아이들과 함께 희망과 절망을 오갔다.
이 책은 단순히 청소년 문학으로 분류할 수 없다. 동시에 어느 책보다도 청소년 문학이다. 단순하고 가벼워 보이는 소재로, 새로울 것 없는 플롯으로, 인생사를 촘촘하게 재현했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 ‘안개 속에 갇혔다.’ ‘망망대해에 버려진 것만 같다’ 등의 비유적이고 과장된 언어가 나에게 문자 그대로 벌어질 수도 있다고 생각하며 사는 사람이 어디에 있을까? 그것이 행운이든 불행이든 말이다. 어린아이이든, 어른이든 똑같다. 나에게는 설마, 아무렴, 그런 일은 없을 것 같다.
하지만 기어코 닥쳐오는 상황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또 구원받는다. 바다 한가운데 큰 파도 위에 떠다니는 작은 요트처럼. 그중 몇은, 아니 대부분은 파도에 삼켜져 난파되기도 한다. 다만, 몇몇은 전복되지 않는다. 전복되더라도 물에 흠뻑 젖어 천근만근 무거운 몸일지라도 일어나곤 한다. 그러면서 나 자신을 찾기도 하고 잃어버리기도 한다. 그것이 어떤 의미이든. 이 책은 이러한, 그러한 이야기이다.
처음 인용문은 서평을 위해 책을 다시 읽다가 새롭게 다가온 구절이다. 이 두 줄로 가슴이 저릿했다. 지금도 저릿하다. 이 두 줄이 천우의 이야기(스토리)의 시작이자 끝 같다. 마치 예고처럼. 복선처럼.
생각해 보면 매년 한 번씩은 춘천을 다녀왔던 것 같다. 파주도.
여름이나 가을에 주로 다녀왔는데, 당일치기로 다녀올 때는 남형석 작가님의 '첫서재'를 방문하기도 했고, 하룻밤 자고 와야겠다 싶을 때는 항상 같은 숙소를 찾았다. 얼마 전에도 그 숙소를 검색해 봤는데 다행히 사라지지 않고 굳건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왜 유독 춘천이었을까. 그 시작이 언제였을까를 곰곰이 생각해 보니 26살이던가? 늦었다면 늦은 나이였지만 혼자 떠났던 첫 여행지가 바로 춘천이었다. 그때는 춘천에 아무 연고도 없을 때였는데, 그리 멀지도 가깝지도 않다는 게 그곳을 첫 여행지로 고른 단순한 이유였다. 아마 그렇게 시작됐던 것 같다. 춘천과 파주를 매년 찾는 나만의 루틴이.
그리고 그제, 올해 처음으로 춘천을 다녀왔다. 가장 좋아하는 작가님의 강연이 열린다는 소식을 접하고 마음이 설레었다. 서울에서도 종종 강연 소식을 접하긴 했지만, 회사 교육 기간과 자꾸 겹치는 바람에 갈 수 없어 아쉬웠는데, 이번에는 시간 연차(탄력근무제가 있는 직장이다)를 잘 쓰면 가능할 것 같았다. 그동안은 춘천을 갈 때마다 꼭 지하철을 타곤 했다. 기차보다 시간이 훨씬 더 오래 걸리지만,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천천히 흘러가는 창밖의 초록 풍경을 멍하니 바라보는 시간, 종점으로 향할수록 승객들이 열차에서 한 명 한 명 내리며 한산해지는 시간, 그렇게 몇 남지 않은 승객과 몸이 닿을 필요 없이 헐렁한 좌석에 띄엄띄엄 앉아 책을 읽는 시간을 좋아했다. 반복적인 열차의 진동이 마치 요람처럼 느껴져 꾸벅꾸벅 졸기도 했다. 늘 분주한 서울과 달리 춘천으로 향할수록 몸도 마음도 여유롭게 늘어지는 감각이 좋았다.
하지만 이번 여행은 그런 여유를 부릴 시간이 없었다. 목적지와 일정이 명확하게 정해져있었다. 그래서 ITX-청춘열차라는 걸 처음 타봤다. 덕분에 길도 헤맸다(사실 원래도 길치다). 새롭게 알게 된 놀라운(?) 사실은 ITX-청춘열차는 지하철과 같은 홈에서 탄다는 점이다. 촌스러워 보여도 할 수 없다. 나는 이걸 이번에 처음 알았다. 분명 열차가 들어온다는 안내 방송이 들려오는데, 내 눈에 보이는 건 지하철 홈밖에 없어 우왕좌왕하고 있던 찰나, 웬걸. 그곳으로 ITX-청춘열차가 들어오고 있는 게 아닌가. 처음에는 이걸 타도되는 건가 싶어 긴가민가 하다가 '에라 모르겠다' 싶어 열차에 올랐고, 다행히 내가 예매한 좌석을 찾을 수 있었다. 남춘천역까지 가는데 예상 소요시간은 약 1시간, 자리에 앉아 챙겨온 책을 꺼내 읽기 시작했다. 다자이 오사무의 단편집 『청춘』과 김기태 작가님의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을 챙겨왔는데, 이번에는 김기태 작가님의 소설을 꺼내 읽었다. 요즘 푹 빠져있는 소설이다(읽을 때마다 혼자 키득거리는 포인트가 있다).
ITX-청춘열차는 확실히 경춘선 지하철보다 빨랐다. 창밖으로 다채롭게 펼쳐진 푸릇푸릇한 여름 풍경을 감상하고 싶었지만, 승객들이 커튼을 내리고 깊은 잠에 빠져있는 것 같아 엄두도 못 냈다. 가만히 책을 읽으며 열차 안의 고요함에 나도 함께 젖어들었다. 똑딱똑딱 잘도 흐르는 시간과 비례한 평온함에 몸이 녹아내리나 싶었는데, 어느새 열차는 남춘천역에 도착해있었다. 1년 만이던가, 반가운 마음을 즐길새도 없이 개찰구를 향해 다다다다 뛰었다. 그때부터 걷고 버스를 타고, 행여나 방송을 놓칠세라 온 신경을 곤두세운 채 경직된 자세로 버스 손잡이를 꼭 잡고, 내리고, 다시 또 다다다다. 그렇게 내 눈앞에 '커먼즈필드 춘천 안녕하우스'가 보였다. 사실 단번에 찾은 건 아니고, 옆 건물에 잘못 들어가는 바람에 혼자 '어떡해 어떡해'를 연발했던 건 (안) 비밀이다. <우리는 타인과 꼭 연결되어야 할까>라는 주제로 춘천문화재단에서 주관하는 인문 아카데미가 이곳에서 곧 진행될 예정이었고, 내가 춘천을 찾은 이유이기도 했다. 강연 제목은 "상상으로 만든 동네, 현수동", 강연자는 장강명 작가님이었다.
정신없이 달려온 보람이 있었다. 강연이 시작되기까지 시간이 꽤 남아 있어 좋은 자리가 많았다. 하지만 자리를 고를 때마다 매번 고민에 빠지곤 했다. 가장 앞자리, 그것도 정중앙에 앉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막상 그렇게 앉으면 작가님과 눈을 마주칠 때마다 부끄러워 강의에 집중하지 못할 나를 알기에. 그래서 작가님의 북토크나 강연을 갈 때마다 욕심을 내려놓고, 애매하게 대각선, 그것도 앞에서 두세 번째 줄 정도? 에 조심스럽게 앉곤 했다. 하지만 앉은키가 작은 편이라(일어서도 작기는 마찬가지) 앞사람의 체격에 따라 복불복으로 시야가 가려질 때가 많았다. 그런 날이면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퍽 속상했다. 이번만큼은 그럴 수 없었다. 큰마음 먹고 춘천까지 시간 연차를 내면서 왔으니 제대로(?) 보고 싶었다. 그래서 용기를 내 나름대로 중앙, 앞에서 두 번째 자리에 앉았는데, 맙소사. 강연이 시작될 때까지 내 앞에 아무도 앉지 않는 바람에, 작가님의 정면에 떡 하니 앉아있는 꼴이 되고 말았다. 강연이 시작되고 작가님을 마주하고 있는 게 쑥스러워 시선을 피할까 잠시 고민했다. 그러다 애써 태연한 척 눈을 마주쳤다. 다행히(?) 작가님은 한자리에 가만히 앉아 계시지 않고, 준비해 오신 PPT 자료를 요리조리 짚어가며 무대를 종횡무진하셨다. 화면에 띄워주시는 지도와 그림, 역사 자료 등이 신기해서 긴장감은 서서히 잦아들었고, 온전히 강연에 몰입하고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리고 강연은, 하... 말해 뭐 해. 너무 좋았다. 현수동이라는 상상의 동네를 말씀하시며, 광흥창역과 현석동뿐만 아니라 한강과 지리, 역사, 인물 등 온갖 시대 배경까지 세세하게 설명하시는 모습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사회자님의 말씀처럼, 동네를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연구하신 흔적이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아무튼, 현수동』을 읽을 당시 머릿속에 잘 그려지지 않았던 상상의 동네가 눈앞에 현실로 펼쳐지는 기분이었다. 작가님이 꿈꾸는 동네는 단순한 주거지의 형태가 아니었다. 사람 사는 냄새가 나는 따스한 마을이었다. 끊임없이 새것만을 추구하는, 업데이트에 중독된 세상에 반하는 작가님의 목소리가 생생하게 다가와 마음을 울렸다. 어릴 적 내가 살았던 동네의 역사를 연구한다는 건, 그 동네를 사랑하는 또 하나의 방식이겠구나 싶었다.
작가님의 블로그 대문 사진은 과거의 현석동 모습이다. 좋은 일이 많았던, 소중한 동네라고 하셨다. 나에게 그런 동네는 어디였을까를 곰곰이 생각하다 가장 먼저 떠오른 한곳이 있었다. 사실 작년 장기휴가 때도 몇 년만에 그곳을 다시 찾았었다. 시간이 흘러도 변함없이 소중한 곳, 역시 나는 추억이 가득한 동네가 좋구나, 더 나아가 이야기가 있는 삶을 사랑하는구나 싶어 웃음이 났다.
(내 블로그 대문 사진도 바꿔야지)
그렇게 한참 동안 강연에 푹 빠져있었는데, 이제 질문을 받겠다는 말씀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제야 손목시계를 봤다. 시간이 벌써 이렇게나 흘렀다니! 아쉬운 마음이 가득했지만 강연이 끝나자마자 자리에서 일어나 걸음을 재촉했다. 그곳을 나서기 전, 작가님께 조심스레 인사도 드리고 싶었지만, 괜히 또 그러면 부담스러워하실 것 같아 마음만 고이 간직한 채 안녕하우스를 나왔다. 다시 서울로 돌아갈 길이 까마득했지만 그럼에도 좋았다. 무더운 날씨처럼 마음속에도 온기가 가득 차오르는 기분이었다. 이열치열이라고 하지 않던가(뭐래).
이번에 만난 작가님의 모습은 옛날식으로 치자면 동네에서 가장 유능한 이야기꾼 같았다. 옷차림도 자유분방하고 말이다(하하). 만약 내가 과거에 태어났더라면, 마을에 이 이야기꾼이 온다는 소식이 돌 때마다 와다다다 뛰어가서 가장 앞자리 흙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기다리고 있지는 않았을까, 하는 기분 좋은 상상도 해보았다. 건물 밖에는 연인이 기다리고 있었다. 작년에 경춘선 지하철에서 위험한 일을 당했던 나를 걱정하며, 퇴근하자마자 춘천으로 달려와준 연인이 고마웠다. 그는 저 멀리서 손을 흔들고 있었다. 반가운 마음에 저절로 입가에 미소가 피어올랐다. 오늘 강연이 너무 좋았다고, 행복한 밤이라고 재잘재잘 떠들어대는 나를 보며 연인은 익숙하다는 듯 씩 웃었다. 그리고 내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말했다.
"역시 화수분"
산재 사망 전 남편의 마지막 식사 ‘김치김밥’을 말다 [은유의 ‘먹고사는 일’] < 은유의 ‘먹고사는 일’ < 사회 < 기사본문 - 시사IN (sisain.co.kr)
'산재 사고가 너무 자주 일어나니까 사람들이 또 일어났네, 이렇게 돼요. 무감각해진다고 해야 하나 무뎌진다고 해야 하나. 그게 너무 마음이 아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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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이라는 거, 돈벌이라는 거
진짜 쉽지 않고 마음 아프다.
전태일의료센터라는 곳을 건립하는구나.
잘 모르지만 일단 만 원이라도 기부했다.
세상은 요지경이고 폭염에 에어컨도 없는 집에서 엄마는 입술이 부르트고 밤잠을 설치다 코로나에 걸렸다. 2시간 겨우 자다가 깨고 있다고 한다.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이대로는 안될 것 같은데. 사회는 불합리하고 안전하지 못하다. 그런데 세상을 바꾸겠다는 생각도 위험하게 작동될 수 있다고 한다. 방관하고 싶지 않은데 섣불리 행동하면 어떤 다른 문제가 더 발생할지도 모르겠고. 뭐가 맞는 건지 모르겠다. 어떻게 보면 세상은 다채롭고 환한데, 조금이라도 고개를 틀면 세상은 너무 어둡고 두렵다. 뭘 믿고 살아야 할지, 믿을 만한 게 있긴 한 건지. 모르겠다.
고미숙의 숫타니파타
1.그물(욕망의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같이
진흙(타인의 시선)에 물들지 않는 연꽃같이
어떤것에도 의존하지 않고 혼자서 무소의 뿔처럼 가라
2.천상천하 유아독존 인간은 본래 존귀한 존재이다
일체개고 아당인지 일체 모든 것이 괴로움이다
3.탐-탐욕, 갈애- 저팔계
진-분노, 폭력- 손오공
치-무명, 어리석음- 사오정
탐심: 소유는 쾌감으로 쾌감은 갈애와 중독으로 중독은 폭력으로 쾌락은 겹핍과 고통을 낳는다
진심: 오만과 폭력, 독단과 폭력, 오롯이 내 견해가 옳다
치심: 어리석음, 무지, 망상, 자포자기, 혼침(졸음), 무지에 대한 무지를 타파하라
4.욕망은 독화살이다. 갈애를 끊어버리면 허물을 벗은 것처럼
분노를 끊어버리면 이세상 저세상도 다 버린다
5.감각을 수호하고 마음의 밭을 갈아라
우리 몸은 조건에 의한 일시적 조합, 있는 그대로 보라
슬픔은 쾌락에서 나오고 불안은 인정을 추구하는 데서 나온다.
감각을 수호하고 욕망을 제어해서 청정한 삶을 살아라 선한 에너지가 운명을 바꾼다
평안을 얻기 위해서 찰나를 그냥 보내지 말고 철저하게 배우고 용맹정진 하라
순간을 헛되이 보내면 지옥에 떨어져 슬퍼한다 방일하지 말고 명지로써 자기에게 박힌 화살을 뽑아라
6.일체가 불타고 있다. 탐욕의 불, 성냄의 불, 어리석음의 불로 불타고 있다.
자본은 증식할 뿐, 멈추는 법을 모른다.
열반: 욕망의 불꽃이 꺼진 상태
생각(뇌)과 언어(입)와 행위(발)을 돌아보라 여기서 카르마(업)가 발생하다
업을 바꾸려면 출생을 묻지말고 행위를 물어라 행위에 의해서 천한 사람이 되고
행위에 의해서 고귀한 사람이 된다.
7.무아: 고정되어 변하지 않는 실체로서의 내가 없다
무명:형성-의식-접촉-느낌-갈애-집착-동기-자양-동요-떨림-의착-소멸을 모름
유전연기: 이것이 있으니 저것이 생겨난다 찰나생
환멸연기: 이것이 사라지면 저것이 소멸한다 찰나멸
존재와 세계는 모두 연결되어 있다. 생성과 소멸은 둘이 아니다. 세계는 쉬지 않고 변화한다
8.무주상보시: 대가없이 베푼다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서하는 노동은 소외된 노동
누군가의 특권은 누군가의 고통 / 존재하는 모든 것은 행복하여라 공감과 연대의 충만함
9.이세상도 저세상도 다 버린다
사성제: 고-이것이 괴로움이다, 집-괴로움의 발생, 멸-괴로윰의 소멸, 도-괴로움의 소멸에 이르는 길
사대오온: 집착과 괴로움의 덩어리로 윤회, 왜 우리는 이 슬픔을 계속 반복해야 하는가
윤회의 수레바퀴를 벗어나려면? 무명을 타파해야한다
업의 방향과 속도를 바꾸는 것: 핵심은 행동과 의도(애착과 욕망에 벗어나야)
10. 좋은 벗과 함께간다
진리는 머무르지 않는다 바람이 되고 빛이 되고 파동이 된다/ 아라한에서 보살로
달라이라마: 이타주의를 온전히 행할 때 가장 평안하다 자기를 향하고 있으면 늘 긴장하고 괴롭다
인간답게 산다는 것은 나로부터 벗어나서 얼마나 이 세계와 공감할 수 있는가?
공명을 일으킬 수 있는가 거기에 달려있다 천지만물과 공감한 만큼 군자이고 성인이다
무아를 체득하는 만큼 타자, 생명과 접속하는 힘이다
모든 존재가 자기를 스스로 해방할 수 있도록 구도자가 되는 것
혁명은 모든 존재의 구도자가 되어 붓다가 되어 그 지평선 위를 달려가는 것이다
어떤 것에도 의존하지 말고 자기자신의 내면을 믿고 자신의 힘으로 자기를 해방하러 가는 길에
좋은 벗과 무소의 뿔처럼 함께 가라.
ㅇㅇㅇㅇ
나는 게이고가 쓴 가장 뛰어난 작품이 이 소설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지 만, 어쩌다 보니 이 작품이 게이고의 대표작으로 통한다. 아내는 이 작품의 주제가 ‘진실은 강하다’라는 거라고 말한다. 나는 이 작품에 생각할 때 내용보다는 게이고가 6번이나 후보에 오른 끝에 나오키상을 수상하고 눈물을 흘렸다는 이야기가 기억난다. 거장도 인정 욕망으로 고민이 많았구나. 그런데 저 일화의 출처를 못 찾겠다. 설마 내가 만들어낸 기억은 아니겠지.
어쩌다 보니 히가시노 게이고가 쓴 소설 시리즈 중 유일하게 블랙 쇼맨 시리즈만 다 읽었다. 취향에 맞아서가 아니라 그냥 전자책 구독 서비스에 다 올라온 유일한 시리즈여서다. 얇기도 하고. 게이고는 블랙 쇼맨에 대해 ‘곁에 두고 싶은 든든한 히어로’라고 표현했는데, 근처에 이런 사람이 있으면 재미있을 거 같기는 하다. 든든하지는 않을 거 같지만. 가가 형사가 더 좋다.
체질 개선과 건강 상식에 관한 익숙한 책이지만 실험과 근거에 관한 내용이 구체적으로 기록되어 있어서 덜 모호한 느낌. 운동 후에 비타민C 섭취를 자제해야하는 등 새롭게 알게 된 내용도 있고 일단 이런 종류의 책을 읽으면 잠시나마 식단 관리에 신경쓰게 된다.
미움받을 용기도 그랬지만, 기시미 이치로가 말하는 삶을 잘 사는 법이란 참으로 간단하다.
너도 알고 나도 알고 모두가 아는 사실이어도 행하기가 참 어려운 것.
기시미 이치로와 함께라면 인간관계에서 힘들 일은 없을 텐데,
두 번의 책을 함께한 나는 아직 인간 관계가 참 어렵다.
죽음이란 무엇인가.
역설적으로 사는 건 또 무엇인가.
인생이란 무엇인가.
나를 알고 남을 알고 힘들어도 삶을 살아가는 것.
철학자 황제가 전쟁터에서 자신에게 쓴 일기인 ‘명상록’은 어떻게 보면 유서 같기도 하다.
죽음의 순간 어떻게 살지, 살 수만 있다면 앞으로의 인생을 어떻게 꾸밀지 알 수 있다니.
그래서 나도 죽어보기로 결심했다.
철학자 황제따라 유서 한 번 써보겠다는 말을 무시무시하게 한 것 뿐이다.
요즘 인터넷이 발달해서 그런가 온라인에서 공짜로 유서 쓰는 것 또한 가능하더라.
해 보고 싶은 사람 있으면 해 보는 걸 추천한다.
사실 가볍게 쓰려고 들어갔지만, 막상 작성하려고 보니 한참을 모니터만 바라보았다.
오늘 시간 괜찮으면, 다들 한 번 생의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유언장 써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듯…
그런데 죽어가고 있죠.
싹이 마르고 있어요.
수명을 다 했다고 죽게 내버려 두라지만
나라도 지킬 거예요.
클럽을 열 겁니다.
정말요?
네.
무엇이든, 언제든
어떤 식이든 원하는 걸
읽는 곳이요.
책이기만 하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