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덤 기반의 브랜딩과 마케팅을 다루는 듯 싶지만 그냥 K팝 저변에 있는 팬덤 문화의 사례를 소개한다. 내용의 밀도가 낮아서 한 시간이면 완독.
🚩심화1반 6주차 완료
📍 <긴긴밤 낭독회>
대본
안녕하세요. 누리입니다.
제가 긴긴밤에서 와닿은 부분은
이름을 갖고 싶어하던 어린 펭귄과 노든의 대화 부분이에요.
왜 이 부분이 마음에 와닿았는지, 제 이야기를 들려 드릴게요.
몇 년 전부터 제가 자주 하는 질문이 있어요.
여러분은 스스로가 선택하지 못하고 그냥 갖고 태어난 것 중에, 가장 마음에 드는 게 있다면 그게 무엇인가요?
여러 사람한테 물어봤고 다양한 대답이 있었어요.
부모님, 여유로운 가정 형편, 하얀 피부, 좋은 목소리.
저는 이름이었어요.
제 이름.
'세상'이라는 뜻에 순우리말. 누리.
사실 이 질문은 제가 선택하지 못하고 제게 주어진 것들이
다 마음에 들지 않아서 투덜대다가 떠올랐어요.
저는 뽐낼 만한 능력도 없고, 외모가 출중한 것도 아니고, 성격은 꼬였고.
미디어에서는 가난해도 가족끼리 서로 사랑한다는 데 사랑은 개뿔. 가정 내의 싸움의 끝이 뉴스에 나오는 건 아닌지 최악의 시나리오를 쓰다 지우다 조마조마하며 살았어요. 이 우울함과 외로움.
내가 가진 것들은 매번 볼품없어서 부끄럽고,
부끄러워하는 스스로가 초라해서 자주 화가 나고요.
이런 저에게 이름 하나는 마음에 들더라고요.
이런 나라도 세상이 될 수 있다고. 나한테 주어진 이 못난 세상을 끝까지 살아내는 게 내 사명일 수 있겠다고. 혼자 생각도 해보고요.
그런데 긴긴밤에서, 정말 중요한 것에는 이름이 없다고 하네요.
어린 펭귄은 책의 시작에서 말해요. 나에게는 이름이 없다고.
하지만 이름이 없어도 나는 내가 누구인지 알고 있다고.
저도 제 이름 없이도 제가 누구인지 알 수 있을까요?
다른 누군가도 이런 저를 알아봐 줄 수 있을까요?
지금부터 저의 낭독을 시작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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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낭독은 여기까지 입니다.
다음 낭독은 ㅇㅈㅎ 선생님입니다.
단정하고 깔끔한 낭독으로 매번 저를 배 아프게 만드셨는데요.
ㅇㅈㅎ 선생님은 부드러운 목소리 속에
숨겨진 강인함까지 갖추고 있으셨어요.
날이 갈수록 선명해지는 윤정호 선생님의 매력에
다들 함께 빠져보시면 좋겠습니다.
ㅇㅈㅎ 선생님, 다음 낭독 부탁드리겠습니다!
왜 권력은 필연적으로 부패하고 악인은 권력에 집착하게 되는가에 관한 자극적인 주제를 인류사부터 진화 심리학, 자연 과학을 오고가며 훑는다.
'~의 심리학'이라는 식상한 국문 타이틀이 오히려 책의 매력도를 30%쯤은 떨구는 느낌. 인류를 향한 혐오와 긍정의 양가적인 감정이 롤러코스터처럼 오르내리는 걸 경험하게 된다.
"사소하게라도 미소 지을 만한 일을 만들어야 한다. 아무리 강해도, 아무리 똑똑하고 터프해도, 세상은 반드시 우리를 무너뜨릴 방법을 찾는다. 그럴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한 가지, 버티기다."
데이지 존스 앤 더 식스는 배경도 좀 좋아하는 시기이기도 하고 읽으면서 즐거운 부분도 많았다만, 개인적으로 연애소설에 좀 취약하고(그래도 재미있게 본 연애소설이 없는 건 아니니, 나의 감성세포가 말라죽지는 않았...겠지?) 데이지를 잘 이해할 수가 없어서 저자의 다른 작품을 또 손댈줄은 몰랐다. 한국판 제목에 낚인 탓인데('더...더 어떻는데?') 연애 파트는 여전히 소화가 잘 안 되었다만(주인공이 '이 세상에 존재하는 사람이 아닌 것 같다'고 할 때 공감이 가슴에서 우러나온다) 최악의 인상으로 만난 사람과, 다른 이들이 알아줄 수 없는 감정을 공유하고 서로 천천히 버팀목이 되어준다는 것이 좋다. 연애도 그렇고 서로 보듬어주는 과정도, 소설이니까 그렇지 이런게 어딨냐 싶을 수도 있지만...그래서 이야기라는 게 좋은 게 아니겠는가. 누군가를 보내고 일어서는 일은 인생에서 반복될 수 밖에 없지만, 그걸 혼자 겪지 않아도 될 거라고 책 속에서라도 믿을 수 있다는 것이.
사이토 다카시는 일본의 베스트셀러 작가라는데 잘 모르겠다. 제품 메뉴얼 같은 책을 꾸준히 쓰는데 의외로 이런 책들이 일본에선 잘 팔리는 듯. 만화책을 활용한 글쓰기 훈련법이 소개되는 덕분에 표지 디자인이 애니메이션 이미지. 입시 및 입사 요령을 비롯해 일본인이라면 도움이 될 법한 글쓰기 노하우가 담겨있다.
빌리 아일리시가 영화 음악에 참여한 픽사 애니메이션. 코로나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당시 극장 개봉을 하지 않고 디즈니 플러스로 상영되었다. 요리 레시피대로 정량의 계량컵으로 스토리를 만든 흔적인데 신기하게도 재미가 없다.
<노 웨이 아웃 : 더 룰렛>라는 제목과 부제에서 알 수 있 듯이 산만하고 쓸데없이 선정적인 소재로 가득하다. 그나마 중간에 끊지 않고 볼 수 있는 건 신파가 덜하고 염정아나 유재명, 김무열 등의 연기가 볼만하다. <대외비>의 시나리오를 쓴 이수진 작가의 작품인데 개인적으로 대외비가 그저그랬어서 별다른 기대가 없다. 어쨌든 4화까지 진행하는 동안 서너 개 이상의 서브 플롯이 얽혀있고 스토리는 산으로 가는데 8회로 종결될 예정이다.
무한한 우주 속 두 사람 간의 편지라는 멋진 대비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인터스텔(2014)"에는 기후 위기로 인해 생존의 기로에 선 근미래에, 인류의 새로운 거처를 위해 우주로 탐사를 떠난 주인공(쿠퍼 역, 매튜 맥커너히)에게 딸(머피 역, 제시카 차스테인)이 오랜 시간 전송한 영상편지가 재생되는 장면이 있다. 영상편지는 처음에 '보고싶다, 기다리겠다'와 같은 내용으로 시작하다가 영화의 핵심적인 반전에 따라 원망으로 가득 차게 되며 중단된다.
본 작품 "당신을 기다리고 있어"는 '결혼식을 앞둔 어떤 남자가 사랑하는 이(여자)에게 보내는 편지'라는 독특한 형식으로 이루어진 소설이다. 남자가 화자로서 이야기를 끌고 가기에 독자 어느 누구라도 이 남자에게 몰입이 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한편, 신기하게도 독자는 그 여자의 입장이 되어 이 소설을 읽는 기분도 동시에 든다. 나 역시 소설을 읽는 동안 앞서 인용한 "인터스텔라" 영화에서 딸의 영상편지를 밤새워 읽는 주인공이 된 듯했다. 또한 영화 "인터스텔라"와 본 소설은 '성간(interstella) 여행' 그리고 상대성이론'이라는 중요한 소재를 공유한다. 다만 영화는 이 '상대성이론'이 영화의 물리적 기초로서 기능하는 수준이었다면 소설은 작품 내 세계의 물리적 기초를 넘어서 이야기의 시작이자, 나아가 '사람과 사람'의 이해 또는 오해에 대한 은유이기도 하다는 점이 중요한 차이이다.
소설은 이 상대성이론에 따른 시간 활용(?)이 모종의 서비스로서 보편화된 시대라는 점이다. 여자가 가족의 배웅을 위해 '성간 여행'을 다녀오는 것에 맞춰 남자는 여자를 기다리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역시 '기다림의 배'에 탑승하기로 한다. 광속에 가깝게 운동하는 물체는 그보다 느리게 운동하는 물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시간이 천천히 흘러간다는 상대성 원리에 따라 지구 주위를 광속으로 여행하는 '기다림의 배'를 이용하면 기다리는 시간도 줄일 수 있고 또 여자와 나이를 비슷하게 맞출 수도 있다.
하지만 계획대로 되기가 힘들다는 게 인생사일터, 특히 이 '기다림의 배' 여행에는 치명적인 리스크가 있었으니 귀환 시간을 계산하는 데 고작 몇 분의 오차라도 지구 시간으로 환산하게 되면 연(年)단위가 되어버린다는 점이다. 이는 상대성 이론에서 가져온 내용이기도 하지만 사실 사람과 사람 간의 의사소통에서 발생하는 오해의 전형적인 모습과 동일하다. 나의 뜻은 그게 아니었는데 그 순간의 어떤 미묘한 실수 또는 사건으로 인해 상대방에게 잘못 전달되고, 사랑하는 연인이라 할지라도 그 둘 간에는 그들 각자의 삶에서 비롯된 심연이 존재할 수 밖에 없기에 완벽한 이해란 있을 수 없는 것. 즉 이 작품에서 필연적일 것까진 아니나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어긋남이란 어쩌면 본래 인간 관계에서 발생하는 어긋남에 대한 은유는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스토리에 대한 감상으로 되돌아와 개인적으로 네번째 편지(4장)이 인상깊었다. 비로소 주인공은 사랑하는 연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는데, 그녀는 이미 그 두 사람의 시간이 - 이미지로 표현할 수 있다면 -벌어져 다시는 교차를 가늠할 수 없는 각각의 시간선을 탄 것을 마음 속으로 삭혔는지 다음과 같이 말한다. "당신이 기다릴 거라고 생각해서 가는 게 아냐 ... 이 편지가 도착했을 땐 이미 나는 잠들어 있을 거야, 답장을 해줘. 깨어나서 볼 테니까. 당신이 어떤 선택을 했든 서운해하지 않으려 해. 나는 내 선택을 했고 당신은 당신의 선택을 한 거니까. ... 그래서 잠을 자려고 해. 나쁜 생각을 하지 않도록. ... 도착했을 때 아무도 없으면 많이 슬플 것 같아. 항구에 당신이 없으면 예식장에 갈 거야." 작품의 말미에서 암시되는 장면과 더불어 소설 중간 중간에서 남자가 무너져내리는 마음가짐 혹은 정신을 버틸 수 있게 도와준 것도 아마 위와 같이 담담하면서도 조용한 결의에 찬 여자의 편지 덕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여자의 편지 후 '돛단배'를 타고 여자와 재회하길 고대하며 만남의 장소가 될 항구를 주기적으로 떠났다 돌아오는 기다림을 반복하며 끝내 안전함이 보장되는 '기다림의 배'에도 최종적으로 탑승하길 거부하기로 결심하는 대목(69쪽)은 그들의 사랑이 숭고해보이기까지 했다.
무한한 시공간과 성간 여행이라는, 감히 상상하기도 힘든 우주적 스케일의 배경과 사랑하는 연인간의 '편지'라는 최소 규모의 내밀한 소통이 대비되며, 어두울수록 더 밝게 빛나는 별처럼 이 두 사람의 사랑이 더욱 단단하게 느껴졌다. 게다가 작중 화자인 남자의 순박하고 절절한 어투는 마치 우리와 동시대를 살아가는 누군가의 편지를 읽는 기분이 들게 할 만큼 생동감이 있어 작품에 더 몰입할 수 있었다.
나무와 숲의 문화적인 의미부터 역사, 기능까지, 주제인 나무들만큼이나 알찬 책이다. 게다가 번역가분의 정성에 괜히 글썽...중간중간 나무의 분포도 추가, 깨알지식 역주에 원문의 잘못된 부분에 해설들도 원문만큼 멋졌다. 사실 웃을 부분은 아닌데, 신화 속 마법 지팡이나 사람 때리는 회초리가 용도나 사용자에 따라 나무도 따로 있다는 게 왜 이리 웃긴가 모르겠다. 그리고 꽃에서 트릴메틸아민 때문에 비린내나는 나무들이 많다는 게 정말 뜻밖임. 어디 열대 희귀한 꽃 아니면야 꽃이란 당연히 향기롭겠다 생각한 것은 무지구나. 얼마전 자연의 악에서 나온 진공청소같은 벌채 이야기가 여기서도 나와서 잠깐 또 씁쓸하고. 타감 작용이란 것도 충격이고 인간은 어쩌면 나무란 존재를 이파리부터 본체까지 알뜰하게 사용하는지(...혹은 착취하는지...) 여러모로 즐겁고 끝까지 흥미진진했다. 언급된 책들도 읽고 싶고 장소들도 가고 싶고, 나중에 독일 갈 기회가 있다면 재독 필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