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공공 지원 프로그램에 여러 번 지원했지만 번번이 탈락했다.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은 물론이고, 심지어 독서 관련 사업 공모에서도.
심사위원들은 온라인 독서 모임이 무엇인지 이해하지 못했고, 이해한 뒤에도 그믐이 하는 일이 출판, 콘텐츠, 미디어, 커뮤니티, 대체 어느 카테고리에 속하는지 모르겠다며 당혹스러워했다. 그래서 공모 심사를 받을 때에는 늘 우리가 하는 일이 무엇인지 설명하는 데 가장 시간을 많이 들이곤 했다. (나도 심사위원도 그러다 진 빠짐)
그런데 며칠 전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온라인 독서 모임 지원 방안을 자문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문체부가 준비한 자료에 ‘온라인 독서 모임의 다양한 유용성’과 ‘공공의 지원이 미미하여 마중물 성격의 국가 지원 필요’라는 문구 보고 회의장에서 울컥했다. T.T
조선일보에 연재하는 짧은 STS SF 소설 두 번째 에피소드입니다. ‘디지털 초상권 시장’은 제가 지어낸 거라서 파라과이에도 없습니다. 원문 링크는 제일 아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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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강명의 근미래의 풍경] 몇 년 치 등록금과 맞바꾼 그녀의 ‘디지털 초상권’
기술이 인간의 삶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STS(Science, Technology and Society·과학기술과 사회 연구) SF’라는 이름으로 소설을 써온 장강명 작가가 멀지 않은 미래에 우리가 보게 될지도 모를 기묘한 풍경을 픽션으로 전달합니다.
근미래의 풍경 2회 # 디지털 초상권 시장
네카팡 | s*****
2일 전 | view 35,478 | reply 21
일주일 동안 혼자 끙끙 앓다가 글을 올립니다. 제가 이 문제를 이성적으로 판단할 수 없는 상태가 된 것 같아서, 다른 분들 의견을 들어보고 싶습니다. 이런 고민 자체가 욕먹을 일이라고 생각하신다면 마음껏 욕해 주십시오. 욕을 먹고 고민을 접을 수 있다면 그러고 싶습니다.
사귄 지 2년 조금 넘은 여자 친구가 있습니다. 동생 소개로 만났죠. 집안 형편이 어렵지만 열심히 사는 친구라며 만나보라고 하더군요. 직업은 평범한 회사원입니다. 첫눈에 반했고, 세 번째 만남에서 ‘내가 당신 사랑하는 것 같다’고 고백했습니다. 저 그렇게 순진한 놈 아닙니다. 30대 중반 건강한 남성이고 철없던 시절에는 클럽도 꽤 다녔습니다. 토킹 바에서 바텐더로 일하던 여성과 사귄 적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뭔가 다르더군요. 내가 만약 누군가와 여생을 보내야 한다면 이 사람이다, 싶었습니다. 확 눈에 띄는 미모는 아닙니다. 하지만 단아한 분위기가 있습니다. 이 사람과 함께 있으면 제 몸가짐도 조심스러워지고, 마음도 맑아집니다. 계속 이런 기분으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사귄 지 2년째 되는 날 청혼했습니다. 기뻐하면서 눈물을 흘리더라고요. 그런데 그 눈물은 기뻐서 흘리는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그녀는 고백할 게 있는데 차마 직접 하지는 못하겠다며, 집에 가서 메일로 보내주겠다고 했습니다. 숨겨둔 아이라도 있나? 별거 중인 유부녀인가? 메일을 받기 전까지 별별 상상을 다 했습니다.
다들 집에서 가정용 인공지능 쓰시죠? 구독료 얼마 내면 아이돌 목소리나 고전 배우들 얼굴 데이터 이용할 수 있는 것도 아시죠. 화면 속 브루스 윌리스한테 에어컨 켜라고 지시할 수 있고, 스칼릿 조핸슨한테 오늘 날씨에 어울리는 음악 골라달라고 요청할 수 있고요.
그리고 한국에서는 불법이지만, 몰입형 성인용 인공지능 몰래 내려받아서 쓰시는 분들도 많을 겁니다. 한때 돈 많이 벌던 ‘벗방 유튜버’들 어느 날 다 사라진 이유가 뭐겠습니까. 성인용 인공지능한테 밀려난 거잖습니까.
이 글 읽는 분들 중에 성인용 인공지능에 딥페이크 앱으로 다른 사람 얼굴 합성하려고 시도해 본 분도 있을 겁니다. 그건 그냥 불법이 아니라 남 인생 망치고 님 인생도 망칠 중범죄입니다. 음란물 유포죄가 아니라 제조죄 적용을 받습니다. 그리고 대부분 딥페이크 앱에 스마트록이 걸려 있어서, 합성 음란물을 만들면 노이즈가 5초에 한 번씩 발생합니다.
그런데 일반인도 디지털 초상권을 판매할 수 있는 시장이 있다는 거 아십니까. 파라과이에 그런 시장이 있습니다. 거기서는 디지털 초상권 거래와 재판매가 합법입니다. 그래서 파라과이에 페이퍼컴퍼니로 본사를 설립한 ‘캐스팅’ 업체들이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사람들, 특히 젊은 여성들의 디지털 초상권을 구매합니다.
이제 제 여자 친구가 고백한 내용이 뭔지 다들 짐작하셨겠죠. 대학교 1학년 때 선배 소개로 자기 초상권을 팔았다고 하더군요. 몇 년 치 학비를 그렇게 벌 수 있었다면서, 당시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디지털 권리를 판다는 게 뭔지 정확히 알지도 못했다고 합니다.
메일을 읽다가 머리가 멍해졌습니다. 그럼 지금 이 순간 전 세계에서 변태 녀석 수만 명이 내가 사랑하는 여인 얼굴을 한 인공지능과 음란한 대화를 나누고 있는 건가? 그 변태 녀석들이 보는 화면에서 내 여자 친구가 온갖 수치스러운 포즈를 취하고 있는 건가? 디지털 초상권 거래에도 종류가 있는데, 제 여자 친구는 자기 얼굴을 누구나 어디에든 입혀도 되는 조건에 서명을 했습니다. 그게 제일 비쌌으니까요.
제 여자 친구는 이 문제로 우울증에 오래 시달렸고, 자살을 시도한 적도 있다고 합니다. 거리에 나서면 모든 사람들이 자기를 알아볼 것 같았다고요. 사실 한국인은 제 여자 친구의 얼굴 데이터를 이용할 수 없습니다. 이걸 다행이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만 몇 년 전에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로 인정받았습니다. 이제 제 여자 친구의 얼굴 데이터가 한국 서버에 올라오면 바로 삭제됩니다.
문제는 해외 서버들입니다. 눈을 감고 있으면 그 서버들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을지 자꾸 상상하게 됩니다. 평생 볼 일 없는 인간들인데, 존재하지 않는다고 여기자고 마음먹어도 상상을 멈출 수가 없습니다. 여자 친구가 더 이상 단아하게 느껴지지도 않고, 그 옆에서 제 마음이 맑아지지도 않습니다.
제 여자 친구는 자신이 부도덕한 일을 저지른 건 아무것도 없다고 말합니다. 디지털 초상권 판매 계약을 맺은 뒤에는 대학가 근처 스튜디오에 가서 카메라를 보며 한 시간가량 다양한 표정을 지은 게 전부였다고요. 저더러 토킹 바의 바텐더와도 교제하지 않았느냐면서, 자기는 그 바텐더보다 떳떳하다고 합니다.
제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조언 부탁드립니다.
https://n.news.naver.com/article/newspaper/023/0003852125?date=20240813
게이고는 워낙 다작을 하는 작가다 보니 진지한 사회파 소설도 쓰고 ‘이거 다 장난인 거 아시죠?’ 하며 장난 같은 설정으로 작품을 쓰기도 한다. 후자 때문에 전자의 작품성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것 아닌가 하는 안타까운 마음도 들지만, 정작 본인은 신경 안 쓰는 듯. 이 작품은 대표적인 후자인데, 정재계의 힘 있는 사람들만 부를 수 있는 혼성 듀오 탐정집단이 있다는 설정이다.
쓰기는 쉬운데 잘 쓰기는 어려운 게 메타 픽션이다. 메타 픽션을 정말 재미있게 잘 쓰는 소설가 중 한 명이 바로 히가시노 게이고. 소설의 문법과 세부 장르 규칙을 잘 아니까 어느 기둥을 뒤틀어도 집이 무너지지 않는지도 안다. 『추리소설가의 살인사건』에서는 출판계라는 업계를 풍자하고, 『명탐정의 규칙』에서는 추리물이라는 장르를 놀린다.
헤르츠나인 신간
김양미 명랑에세이
<매운 생에서 웃음만 골라먹었다>
서평단 모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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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모집 인원 : 5명
ㅇ신청 기간 : 8/14~ 8/21
ㅇ신청 방법 :
- 구글폼 작성 : https://forms.gle/8gaJ6Uk2QLhhZmot8
ㅇ선정 방법 :
- 신청 사연과 블로그 및 SNS 등 서평 활동 이력을 중심으로 살펴
다섯 분을 출판사에서 선정합니다.
ㅇ당첨자 발표 : 8월 22일 (이메일 개별 연락 후, 도서 발)
ㅇ서평단 활동 :
- 본 게시물 댓글에 한줄 기대평을 작성해 주세요.
- 8월31일까지 본 도서의 서평을, 본인의 블로그와 SNS 및
온라인 서점에 게재해 주세요.
** 서평 작성 시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은 사실을 적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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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소개 ===
<매운 생에서 웃음만 골라먹었다>는 신춘문예 등단작가 김양미의 인생과 일상이 녹아 있는 명랑 코드 에세이로, 지루할 틈 없이 몰아치는 이야기의 힘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인생 자체가 사건과 사고의 연속인 명랑 작가의 탄생."
새로운 맛의 에세이를 발견했다. 지루할 틈이 없이 확확 전개되는 펄떡이는 이야기가 지닌 싱싱한 맛! 이다지도 웃기면서도 아리며 재미있는 에세이라니!
"
신이 나에게 준 무기가 하나 있었으니,
아무리 힘든 상황에서도 ‘유머’를 잃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친구들을 웃기는 게 좋았다.
얼어 죽을 것처럼 추운 오리공장에서 오리껍질을 벗기고,
인간의 한계를 시험하는 듯한 물류센터에서 일하던,
그리고 곱창집에서 온갖 서러움을 겪으며
막창과 대창을 벅벅 문질러 닦던 이야기까지.
죽을 것처럼 괴로운 일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재미있는 이야기가 되기도 했다.
내가 쓴 글에는 명랑함이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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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운 생에서 웃음만 골라먹었다>는 신춘문예 등단작가 김양미의 인생과 일상이 녹아 있는 명랑 코드 에세이로, 지루할 틈 없이 몰아치는 이야기의 힘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폭소와 미소 사이에서 머뭇거리는 동안 한 사람의 일생이 훌쩍 지나간다. 너무 짧은 시간에 엑기스만 쏙 빼서 맛본 거 아닌가 하는 미안한 감정이 생기기도 한다.
이야기 자체는 명랑하고 발랄하지만, 고된 삶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속 깊은 내용을 다룬 터라 곳곳에서 읽기를 멈추게 된다. 어쩌면 웃음은 눈물의 일. 삶에서 빌려 온 웃음이어서 슬픔의 공감 없이는 이 에세이에 담긴 웃음의 가치를 제대로 발견하기 어렵다. 상황만 본다면 명랑이 끼어들 틈 없는 고되고 힘든 삶을 살아온 게 분명하다. 어쩌다 보니 생의 격랑 속에 휩쓸려 생의 매운맛을 보았을 것이다. 생각 없이 웃다가 문득 눈물 고이는 순간은 그 때문이다. 사실 그의 글은 명랑으로 감싼 매운 생의 아린 맛에 가깝다.
그는 어려서부터 잠이 별로 없어 눈을 뜨자마자 몸을 발딱 일으켜 뭔가 재미난 일을 찾아나섰다고 한다. 지금도 여전히 재미있는 일을 찾아나선다. 어차피 눈물 흘려야 할 인생이라면, 뻔한 하루로 보내기는 아까운 것이다. “대부분 힘들었지만, 가끔 좋았던 순간이 있었다. 여기가 끝이라고 생각되던 수많은 순간들. 그러나 버릴 것 없는 시간이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아직 덜 웃겼다며 웃어버린다.
그의 삶에 황당하지만 재미있는 소설과 같은 소동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사람들의 진심에 대한 신뢰를 놓치지 않고 온기 담은 마음으로 슬며시 한발을 들이미는 용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과도한 호기심 혹은 오지랖인데, 참견을 귀찮아 하는 사람일지라도 그의 진심을 읽게 되면 웃으면서 그의 관심을 받아들인다. 김양미는 그곳에서 섬세한 시선으로 조심스럽게 관찰하고 진정성을 담은 마음으로 인연을 엮는다. 선입견이나 편견을 두지 않으며, 실수나 오해를 두려워하지 않기에 적극적으로 관계의 연못에, 사건의 강물에 자신을 던진다. 솔직하게 자신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며 그에 대한 책임을 피하지 않는다. 그렇게 삶을 만들고, 글을 짓는다. 그래서 김양미 작가의 이야기엔 사람이 있다. 그리고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웃음을 발견한다. 사람들 사이에 웃음이 있는 것이다.
각자의 매운 생을 이미 맛본 우리들이라면 이제 웃을 일만 남은 것이다. 그리고 매운 생을 지나고 있는 순간이라면 맥주 한잔처럼 청량한 웃음을 일부러라도 지어보자. 자, 이제 당신이 웃을 차례다.
=== 저자소개 ===
김양미
2020년 제41회 근로자문화예술제 문학부문에서 <내 애인 이춘배>로 입상하였고, 2022년 경인일보 신춘문예에서 <비정상에 관하여>로 등단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대안학교 교사, 잡지사 기자 등 직업에 종사했으며, 이외수 작가 문하에서 문학연수생으로 수학하며 본격적으로 문학을 접했다. 곱창집, 오리공장, 물류센터 등 업종에서 일하며 틈틈이 글을 써 왔다. 될 수 있으면 몸으로 겪은 것을 글로 써 내려 노력하고 있다. 현재는 편의점 야간 알바를 하는 중이다. 작품으로 소설집 <죽은 고양이를 태우다>(문학세상, 2023)가 있다.
소설을 좋아하지만, 가끔은 끝까지 읽기 위해 견딜 때가 있다. 가끔은 첫장을 넘어 이해하려고 노력하지만, 일단 고비만 넘기면 술술 넘어갈 때도 있다.
처음부터 술술 넘어가면 금방 질려서 반도 못 읽는 때도 종종 있다.
이 소설이 베스트셀러인 이유는 처음부터 술술 넘어가는데, 끝까지 흥미진진하다.
작가가 오랜 무명생활 끝에 터득한 스토리텔링이 특별하기 때문일까?
재미있어서 숨도 안쉬고 끝까지 읽어버렸다.
그리고, 마지막 문장은 수집하고 싶다.
삶이란 어떻게든 의미를 지니고 계속된다는 것을 기억하며, 겨우 살아가야겠다.
기차가 강을 건넜다. 눈물이 멈췄다.
내가 네번째로 사랑하는 계절-한정원 : 네이버 블로그 (naver.com)
너무 좋다.
역시 뚱럽님.
한정원 작가님 <시와 산책>을 좋아하는데 신간도 읽어봐야겠다.
읽어야 할 책이 넘쳐 난다.
죽기 전에 다 읽을 수 있으려나.
책 때문에 장수해야 될 듯.
밝은세상 (240807~240815)
❝ 별점: ★★★★☆
❝ 한줄평: 문이 열리는 순간 시작되는 새로운 이야기
❝ 키워드: 문 | 세상 | 경계 | 이야기 | 모험 | 도피 | 보물 상자 | 책 | 포털 | 상상 | 이방인 | 변화 | 갈망 | 방랑자 | 약속 | 희망 | 꿈 | 사랑 | 운명 | 비밀 | 진실 | 규칙 | 믿음 | 질서 | 균열 | 일탈 | 무질서 | 자유 | 지배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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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릴 적 『나니아 연대기』 시리즈와 『끝없는 이야기』 등의 책을 읽으며 주인공이 문 안 혹은 책 속으로 들어가게 된 후 펼쳐지는 새로운 세상에 감탄하고 또 환상의 모험을 떠나는 주인공을 동경했었던 즐거운 기억이 있어요.
✦ 앨릭스 E. 해로우의 데뷔작 『재뉴어리의 푸른 문』은 새로운 세상으로 들어갈 수 있는 문과 《일만 개의 문》이라는 책 속의 책, 어릴 적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두 흥미로운 소재 때문에 도서 협찬 제안을 주셨을 때 망설임 없이 읽기로 했습니다.
✦ 엄마가 없는 유색인 여자 아이. 로크 씨와 함께 지내며 ‘비주류로 주류의 세계에 편입되고자 애쓰는’ 재뉴어리 스칼러. 로크 씨는 규칙과 질서의 세계에 재뉴어리를 가둬두고자 하지만 재뉴어리는 모험, 일탈, 무질서, 변화, 그리고 자유를 갈망하죠.
✦ 《일만 개의 문》이라는 책을 발견하고 재뉴어리의 이런 갈망은 점차 더 커지게 되고 재뉴어리는 우연히 글로 현실을 바꾸고 문을 열 수 있는 능력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사실을 알게 된 로크 씨와 협회는 재뉴어리를 가둬두려 하고요.
✦ 가두고, 탈출하고, 쫓고, 쫓기는, 숨 막히는 도망과 추격 과정이 손에 땀을 쥐게 만들고 좀처럼 책을 놓을 수 없게 만들었어요. 내적 비명을 지르기도 하며 제발 붙잡히지 않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재뉴어리의 여정을 따라가게 되었답니다.
✦ 이 책에서 문이라는 포털은 주류와 비주류, 질서와 무질서, 억압과 자유, 규칙과 일탈의 경계가 되는 분기점이기도 하면서 한 이야기가 끝나고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되는 곳이기도 합니다.
✦ 진실된 믿음과 사랑의 힘으로 문을 열고, 통과하고, 또 닫기도 하며 스스로 자유를 쟁취하고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멋진 사람 재뉴어리의 모험을 더 많은 사람이 읽어주면 좋겠단 마음이 들어요.
✦ 원제는 ‘The Ten Thousand Doors of January’인데 저는 ‘재뉴어리의 푸른 문’이라고 번역한 게 더 신비로운 느낌을 주고 호기심을 자극하는 거 같아서 좋았어요 ㅎㅎ 표지 그림의 푸른 문과도 잘 어울리고요!
✦ 책날개에 ‘어린 시절 우리를 매혹시킨 동화를 어른이 되어 다시 만난 느낌’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는데, 정말 공감이 됐어요. 이 책을 읽으며 환상적인 세상과 이야기로 행복했던 어린 시절로 잠깐이나마 다시 돌아간 기분을 느꼈거든요.
✦ 판타지, 모험 소설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잔잔하게 로맨스 요소도 깔려 있고 사랑에 관해서도 많이 이야기한다는 점 때문에 더 좋았어요! 긴장감을 조금 완화해 주고 숨 돌릴 틈이 생겨 좋았습니다 ㅎㅎ
✦ 작가의 데뷔작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탄탄한 이야기에 기승전결까지 완벽하게 마음에 드는 소설이었습니다. 찾아보니 작가님이 꾸준히 책 집필하고 계시고 곧 새 책도 출간하시는 것 같은데 다른 작품도 번역돼서 읽을 수 있으면 좋겠네요 ㅎㅎ [📝 24/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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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이야기를 고고학 현장처럼 접근하고, 층층이 쌓인 먼지를 꼼꼼하게 털어낸다면 그 안에 늘 문이 등장한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그 문은 여기와 저기, 우리와 그들, 평범과 마법이 나뉘는 분기점이다. 문이 열리고 두 세계 간에 교류가 일어날 때 이야기가 시작된다.” (p.8)
✴︎
네 엄마는 네가 다른 삶을 살기를 바랐다. 위험할 정도로 자유롭고,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으며, 모든 문이 네 앞에 열려 있는 삶. (p.342)
✴︎
“당신네들의 문제가 뭔지 알아?” 나는 그의 말을 잘랐다. “영원을 믿는다는 거야. 질서 있는 세상이 영원히 계속되고, 닫힌 문은 영원히 닫혀 있을 거라고.” 나는 고개를 저으며 문을 향해 손을 뻗었다. “너무 편협한 사고방식 아니야?” (p.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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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음사 (240711~240809)
❝ 별점: ★★★★★
❝ 한줄평: ‘허연의 시가 남긴 여운은 오래 사라지지 않는다.’
❝ 키워드: 밤 | 여름 | 비 | 체념 | 눈물 | 절망 | 불행 | 사랑 | 삶 | 죽음 | 이야기 | 침묵 | 욕망 | 세월 | 외로움 | 푸른색 | 소년 | 세상 | 심장 | 가시 | 파도 | 상처 | 기억 | 운명 | 몰락 | 이별 | 열차 | 원망 | 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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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년 만에 신작을 선보인 민음사 오늘의 시인 총서. 허연 시인의 『밤에 생긴 상처』는 그의 첫 시집 『불온한 검은 피』부터 13년의 침묵을 깨고 돌아와 출간한 두 번째 시집 『나쁜 소년이 서 있다』, 『내가 원하는 천사』, 『오십 미터』, 『당신은 언제 노래가 되지』, 등단 30주년 시선집 『천국은 있다』 까지 여섯 권의 시집 중에서 허연 시인의 핵심 시 47편을 시의 색깔, 색채별로 3부로 나눠 담아낸 선집입니다.
✦ 저는 시인의 첫 시집 『불온한 검은 피』와 다섯 번째 시집 『당신은 언제 노래가 되지』를 읽어보았는데, 좋았던 시들이 이 시집에도 대부분 실려 있어 반가웠어요. 그리고 새로 읽게 된 시들도 다 정말 정말 좋아서 허연 시인이 더욱 좋아졌어요… 이 시집이 왜 좋은지 말로 설명하려면 하루도 모자랄 것 같아요 ㅋㅋ 그냥 제발 모두가 읽어줬으면… 🥹🥹 한 권으로 허연의 정수를 맛볼 수 있다니 완전 행운이잖아요 🍀
✦ 위트앤시니컬에서 진행한 낭독회에서 시 「거진」의 제목을 「밤에 생긴 상처」로 바꾸고, 이것을 시집의 제목으로도 정하신 이유를 들을 수 있었는데요. 「거진」이라는 시가 자신의 파동, 리듬, 음계와 맞단 생각을 해서 표제작으로 하고 싶으셨다고 해요. ‘숱한 밤이 자신을 만들었고, 숱한 밤들에 사건과 상처가 생겼고, 그다음 밤들을 만나며 숱한 밤들이 준 상처에 다시 먹이를 주며 살아온 것 같다, 시를 쓰는 일이 밤마다 지나간 상처에 먹이를 주고 새로운 상처를 입으며 살아온 세월들 같다’는 생각을 하셨다고 합니다. 그래서 시집 한 권의 연대기 제목으로 적합하다고 생각하셨다 해요. 정말 탁월한 선택이었단 생각이 듭니다.
✦ 허연 시인에게 ‘노래’의 의미란 무엇인지에 관해서도 들을 수 있었는데요. ‘세상은 리듬으로 되어 있기에 우리는 노래가 되기 위해 살고, 노래가 되어 있고, 또 노래가 되어야만 하는 존재들이고, 우리 하나하나가 모두 노래다.’라는 말씀을 하셨어요. 『당신은 언제 노래가 되지』에서 좋았던 시들에도 ‘노래’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어서 이 이야기를 더 귀담아들었어요. ‘노래가 되지 않은 시는 실패한 시다’라는 말씀도 하셨는데요. 이 말을 들으니 정말 ‘노래’라는 단어가 허연 시인에게 큰 의미일 것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는 노래. 우리 존재도 노래. 어쩌면 우리의 삶도 시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 24/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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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은 때로는 시간을 앞서 간다
앞서 간 슬픔이 무신경하게 누군가의 얼굴에 드러날 때
난 무릎 꿇고 싶다
/ 「추운 나라에서 온 바이올리니스트」 부분 (p.18)
✴︎
푸른색. 때로는 슬프게 때로는 더럽게 나를 치장하던 색. 소년이게 했고 시인이게 했고, 뒷골목을 헤매게 했던 그 색은 이젠 내게 없다. 섭섭하게도
/ 「나쁜 소년이 서 있다」 부분 (p.31)
✴︎
오랫동안 시 앞에 가지 못했다. 예전만큼 사랑은 아프지 않았고, 배도 고프지 않았다. 비굴할 만큼 비굴해졌고, 오만할만큼 오만해졌다.
/ 「휴면기」 부분 (p.43)
✴︎
이별하는 것 말고 다른 것도 할 줄 아는 사람은 시월을 잘 모르는 사람이다. (...) 시월엔 이별이 전부다. 시월은 이별밖에 할 줄 모른다. 시월에 무릎을 꿇는 이유다. 세상엔 만남의 몫이 있는 만큼 헤어짐의 몫도 있어서 이토록 서늘하다.
/ 「시월의 시」 부분 (p.60)
✴︎
세찬 빗줄기가 무엇 하나 비켜 가는 것을 본 적이 있는가. 남겨 놓는 것을 본 적이 있는가. 그 비가 나에게 말 한마디 건넨 적이 있었던가. 나를 용서한 적이 있었던가.
숨 막히게 아름다운 세상엔 늘 나만 있어서 이토록 아찔하다.
/ 「안에 있는 자는 이미 밖에 있던 자다」 부분 (p.84-85)
✴︎
이별은 그런 것이다
모든 이별은
자신만의 무덤을 하나씩 갖는다
/ 「이별의 재해석」 부분 (p.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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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았던 시
1부 | 들뜬 혈통
✎ 「날짜변경선」 ⛤
✎ 「추운 나라에서 온 바이올리니스트」 ⛤
✎ 「들뜬 혈통」
✎ 「Cold Case 2」
✎ 「나의 마다가스카르 3」 ⛤
✎ 「나쁜 소년이 서 있다」 ⛤
✎ 「내가 원하는 천사」 ⛤
2부 | 가시의 시간
✎ 「휴면기」 ⛤
✎ 「가시의 시간 1」
✎ 「밤에 생긴 상처」 ⛤
✎ 「word 시월」
✎ 「태평성대」 ⛤
✎ 「경첩」 ⛤
✎ 「간밤에 추하다는 말을 들었다」
✎ 「후회에 대해 적다」
✎ 「시월의 시」 ⛤
✎ 「슬픈 버릇」 ⛤
✎ 「이별의 서」 ⛤
3부 | 신성과 세속
✎ 「십일월」
✎ 「구내식당」
✎ 「슬픈 빙하시대 1」 ⛤
✎ 「슬픈 빙하시대 2」 ⛤
✎ 「슬픈 빙하시대 4」
✎ 「아나키스트」
✎ 「신성한 모든 것은 세속적으로 된다」
✎ 「안에 있는 자는 이미 밖에 있던 자다」 ⛤
✎ 「좌표평면의 사랑」 ⛤
✎ 「당신은 언제 노래가 되지」 ⛤
✎ 「우리의 생애가 발각되지 않기를」 ⛤
✎ 「이별의 재해석」 ⛤
✎ 「점토판」
(최근 읽은 『불온한 검은 피』 수록 시는 생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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