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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 밤의 꿈


지난주 금요일, 기다리고 기다리던 Beyond Beer Bookclub 완독파티를 무사히 다녀왔다.

이토록 늦은 귀가라니, 거기다 맥주 파티라니!

그 자리에 함께 했던 도리님의 문장을 빌려 보자면, 여름이었다! 크아.

근데 글의 첫 사진이 모임 사진도 아니고, 대뜸 등장하는 이 사진의 정체는 무엇인고 하니.

바로바로 장 작가님께 받은 초콜릿 선물이다.

누군가가 고작? 이게 뭐라고? 라고 말한다면, 다 따라와. 어서, 당장(불끈).

평소에는 입에도 잘 안 대는 메로나를 만취만 하면 먹겠다고 노래 노래 부른다는 나의 농담(이라 쓰고 진담이라 읽는다)을 기억하시곤 메론맛 초콜릿을 선물로 주신 작가님.

오래오래 간직... 할 수는 없고(먹는 거잖아유), 아껴 먹어야겠다. 냠냠.

한여름 밤의 꿈이었다. 그래 이건 꿈이다.

꿈이 아니고서야 이럴 수가 있나, 이렇게 설레서 붕붕 떠다니는 느낌이 들 수가 있나(취한 건 아니겠지). 사실 살롱드북으로 향하는 길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어릴 때부터 유독 그랬는데, 꼭 중요한 행사나 시험을 앞두고 당일 아파버릴 때가 많았다. 학예회 때도 한 달 내내 실컷 연습하고 의상까지 맞춰서 학교로 향했지만, 정작 무대에 오르기 직전 아파버리는 바람에 홀로 남아 교실을 지켜야 했던 적도 있다. 긴장이 과해지면 몸이 먼저 반응해버리기 일쑤라 원인을 알 수 없는 어지럼증과 복통으로 골골대곤 했으니. 이번 모임도 사실 걱정이 되긴 했다. 강연은 내가 입을 열 일이라도 없으니 다행이지 독서모임은 말을 해야 하잖아. 그래서 더 떨렸나?

파티(?)의 시작은 7시 30분이었지만 7시 전에 이미 그 근처에 도착해버렸다. 작가님은 인터뷰가 끝나고 그곳에 계속 머무르실 예정이라 일찍 와도 괜찮다고 말씀하셨지만, 으아아아 말도 안 돼. 더 부끄러워. 누구 때문에 떨리는 건ㄷ...(읍) 아무튼, 진정하고. 그래도 30분 전이니까 괜찮지 않을까 싶어 멀찍이서 책방을 봤는데, 세상에나. 아직 인터뷰가 한창 진행 중이었다. 놀란 마음에 다시 언덕을 내려가 일단 어디라도 들어가자는 심산으로 두리번거리다 무작정 대형마트로 들어가 버렸다. 과일 코너를 둘러보며 '오, 이 동네 물가가 꽤 괜찮군'이라는 생각을 가만가만 이어가고 있었는데, 나중에서야 알았다. 같은 시각 나처럼 차마 책방에 들어가지 못하고 그 근방을 배회하고 있던 또 다른 영혼이 있었다는 사실을. 도리님은 온라인에서 언급했던 나의 인상착의(?)를 기억하시곤 바로 알아봤다고 하셨다. 그 말씀 덕분에 그때의 내 모습을 가만히 떠올려봤다. 어떤 모습을 하고 있었더라... 이를테면 중얼중얼 혼잣말이라던가, 뭐 그런 거.

거의 1년 만이던가. 살롱드북은 그때와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었다. 은은한 조명과 탑처럼 카운터 앞을 지키며 무질서하게 쌓여있는 책들, 잔잔한 음악과 특색 있는 서가의 큐레이션까지. 살롱드북만의 은근한 분위기는 여전했다. 무더운 여름밤 우리의 첫 파티 장소로 더할 나위 없이 아늑한 공간이었다. 인원이 많아 테이블을 붙이고 자리 세팅까지 일사불란하게 이어갔다. 모두가 한마음이 되어 정성스럽게 모임을 준비하는 모습에 괜히 또 혼자 뭉클해졌다. 작은 것 하나도 세심하게 살피며 정성을 다하는 모습들은 여전히 따스하고 사랑스러우니까.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와 다자이 오사무의 청춘 시리즈 모임이었지만, 우리는 두 작가의 책 이야기 외에도 삶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그 자리가 아니었다면 평생 몰랐을 영화와 책을 알아갔고, 함께 웃고 술을 마시며 건배를 했다(세상에, 건배 얼마 만이지).

구호는 하나.


"우리가 사라지면 암흑이 찾아온다"


온라인상에서 활자로 외칠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목소리로 뱉으면서도 와 이게 정녕 꿈인가 싶었다. 밤이 깊어갈수록 조금 더 깊은 주제들도 하나둘 올라오기 시작했다. 이를테면 독서모임 운영에 대한 현실적인 고충과 고민이랄까. 각자가 경험했던 독서 공동체의 모습을 나누며, 또 그리며 이야기를 엮어가는 진솔한 과정이 좋았다. 사실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는 우리에게 이미 잊힌지 오래였고(나만 그랬나), 모임 장소에 도착하기 전까지 생생하게 감상을 나눴던 다자이 오사무에 대한 의견은 꽤 분분하게 여러 갈래로 뻗어갔다. 온라인에서와 달리 좋았다는 평도 많았다. 아냐아냐, 난 싫었다고요. 목소리를 꾹꾹 참다가 딱 한 마디만 하려고 했던 게 화근이었다. 와르르 쏟아내고 나서야 아, 이게 아닌데 싶었다. 말은 이미 내 입을 떠낸 뒤였다. 허허허.

'처음 뵙는 장작가님께 부담되지 않게 몰래 신기해하기(?)'를 염두에 두셨던 도리님처럼, 실은 나도 같은 마음이었다. 먼발치에서 강연을 들은 횟수는 꽤 여러 번이지만 이렇게 가까이에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자리라니! 조금 멀찍이 앉아 거리를 지키려 했는데, 실패. 어쩌다 보니 대각선 앞에 앉아버렸다. 오들오들 떠는 게 티 나지 않도록 포커페이스를 유지하고 싶었지만 이것도 실패. 내가 말할 차례가 되었을 때, 작가님 쪽으로 시선을 돌릴 수가 없어 연신 왼쪽을 향해서만 말했다(아이고 목이야). 평소의 나는 대화할 때 상대의 시선을 피하지 않는 편인데(집중하느라 오히려 빤히 본다), 그 자리에서만큼은 예외였다. 작가님과 시선이 마주칠 때마다 속으로 (깜짝) 놀라며 황급히 시선을 피하곤 했다. 다행히 술도 들어가고 적당히 나른한 기분에 취해 긴장이 서서히 풀려가...기는 개뿔(?). 잔뜩 긴장해 횡설수설했던 내 모습이 떠올라 돌아오는 길 내내 마음이 쓰렸다. 그래도 작가님과 서로 대화라는 걸 생생하게 나눌 수 있다는 사실에 마냥 기쁘긴 했다. 모임에서 만난 작가님은 한층 더 인간적이고 재미있는 분이셨다. 뭐 솔직히 그냥 다 좋았다(주먹인사 나도 잘 할 수 있는...).

김새섬 대표님과는 온라인에서 종종 이야기를 나눴지만 오프라인으로 뵙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야말로 걸크러쉬! 청춘이라는 주제에 맞춰 모자를 쓰고 오셨다는 말씀에 귀여움까지 덤. 대표님의 블로그에 그믐과 관련된 글이 올라올 때마다 꼼꼼히 챙겨읽곤 했는데(영상도!), 직접 뵙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영광이었다.

"그믐 평생해 주실 거죠?"라는 누군가의 질문에 "그럼요"라는 답이 돌아왔다.

역시 우리의 수장님(?)은 멋진 분이셨다. 크...

여기 어디 시간 도둑이 있나. 2시간이 이렇게 짧은 시간이었던가. 어느새 끝날 시간이 되었다는 대표님의 목소리에 다시 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여기저기 2차를 외치는 목소리가 들렸지만 나는 다음 날 일정이 있어 함께하지 못 했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한 채 다시 한마음이 되어 자리를 정리하고 모임원들과 함께 살롱드북을 나왔다. 다행히 내가 가려는 버스 정류장과 모임원들이 가려는 2차 장소의 방향이 같았다. 도리님과 나란히 걸으며 온라인에서 나누지 못했던 이야기를 잔잔히 이어갔다. 버스 정류장에 다다라 다음을 기약하며 인사를 나눴다. 만남이라는 게 그렇다. 아쉬운 마음이 있어야 다음 만남이 기대되고, 기대하는 마음이 있어야 정성을 다하게 된다(고 생각한다).

영화 <노매드랜드>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대사가 있다.

"이 생활을 하면서 가장 좋은 건 영원한 이별이 없다는 거예요. 늘 ‘언젠가 다시 만나자’라고 하죠. 그리곤 만나요."

이 대사 덕분인지 영화 속에서 펀과 함께 유목생활을 이어가는 공동체의 모습이 좋았다. 모닥불을 피워놓고 자유롭게 헤쳐 모여하는 그들의 관계가 따뜻하고 건강하다 여겨졌다. 나는 느슨한 연대에서 찾아오는 안온함을 여전히 애정한다. 그리고 요즘도 '지속할 수 있는 관계란 무엇인가'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한다. 결론은 늘 비슷하다. (생계유지를 위한 행위를 제외하고) 무언가에 소속되어 있는 걸 견디지 못하는 기질은 타고난 건지. 자꾸 궤도를 이탈하려는 나를 발견한다. 어쩌면 내가 그믐을 좋아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지 않을까. 나에게 그믐은 소중한데 느슨하다(궤변인가).

그믐이 사라지지 않는 한 우리는 다시 또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아니 근데, 이렇게 길게 쓰려던 게 아니었는데 이 글은 왜 이렇게 또 하염없이 길어진 거야. 알 수가 없네, 정말.

명불허전 재미진 고전 스릴러

봐야지 봐야지 하다가 어느 새 완전히 잊고 있다가 이제서야 본 책이다. 재미있다! 왜 번역작이 적은지 이해가 안 간다. 분위기나 대부분의 등장인물들이 대부분 도덕 상실증인 건 몰타의 매를 방불케한다만, 주인공이 좀 쫄보에 속물이기도 하지만 어느 정도 양심이 있어서 시작은 편했는데...마지막 부분에서는 이때까지 양심이 있었던 게 아니라 그냥 궁지에 몰린 적이 없던 것뿐인가 싶어 주인공에게 좀 실망하기도. 하긴, 역자 해설에 나온 것처럼 주인공마저도 작가가 비판하고자 하는 대상이라면 어쩔 수 없지...디미트리오스도 나쁜 놈이다만, 신의 섭리가 어쩌고 떠들면서도 어차피 내가 안 해도 딴 놈이 할 거니까 나쁜 짓 한다는 피터스의 캐릭터도 그렇고 조연들의 비호감 스타일도 참 다채롭기도 하다. 당시 입장에서의 국제 관계 설명도 참 씁쓰무리하고...1939년 소설인데 2편이 69년에 나왔다니 주인공은 대체 어떻게 변했을지 참으로 궁금하다. 알려면 원서 구해야지 뭐...

디미트리오스의 가면
디미트리오스의 가면
'검은튤립'과 ...'글쓰기의 힘' 을 읽기로 한 날!

여기 블로그 란게 있었나?^^ 신기하다. 테스트 삼아 한 줄 남겨봄.

무라카미 하루키 -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마음을 위해 몸을 단련하는 일, 창작에 몰입하기 위해 고립되지만 규칙적인 일상을 보내는 일, 일단 쓰기보단 많이 읽으며 여러 이야기에 자신을 통과시킬 것 등 따르고 싶은 조언이 많았다.

그 가운데 가장 지침으로 삼고 싶은 말은 “그것을 하고 있을 때 당신은 즐거운가?”이다. 내가 즐겁지 않은 일이 있다면 그것을 방해하는 요소는 무엇인지 살피고 추려나가야 한다. 잘 하고 싶은 마음이 앞서다 보면 종종 즐거운 마음을 놓칠 때가 있다. 특히 글을 쓸 때 즐겁지 않다면 억울하지 않을까! 글쓰기에서뿐 아니라 다른 결정을 내릴 때도 떠올리면 좋을 기준이다.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목요일에는 코코아를
"생긴 건 초콜릿과 비슷한데 짠맛이 나는 건강식품이라고. 음, 아마 베지마이트라고 했지. 그거, 달달해 보이는데 짜다니 그야말로 인생과 같군요." - 그레이


나는 '묘약'을 만드는 데 특히 끌렸다. 어두운 방에서 혼자 들꽃이나 나무 열매를 으깨서 내 식으로 섞어서 어떤 효력이 있을 지 몽상했다. 운동회 전날, 자신 있게 만든 '달리기를 잘하는 약'을 먹고 배탈이 나서 엄마한테 죽도록 혼난 적도 있다. 침대에 누워서 "잘못했어."하고 엄마에게 말했다. 엄마는 "알면 됐어."하고 뺨을 쓰다듬어 줬다. 분명히 '이제 안 할게'란 의미로 받아들였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엄마가 배를 문질러 줄 때 이렇게 생각했다. '섞는 비율이 잘못된 거야. 다음에는 잘해야지.' - 쿼터이즈 블루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우리는 누군가의 인생에 한자리 잡고 있다. - 블랙


글이 너무 길어졌네요. 처음 쓰는 러브레터 슬슬 마무리하고, 봉함하여 당신에게 건네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웃는 얼굴과 함께 한 마디 덧붙이려고 합니다. "뜨거우니, 조심하세요"라고. -화이트


어떤 흐름으로 이어지든, 끝은 따뜻하고 행복하게 마무리 되는. 취향이라고 말하기 어려울 정도로 대중적인 이야기가 있다. 주인공이 어떻게 될지 불안하지도 않고, 마지막 예상이 빗나가지 않는 이야기. 시시하다고 생각될 지 모르는 이 이야기는 생각보다 흥미로웠고, 아주 편안하게 술술 읽힌다. 문장이 간결하고 템포가 빠른 것도 한 몫했지만, 옴니버스식으로 얽히는 관계가 읽는 재미를 이어가 주는 것 같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우리는 누군가의 인생에 한자리 잡고 있다.' 라는 말을 그대로 바뀌는 이야기의 주인공들은 인물들에게 조금씩 영향을 주고, 받으며 성장해간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최근 오디오북으로 완독했는데. 분위기가 비슷하다고 할까... 히가시노 게이고스럽지 않은 이야기 전개로 다소 당황하기도 했지만. 이 책을 읽고 나니 히가시노 게이고가 왜 그런 이야기를 썼는지 알 것 같기도 하다. 물론 나미야 잡화점은 2012년에 나온 책이다. 12년 전의 책이긴 하지만, 요즘에도 인기 있는 걸 보면 일본이나 우리나라나 독자들은 매우 지쳐 있나 보다. 고민하고 어려운 책보다는 친절한 책이 좋은 거겠지.

목요일에는 코코아를
목요일에는 코코아를
심필 장편소설 『어제 만나자』(서랍의날씨)

장편소설이 장편답지 않게 점점 짧아지는 세상에서, 어지간한 장편소설 두 권 이상 분량의 작품이라니.

그런데 경장편소설보다 빨리 읽히고, 순식간에 페이지가 넘어간다.

600페이지가 넘어가는 두께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주인공은 50대 퇴물 건달로 마약 범죄에 얽혀 동생을 잃은 채 산채로 관에 갇혀 죽음만 기다리는 처지에 놓여 있다.

어이없게도 정신을 잃었다가 눈을 뜨니 전날 아침에 깨어나고, 다시 잠에 들었다가 눈을 뜨니 이틀 전 아침이다.

한번 잠이 들 때마다 주인공은 하루씩 과거로 역행한다.

미래를 아는 주인공은 과거로 돌아가 동생을 죽인 원수와 자신에게 엿을 먹인 놈들에게 복수를 시도하려 하나 문제가 있다.

아직 동생을 죽이지 않은 과거의 원수를 미리 죽이는 게 과연 옳은 일인가?

어떤 명분을 만들어야 원수를 죽일 수 있을지를 두고 주인공은 나름 치열한 두뇌 게임을 벌인다.


설정이 이러하니 판타지나 타임슬립물이 아닌가 싶겠지만, 그렇다고 보기에는 애매하고 서글프다(왜 그런지는 읽어야만 이해할 수 있다).

이 설정에 관한 설명은 스포일러여서 생략하겠는데, 무척 신선하고 동시에 무척 허무하다.

이런 복수가 과연 무슨 의미일까.

과연 복수이기나 한 걸까.

 

읽는 내내 땀 냄새와 피 냄새가 진동하는 피카레스크였다.

정을 줄 만한 등장인물이 하나도 없다.

폭력이나 마약을 미화하지도 않는다.

그저 이익에 따라 움직이는 비정한 모습만 보여줄 뿐이다.

영화에 비유하자면 샘 패킨파의 「와일드 번치」나 쿠엔틴 타란티노의 「저수지의 개들」을 봤을 때와 비슷한 기분을 느꼈다.

더럽고 찝찝한데 흥미롭다.

어제 만나자
어제 만나자
박산호 산문집 『긍정의 말들』(유유)

17년 전 봄, 고향에서 어머니 장례식을 치르고 서울에 있는 고시원으로 돌아온 내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청소였다.

20대 전부를 함께 했던 연인에게서 이별 통보를 받은 날에도 나는 반지하 원룸을 청소했다.


이 산문집에 담긴 문장 "어떻게 '여자들'은 항상 더러워진 것을 바꿀 힘이 있을까(마이아 에켈뢰브 『수없이 많은 바닥을 닦으며』)와 이에 얽힌 작가의 이야기를 읽으며 방바닥을 빗자루로 쓸고 물걸레로 닦으며 괴로움을 삭이던 순간들을 떠올렸다.


나는 괴로운 일이 있으면 청소를 하곤 했다.

생활 공간이 어지러워지면 마음도 어지러워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청소는 내가 부정적인 감정에 매몰되지 않게 해준 일종의 의식이었다.


부정적인 감정보다는 긍정적인 감정이 여러모로 사는 데 도움이 된다.

이 산문집은 고전, 애니메이션, 문학, 산문집, 드라마 등에서 발췌한 100가지 문장을 재료로 삼아 작가가 삶을 통해 깨달은 긍정적 사고의 힘을 진솔하게 풀어낸다. 

때로는 자학하고, 때로는 자부심을 드러내기도 하면서.

긍정적 사고가 작가의 삶에 어떤 변화를 줬는지 엿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특히 창작 활동을 하는 독자라면 공감이 가는 부분이 많을 터다.


편집자가 굳이 출판사로 작가를 불러 망신에 가까운 피드백을 전할 때 작가는 "인생에서 성공하는 한 가지 비결은 좋아하는 음식을 먹고 힘내서 싸우는 것"이라는 마크 트웨인의 말을 새기며 와신상담하고, 언제나 상상 그 이하를 보여주는 인세 앞에서 "체념이란 하루하루 자살하는 것과 같다"는 오노레 드 발자크의 말을 새기며 전의를 다진다. 


책이 팔리지 않는 시대에 좌절하지 않는 대신 "앞으로 한 걸음 나아간 다음 뒤로 한 발 물러서는 것은 재앙이 아니라 차차차를 추는 것"(로버트 브롤트)이라는 문장을 떠올리며 끊임없이 쓰겠다고 다짐한다.


다른 사람의 평가에 휘둘려 스트레스를 받기보다 "때로는 다른 사람이 당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는 게 건강에 좋다"(앨라니스 모리셋)는 말도 쉽게 넘기기 어렵다


자기 확신이 부족할 땐 "긍정은 길을 찾는다"(UCLA 모토)와 "괴물은 실재한다. 유령 또한 실재한다. 그것들은 우리 안에 살고 있고 때로 우리를 이긴다"(스티븐 킹) 같은 문장과 작가의 경험이 꽤 힘이 퇼 테다.

나만 그런 게 아니라는 위안과 함께.


가장 마음속에 깊이 들어왔던 문장은 "성공의 전략은 간단하다. 최대한 집적거려라"(나심 니콜라스 탈레브 『블랙 스완』)였다.

공저를 빼고 내 이름으로 낸 단행본이 10권인데, 대놓고 베스트셀러라고 말할 작품이 솔직히 하나도 없다.

초쇄나 소화하면 감사할 일이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스러운 결과가 나오면 의기소침해지는데, 이 산문집을 읽고 할 수 있는 데까지 집적거려봐야겠다는 생각을 다졌다.

더불어 진심으로 다른 사람의 행복을 응원해 그 복을 나눠 받아야겠다는 생각도 함께.

긍정의 말들
긍정의 말들
책속의 문장 <매운 생에서 웃음만 골라먹었다> 중에서

"곱창집에서 일할 때도, 지금 이 일을 하면서도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는 다양한 사람을 만나게 되는 시간이어서 의미가 있는 거였다. 단순히 돈만 벌기 위해 일을 하러 다녔을 때와는 분명 다르다. 하지만 글을 쓰는 게 일하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일을 해서 부서진 중문을 고치고, 뜯긴 벽지를 새로 도배할 수 있는 일상의 기쁨 또한 나에겐 소중하다."


에세이 <매운 생에서 웃음만 골라먹었다> 김양미 작가 인터뷰

에세이 <매운 생에서 웃음만 골라먹었다> 김양미 작가 인터뷰

 

대부분 힘들고 잠깐 좋았던 내 인생,

그럼에도 명랑하게

 

<매운 생에서 웃음만 골라먹었다>

신춘문예 등단작가 김양미의 인생과 일상이 녹아 있는 명랑 코드 에세이로, 지루할 틈 없이 몰아치는 이야기의 힘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신이 나에게 준 무기가 하나 있었으니,
아무리 힘든 상황에서도 ‘유머’를 잃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친구들을 웃기는 게 좋았다.
얼어 죽을 것처럼 추운 오리공장에서 오리껍질을 벗기고,
인간의 한계를 시험하는 듯한 물류센터에서 일하던,
그리고 곱창집에서 온갖 서러움을 겪으며
막창과 대창을 벅벅 문질러 닦던 이야기까지.
죽을 것처럼 괴로운 일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재미있는 이야기가 되기도 했다.
내가 쓴 글에는 명랑함이 있었다.


1. <매운 생에서 웃음만 골라먹었다>는 첫 번째 책 <죽은 고양이를 태우다>가 소설집인 것과는 달리 에세이입니다. 그리고 이른바 ‘명랑’을 주요 코드로 내세웠습니다. 소설집에서도 ‘명랑’의 기운을 느꼈지만, 에세이를 통해 본격적으로 ‘명랑’ 또는 ‘웃긴’을 드러낸 것 같습니다. 또 작가님의 어느 글에서인가 성석제 작가의 작품을 읽다가 ‘졸라 웃긴 작가’가 되고 싶다고 쓴 걸 본 적이 있습니다. 작가님에게 이번 에세이 출간이 어떤 의미인지, 그리고 명랑, 졸라 웃긴은 어떤 의미인지 묻고 싶습니다.

 

: 얼마 전에 둘째 아들이 그런 말을 하더군요. 어린 시절 엄마가 <인간극장>과 <동행>이라는 프로그램을 빼놓지 않고 보던 기억이 난다고. 돌이켜 보니 그랬던 거 같아요. 저보다 더 힘들게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고 있으면 ‘그래, 나는 그나마 좀 낫잖아.’라는 긍정적인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제가 추구하는 ‘명랑’이나 ‘유머’는 밝고 행복한 가운데 뿜어져 나오는 게 아니라 힘들고 괴롭지만, 더 불행해질 뻔한 상황에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하게 되는, “죽을 뻔했는데 살았으니 그게 어디냐!”는 식의 빵 터지는 웃음이 좋아요.

이번 에세이를 읽는 독자에게, 사는 건 힘들지만 그래도 웃음을 잃지 않고 살아갈 수 있도록 작은 힘이나마 보탤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2. 제목이 인상적인데요, 대부분 힘들었던 매운 생에서 잠깐 좋았던 순간의 명랑함을 포착하여 쓴 글들이라고 보이네요. 어릴 적 이야기부터 최근의 일까지 그런 순간들의 기억을 책에 담은 것 같습니다. 그 속에서 작가님이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삶의 여정이 한눈에 보이는 듯합니다. 이 책은 어떻게 기획되었으며, 이번 에세이에 담고 싶었던 메시지는 무엇이었을까요? 다른 방향에서 여쭙자면, 독자들에게 어떻게 읽히는 책이었으면 합니까?

 

: 여기에 쓴 글 중에 작정하고 쓴 건 없어요. 어찌 보면 일기라고도 할 수 있고 힘든 와중에 글로 쓴 하소연 같은 건지도 모르겠어요. 매일 매일 제가 겪고 느끼는 것을 페이스북에 올리기 시작했고, 그걸 읽은 분들이 격려해 주고 응원해 주는 ‘반응의 맛’을 보게 된 거죠. 아무도 나에 대해 관심이 없고 대화 나눌 사람조차 없었다면 지금처럼 명랑하게 살 수 없었을 거예요. 제 글을 읽은 분 중에 ‘위로가 되었다’라는 반응을 남겨주는 분이 제일 고마워요. 그게 제가 글을 쓰는 이유가 아닐까 싶습니다.



 

3. 2020년 근로자문화예술제 입상하고 2022년 경인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는데, 이외수 작가 문하에서 연수생으로 창작수업을 받은 것이 전부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에세이에서도 소설가가 되고자 열망을 품은 이야기는 별로 나오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더욱 궁금합니다. 등단작가가 되는 일이 부단히 열망하고 노력해도 쉽지 않은 일일 텐데, 언제부터 작가의 꿈을 키웠으며 어떤 방식으로 창작훈련을 했습니까? 김양미 작가에게 글쓰기, 문학 창작은 과연 무엇입니까? 그리고 글감을 품은 후 그것이 완성되는 김양미 작가만의 과정은 어떻습니까?

 

: 저는 글을 쓰며 살 생각이 전혀 없었어요. 그쪽 전공도 아니고 타고난 재능이 있는 것도 아니었으니까요. 이외수문학관에 가게 된 것도, <벽오금학도>나 <들개>를 쓴 작가님을 만나 뵙고 싶어서였어요. 그러다 이외수 작가님으로부터 소설을 써보라는 말을 듣긴 했지만 그때까지도 진지하게 생각해 보진 않았어요. 그러다 갑자기 작가님이 쓰러지고, 말 안 듣던 자식이 가슴을 치며 뉘우치듯 더 늦기 전에 써야겠다는 마음으로 소설을 쓰기 시작했어요.

정말 어이없는 망작이었죠. 하지만 시작이 반이라고, 쓰기 시작하니 어떻게든 또 써지더라고요. 그러다 누가 <근로자 문학제>에 한번 응모해 보라고 해서 <내 애인 이춘배>를 출품했고, 운 좋게 입상하게 됐어요. 그 뒤로 신춘문예에도 도전하게 됐고요.

저는 에피소드 하나에서 시작해 글을 써나가요. 구성을 한 뒤 쓰면 더 탄탄하겠지만 처음부터 그렇게 배운 게 아니라 잘 고쳐지지 않아요. 말하자면, 생각나는 대로 마음 가는 대로 무식하게 쓰는 스타일입니다.

 

소설을 쓰는 작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도 없었다.
어찌하다 보니 그리되었다.
글만 쓰며 살 수 없으니 돈도 번다.
일하며 만나게 되는,
잘나기보다 조금은 기울어진 인생을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내 이야기가 되어준다.

 

 

4. 이번 에세이를 통해 김양미 작가의 삶에 대한 태도를 엿보았습니다. 정면승부. 삶의 굴곡과 도전을 결코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맞선다는 것이었습니다. 또 하나는 사람의 선의와 사람 사이의 관계의 진정성에 대해 굳건한 신뢰를 가지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이런 태도가 사건의 현장에서 관객에 머무르지 않고 상황을 주도적으로 인식하고 행동하게 하는 것 같습니다. 실수나 오해를 두려워하지 않고, 책임지는 상황을 피하지 않는 모습을 발견합니다. 이런 과정 속에 돈을 버는 노동과 글 쓰는 일의 병행이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결국 작품으로 탄생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작가님이 지향하는 작가정신에 대해 묻고 싶습니다. 거창한 질문이라 생각된다면, 김양미의 삶에서 창작은 무엇이며, 무엇을, 왜 쓰는가에 대한 답변으로 듣고 싶습니다.

 

: 제 삶에서 창작은 지루하게 살지 않기 위한 안간힘 같은 거예요. 어차피 사는 거, 즐겁게 사는 게 낫고 이왕이면 다른 사람도 웃겨가며 살면 좋잖아요. 책에도 썼지만 저는 사람들을 웃기는 게 좋아요. 성석제 작가님이나 이기호 작가님을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해요. 제가 가진 재능이 글로 사람을 웃길 수 있는 거라면, 잘난 사람들 말고 기울어지고 힘든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조금 더 따듯하고 재미있게 전달해 낼 수 있길 바랍니다.

그리고 사람 관계에 있어서 ‘선의’와 ‘진정성’은 상대적이라 생각해요. 모두에게 좋은 사람도 모두에게 나쁜 사람도 없으니까요. 내가 바라는 만큼 나 역시 상대에게 해줄 수 있는지 먼저 생각해 봐야 해요. 무언가를 바라기만 하는 사람과의 사이에서 생겨나는 선의와 진정성은 오래 갈 수 없다고 생각해요.

그럼에도 저는, 사람들의 따듯한 마음을 일단 믿는 편입니다. 나중에 실망할지라도.


이 명랑한 작가는 선입견이나 편견을 두지 않으며,
실수나 오해를 두려워하지 않기에
적극적으로 관계의 연못에, 사건의 강물에 자신을 던진다.
솔직하게 자신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며
그에 대한 책임을 피하지 않는다.
그렇게 삶을 만들고, 글을 짓는다.
그래서 그의 이야기엔 사람이 있다.
그리고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웃음을 발견한다.



5. 이번 에세이를 읽으면서 ‘이거 소설 아니야?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에세이라니.’ 싶은 사건들이 많았습니다. 상황을 바라보고 이해하고 개입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창조적 마찰로 인한 결과라고 보입니다. 결국 이런 에피소드들이 소설 창작의 재료가 되는 것이겠지요. 사실 따지고 보면 누구에게나 일어나는 일일 텐데, 주변에서 ‘에피소드 맛집’이라고 불리기까지 하는 그 본질적인 이유는 무엇일까요? 관찰력? 기억력? 연출력? 실행력? 똘끼? 과연 무엇일까요?

 

: 음…. 제가 사실은 어려서부터 많이 엉뚱했어요. 생각하는 게 남들과 좀 다르다는 건 인정해요. 예를 들면, 남들은 생각하고 행동을 하잖아요. 이걸 해도 되나? 상황판단이라는 걸 하는데 저는 바로 행동으로 옮겨버려요. 다치고 나서 후회하고, 먹고 나서 퉤퉤 뱉고, 맞고 나서 눈물 흘리는, 선 행동 후 반성. 그런 쪽이었어요. 제가 남들보다 다양한 경험을 해 본 건 이런 성격 때문인지도 몰라요.

돈이 없으면 일단 일 할 곳을 찾으러 다녀요. 그게 오리공장이든 물류창고든, 깊이 생각하지 않아요. 그러다 보니, 거기서 만나는 사람들 이야기가 제 안에 차곡차곡 쌓이게 되고 이렇듯 글로 나오게 된 것 같아요. 그리고 제가 똘끼도 좀 있긴 합니다. 그건 인정!

 

곱창집에서 일할 때도, 지금 편의점 일을 하면서도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는 다양한 사람을 만나게 되는 시간이어서
의미가 있는 거였다.
단순히 돈만 벌기 위해 일을 하러 다녔을 때와는 분명 다르다.
하지만 글을 쓰는 게 일하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일을 해서 부서진 중문을 고치고,
뜯긴 벽지를 새로 도배할 수 있는 일상의 기쁨 또한
나에겐 소중하다.



6. 에세이가 경험을 토대로 작성되는 글이기에 가족과의 일화가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건 피할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이번 책에서도 작가님의 어머니와 형제, 남편, 아이들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조금은 불편한 부분도 있었을 것 같았지만, 숨기고 싶었을 만한 이야기도 가감 없이 드러냈습니다. 독자들은 단지 작가님의 창작 속 이야기로 ‘명랑’하게 경험을 하는 것이지만, 실제 현실에서는 크고 작은 감정의 파고가, 때론 분노와 당혹의 쓰나미가 몰아쳤을 것 같습니다. 관계에서 발생했던 문제들을 글로 쓰면서 감정 해소와 심리적 정화도 가능한 것인지요? 그리고 아무래도 이번 책도 가족들의 응원이 힘이 되었겠지요?

 

: 오히려 가족들의 무관심이 힘이 되었어요. 무슨 말이냐 하면, 제가 뭘 하든 크게 간섭하지 않아요. 아이들과 남편에게 고마워하는 부분이기도 해요. 제가 동네 곱창집에서 일하고 있으면 부끄러울 만도 한데 아들이 커피를 사와서 사장님과 제게 주고 가요. 우리 엄마 힘들게 하지 말라는 물질적 경고라고 해서 빵 터진 적이 있어요.

제가 신춘문예에 당선됐다고 남편에게 전화를 했더니, “보이스 피싱이야.”라고 말하는 거예요. 그만큼 서로에 대한 기대치가 없어요. 이번 에세이에 저희 언니, 정숙씨 이야기를 쓴 건 한 소리 듣긴 했는데 읽는 내내 많이 웃었대요. 그래서 봐 준다고. 사실, 뭐라 한다고 해도 기죽을 제가 아니긴 합니다만.

글로 쓰면 심리적 정화가 되ㅡ냐고 하셨는데, 때론 배설과 비슷해요. 똥 같은 글을 쓴다는 게 아니라 배설 후의 후련함이 있잖아요. 감정이 격해졌을 때 그걸 글로 싸지르고 나면 속에서 부대끼는 게 훨씬 덜해져요. 거기다 유머를 가미하면 훨씬 더 재미있어지고요. 다른 사람들이 그걸 읽고 같이 웃어주면 쾌감까지 더해져서 분한 마음이 싹 해소돼요.

 

할머니들이 길섶에 앉아 초록을 뜯는다.
누구에게 먹이려고 검정비닐 가득히 봄을 담아내는가.
기껏해야 쑥이고 냉이일 테지만 봄은 이렇게 사소하고 아름답다.
내가 뜯어온 쑥으로 모시조개 넣고 끓인 쑥국을
무척 좋아하던 엄마 생각이 난다.



7. 편의점 야간 알바 일은 어떻습니까? 강도 높은 노동을 하면서도 글감을 발견하고 또 글을 쓰고 있는데 힘들지 않은지 궁금합니다. 그냥 일상만으로도 하루가 꽉 차기에 피곤이 쌓인 눈꺼풀을 이겨내며 장기적인 방향이나 계획을 세우기는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뚜벅뚜벅 문학의 방향으로 걸어가는 모습이 멋집니다. 새로운 작품집 구상도 있을 것 같고, 장편도 준비 중인 것 같은데 향후 창작 계획은 어떠합니까? 혹시 글쓰기 강좌를 열 계획은 없는지 궁금합니다.

 

: 편의점 야간 알바 하는 동안 글 쓸 욕심은 접었어요. 제가 두 가지를 한꺼번에 할 만큼 능력 있는 사람도 아닐뿐더러 글에 대한 욕심이 크게 없기 때문입니다. 쓸 때 되면 쓰겠지 하는 마인드이거든요. 그래서 애들 키우면서도 공부하라는 소리는 안 했어요. 그게 억지로 되는 게 아니란 걸 잘 아니까요.

장편은 계약한 지 1년 정도 되는데 시작도 못 했어요. 그쪽 출판사에 죄송한 마음도 있지만 이 또한 억지로 되는 게 아니라서 시간을 조금만 더 달라고 양해를 구했어요.

향후 계획은 사실 없어요. 올 11월에 출판될 소설집 때문에 단편을 두 개 정도 써야 하는데 머리만 묵작한 상태라서 아직 풀어내진 못 하고 있어요.

글을 더 많이 써야 한다는 욕심을 부릴 수 없는 게 저는 지금껏해야 등단 2년 차라 배워야 할 게 더 많아요. 책도 더 열심히 읽고, 쓰고 싶은 글에 대한 자료조사도 해야 하고. 그러니 향후 계획은 딱히 없어요.

글쓰기 강좌를 하게 된다면 청소년이나 할머니 할아버지를 대상으로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글은 배워서 쓰는 게 아니라 마음의 소리를 글로 옮기는 거라는 걸 함께 체험해 보고 싶어요. 기회가 닿는다면 열심히 해보고 싶습니다.

 

 

 

그때로 다시 돌아간다면
밥 한 끼에 목숨을 걸고
그토록 용감하게 눈 속을 파헤치며
내려올 수 있을까?
무모하고 엉뚱하고 겁 없고 당돌하던
그 시절의 내가 무척 그리워진다.


매운 생에서 웃음만 골라먹었다 - 대부분 힘들고 가끔 좋았던 내 인생
매운 생에서 웃음만 골라먹었다 - 대부분 힘들고 가끔 좋았던 내 인생
깊은 강 (엔도 슈사쿠)

 멋진 책이었다.

종교와 관련된 책이라고 단순히 설명하면 누군가 반감을 가지고 ‘에이, 그럼 안 읽을래’라고 할거 같아서 걱정될 만큼 좋았다. 책의 시작은 내리기 시작한 겨울 눈처럼 쓸쓸하면서 간결했는데 여러 이야기가 뭉쳐지며 점점 폭설이 되어 읽는 사람을 압도하는 책이었다. 저자인 엔도 슈사쿠가 평생을 신과 구원에 대해 탐구하다 죽기 3년전 투병하면서 쓴 책이라는데 그런 사람만 쓸 수 있었을것 같은 책이기도 했다.


 나는 종교와 무관하게 살아왔지만 가톨릭 국가에서 살면서 종교와 무관하지 않을 수 없었던 사람들을 알게 되었다.이 곳은 가톨릭이 공기처럼 일상에 퍼져있는 곳이다.주위 사람 대부분이 세례를 받았고  크리스토퍼라든지 막달레나 같은 이름을 두번째 이름으로 가지고 있다. 그들중 대다수는 가톨릭에 종교의 ㅈ만 들어도 치를 떨곤 한다. 읽는 내내 그 친구들이 생각나서 이 책을 추천했다. 싫든 좋든 평생 종교에 대해 묻고 고민해온 사람들의 의견이 무척 궁금했기 때문이다.


양파는 신념이 아니었을까?

신념을 가지고 있었던 오쓰는 방황하지만 나아가고 미쓰코는 계속 방황할 수 밖에 없었던거지. 그게 질투의 이유이지 않았을까 싶다. 



깊은 강
깊은 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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