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손톱 아래 가시가 제일 아픈 것처럼 순간의 감정이 가장 중요한 일이 되는 건 나이가 들 수록 더 강렬해지는 에고 고착화 같다. 예전에는 이런 일로 이런 기분이 들지 않았는데, 유연하지 못한 흔히 이야기 하는 꼰대의 마음과 시선이 되어 조급해며 위축된다.
감정은 오래가지 않는다. 객관적으로 관조적으로 에고의 변화에 감흥하고 받아들이면 된다. 류의 설명이 어렵지 않게 와 닿았다.
언제나 실천의 문제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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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항하는 습관을 가진 사람들은 공통점을 하나 가지고 있는데, 바로 반추를 많이 한다는 것이다.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을 곱씹고 또 곱씹는다. 그렇다고 변화하는 것은 없고 더욱 괴로울 뿐인데 말이다. 저항하면 마음이 불편하다. 저항하면 새로운 가능성이 닫힌다. 저항하면 대인관계가 악화된다. p18
유념해야 할 것은 선택에 따른 결과도 중요하지만, 결과에 대한 나의 태도와 그에 따른 행동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결과를 받아들이는 나의 태도와 행동 역시 나의 선택이다. 그 선택은 또 다른 결과를 불러오고, 이러한 선택과 결과의 반복이 우리의 인생을 만들어 간다. 선택의 결과는 끝이 아니라 새로운 선택의 시작이다. p63
스트레스가 그러하다. 내려놓지 못하고 스트레스에 빠져서 생각하면 할수록 우리는 더욱 스트레스에 함몰된다. 이는 기억이 정서의 영향을 받기 때문인데, 이를 심리학에서는 기분 일치성 효과라 한다. 기쁠때는 즐거웠던 기억이 더 잘 떠오르고, 우울할 때는 괴롭고 슬펐던 기억이 더 잘 떠오른다는 뜻이다. 기분 일치성 효과로 인해 스트레스 상태에서 우리는 극단적으로 부정적인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므로 스트레스 상태에서는 생각을 많이 하거나 중요한 판단을 내려서는 안 된다. p153
이 책은 천우의 스토리 게시물로 부터 시작된다. "우리 요트 탈래?" 장난 같았던 이 게시물은 천둥과 파도 그리고 죽음 불행 사이 간절한 행운을 들고 돌아오게 된다.
원래 소설은 처음에는 별로 몰입이 되지 않는다. 특히 나와 먼 바다 이야기라면 특히. 하지만 천우신조호가 표류된 이후론 내가 천우신조호가 된 것 같이 나도 같이 이야기에 휩쓸렸던 것 같다. (바다를 좋아하는 작가의 마음 때문인걸까?)
나는 이 책을 두 번 읽었다. 첫번째 읽을 때에는 느끼지 못했던 것들을 두번째 읽을때 많이 느꼈다. 두번째로 읽을때 이미 일어날 일들을 다 알고있어서 초반에 윌이가 차를 따라 올때 나 혼자 오묘한 감정을 느꼈다. (당장이라도 말해주고싶은데 말할 수 없는 마음 때문인 것 같다.) 그리고 초반에 있던 이 문장이 다시 읽을 때 되게 인상 깊었다. "천우는 스토리를 지워 버렸다. 후회되지는 않았다." 처음 읽을 때는 그냥 그렇구나 하고 지나갔는데 다시 보니 미래의 일에 대한 천우의 대답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라이프 재킷>의 뜻은 '구명조끼' 이다. 거대한 파도와 벼랑끝에서 구명조끼가 되어준 한 사람을 말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고, 나에게 그 한 사람은 누구였을까, 누구일까 생각해보게 되는 책인 것 같다.
한국인 아버지와 베트남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 어렸을 때 한국에서 살다가 사춘기 무렵 아버지와 미국으로 이주, 미국으로 함께 오기로 했던 어머니와는 연락 두절, 그리고 피부는 파란색.
이 작품 속 주인공은 설정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소수자 of 소수자 of 소수자이다.
소설을 읽지 않아도 주인공이 태어나서 지금까지 얼마나 지독한 차별과 혐오에 시달려 왔을지 짐작할 수 있는 설정이다.
이 작품은 21세기 들어 미국에서 벌어졌던 굵직한 사건과 한국에서 벌어졌던 굵직한 사건을 교차해 시간순으로 보여주며, 차별과 혐오의 역사가 어떤 모습으로 어떻게 반복돼 왔는지 처절하게 보여준다.
읽는 내내 가슴에서 천불이 난다.
같은 학교에 다니는 녀석들은 어려서 철이 없다고 치자.
동네 어른들뿐만 아니라 보안관, 심지어 아버지와 학교 선생님까지 차별과 혐오에 동참하는 모습을 보면 인류애가 바삭바삭 부서진다.
주인공을 아끼는 몇 안 되는 사람들은 모두 비참하게 죽거나 크게 다치며 곁에서 사라진다.
주위 상황은 온통 주인공이 제정신을 붙들지 못하게 하는 것들뿐이다.
주인공의 한국 이름이 영어로 '감옥'을 뜻하는 'Jail'과 발음이 비슷한 '재일'이라는 설정도 예사롭지 않다.
C8 뭐 이런 경우가 다 있냐 싶다가도 문득, 인정하기 싫은데 익숙한 풍경이 보인다.
그리고 자문하게 한다.
나는 단 한 번도 이런 차별과 혐오에 직접적으로든 간접적으로든 동참했던 경험이 없는가?
부끄럽지만 그렇다는 말은 못 하겠다.
그것이 이 작품의 힘이다.
이 암울해 보이는 작품이 마지막까지 비극으로 흐르지 않는 이유는, 현실에 좌절하고 절망하면서도 어떻게든 존엄을 지키려고 애를 쓰는 주인공의 태도 때문이다.
홀로 넓은 세상으로 나온 주인공은 생각의 깊이를 더하고 한계를 확장하며 자기만의 깨달음에 도달한다.
"나는 더 이상 백인을 우러르지도, 흑인을 두려워하지도 않는다. 누군가를 선망하지도 경멸하지도 않았다. 인간을 무채색으로 만들고 나면 가진 것을 잃을까 두려워하는 사람들, 일터와 인간관계에 지친 사람들, 애국심과 규율로 무장한 벙커에 숨어 떨고 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우리는 피해자인 동시에 가해자였다. 우리는 어둠 속에서 서로를 공격하고 있었다.”(291페이지)
세상에는 파란 피부를 가진 사람이 더 많이 태어나 무시할 수 없는 규모로 성장하고, 미흡하나마 이들이 다른 인종과 특별히 다른 점이 없다는 사실도 밝혀지기 시작한다.
앞으로 더 넓은 세상에서 이들과 연대할 주인공의 미래는 어떻게 전개될까.
만만치 않겠지만 희망이 엿보인다.
메시지와 읽는 즐거움 모두를 갖춘 훌륭한 장편소설이었다.
문학동네시인선 193 (240818~240821)
❝ 별점: ★★★★★
❝ 한줄평: 평범한 단어도 특별하게 만드는 사랑스러운 시인
❝ 키워드: 단어 | 언어 | 생각 | 밤 | 시 | 존재 | 슬픔 | 말 | 소리 | 꿈 | 동화 | 사랑 | 상상 | 자연 | 감정 | 이름 | 종이 | 이유 | 취향 | 빛 | 행복 | 책 | 편지 | 기분 | 우주 | 숙제 | 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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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국어 공부를 하며 싫다는 뜻의 글자에 들어간 여자 부수에 대해 생각’(「1월의 트리」 부분, p.12)해보고, ‘단어들의 자리를 고민’(「여름 외투」 부분, p.22)하고, ‘단어들의 이름을 풀어 생각’(「여름 외투」 부분, p.23)해보고, ‘다른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고’(「소리 줌인」 부분, p.34), ‘감정에 이름을 붙여보고’(「피나무가 열식된 산책로」 부분, p.59), ‘뒤척이다 일어나 아무렇게나 꿈 묻은 말들을 써보고’(「종이 열쇠」 부분, p.74), ‘편지를 쓰고 주지 않을 수 있다는 것에 기뻐하고’(「초여름」 부분, p.96), ‘제목에 끌린 시를 몇 편 읽다가 시를 써야 한다는 걸 깨닫는’(「아, 맞다 나 시 써야 해」 부분, p.78) 사람. 시인은 일상에서 내내 말과 단어, 언어에 대해 생각하며 시와 하나 되어 살아가는 사람인 것 같아요.
✦ 시는 너무도 다정하고 온화하고 따스해서 ‘여름 외투’처럼 살포시 우리를 감싸주는 듯해요. 또 김은지 시인의 친구 이소연 시인이 쓴 발문이 이 시집을 더 사랑할 수밖에 없게 만들어요. ‘김은지는 단어에 누군가의 마음이 깃들 수 있다는 걸아는 사람처럼 단어를 대한다. 은지가 어떤 단어에 대해서 말하면 그 단어가 만져진다.’(p.120)라고 말하거나, ‘김은지는 단어로 시의 손잡이를 만들고 평범한 단어도 특별하게 만든다.’(p.124)고 말하는 이소연 시인의 애정 어린 따뜻한 시선이 시를 다시 차근히 살펴보게 하더라고요.
✦ 추위를 많이 타서 여름엔 여름 외투를 꼭 챙겨 다니곤 하는데요. 이 시집도 여름 외투처럼, 마음을 감싸주는 포근함이 필요할 때 가방 한구석에 꼭 챙겨 다니고 싶은 그런 사랑스럽고 싱그러운 시집이었어요 💚[📝 24/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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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밤은
차가운 밤은 참
깊이 내려앉는 것만 같고
오늘 내 기분은
외롭지도 두렵지도 않은데
차가운 밤은 참
/ 「차가운 밤은 참」 부분 (p.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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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쓰고 싶은 건
여름 외투
겨울보다 추운 실내에서
어깨를 감싸주는
그런
시
/ 「여름 외투」 부분 (p.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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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은 외면한다고 해서 줄어들거나 사라지지 않습니다
이름을 붙여주면 도움이 됩니다
/ 「피나무가 열식된 산책로」 부분 (p.59)
✴︎
이름을 봐도 떠오르지 않는 사람의 시를
이제 상자에 넣으려고 하는데
밝은 교실
어두운 창밖
사람들의 진지한 등
그 시를 읽었던 계절과 공간이
종이 한 장에 다
불려온다
/ 「종이 열쇠」 부분 (p.74-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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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았던 시
1부 | 시의 제목을 오독한 후 그 시가 더 좋아지고
✎ 「1월의 트리」 ⛤
✎ 「여권」
✎ 「어제 새를 봤어」
✎ 「차가운 밤은 참」 ⛤
✎ 「여름 외투」 ⛤
✎ 「만일 우리가 만나게 된다면」
✎ 「등 축제」 ⛤
✎ 「털모자의 보풀을 떼어내는 20분」
✎ 「슬픔과 기쁨의 개 인사」 ⛤
✎ 「소리 줌인」 ⛤
2부 | 제가 준비한 건 평범한 거예요
✎ 「정미」 ⛤
✎ 「개별 토끼」 ⛤
✎ 「한두 개」
✎ 「위생 장갑—김을 좋아하고 몇 주째 김을 생각합니다」 ⛤
✎ 「굴」
✎ 「앨범」 ⛤
✎ 「반깁스」
✎ 「작년 신상 티브이」
✎ 「피나무가 열식된 산책로」 ⛤
✎ 「두 개의 달이 있고 세번째 달을 보는 일은 아주 드물다」
✎ 「포도」 ⛤
3부 | 누가 부탁하지 않아도 열매를 줍고 자리를 맡고
✎ 「종이 열쇠」 ⛤⛤
✎ 「아, 맞다 나 시 써야 해」
✎ 「고궁의 타임랩스」
✎ 「친구의 취향」
✎ 「타이레놀에 대한 어떤 연구」
✎ 「증폭」 ⛤
✎ 「어제보다 7도 높아요」
4부 | 너무 쉽게는 말고 좀 어렵게 찾아졌으면 해
✎ 「초여름」 ⛤⛤
✎ 「거대하고 같은 시계」
✎ 「그 영화는 좋았다」 ⛤
✎ 「비타민D」
✎ 「가게 보기」 ⛤
✎ 「매일 마침내」
✎ 「과학 독서 모임」
✎ 「중간고사」 ⛤
✎ 「새로운 그늘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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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7일 첫 모임에 이어 두 번째 모임을 마련했습니다.
관심과 참여를 부탁 드립니다.
난 역시 이 사람에게 사랑을 느끼고 있는 거야 스미레는 그렇게 확신했다. 틀림없다(얼음은 언제나 차갑고, 장미는 언제나 붉다). 그리고 이 사랑은 나를 어디론가 끌고 가려 하고 있다. 하지만 그 강한 흐름에서 몸을 빼내는 건 이제 어려운 것 같다. 내게는 선택의 여지가 조금도 없기 때문이다. 내가 끌려가는 곳은 지금까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특별한 세계일지도 모른다. 그곳은 어쩌면 위험한 장소일지도 모른다. 그곳에 숨어 있는 것들이 나에게 깊고 치명적인 상처를 입힐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제 뒤로 물러설 수 없다. 눈앞에 있는 흐름에 그대로 몸을 맡길 수밖에 없다. 설사 나라는 인간이 그곳에서 불에 타 사라져버린다 해도.
그녀의 예감은 -물론 지금에 와서야 알게 된 것이지만- 120퍼센트 정확했다. - 43p
"그렇게 생명이 느껴지는 문장은 아무나 쓸 수 있는 게 아니야. 네 문장엔 그 자체로 호흐바고 움직이고 있는 듯한 자연스러운 흐름과 기운이 있어. 지금은 그것들이 아직 하나로 제대로 연결되고 있지 않을 뿐이야. 피아노 뚜껑을 닫을 필요는 없어." 스미레는 10초에서 15초 정도 조용히 있었다. "그거 위로나 단순한 격려 같은 건 아니지?" "위로나 격려가 아니라 솔직한 사실이야." "몰다우강처럼?" "몰다우강처럼." "고마워." "천만에." - 84p
독서기간: 240819 ~ 0821
처음 책을 접했을 때 "응? 뭐지? 앞이 어디야?"라며 연신 앞, 뒤를 교차해가며 찾아봤다.
일본서적처럼 오른쪽부터 보라는건가?
하지만 그것도 아니었고 결국 책 가격표 즉 ISBN이 인쇄되어 있는 바코드쪽이 표지라는 것을 알았다.
"의도한 건가"?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았던 난 책의 내용이 궁금해졌다.
앞뒤로 남녀의 얼굴이 서로를 바라보며 포개져 있고 마주한 가운데는 붉게 물들어 있다.
예사롭지가 않다...
예술적 감각이 묻어난 표지는 이렇게 내 기대욕구를 충분히 끌어내는데 성공했다.
이 책은 박나은 작가의 자전적 에세이다.
각 주제에 맞게 3p~7p까지 구성되어 있고 서사적인 형태를 띄고 있다.
발칙하고 솔직한 그의 감정이 섞인 날 것의 언어가 이 한 편에 고스란히 녹여 있다.
과거에 아픈 상처와 숱한 어려움들이 있었지만 그것마저도 하나의 과정임을 인식하고 애벌레가 허물을 탈피하여 나비로 변하듯 춤으로서 자신의 에너지를 느끼며 날아다니는 몸짓에 자유함을 보았다.
일체의 개워냄없는 표현이 놀랍고 그것을 글로 써내려간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 이 책은 서평이벤트를 통해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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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기간: 240815~0816
제 7회 수림문학상 수상작
책의 제목도 제목이지만 원소기호로 이루어진 목차때문에 신선하면서도 내용이 전혀 가늠이 되지않았다.
손해사정 법인회사에 취업하게 된 정우
K대 법대까지 나온 그가 처음으로 맡게 된 배당부터 쉽게 해결되지가 않는다.
정우는 미생이자 우리의 모습이었다.
이 소설은 우리나라 수직구조의 불평등한 세태를 꼬집고 있다.
상급자와 부하직원 사이에 샌드위치처럼 끼인 모습이 안쓰럽게 느껴져서 공감이 되었다.
어렵게 쓰여진 문체가 아닌데다 유쾌한 장면들도 곳곳에 있어서 재미있게 읽어 나갔다.
평행이론에 맞춰진 각 인물들을 찾아보는 것도 또 하나의 재미.
읽으면서 종종 들었던게 영화로 제작된다면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봤다.
*이 책은 그믐 서평이벤트를 통해 제공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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