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음사 (240831~240831)
❝ 별점: ★★★★★
❝ 한줄평: 한순간 전율하게 되는 제목의 의미
❝ 키워드: 정신적 병력 | 저주 | 운명 | 종말 | 최후 | 예지력 | 통찰 | 결함 | 불확실 | 생각 | 감정 | 욕망 | 질투 | 예외 | 환영 | 환상 | 희망 | 사랑 | 혐오 | 광채 | 두려움 | 비밀 | 그림자 | 베일 | 불행 | 증오 |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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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이 대체 어떤 의미일까 궁금해하며 읽어 내려갔는데, 그 의미가 밝혀지는 장면에서 짜릿한 전율을 느꼈어요! 80쪽도 안 되는 짧은 소설이라서 사전 정보 없이 읽는 것을 추천합니다. 조지 엘리엇의 글이 너무 매력적이라 다른 작품도 읽어보고 싶네요 ㅎㅎ 사랑하는 연인만 제외하고 모든 사람의 생각과 감정을 읽을 수 있는 것, 오직 사랑하는 연인의 생각과 감정만을 읽을 수 있는 것, 이 책을 읽을 분들은 어떤 쪽을 택하실지 궁금하네요. [📝 24/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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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의지와 상관없이 다른 사람의 영혼을 들여다봐야 하는 데서 오는 피로감과 혐오감은 오직 버사에 대해서만큼은 무지할 수 있다는 사실에 의해 어느 정도 상쇄가 되었다. 그러나 단지 그런 까닭에 호감이 생긴 것은 아니었지만 버사가 베일에 싸인 덕분에 나의 열정이 서서히 커진 것만큼은 사실이었다. 버사는 예지력이라는 끔찍한 사막 한가운데에 위치한 신비한 오아시스 같은 존재였다. (p.3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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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사 그랜트가 내 앞에 처음 등장했을 당시 내가 보았던 환영이 현실로 이뤄졌음을 깨닫고 나자, 마지막으로 보았던 미래의 끔찍한 환영은 그저 병약한 마음이 만들어 낸 환상에 불과하고 겉으로 드러나는 실재와는 아무 상관도 없었으면 하고 허망한 희망을 품게 되었다. (p.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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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달콤한 환상은 장식용 반짝이 조각, 깨진 유리잔, 넝마가 만들어 내는 색감처럼 그저 의식적인 환상에 불과하다. (p.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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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다 시의적절 7월 (240801~240831)
❝ 별점: ★★★★☆
❝ 한줄평: 계속 사랑할 것, 계속 쓸 것을 작게 고백하는 사람의 이야기
❝ 키워드: 삶 | 마음 | 사람 | 여름 | 시 | 고백 | 비밀 | 감정 | 시선 | 구원 | 결심 | 이야기 | 생각 | 인생 | 문학 | 사랑 | 시인 | 실패 | 기회 | 꿈 | 시론 | 여백 | 축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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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일 하루 한 편 읽고 필사도 하며 아껴 읽은 난다의 시의적절 7월 황인찬 시인의 산문집. 대부분의 글이 다 좋아서 하루 한 편씩 아껴 읽기가 힘들었는데 시인이 친구의 결혼을 위해 쓴 축시 「미래의 책」(7월 30일 글)과 그 축시에 대한 이야기가 담긴 에세이 ‘미래를 상상할 수 있도록’(7월 31일 글) 이 두 글이 진짜 좋아서 만약 앞부분에 실려 있었다면 못 참고 책을 단번에 읽어버렸을 것 같아요 🥹
✦ ‘잠시 작게 고백하는 사람’이란 제목이 정말 잘 어울리는 책이란 생각이 들어요. 시를 사랑하고, 사랑으로 시를 쓰는 사람. ‘사랑이란 함께 꿈꾸는 일이고, 사랑과 더불어 시 또한 또 다른 미래를 그리며 함께 행복한 순간을 상상할 수 있게 한다’(미래를 상상할 수 있도록, p.244)는 사람. ‘나의 장래 희망은 계속 사랑하기, 그리하여 계속 써나가기’(미래를 상상할수 있도록, p.244)라는 사람. 이렇게 작게 고백하는 사람의 시와 글을 사랑할 수밖에 없네요. [📝 24/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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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멈춰 있다
파도는 움직이고 있다
우리 꼭 살아서 다시 만나요
파도치는 바다를 뒤로하고 그 사람이 말했는데
그때 하늘은 정말 어둡고 내일이 없을 것 같았는데
/ 7월 22일 시 | 「애프터 레코드」 부분 (p.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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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시는 무엇일까. 시란 멀어지는 것이다. ‘너’가 선행하지 않으면 ‘나’가 불가능하듯이, 의미는 차이가 없으면 발생하지 않는 것이다. 시란 동일성의 세계로 편입하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은 차이를 발견하는 것이다. 너를 사랑한다는 것은 너와 결코 하나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다. 그 불가능이 욕망을 낳는 것이다. 그 횡단 불가능한 간극이 운동을 발생시키는 것이다. 사랑 노래와 연애시의 차이는 여기에 있다. 사랑 노래가 꿈꾸는 것은 너와의 합일이지만 연애시가 그리는 것은 사랑의 불가능이다. 사랑 노래가 꿈꾸는 것은 폐쇄된, 그러나 완전한 세계이지만 연애시가 그리는 것은 사랑의 불가능으로 인해 가능해지는 세계의 개방이고 개진이다.
/ 7월 25일 에세이 | #not_only_you_and_me (p.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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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바라는 대로만 되지는 않으리라는 것을 알면서, 가끔은 슬퍼하거나 괴로운 순간이 오리라는 것을 알면서, 그럼에도 더 나은 미래를 함께 꿈꿀 수 있다고 믿는다는 것, 그것이 사랑의 가장 멋진 점 아니겠는가.
/ 7월 31일 에세이 | 미래를 상상할 수 있도록 (p.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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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았던 글
✎ 7월 1일 에세이 | 여름의 오리들아 하천의 오리들아
✎ 7월 3일 시 | 여름의 빛 ⛤
✎ 7월 4일 에세이 | 시의 목소리에 귀기울이기 ⛤
✎ 7월 5일 시 | 고백 이야기 ⛤
✎ 7월 7일 시 | 이름 이야기 ⛤
✎ 7월 9일 에세이 | 이수명 시인께
✎ 7월 12일 시 | 생각 멈추기 ⛤
✎ 7월 14일 에세이 | 언제나 시에는 현관이 있고
✎ 7월 15일 시 | 어깨에 기대어 잠든 이의 머리를 밀어내지 못함
✎ 7월 18일 시 | 인생 사진 ⛤
✎ 7월 19일 에세이 | 문학 공동체의 선 ⛤
✎ 7월 20일 시 | 괴물 이야기 ⛤
✎ 7월 22일 시 | 애프터 레코드 ⛤
✎ 7월 25일 에세이 | #not_only_you_and_me ⛤
✎ 7월 27일 에세이 | 말하지 않으면 슬프지도 않지만
✎ 7월 28일 에세이 | 시간을 달리지는 못하겠지만
✎ 7월 30일 시 | 미래의 책 ⛤⛤
✎ 7월 31일 에세이 | 미래를 상상할 수 있도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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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게 알았는데, 제 에세이 『책, 이게 뭐라고』의 한 꼭지도 교과서에 실렸네요. 이번에는 무려 국어 교과서입니다. ‘책이 중심이 되는 사회’에 대한 산문이 해냄에듀에서 나온 『2022개정 고등학교 공통국어 2』에 실렸습니다. 제 글 뒤에 독서 동아리 활동이나 온라인 독서 토론 플랫폼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져서 더더욱 감동입니다.
단편 「알바생 자르기」와 「모두, 친절하다」도 둘 다 교과서에 실렸던 거 같습니다. 저도 모르는 사이에 교과서에 글이 여러 편 실린 작가가 되었습니다. 정말 영광입니다. 선생님들께 감사드려요. ^^
#책이게뭐라고 #책이중심이되는세상 #고등학교공통국어2 #해냄에듀 #교과서에글실림 #선생님들감사합니다
내년부터 시행되는 고등학교 새 교육과정 ‘독서와 작문’ 교과서에 제 글이 실렸습니다. 『책 한번 써봅시다』에서 퇴고를 다룬 부분이에요.
제 글이 교과서에 실리는 건 두 번째인데(「알바생 자르기」였는지 「모두, 친절하다」였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네요), 학생들이 제 글을 읽고 공부할 걸 생각하니 아찔하게 좋습니다(그냥 아찔하기도 하고요). 여러 학교에서 채택되기를!
#책한번써봅시다 #퇴고 #교과서 #해냄에듀 #한창호선생님감사합니다
이 책이 읽기 힘들었던 이유는 제목을 보고 기대했던 바가 컸기 때문이였습니다. 무언가 큰 전환점이 오기를 나한테는 아직 그 전환점이 오지 않았던 거라는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였습니다. 행복에 많은 것을 집어 넣고 기대하고 있었던 거죠... 자꾸 부정적으로 읽게 되고 그런 기록이 남는 것 같아서 중간부터는 기록을 남기는 것을 중단했어요. 민폐같은 느낌이 들어서요. 미리 읽기에 좋은 책일 수는 있으나 그 시기를 지나가고 있거나 지난 분들에게는 권하지 않을 것 같아요.
이 작품이 박현욱 작가가 무려 18년 만에 내놓는 새 장편소설이라는 사실에 새삼 놀랐다.
그렇게 긴 세월이 흘렀다는 말인가.
그런데도 여전히 박현욱 작가는 내게 가장 도발적인 질문을 했던 작가로 남아 있다.
데뷔작 『동정 없는 세상』과 최근작(?) 『아내가 결혼했다』만큼 파격적이고 논쟁적이고 이야깃거리가 많았던 장편소설이 또 있었나.
하나같이 통념에서 벗어난 행동을 하는 캐릭터들인데, 반발심이 들다가도 묘하게 설득력이 있어 미워할 수가 없었다.
신간을 확인할 때 박현욱이라는 이름을 정말 오랜만에 발견하고 1초도 고민 없이 장바구니에 넣었다.
이 작품은 우연히 길에서 마주친 대학 동창 태주와 재하, 재하의 여자친구 명 사이에서 벌어지는 연애담을 그린다.
태주는 재하와 딱히 친한 사이는 아니었지만, 명에게 끌려 매번 셋이 함께 만나자고 연락하는 재하를 억지로 만난다.
태주는 명과 연인 사이인 재하를 부러워하고, 재하는 태주에게 미묘한 과시욕을 보여주는데 아뿔싸...
태주는 아무런 기대 없이 지르듯 명에게 고백했는데, 명은 그런 태주를 받아들이면서, 재하는 낙동강 오리알이 된다.
그런데 태주의 태도 또한 예사롭지 않다.
여기서 이 작품의 제목을 다시 눈여겨보게 된다.
이 환승연애는 어떻게 끝날까.
안 그래도 얇은 책의 페이지가 빨리 줄어든다.
재미있다.
하지만 아쉬웠다.
'신라면 레드'인 줄 알고 먹었는데, '진라면 매운맛'이었다고나 할까.
전작들과 비교하면 순한 맛이다.
다른 작가가 이런 작품을 썼다면 꽤 도발적이라고 느꼈을 텐데, 나도 나이를 먹을 만큼 먹은 터라 셋의 심리가 귀엽게 느껴졌다.
그래도 오래 기다려온 작가의 신간이어서 반가웠다.
다음에는 작가가 요리한 '열라면 마라맛'을 맛보고 싶다.
요르고스 란티모스의 소품. 몇 장면만 견뎌내면 특유의 코미디를 맛볼 수 있다. 호불호를 떠나서 어찌되었든 현재 지구상에서 이런 식으로 영화를 만들어내는 건 그가 유일하고 앞으로도 쉽지 않을 듯. 올해 깐느 상영작이었지만 차마 극장 개봉은 못하고 디즈니 플러스로 직행. 조만간 지구를 지켜라 리메이크작 Bugonia가 개봉할 텐데 이건 2025년의 영화가 될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