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임
블로그
글 쓰기
아이는 해변에 이질감 없이 섞여 있었다.

하모니북 매일 글쓰기 모임 22기 웰커 기프트로 받은 책. 모임이 끝난 오늘에서야 첫 페이지를 넘겼다. 그리고 단박에 작가이자 화자가 내가 꺼려하는 안전추구형 4050세대임을 알 수 있었다.


수집한 문단은 본다이 비치에서 화자는 속옷이라고 생각하는 끈나시만 입고 산책하겠다며 돌발선언한 막내를 바라보며 마음을 다잡는 시퀀스다. 화자는 대뜸 그런 발언을 한 자녀에게도, 그리고 그를 거리낌 없이 허락한 남편도 떨떠름하다. 그러다가 이국의 풍경에 이질감 없이 섞이는 자녀를 보고 ‘아, 저 아이는 나와 다르구나!‘라고 깨달음을 얻는 장면이다. 그야말로... 어디에나 있는 모두의 엄마 같은 모습이다.


호텔로 돌아간 화자는 남편과 자녀의 ‘끈나시 산책‘ 에피소드를 되새기며 자기도 모르는 사이 나만의 룰에 갇혀있었음을 인정하고 산책을 허락하길 잘했다는 말로 글을 마무리한다.


기회만 된다면 해외여행을 다니는 우리 엄마도, 화자처럼 극심한 안정추구형의 모습을 보일 때가 많다. 셀프 체크인 키오스크 기계처럼, 새로운 경험은 설렘보다 두려움을 안겨주니 이미 경험해본 안전함에 머무르려는 습관과 같다. 화자의 이런 안전추구형 습관은 식습관에서도 도드라진다. 낯선 이국의 소스는 도전하지 않고 스테이크와 야채만 먹는다거나하는 식으로. 이런 방어적 태도를 소극적이라고, 답답하다고 쏘아붙이고 싶다가도 머뭇거는 이유는 나도 삶의 어떠한 부분엔 이렇게나 겁먹은 고슴도치처럼 군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애써 숨기고 싶은 나의 부분을 타인의 행동으로 마주하게 되니 그야말로 버튼 눌린 것 처럼 잔소리를 발사하고 싶어지는 것이다. 부끄럽다.

어느
어느
오늘의 문장 - 2024년 11월 24일

50여년 전이나 지금이나 다를 바가 없다.

내가
내가
에이리언: 로물루스

구미호 이야기가 더는 공포스럽지 않은 것처럼 에이리언 역시 오늘날 이미지의 과잉 소비로 인해 더는 자극점이 없다. 아마도 1979년 H.R. 기거의 에이리언을 스크린에서 처음 목격했을 관객들은 공포를 넘어 경이감을 느꼈을 거 같기도 하다.


어쨌든 과연 에이리언이 지속 가능한 IP인가 싶은 의심이 들 무렵에 시리즈의 터닝포인트가 될 만한 작품이 나왔다. 원작의 컨벤션을 따라가면서도 식상하지 않을 정도의 적절한 새로움의 영역을 제대로 포착.

에이리언: 로물루스
에이리언: 로물루스
한 권 가득 넘쳐흐르는, 멋지고 가끔 슬픈 당신의 조각들

방구석 나홀로 버지니아 울프 축제는 아직 진행중이다. 역자분이 공들여 선별하신 산문집이라 그런지 통으로 외울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싶은 글들로 꽉 차있어 읽은 것이 느무나 뿌듯하다. 허전한 속에 군고구마보다 울프!

"말은 우리가 말을 쓰기 전에 우선 생각하고 느끼기를 바랍니다." 이런 문장을 보면서 감동과 양심의 가책을 동시에 느끼고, 위인의 편지글을 읽는 것에 대한 대단히 긍정적인 말들을 보며 '그래, 후대에 자기 편지를 읽는다고 생각해도 버지니아가 대노하지는 않았을 거야!' 하면서 안심하고 혼자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탄다. '아무리 별 볼 일 없는 소설이라도 최고의 작품과 비교될 권리는 있다'라니, 쓰는 직업을 가진 사람과 읽는 사람의 기준이 이리 다른 것일까. 내가 만일 어찌어찌 첫 책을 낸 작가인데, 평론가가 톨스토이 작품이랑 비교하면서 내 작품을 까면 그날로 심리치료 시작할 것 같은데...소설을 존경하고 사랑할 뿐 아니라 겁박하고 부수기도 해야한다는 말도 그렇고. 높은 이상이나 자신감같은 단어 몇 개로 논하기 힘든 말들이다. 이 말들로 버지니아 울프를 어설프게 분석하려 드는 것보다, 버지니아 울프니까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하면 되려나. 여성 문제나 서평은 거의 모든 문장이 두근거려서 골라서 토를 달다간 365일도 모자란다.

런던 에세이들을 보니 지금 당장 런던으로 떠나고 싶다. '먼 바다의 선박을 불러와 창고 아래에 포로로 잡아두는 거친 도시의 노래가 이곳에서 낮게 우르릉거린다.' 순간 사고를 정지시키는 이 한도초과의 근사함 뭡니까. 문방구 다녀오는 과정에 도시의 겨울 풍경과 사람들을 통으로 담아 전해주니 이것이 해리포터 뺨때리는 버지니아의 마법일세. 중고서점 들르는 장면에서는 마음속으로 좋아요 버튼 한 백 번쯤 누른 듯. 이 서점 혹시 남아있을까 검색했는데 찾지 못했다. 대신 연필사러 가던 길 지도를 올린 멋쟁이가 계셔서, 언젠가의 여행을 대비해 저장하고 친절한 타인의 대박을 기원하였다. 때애애앵큐우우우.

시작부터 쭉 느껴지지만, 마지막 장에서는 놀라울 정도로 앞을 보려고 한 사람이라는 게 확 피부에 와닿는다. 그 모습에 감탄하는 만큼 버지니아의 아버지가 더 싫어지기도 하고. 버지니아는 자기 아버지니까 애증을 가지는 것이지, 먼 훗날 글 읽는 사람에게는 이런 사람에게 애정을 가질 건덕지가 없어...

매 페이지 매력 터지는데다, 결정적으로 표제를 따온 파트에서 나의 무질서한 독서도 누군가 이해해준다는 느낌에 또 찡. 그것도 단어 하나하나를 그리 중하게 생각하는 그 버지니아 울프가...

일단 실린 글 두 개가 3기니의 프로토 버전이라니 3 기니를 읽어야하고, 아직 읽지 않은 소설도 있고 비평서도 있으니 나홀로 축제는 계속 진행 예정이다. 내가 정말 작품의 이면까지 다 이해하고 있는지는 모르겠고, 이전처럼 기분 무거워져 어영부영 접을 수도 있지만...인생 어쨌든 돈벌이건 덕질이건 물 들어올 때 노 젓는 것이지!

책 읽기를 정말 좋아하는 사람들 아닌가 - 버지니아 울프 산문선
책 읽기를 정말 좋아하는 사람들 아닌가 - 버지니아 울프 산문선
한겨레신문에 월급사실주의 작가님들과 <일하는 사람의 초상>을 연재합니다.

이번 주부터 한 달에 세 번 금요일마다 저를 포함해 월급사실주의 소설가 13명이 한겨레신문에 ‘인터뷰 에세이’를 연재합니다. 시리즈 제목은 <일하는 사람의 초상>이라고 합니다. 한겨레가 어제부터 시작한 새 섹션 <.txt>에 2개면에 전면으로 실립니다.

 

우리 시대 일하는 사람들을 소설가가 찾아가 인터뷰하고 자기 생각을 곁들여 쓰는 기획이에요. 제가 1회를 썼는데 사회인 여성축구팀 코치로 일하는 김대광 전 프로축구 선수를 인터뷰했습니다. 이 분의 일을 짧게 설명하자면 ‘프리랜서 코치’인 셈인데 여성축구의 인기와 프리랜서 중개 플랫폼이 만나 몇 년 전에 생긴 직업입니다. 프리랜서 코치가 된 과정과 고민을 듣는데 재미있더라고요. 기사 링크는 다음과 같습니다.

https://www.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1168835.html

 

(여기서부터는 안 읽으셔도 되는 뻘글입니다.)

월급사실주의의 모토는 ‘노동 현실에 문제의식을 갖고 발품을 팔아 쓰자’입니다. 저 모토에서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단어의 순서가 있습니다. 발품→현실→문제의식입니다. 발품을 팔아서 현실을 파악하고, 그에 따라 문제의식을 새롭게 만들거나, 정교하게 다듬어야 하는 때라고 봅니다.

 

반면 제가 보기에는 지금 상당수 한국소설과 문학비평이 저 순서대로 현실에 접근하는 것 같지 않습니다. 관념→현실→(발품)의 순서라고 할까요. 지금 현실에 맞지 않는 과거의 관념을 가지고, 그 관념을 뒷받침해주는 현장을 고른 뒤 그곳을 취재하거나, 또는 아예 직접 취재를 생략하고 문헌 취재, 인터넷 취재로 대신해서 원래의 관념을 강화하고 있다고 봅니다. 사례는 아주 많은데 여기서 들지는 않을게요. 나중에 제대로 된 지면에서 더 정교하게 쓸 기회가 있겠지요.

 

한국문학만 그럴까. 얼마 전에 독립영화 <해야 할 일>의 박홍준 감독님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어요. 실제로 조선소 인사팀에서 5년간 일했던 감독이 조선업 구조조정을 소재로 만든 영화입니다. 감독의 경험이 담겨 있다 보니 정말 실감 납니다. 저는 가슴 미어지는 기분으로 아프게 봤고 제 지인 중에도 이 영화를 보고 울었다는 분이 있습니다.

 

그런데 노동운동 원로들을 상대로 영화 시사를 했는데 반응이 좋지 않았다고 하더군요.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건지는 알겠지만 우리가 지지해줄 수는 없다”고 하셨답니다. ‘기계적 중립이 불편하다’는 말씀도 들으셨다는데 저도 똑같은 말을 <산 자들>을 쓰고 나서 원로 문인이나 중견 문학평론가들로부터 많이 들었습니다.

 

저는 그런 말씀을 하시는 분들의 머릿속에서는 관념이 현실이 앞서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신들의 세계관 속에서는 회사는 이런 존재이고, 노조는 이런 존재여야 하는데 <해야 할 일>이나 <산 자들>이 그린 현실은 그에 맞지 않는 거죠.

 

한국 기업이 잘하고 있고 한국 사회가 좋다는 말씀이 아닙니다. 한국 기업과 한국 사회가 사람을 대하는 방식은 어떤 곳에서 여전히 소름 끼치도록 비인간적입니다. 다만 기업의 방식은 정교해졌고, 법을 지키며, 여론을 신경 씁니다. 구사대를 동원해서 쇠파이프를 휘두르지는 않죠. 그런 현실에서 ‘근로기준법 준수하라’는 구호는 힘을 잃습니다. 새로운 구호가 필요하고, 그러려면 새로운 관념이 필요하고, 그러려면 지금 현실이 어떤지 제대로 봐야 한다는 게 제 생각이에요.

 

심지어 <해야 할 일>조차 정규직 노동자들만의 이야기입니다. 하청 노동자들에게는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는 영화에 나오지 않습니다(<해야 할 일>은 인사팀의 이야기에 집중하는 내용이며, 제가 그 점을 비판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저희들이 사는 세상에는 하청 노동조차 아닌 일도 많아졌습니다. 자영업도 그렇고 플랫폼 노동도 그렇습니다. 저는 지금 한국 소설가들이 자영업, 플랫폼 노동, 그리고 그 외에 과거의 관념으로는 찾기 어려운 노동 현장들을 찾아서 독자들에게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너무 거창한가요?

 

언론도 비슷합니다. 한때는 여러 언론사에서 내용 비슷한 노숙자 체험을 했고, 또 한때는 명절에 재래시장 찾아가서 비슷한 기사를 썼죠. 관념이 앞서고(서민경제가 힘든 거지? 서민경제의 대표 장소는 재래시장이지? 재래시장 르포하자), 그 관념에 따라 현장을 고른 것입니다. 그런 식으로 반복되는 현장에서 같은 이야기를 하다 보면 자극적인 팩트를 찾게 되고 어느 순간 ‘고발’이 아닌 ‘전시’가 되어버리지 않나 싶습니다. 고참 기자가 되면 대개 그런 취재에 환멸을 품게 됩니다.

 

<일하는 사람의 초상> 기획 연재를 준비하며 한겨레 국장단과 소통했는데, 한겨레 역시 비슷한 문제의식이 있는 것 같아 반가웠습니다. 2회는 구로디지털단지 직장인들의 애환을 장편소설 <구디 얀다르크>로 쓰신 염기원 작가님이 맡으셨습니다. 내년 5월 월급사실주의 3편이 나오면 <일하는 사람의 초상> 연재에 참여하는 작가님도 더 늘어날 예정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일하는사람의초상 #월급사실주의 #한겨레 #금요일연재 #해야할일 #박홍준감독님 #구디얀다르크 #염기원작가님

 


86. 화석맨 (커밋 패틴슨)

1970년대생인 나는 학교에서 태양계의 행성은 9개라고 배웠다. 공룡은 파충류라고, 아메리카 대륙에 가장 먼저 도착한 유럽인은 콜럼버스라고, ‘설공찬전’은 전해지지 않는다고 배웠다. 모두 틀린 말이 됐다. 연구 결과가 쌓이면서 새로운 학설이 나오고, 기존 정설이 뒤집힌다. 지식을 업데이트하지 않으면 나중엔 상식이 모자란 사람이 된다.

특히 고인류학계에서는 내가 20세기에 배웠던 ‘상식’은 거의 다 사라진 것 같다. 네안데르탈인은 우리의 조상이 아니라 친척이었다. 사람속(屬)에는 그 외에도 다른 종, 혹은 아종이 많았던 걸로 밝혀졌다. 아프리카가 과연 인류의 요람이었는지에 대해서는 치열한 논쟁이 진행 중이다.

어느 학계에서 통설이 이렇게 자주 바뀐다는 것은 혁신적인 연구 결과가 그만큼 쏟아진다는 얘기다. 야심 있는 연구자들이 치열하게 경쟁 중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기자 출신 작가 커밋 패틴슨의 『화석맨』(김영사)은 그 중에서도 가장 드라마틱한 소재를 골라 소설처럼 풀어낸 논픽션이다. 일명 ‘아르디’라고 부르는 아르디피테쿠스 라미두스 화석이다.

1994년에 발견된 이 440만 년 전 고인류의 화석은 고인류학계의 기존 이론들과 도무지 맞지 않았다. 연구팀은 그 폭발력을 즉각 알아차렸다. 오랜 정설들을 뒤엎고 학계에 자신들의 이름을 길이 남길 기회가 그들 눈앞에 있었다. 그 과정에서 거센 반발은 당연히 각오해야 할 터.

여기까지만 해도 흥미진진한 서사의 재료인데 거기에 캐릭터성 강한 인물들까지 가세한다. 아르디 연구팀을 이끈 학자는 고집 세고 호전적인 완벽주의자 팀 화이트였고, 라이벌들도 성깔 있는 이들이었다. 이 학계 분위기가 원래 그렇단다. 터프한 학자들이 활동한 에티오피아의 발굴 현장 역시 독사와 전갈, 총성이 끊이지 않는 터프한 장소였다.

그래서 아르디가 흔든 고인류학계의 기존 통설이 뭐냐. 책을 읽으며 상식을 업데이트해보시기를. 짧은 소개 글로 ‘엥? 인류가 이렇게 진화한 게 아니라고?’ 하는 놀라움의 순간을 뺏으면 안 될 것 같다. 700쪽이 그리 길지 않다. ‘사람 이야기’는 늘 재미있는 법.

 


화석맨 - 인류의 기원을 추적하는 고인류학자들의 끝없는 모험
화석맨 - 인류의 기원을 추적하는 고인류학자들의 끝없는 모험
85. 자폐의 거의 모든 역사 (존 돈반, 캐런 주커)

존 돈반, 캐런 주커의 『자폐의 거의 모든 역사』(꿈꿀자유)는 굉장히 지적이고 감동적인 논픽션이다. 그냥 단도직입적으로 이 칼럼 독자들께 “저 믿고 한번 펼쳐주십시오” 하는 말씀을 드리고 싶을 정도로. 아마 자폐와 접점이 있는 분들은 이미 이 책을 읽었거나 최소한 이 책의 존재는 알 것 같다. 그래서 이 글은 자폐와 접점이 없는 분들을 향해 쓴다. 과학교양서이면서 인물 열전이고 실용서이기도 한 864쪽짜리 책을 한 측면으로만 소개하는 서평가의 실력 부족을 너그럽게 봐주시기를.

우선 이 책 앞부분은 ‘한 사회가 어떻게 희생양을 만들어내는가, 그 과정에서 과학이 어떻게 잘못 이용될 수 있는가’에 대한 이야기로 읽을 수 있다. 연구 초기에 일명 ‘냉장고 엄마’ 이론이 퍼졌다. 사랑을 주지 않는 어머니가 아이의 자폐를 불러일으킨다는 끔찍한 주장이었다. 이 잘못된 이론이 수많은 어머니를 죄책감에 빠뜨리고, 거기에 더해 가족과 사회의 비난까지 받게 했다.

책 중반부는 ‘평범한 사람들이 힘을 모아 사회의 거대한 편견을 바꾸는 드라마’로 읽을 수 있다. 부모들은 정보를 공유하고 잘못된 인식에 맞서기 위해 뭉쳤다. 자폐인이 학교에서 교육 받을 권리를 위해, 자폐 연구에 대한 지원을 약속받기 위해 싸웠다. 그들은 그 과정에서 모욕당하고 좌절하다, 크고 작은 성취를 기적처럼 이루고, 반목하고 분열하고, 다시 일어섰다.

나는 책 후반부를 ‘우리가 어떤 사회를 만들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으로 읽었다. 일부 자폐 운동가들이 백신 음모론을 받아들이고 자폐공동체가 이 문제로 내전을 벌이는 과정은 읽기 괴롭고 당혹스럽다. 무엇이 잘못이었을까? ‘자폐는 치유되어야 할 질병이 아니라 세상을 살아가는 한 방식이며, 정체성으로 존중 받아야 한다’는 최근의 신경다양성 개념은 논쟁적이다. 이 논의를 어떻게 발전시켜야 할까?

책의 표현을 빌리자면 자폐증은 ‘사회의 모습을 비추는 거울’이다. 자폐의 역사는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많은 이들이 어떻게 뭉쳐서 분투했는지를 그린 기록이기도 하다. 읽다 보면 거기에 동참하고 싶은 마음이 자연스레 생긴다.

 


자폐의 거의 모든 역사 - 자폐는 어떻게 질병에서 축복이 되었나
자폐의 거의 모든 역사 - 자폐는 어떻게 질병에서 축복이 되었나
오늘의 문장 - 2024년 11월 23일

우리는 경험하기 전까지 받아들이지 않는다.


삶과 생에 대한 본능적인 집착은

감히 측정하고 헤아리기 어려운 규모의 사건과

그로 인한 파장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부러지기보다는

질긴 목숨을 이어가고자

현실을 받아들이지 않고 또 하루를 살아가는 것을 택한다.

그녀는
그녀는
세기말

패스트 라이브즈의 셀린 송의 아버지이자 송길한 작가의 동생인 송능한 감독의 은퇴작. 한국 영상 자료원이 4K 해상도로 복원해서 유튜브에 올라와있다.


김갑수 배우를 제외하고 배우들의 연기가 이상한데 문어체 대사가 가득해서 차승원, 이재은 등 당시 신인에 가까웠던 배우들은 입장에서도 이걸 어떻게 연기해야할지 난감했을 듯.


자동차 전복씬을 비롯해 꽤나 고비용이 들었을 것으로 짐작. 넘버3의 성공 이후 무소불위의 파워를 휘둘렀을 90년대 감독의 에고 흔적이 담겨있지만 4K로 복원까지할만큼의 의미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세기말
세기말
20241123 트레바리 <내일 또 내일 또 내일> 발제문

오프닝 토크


1. 좋은 문학이 그러하듯 <내일 또 내일 또 내일>은 독자마다 정말로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 기본적으로는 세 명의 등장인물이 저마다의 사연과 상처를 안고서 성장한다는 청춘 소설로 읽을 수 있지만 그 이외도 아주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요.


우선 등장 인물들이 게임 업계에 종사하니만큼 매우 많은 게임이 작품 속에 등장합니다. 여러분은 게임을 좋아하시나요? 게임에 대한 우리의 추억 간단히 나눠봐요.


2. 작품의 배경은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에 이르기까지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93학번, 74년생인 주인공들) 아마 미국에서 이 시절을 살아낸 독자라면 이 소설은 남다른 향수를 불러 일으킬 것 같아요. 작품의 시대적, 공간적 배경은 여러분에게 어떻게 다가갔나요?

 

북 토크


1. 주요 등장인물 3인인 샘, 세이디, 마크스 중에 어떤 인물이 가장 공감이 되셨나요? 


2. 셋은 서로를 다른 방식으로 사랑합니다. 샘과 세이디, 세이디와 마크스, 마크스와 샘. 이들의 관계는 어떠한가요? 특히 샘과 세이디의 관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이성간에도 친구가 될 수 있다는 입장이신가요? 친구나 연인이라는 정의에 딱 떨어지지는 않는 관계도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대안 가족에 대한 생각은 어떠신가요? 이들이 이렇게 서로를 사랑할 수 있었던 것은 젊고 어린 시절에 만났기 때문일까요? 


3. 일에 대한 주인공들의 태도는 어떻게 보셨나요? 세이디는 게임을 개발하는 동안 ‘크런치 모드’라고 불릴 정도로 일에 몰두합니다. 샘은 일을 하다 기절하기도 하고 세이디도 거의 비슷합니다.


4. 등장인물 3인은 사실 모두 소수자성을 띄고 있습니다. 장애인인 샘, 여성인 세이디, 동양인인 마크스. 그래서 이 책은 미국 주류문화 속에서 마이너리티들이 겪는 고난의 스토리로 읽을 수도 있어요. 어떠셨나요? 


5. 책 속에서는 여러 대중 문화, 예술에 관한 레퍼런스들이 많이 등장하는데요 마음에 드는 음악이나 그림 발견하셨나요? 그와는 별개로 이렇게 소설 속에 실제 존재하는 지명, 음악, 음식 등이 등장하는 소설이 있고 전혀 그렇지 않은 소설도 있는데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세요? 작품 속에 등장하는 다른 작품, 찾아보시는 편이십니까?

 

6. 예술은 또 문학은 우리 삶의 선택에 과연 어떤 도움이 될까요? 함께 이야기 나눠보고자 합니다. 51페이지에서 도브는 “나를 놀라게 만들어. 불편하게 만들어. 화나게 만들어 보라고.” 라고 말하는데요, 흡사 예술이란 무엇인가를 정의하는 듯 하지요. 샘과 세이디가 초반에 방문하는 유리꽃 박물관도 의미심장합니다 “보존이 불가능한 것을 어떻게 보존하는가? 혹은 다른 말로, 시간과 죽음을 어떻게 멈추는가?” (111쪽) 영원히 보존된 부패의 형상 (114쪽) 세이디가 오리지널리티, 내 것에 그렇게 집착했던 것은 결국 작품을 통해 자신의 이름을 남기고 싶다는 불멸을 향한 몸부림이었던 걸까요?

 

7. 작품의 소재로 주로 게임이 나오고 있습니다. 우리 시대 게임은 과연 예술이 될 수 있을까요? 각기 좋아하고 향유하는 예술 분야가 따로 있다면 무엇인지 알려 주세요.

 

8. 이 작품은 윤리와 준법이라는 측면에서 포커스를 맞추면 굉장히 불쾌한 지점들이 많습니다. 이야기 속에서 세이디는 유부남인 도브와 사귀는데요, 둘은 S&M 플레이를 즐깁니다. 도브는 세이디를 가스라이팅하며 (66p)  정서적, 신체적 착취를 일삼는 인물이지만 이런 그는 작품 속에서 제법 매력적으로 그려집니다. 세이디를 비롯 등장인물들은 마리화나 뿐 아니라 엑스터시 등 약을 즐기기도 하고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9. 작품속의 선택 : 이 작품은 유난히 많은 갈림길이 나옵니다. 함께 게임을 만들자는 샘의 제안에 세이디가 응하지 않았다면? 만약 파트너로 오퍼스가 아닌 셀러도어를 선택했더라면? 그들이 캘리포니아로 이사하지 않았더라면? 만약 세이디와 마크스가 함께 일본으로 떠나지 않았더라면? 마크스가 로비에 내려가지 않고 숨어있었다면? 만약 앤트가 내려오지 않았다면? 책 속 인물들 뿐만 아니라 우리들도 수많은 문 앞에서 선택을 하고, 할 수 있다고 믿지만, 어쩌면 많은 것들이 우연과 운명에 좌우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485쪽) 하지만 세이디의 말처럼 인생게임 속에서 어찌되었든 우리는 다른 방식으로 만나게 되었을까요?


이 중에서 아주 실질적인 질문을 해 보고 싶어요. 오퍼스 VS 샐러도어. 여러분이 언페어 게임의 대표라면 어떤 회사를 고르시겠습니까? (211쪽 참고)

 

10. NPC로 등장한 마크스가 굉장히 인상적이습니다. 모든 사람이 신이나 왕이 될 수 없다고 말하지요. 마크스는 게임을 직접 만들기보다는 주변을 관리하는 매니저 역할을 합니다. 그가 일리야스에서 좋아하는 캐릭터도 주인공인 아킬레우스가 아니라 헥토르였지요. 모두가 주인공 역할을 맡을 수는 없는데요, 이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11. 작품의 제목 ‘내일 또 내일 또 내일’ 은 셰익스피어 맥베스 대사에서 가져온 것입니다. 맥베스에서의 대사는 삶의 허무함과 덧없음을 뜻하는데 이 책에서는 반대로 우리에게 주어지는 기회로서의 ‘내일’을 말하고 있습니다. 어느 쪽에 더 마음이 끌리시나요?

 


내일 또 내일 또 내일
내일 또 내일 또 내일
123456789101112131415161718192021222324252627282930313233343536373839404142434445464748495051525354555657585960616263646566676869707172737475767778798081828384858687888990919293949596979899100101102103104105106107108109110111112113114115116117118119120121122123124125126127128129130131132133134135136137138139140141142143144145146147148149150151152153154155156157158159160161162163164165166167168169170171172173174175176177178179180181182183184185186187188189190191192193194195196197198199200201202203204205206207208209210211212213214215216217218219220221222223224225226227228229230231232233234235236237238239240241242243244245246247248249250251252253254255256257258259260261262263264265266267268269270271272273274275276277278279280281282283284285286287288289290291292293294295296297298299300301302303304305306307308309310311312313314315316317318319320321322323324325326327328329330331332333334335336337338339340341342343344345346347348349350351352353354355356357358359360361362363364365366367368369370371372373374375376377378379380381382383384385386387388389390391392393394395396397398399400401402403404405406407408409410411412413414415416417418419420421422423424425426427428429430431432433434435436437438439440441442443444445446447448449450451452453454455456457458459460461462463464465466467468469470471472473474475476477478479480481482483484485486487488489490491492493494495496497498499500501502503504505506507508509510511512
[책나눔 이벤트] 지금 모집중!
[다산북스/책증정]《너를 위해 사는 것이 인생이라고 니체가 말했다》 저자&편집자와 읽어요!
💡독서모임에 관심있는 출판사들을 위한 안내
출판사 협업 문의 관련 안내
그믐 새내기를 위한 가이드
그믐에 처음 오셨나요?[그믐레터]로 그믐 소식 받으세요중간 참여할 수 있어요!
올해 첫 책! 함께 나눠요!
[그믐밤] 31. 새해 읽고 싶은 책 이야기해요.
이런 주제로도 독서모임이?
혹시 필사 좋아하세요?문학편식쟁이의 수학공부! 50일 수학(상) 함께 풀어요.스몰 색채 워크샵프리스타일 랩을 위한 북클럽 《운율,서재》
2월 8일(토) 연극 같이 봐요!
[그믐연뮤클럽] 5. 의심, 균열, 파국 x 추리소설과 연극무대가 함께 하는 "붉은 낙엽"[그믐연뮤클럽] 4. 다시 찾아온 도박사의 세계 x 진실한 사랑과 구원의 "백치"[그믐연뮤클럽] 3. "리어왕" 읽고 "더 드레서" 같이 관람해요
🎤낭독하기 좋은 책
[그믐밤X그믐클래식] 32. 달밤에 낭독, <일리아스> [그믐밤] 28. 달밤에 낭독, <우리는 언제나 희망하고 있지 않나요>
2025년에도 한강 작가의 책 읽기는 계속됩니다!
[한강 작가님 책 읽기] '작별하지 않는다'를 함께 읽으실 분을 구합니다![라비북클럽](한강작가 노벨문학상 수상기념 2탄)흰 같이 읽어요노벨문학상 수상 한강 작가 작품 읽기 [한강 작가님 책 읽기] '소년이 온다'를 함께 읽으실 분을 구합니다.
스토리 탐험단의 여정은 계속됩니다.
스토리 탐험단 두 번째 여정 [스토리텔링의 비밀]스토리 탐험단의 첫 번째 여정 [이야기의 탄생]
김새섬의 북모닝, 굿모닝 ☕
[1월 북모닝도서] 넥서스 - 하라리다운 통찰로 인류의 미래를 묻다[1월 북모닝도서] 빌드(BUILD) 창조의 과정 - 또라이 대처법까지 알려주는 아이팟의 아버지[1월 북모닝도서] TSMC, 세계 1위의 비밀 - 클립 하나에 담긴 보안[1월 북모닝도서] 레드 헬리콥터 - 숫자 뒤에 사람 있어요.[1월 북모닝도서] 다시, 리더란 무엇인가 - 역사 속 리더들에게 배우다
1월의 고전
[그믐클래식 2025] 1월, 일리아스 [이달의 고전] 1월 『금각사』 함께 읽어요[이달의 고전] 1월 『설국』 함께 읽어요
한국 장편 문학을 찾고 계신다면?
[📕수북탐독] 4. 콜센터⭐수림문학상 수상작 함께 읽어요[📕수북탐독] 3. 로메리고 주식회사⭐수림문학상 수상작 함께 읽어요[📕수북탐독] 2. 사라지는, 사라지지 않는⭐수림문학상 수상작 함께 읽어요[📕수북탐독] 1. 속도의 안내자⭐수림문학상 수상작 함께 읽어요
🎁 여러분의 활발한 독서 생활을 응원하며 그믐이 선물을 드려요.
[인생책 5문 5답] , [싱글 챌린지] 완수자에게 선물을 드립니다
🥦🍆 채식이 궁금한 사람들은 이곳으로~
12주에 채식 관련 책 12권 읽기 ③ 고기는 절반만 먹겠습니다 (브라이언 케이트먼)12주에 채식 관련 책 12권 읽기 ② 채식의 배신 (리어 키스)12주에 채식 관련 책 12권 읽기 ① 채식의 철학 (토니 밀리건)
깊어가는 겨울, 그리움 담은 편지 한 통 ✉
[편지큐레이터와 편지책 읽기] 1. 빈센트 반 고흐의 편지를 읽어요.[책 증정] 텍스티와 함께 『편지 가게 글월』 함께 읽어요![편지 가게 글월] 서로 꿈을 이야기하며 안부를 전하는 글쓰기를 하고자 합니다. [그믐밤] 6. 편지 읽고, 편지 쓰는 밤 @무슨서점
모집중밤하늘
내 블로그
내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