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도 사람이니 당연히 병에 걸린다만, 종양학과 교수가 암 치료를 받는 경우는 드물지 않을까. 그에 더해 전체 암의 1% 중에서 다시 1% 안에 드는 희귀암에 걸리고, 치료했는데 재발하고, 그 와중에 미국처럼 의료보험이 불안정한 곳에서 직장 의료보험으로 거의 무료치료(한 달 치료비 13만 달러인데 본인 부담금 50달러라는 게 기적 아닐까...)받는 참 여러모로 희귀한 이야기다. 뒷표지의 문구는 뭔가 오해의 소지가 있다만... "세계 최고의 암 전문의는 자신의 암을 어떻게 치료했을까?" 한 번 읊고 1분 광고 때린 뒤에, 바로 그 특효약은 매일 꾸준히 섭취한 ○○○...라고 말할 것 같은데 그런 걸 기대하고 보면 대실망할 테니까.
치료 중의 고통과 고뇌를 다 논하면 벽돌책 될 수도 있었을텐데 300페이지도 안 되며 치료의 기본 과정을 이미 다 숙지한 사람이 지식과 직접 경험을 섞어서 이야기해주어 정보 가치도 높다. 많이 힘든 결정이었겠지만, 자신의 얼굴 변형을 보여주는 사진 페이지로 링크되는 Qr코드도 실려있어서, 얼굴 상실 챕터의 글이 더 피부에 와 닿는다. "암은 잔인하고, 아프고, 상처 입히고, 변화시키고, 흔적과 흉터를 남깁니다." 한 챕터를 할애해서 희망과 긍정을 논하면서도, 생존 뿐 아니라 삶의 질, 통증 완화 등 개개인의 다양한 기대가 있다는 것도 분명히 말한다. 개인적으로 마지막 장이 속시원해서 더 읽기 잘 했다고 생각한다.
"저에게 질병은 실존적 의미도 없고, 중요성도 없습니다. 우리 자신을 증명하기 위해 시험을 당하고 도전을 받아야 한다는 생각은 잔인합니다."
"암이든 심장 질환이든 자가 면역 질환이든 어떤 환자도 이런 식으로 자신을 성장시키거나 증명할 기회를 달라고 청하지 않았습니다."
"목표는 깨달음이 아니라 생명입니다. 가족과 의사의 지원을 받는 환자들이 암과의 싸움에서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은 바로 살아남는 것입니다."
병 걸리면 아프고 심해지면 죽을 뿐이니, 의미 같은 게 있겠는가. 덮기 전 치료 연표를 보면서, 그저 치료기술의 발전이 더 많은 사람들을 낫게 해주길 기원할 뿐이다.
📚낭독 도서 : 해냄, 정혜신 작가, <당신이 옳다>
1차 : 35~53쪽까지
한 쪽 씩 순서대로 돌아가며 낭독을 한다.
낭독 수업 말고 다른 사람과 낭독하는 건 처음이라 낯설고 재밌었다.
새로운 자리니까 마음에 부담도 적고 나 포함 다들 약간 낯설어하는 분위기가 재밌었다.
나는 새로움 애호가인걸까!
소곤님은 블로그에서만 알다가 이렇게 직접 뵈니 좋았다.
목소리 들려주세요~ 말씀하시는데, 쓰시는 어휘랑 어투에서 따뜻한 분위기가 물씬 느껴졌다.
그러고 보니 내가 소곤님 덕분에 낭독을 알게 됐고 낭독 수업도 듣게 됐지.
소곤님은 낯을 많이 가리시는지 내 예상에 비해 진행이 서툰 느낌이 있었는데 막상 낭독은 너무 잘하셔서 신기했다.
진행과 말하기가, 말하기와 낭독이 같은 건 아니군.
그리고 소곤님 낭독에서 송정희 성우님이 보여서 신기했다.
낭독할 때 목소리가 송정희 성우님과 비슷하다...!
나도 나중에 이렇게 되는 걸까 (과연 될 수 있을지)
그런데 비슷해서 좀 아쉽기도 했다. 소곤님만의 목소리 특징은 잘 모르겠더라.
내가 처음이라서 공통점만 발견하고 차이는 못 느낀 건지 이것도 잘 모르겠다.
원래 낭독을 할 땐 묵독을 엄청 하고 낭독에 들어가는 게 맞는데 초독으로 바로 하는 낭독은 그 대신 아주 천천히 한다는 이야기를 알게 되어서 좋았고, 발음 유의할 단어들을 짚어주셔서 좋았다. 소곤님과 그 전부터 함께 낭독하시는 다른 분들도 너무 잘하셔서 부럽더라. 나도 자주 하면 느는 게 맞겠지. 내가 지금 우매함의 골짜기인지 아예 말하는 게 어려워져서 오히려 더 못하는 것 같다. 꾸준히 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는데 소곤님이 응원해주셔서 그래도 힘이 났다.
<당신이 옳다> 책은 4년 전 즈음에 무척 감명 깊게 읽었었다. 그런데 이제는 제목에서 살짝 거부감이 왔다. 좀 어릴 때는 무조건적인 인정과 지지에 감동하며 읽었지만 지금은 확신하는 태도를 경계하고 있어서 그런 것 같다고 추측 중이다. 그래도 이렇게 의심하는 태도에 대한 이야기도 책에 언급되어있어서 좋았고, 다른 분들의 목소리로 읽으면서 생각해보는 것도 좋았다. 나는 과연 이 책에 어떤 태도로 살아낼 수 있을지, 비판적인 태도를 마음에 품고 있어도 낭독이 될지, 이런 것도 궁금하다.
그 다음으로 느낀 건, 내용이 이해되고 입을 떼야 하는데 속도를 맞춰야 한다는 생각에 자꾸 입부터 떼진다는 것. 내가 낭독을 듣는 사람에게 느리게(재미없게) 말할까 봐 불안하다. 다른 사람들은 초독이 아닌 건지 낭독 만렙이라 그런 건지 다들 느리지도 않고 버벅이지 않더라.
내가 낭독하는 부분에 '방구들'이라는 단어가 있었는데, 나는 그 단어를 글자 그대로 '방구들'로 읽었다. 읽으면서 응? 방구? 들? 이랬다. (이해 없이 입을 떼니 엉망진창) 묵독을 많이 하고 책을 잘 이해하고 입을 떼야 한다... 진짜로...
성우님 수업에서는 2시간 30분 동안 수업을 하느라 수업을 다 듣고 나면 피곤하고 지치는데 (심지어 월요일 저녁... 일요일 날 뒤늦게 낭독 과제를 하느라 늦게 자고 출근하고 퇴근하면 한없이 낡아져 있다.) 소곤님 수업이 바로 다음 날이라 어제의 피로가 풀리지 않은 채로 낭독 모임을 했다. 근데 1시간 18분 정도로 가볍게 마무리되니 산뜻해서 무척 좋더라. 조금씩 하면 재밌구나! 간만에 낭독이 즐거웠다. 1시간이 무척 빠르고 그 시간으로는 아쉽게 느껴지니 더 좋았다.
소곤님이 다른 분들이 낭독할 때는 눈을 꼭 감으시고 끄덕 끄덕 고개를 움직이며 들으시던데 (약간 음악을 듣듯이) 그렇게 집중해서 들으면 피곤하지 않으실까 궁금했다. 내 낭독은 엉망인데... 말하는 일보다 듣는 일이, 특히 '잘' 듣는 일이 더 더 더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이 들어서 대단하기도 했고. 아무튼 남은 모임도 잘 해봐야겠다. 다음 모임 전에는 묵독도 좀 열심히 해둬야지. 자꾸 유튜브 보고 가족들이랑 떠든다고 책을 요즘 못 읽는다. 으휴휴.
그래도 아무튼, 첫 모임 재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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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낭독=말하기
늘 대상이 있다.
<당신의 옳다> 정리
화자: 정신과 의사
의도: 사람들이 자신의 심리적 허기와 상처를 스스로 치유하도록
대상: (놓쳤다)
어조: (놓쳤다)
태도: 명확하고, 자신있게, 친근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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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낭독은 묵독으로 충분히 읽고 나서 시작!
-초독이라면 천천히
-한 명을 딱 정해서 그 대상을 생각하며 낭독
-생각을 하고 이미지를 그리면서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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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음
눈빛을 [눈삐츨]
'네가'와 '내가'의 차이 - '네가'가 더 상대방에서 주는 느낌
방구들[방꾸들]
예의이기도 하다 [예이이기도 하다]
- '의'가 중간에 들어가면 '이'로 읽기
젊든 늙든 [점뜬 늑뜬]
감정적으로 [감정저그로]
🚩심화1반 10주차 완료/이번주 미션
📍 오늘 낭독한 <시와 산책> 6가지 에피소드를 녹음해주세요.
1. 책 타이틀+'잘 걷고 잘 넘어져요'
2. 책 타이틀+'국경을 넘는 일'
3. 책 타이틀+'모두 예쁜데 나만 캥거루'
4. 책 타이틀+'하룻밤 사이에도 겨울은 올 수 있다'
5. 책 타이틀+'꿈과 같은 재료로 만들어졌네'
6. 책 타이틀+'저녁이 왔을 뿐'
각각 낭독파일 녹음 후 셀프피드백과 함께 보내주세요.
(셀프피드백엔 자신의 낭독을 분석 후,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면 나아질 지 그에 대한 대안까지 있어야 해요)
ex. 발음이 잘 안 들리네요. 밑받침 음가까지 호흡을 책임지며 낭독을 연습할게요. 등등.
+ 다른 분들의 셀프피드백도 참고하면 좋아요!
✅ 여유되시는 분들은 예독도 낭독해서 녹음해보기,
책 한권을 처음부터 끝까지 낭독해보기!
✅ 다음주는 추석 연휴로 휴강입니다. 23일(월)에 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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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너무 주눅 들어 있어서 그런지
선생님이 칭찬해주셨다.
그냥 즐기시라고
얼굴은 얼이 지나다니는 굴이라고
표정이 너무 굳어 있다고 한다.
굳어있으니까 소리도 뚝 뚝 끊긴다고.
한창 즐기기 좋은 나이 아니냐고 하셨다.
잘하고 싶어서(그런데 잘 못해서) 얼굴로 너무 무게 잡고 있었나 보다.
데이터로 만든 기억과 정신을 온라인 세계로 옮겨 육신 없이 영생하는 세상.
여러 드라마, 영화, 소설 등에 쓰인 매력적인 소재다.
나 역시 「시간을 되돌리면」이라는 단편소설로 다뤘던 소재이기도 하고.
이 작품은 이 같은 SF소재에 작가의 주특기인 스릴러를 엮은 하이브리드다.
솔직히 뻔하고 흔한 소재다.
뻔하고 흔하다는 건 그만큼 매력적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문제는 어떻게 다루느냐에 달려있다.
작품을 들여다보자.
생전의 모든 기억과 정신을 온전히 유지하면서도 육신으로 느낄 수 있었던 모든 감각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가상 세계 '롤라'의 등장이 임박하고, '롤라' 행 티켓이 유심 형태로 무작위로 뿌려진다.
무슨 일이 벌어질지 뻔하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티켓을 찾으려는 자, 거래하려는 자, 빼앗으려는 자들이 물밑에서 발 빠르게 움직이며 아수라장이 벌어질 것이다.
그런데 살아생전의 모든 기억과 정신을 가지고 영생하는 세상이 과연 천국일까?
글쎄, 지루하지 않을까?
그래서 작가는 여기에 변화구를 던진다.
가상 세계에서 그저 영생하는 데 그치지 않고, 다양한 삶을 살 수 있게 만들어 보도록 말이다.
마치 시뮬레이션 게임 「대항해시대」처럼 한 캐릭터로 엔딩을 본 뒤 다른 캐릭터로 플레이하면서 엔딩을 보며 다채롭게 게임을 즐길 수 있게 말이다.
영원한 삶에 다양한 서사를 더하는 구조, 과연 소설가다운 발상이다.
제목과 달리 영원한 천국은 없다는 게 작가의 생각으로 읽힌다.
'롤라' 같은 세상에서 산다고 해도, 인간은 끝까지 자기 욕망을 끌어안고 버티며 괴로워할 존재라고.
인간은 설계된 안락한 삶 속에서도 끝끝내 설계도 밖을 벗어나야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는 존재라고.
그런 '야성'이야말로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요소가 아니냐고 작가는 묻는다.
동시에 우리가 '야성'이 점점 희미해지고 있는 세상을 살고 있는 게 아니냐고 반문한다.
작가의 생각에 동의한다.
마냥 쉽게 읽히는 작품은 아니다.
전작들과 비교하면 구조가 다소 복잡한 데다, 정신없이 페이지를 넘기다가도 놓친 부분이 있는 것 같아 다시 수십 페이지 전으로 돌아가는 일도 잦았다.
하지만 전작들이 그래왔듯이 이 작품 또한 두껍긴 해도 그 두꺼움을 잊어버릴 만큼 잘 읽히고, 결말이 미칠 듯이 궁금할 정도로 흥미롭다는 건 여전하다.
간만에 거장이 거장답게 쓴 장편소설을 만났다.
리스펙!!!
한국도서관협회에서 연 ‘공공도서관 발전방향 토론회’에 패널로 초대돼 충남 보령에 다녀왔다. 지난 5월 제주도에서 열렸던 ‘혼디 모영 작은 도서관 세미나’에서 내 발표 내용을 눈여겨 본 충남도서관 관계자가 이번에도 같은 주제로 발표해줄 수 있느냐고 요청해서 바로 수락했다.
그때나 이번이나 내 발표 제목은 ‘미래의 도서관은 공동체를 만든다.’ 도서관이 단순히 책을 대출해주는 기관이 아니라 지역 사회 공동체가 돼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믐이 만들려고 하는 것도 책이 중심에 있는 건강한 커뮤니티다. 그런 면에서 그믐과 도서관은 같은 곳을 바라보는 동료라고 생각한다. 크기는 비교가 안 되지만.
토론회도 유익했지만 대천해수욕장의 쓸쓸한 해변과 하늘을 가득 채웠던 석양이 계속 기억에 남는다.
결국 빈부 격차란 사회에 존재하는 수많은 상품을 구입해 사용할 수 있는 권리가 소수 부자에게 집중되는 현상입니다. p45
전자책 독서의 단점.
벽돌책 칼럼 원고를 거의 다 썼는데 그 책이 벽돌책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습니다. 마감 직전에. 진도가 되게 안 나갔던 책이라 벽돌책인 줄 알았습니다. 칼럼 원고도 참 진도 안 나갔는데.
이런 mother...
지난해 초, 과학잡지 《에피》 여름호에 ‘인공지능과 소설가의 일’이라는 주제로 원고를 써달라는 요청을 받았어요. 메타버스나 빅데이터가 한창 화제에 올랐을 때에도 비슷한 요청을 받은 적이 있지만 거절했었습니다. 제가 잘 알지도 못하고 큰 관심도 없었거든요.
《에피》에는 당시 생각하던 바를 이것저것 써서 글을 실었는데, 그 글이 반응이 좋았는지 이후에 비슷한 주제로 기고나 강연 요청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저도 본격적으로 이 주제로 글을 써봐야겠다 싶었고, 인공지능 충격을 크게 받은 바둑계를 몇 달에 걸쳐 취재했습니다. 그 논픽션은 원래 지금쯤 나왔어야 했는데 제가 게을러서 계속 원고 작업 중입니다.
얼마 전에는 HSAD에서 만든 동영상에 출연하게 되었네요. 모두 두 편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TsR4lYFZh1Y
https://www.youtube.com/watch?v=XahRtF1WNwU
STS SF 초단편 3회는 인공자궁을 소재로 썼습니다. 전문 링크는 제일 아래 달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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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이 인간의 삶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STS(Science, Technology and Society·과학기술과 사회 연구) SF’라는 이름으로 소설을 써온 장강명 작가가 멀지 않은 미래에 우리가 보게 될지도 모를 기묘한 풍경을 픽션으로 전달합니다.
<근미래의 풍경 3회 #인공자궁>
“대한민국에서 제일 핫한 뮤지션이랑 제일 핫한 배우는 보통 사람들과는 다르게 살 거 같았는데, 아니네요. 지지고 볶는 건 모든 부부가 똑같네요.”
사회자가 말했다. 뮤지션과 배우는 웃으며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내 맘대로 행동하지는 않는다, 사랑에 빠지면 나도 내 맘대로 행동하지 않더라’고 대답했다.
“그런데 두 분, 축하드릴 소식이 있다면서요?”
사회자가 다음 화제를 꺼냈다. 카메라 옆에서 조연출이 손가락으로 OK 사인을 보냈다.
“예, 그간 발표를 미뤄왔는데요, 저희가 다음 달에 세 아이의 엄마 아빠가 됩니다.”
뮤지션이 아내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세 아이라고요? 이야, 축하드립니다. 아니, 그런데 다음 달 출산인데 예비 엄마가 어떻게 이렇게 날씬해요?”
이유를 알면서도 사회자가 물었다. 배우가 대답했다.
“제가 ‘사랑과 안전’을 이용하고 있어요.”
“사랑과 안전? 아, 인공자궁 말씀이시죠?”
사회자가 놀란 표정을 연기했다.
“네, 그렇게 부르는 분들도 계시죠. 혐오 표현을 쓰는 분도 있고. 이해는 해요. 뭔가 부자연스럽다고 보시는 거죠. 그런데 시험관 아기도 처음엔 엄청난 논란거리였답니다.”
“많은 예비 부모를 돕는 고마운 기술인데, 이름을 제대로 불러야죠. 사랑과 안전으로 부르겠습니다.”
사회자가 준비한 멘트를 말했다.
“제 누님이 자연 출산으로 첫째를 낳고, 사랑과 안전으로 둘째를 낳으셨거든요. 누님이 저희를 설득하셨어요. 이거 너무 좋다, 배우는 체중 조절도 해야 하는데 왜 엄마나 아이나 쓸데없이 부담을 감수하느냐면서요.”
뮤지션도 준비한 멘트를 말했다.
“처음엔 저도 썩 내키진 않았는데 산부인과 상담을 받고 생각이 바뀌었어요. 사랑과 안전이 엄마는 물론이고 아이 건강에도 더 좋아요. 사실 당연한 건데, 예비 엄마들이 아무리 노력해도 외부 자극이나 충격을 다 차단할 수는 없잖아요. 길에서 간접흡연을 할 수도 있고, 타고 있던 차가 급정거를 할 수도 있고요. 제 입에 들어가는 것 중에도 독이 많겠죠. 그러니까 입덧을 하는 거잖아요. 반면에 사랑과 안전에서는 아기들이 청정한 환경에서 24시간 모니터링을 받아요.”
배우는 자신이 이용하는 ‘클리닉’을 ‘산부인과’로 바꿔 말했다.
“저는 처음부터 대찬성이었습니다. 출산이 원래 되게 위험한 행위예요. 100년 전만 해도 아이를 낳다가 숨지는 여성이 드물지 않았죠. 지금도 있습니다.”
대본에는 최신 통계도 적혀 있었지만 뮤지션은 그냥 ‘지금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 세 쌍둥이를 가지신 건가요?”
“아뇨. 임신을 세 번 했고, 그때마다 수정란을 사랑과 안전으로 옮겼어요. 수정란 두 개를 냉동 보관하다가 세 번째 수정란이랑 시기를 맞춰서 해동했죠. 그러니까 세 아이가 수태 시기는 다르고 출산 예정일은 같아요.”
배우가 말했다.
“아내랑 대화를 오래 했어요. 아이는 몇 명이 좋을까, 몇 살 터울이 좋을까. 저희가 딸 둘, 아들 하나를 얻을 예정인데, 얘들이 서로 오빠, 동생 하지 않고 친구처럼 함께 자라면 좋겠어요. 육아 선배들도 그러데요. 한 번에 끝내라고. 사랑과 안전 덕분에 이런 계획도 세울 수 있게 됐어요.”
“태교 걱정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그게 과학적인 근거는 별로 없다고 하더라고요. 또 제가 원할 때면 언제든 아기들에게 음성 편지를 보낼 수 있어요.”
“평소엔 아내 심장 박동 소리가 아이들에게 실시간으로 전해져요. 그걸 제 심장 소리로 바꿀 수도 있고, 애기들 심장 소리를 저희가 들을 수도 있죠. 애들에게 들려주는 음악은 저희가 함께 골라요.”
뮤지션이 그렇게 말하며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앱을 켰다. 화면에 세 태아의 모습이 떠올랐다.
“시청자 여러분, 두 분이 아이들에게 보내는 음성 편지를 들어보시겠습니다.”
사회자가 말했다. 뮤지션과 배우가 품에서 편지를 꺼내더니 손을 잡고 한 문장씩 번갈아 읽었다. 심장 박동 소리가 배경음으로 작게 흘렀다.
“사랑하는 우리 산이, 별이, 바람이. 잘 크고 있지? 다음 달이면 드디어 얼굴을 보겠구나. 엄마 아빠는 너희 만날 생각에 떨리고 설레서 잠도 제대로 못 잔단다. 엄마는 너희들이 쓸 아기 용품들 고르느라 하루에도 몇 시간씩…….”
같은 시각 방송국 앞에서는 ‘인공자궁에 반대하는 종교인 모임’이 시위를 열고 있었다. 한 사람이 들고 있는 피켓에는 이런 문구가 적혀 있었다.
‘수정란 하나가 인공자궁에서 임신 30주 차까지 건강하게 자랄 확률은 20%대에 불과합니다. 인공자궁 기업은 제공받은 수정란을 초기에 12개로 복제해 배양하면서 문제가 발생한 태아를 살해하는 방법으로 최종 성공률을 높입니다.’
다른 피켓에는 이런 문구들이 적혀 있었다.
‘지난해 인공자궁에서 숨진 태아 4700명!’
‘인공자궁=살인 도구, 사랑과 안전=살인 공장.’
‘인공자궁이 저출생 대책이라는 정부와 방송사는 반성하라!’
https://www.chosun.com/opinion/specialist_column/2024/09/03/LNYJTG2ZHRGPHAHHAT4PASG6AM/
UX와 AI 등 디자인 주변부의 근래 현황과 부작용들을 얇고 넓게 훑는다. 근데 너무 얇아서 신문의 기획 기사 모음집 읽는 느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