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0일부터 22일까지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는 인문문화축제! 마지막 날인 9월 22일 일요일에는 저도 참여합니다. 😊
편안한 돔텐트에서 <나를 살린 함께 읽기> 이야기와 함께 지긋지긋한 무더위와 명절 후유증까지 다 날려버리시면 어떨까요?
그믐의 탄생부터 여러 북클럽 활동에서 제가 배운 것들을 나누려 합니다. 편안한 마음으로 많이 놀러 와주세요. 감사합니다.
P.S. 저는 22일 낮 2시 야외 돔텐트에서 강연합니다.
냉전만 여러 사람 사상 검증으로 잡은 것이 아니니, 종교가 옵션이 아니던 때에 전향을 두 번이나 하고 안 죽었다는 건 여러모로 놀라운 일이다. 그라나다에서 살다 어릴 때 레콩키스타 때문에 지금의 모로코로 역이민가고, 외교일을 하면서 꽤 넓은 지역을 돌아다니다 해적한테 납치당해서 유용할 수 있는 지식인 노예로 교황에게 상납당하고. 세례받고 글 배워서 책 쓰고, 그 와중에 로마가 작살나면서 잽싸게 고향으로 도주하는 그 파란만장함에 기대가 빵빵해져 페이지를 넘기는데...
자료가 적으면 최대한 가능성이 높은 추측을 논하는 게 당연하지만, 그걸 감안해도 추측 파트가 너무 많아서 중간에 피로해진다. 그는 아마 들었을 것이다. 그는 그렇게 했을 것이다. 그는 이렇게 했을지도 모른다...확실한 건 저술한 책에 나오는 구절과 주변인들의 매우 적은 언급 뿐이니, 갑갑허다...이건 소개된 아민 말루프의 소설이 훨씬 재미있을 것 같은데 번역은 없고, 시대극을 영어로 보는 건...하아...
그래도 그 당시의 배경지식이 재미있고, 몸사려야하는 입장에서 저술할 때 얼마나 신경쓸 것이 많았는지 충분히 말해준다. 말 한 마디 잘못 썼다간 겉으로만 믿는 척 한다고 뭔 일 당할지 모르고, 기독교 최고예요 우왕 이런 거 썼다간 고향땅 진짜 못 밟을 것이고. 그런 것 치고는 꽤 과격한 한 마디를 쓰긴 했다만 저자가 추측을 꽤 길게 이야기해주니 납득. 짧게나마 그 시대에 번역이라는 걸 하는 애환도 나오고...낑낑댈 것이 뻔해도 역시 소설을 주문해야겠어...
창비시선 480 (240825~240914)
❝ 별점: ★★★★★
❝ 한줄평: 가만가만 이마를 쓰다듬어주는 시의 손길을 느끼며 꿈속으로
❝ 키워드: 여름 | 언덕 | 바다 | 꿈 | 잠 | 포근 | 쓰다듬기 | 파도 | 시간 | 사랑 | 마음 | 눈물 | 슬픔 | 열매 | 하늘 | 일렁임 | 불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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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처럼 밤새도록 가만가만 이마를 쓰다듬어주어서 꿈속으로 빠져들게 만드는 듯한 시의 손길이 너무 좋아서 오래오래 아껴가며 읽은 시집이에요. 안희연 시인이 추천사를 써주셨는데 몇몇 시어들에서는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의 시들이 떠오르기도 해서 시 읽는 시간이 더욱 행복했어요.
✦ ‘물결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건 자갈이 동그란 모양을 가지게 될 만큼 길고 지루한 시간의 나선을 따라서 모든 것이 우리를 지나가고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른 뒤’(「파도의 법」 부분, p.26-27)라서, ‘잠이 온 것인지 꿈이 온 것인지 모른 채’(「고요의 바다」 부분, p.64) 그 사이 어딘가를 헤매는 화자는 ‘꿈을 꾸며 모든 길을 다 돌아 나온 뒤에야 꿈의 길을 지나 잠에 들어갈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꿈은 잠에서 나오는 문이라는 것을’(「Jazz Chill」 부분, p.82-83) 알게 되는데요. 몽롱하게 꿈인지 현실인지 가물가물한 상태에서 가만가만 이마를 쓸어주는 손길에 잠인지 꿈인지 모르는 것으로 다시 빠져들어가는 느낌이 참 좋았어요.
✦ 진짜 진짜 엄청나게 사랑하게 된 시집. 시인의 다음 시집이 완전 기다려져요 💚 [📝 24/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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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기쁨만을 알게 해줘요 당신은 언덕에 올라오고 싶지만 언젠가 도착하고 싶지는 않고 조금은 발을 멀리 뗀 채로 그래야만 바다에 떠밀려 젖지도 않고 그렇다고 발 딛고 살아갈 용기는 없는 그렇게 언덕에 닿지는 못한 채로
영원히 언덕을 올라가고만 싶은 사람으로
그렇게 남아주세요
/ 「춤」 부분 (p.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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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져 밀려오는 것들을 보고 있을 때. 자갈이 쓸리는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파도의 법이었다. 물결의 소리를 들을 수 있었던 것은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른 뒤였다. 남해에서 아주 멀어진 뒤였다. 자갈이 동그란 모양을 가지게 될 때까지. 자갈이 물 위로 숨을 쉬는. 길고 지루한 시간의 나선을 따라서. 모든 것이 우리를 지나가고 난 뒤였다.
/ 「파도의 법」 부분 (p.2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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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이 온 것인지 꿈이 온 것인지 나는 모른다
오랜 꿈의 말로는 바다를 보는 것이었지 푸른 바다가 밑으로 흐르며 햇빛에 빛나고 있는 장면 곧 세상이 바다에 잠긴다고 하던가 약속된 시간에 밀려오기로 한 바다를 바라보는 건 아름답고 다급하고도 평화로운 일이었는데
/ 「고요의 바다」 부분 (p.64-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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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시간은 어떻게 흐르는 거야. 어디서 흐르는 거야. 어딜 가야 시간 위에 올라탈 수 있는 거야. 다른 사람들은 시간과 같이 흐르고 있는 거야. 시간 위에 마음이 잘 앉아 있는 거야? 마음 위에 시간이 잘 앉아 있는 거야? 어딜 가야 시간 위에 올라탈 수 있니. 어딜 가야 마음 위에 시간을 올려주니.
/ 「우린 너보고 기다리라고 말한 적 없어」 부분 (p.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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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았던 시
제1부
✎ 「한낮의 틈새」 ⛤
✎ 「춤」 ⛤
✎ 「BIRD FEEDING」
✎ 「믿음의 계보」 ⛤
✎ 「카프카의 집」
✎ 「성」
✎ 「파도의 법」 ⛤
✎ 「하루의 말」
✎ 「고양이가 있는 그림」
✎ 「그 여자의 마당」
✎ 「Melodramatic Epiphany」
✎ 「8월」 ⛤
제2부
✎ 「미주의 노래」 ⛤
✎ 「Morning Blue」 ⛤
✎ 「무게가 있는 영혼들의 소원」
✎ 「슬퍼하는 방」 ⛤
✎ 「도대체 언제」
✎ 「부유하는 날들」
✎ 「관성」 ⛤
✎ 「구름과 나」
✎ 「놀이가 끝나고 난 뒤」 ⛤
✎ 「。.゚: •^•:゚ 。」 ⛤
✎ 「고요의 바다」 ⛤
✎ 「낮게 부는 바람」 ⛤
제3부
✎ 「내일은 눈사람의 손을 만들어줘야지」
✎ 「우린 너보고 기다리라고 말한 적 없어」 ⛤
✎ 「서울에는 비가 내려」 ⛤
✎ 「응달」
✎ 「다른 길」 ⛤
✎ 「Jazz Chill」 ⛤
✎ 「Blue Room」 ⛤
✎ 「춘분」 ⛤
✎ 「마시멜로우 시리얼」 ⛤
✎ 「In your eyes」
✎ 「두고 온 사람」 ⛤
제4부
✎ 「레몬그라스」
✎ 「불의 꽃」
✎ 「플라밍고가 춤을 추는 더러운 호수」
✎ 「Over Bath Time」 ⛤
✎ 「무너지는 세상에 같이 있어요」
✎ 「자유가 있는 숲길 2」
✎ 「자유가 있는 숲길 3」 ⛤
✎ 「조각배」
✎ 「Psalms」 ⛤
✎ 「다른 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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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전에 읽었던 작가의 장편소설 『단순한 진심』은 지금도 내게 감동적인 기억으로 남아있다.
대한민국 사회의 소외된 곳과 그곳에 속한 사람들을 그저 작품 소재로 다루지 않는 사려 깊은 마음이 느껴졌고, 인간을 향한 신뢰와 희망을 잃지 않는 작가의 시선이 따뜻해서 좋았다.
작가는 이번 작품에선 시선을 대한민국 바깥으로 넓힌다.
지금도 분쟁이 끊이지 않는 시리아, 우크라이나, 팔레스타인으로.
그리고 이들 국가에서 고통받는 사람들이 향하는 영국으로.
소설로 다루는 공간이 광범위해진 만큼 등장인물들의 마음과 마음이 이어지는 스케일도 커졌다.
같은 반 아이가 굶을까 봐 돈이 될 것으로 보이는 카메라를 집에서 몰래 가져와 건네는 아이의 간절한 마음이 시작이다.
그 마음이 카메라를 들고 전장을 오가며 끔찍한 현장을 기록해 전달하는 행동으로 이어지고, 그 행동으로 맺은 인연은 전장에서 목숨을 위협받는 이들의 생명을 구하며, 그렇게 구원을 받은 이들은 절망에 빠진 또 다른 이들에게 손을 내미는 나비효과.
이들의 마음은 시공간의 한계를 넘어 연결돼 새로운 삶을 이어갈 힘을 주는 빛으로, 그리고 멜로디로 공명한다.
작품 속 등장인물 모두 국가, 사회, 가족 등으로부터 보호받지 못하고 버려진 채 절망한 경험이 있지만, 이 그 어떤 보답을 바라지 않고 선의를 보여주고 연대한다.
이들의 행동은 『단순한 진심』 속 등장인물보다 훨씬 적극적이고, 국적과 문화를 초월하는 보편적인 감동을 자아낸다.
동시에 우리가 지금 누리고 있는 평화로운 일상은 언제든지 깨질 수 있으며, 삶과 죽음의 차이가 종이 한 장 차이에 불과하다는 점도 경고한다.
현재 전 세계에서 실제로 벌어지는 분쟁을 소설과 엮어서 설득력 있게.
작품을 읽다 보면 마치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기분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억만금을 들여도 꺼진 생명을 되살릴 수는 없다.
그렇다면 사람 살리는 일보다 중한 일이 뭐가 있겠는가.
그 당연한 이치를 소설로 다시 한번 배웠다.
- 24/10/3
- 책 덮은 지 3일 만에 쓰는 감상문
- 마지막까지 찝찝한 여운때문에 이제야 감상을 적는다.
- 조제와 앨런
- 초반부 읽는동안 앨런이 나 같다가 조제가 나 같다가 계속 왔다갔다 하느라 마음이 바빴다. 앨런의 병적인 의존성을 혐오하다가 나역시도 앨런의 상대였다면 그의 보호자를 자처했을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조제의 앨런을 향한 이중적인 감정과 그에 따른 혼란함도 나 같았다. 그 지옥같은 혼란함을 조제는 때로 자기학대적인 방식으로 회피했는데 그 비겁하고 연약한 모습을 보는 것도 괴로웠다.
- 로라
- 로라가 등장했을 때 인물들의 복잡한 관계성과 그 현실감에 한 방 맞은 것 같았다. 이 책으로부터 어떤 메세지를 읽어내야만 할 것 같고 그 메세지가 줄 깨달음이 나를 죄책감으로 몰아넣을까봐 두려웠다. 내내 앨런과 조제 사이에서 왔다갔다 하던 마음이 로라에게 이입될 때는 수치심이 들어서 외면했다.
- 주위사람들
- 앨런의 곁에는 조제라는 사람만 있었고 조제는 다양한 인물들과 교류했다. 그 인물들이 조제에게 좋은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에 대해서 처음부터 지금까지 수수께끼 같이 느낀다. 왜냐면 조제 곁에서 조제를 진심으로 걱정하고 사랑하며 신사같은 조언을 해주는 그 사람들이 나의 현실에서 겪어본 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조제가 의지하는 여러 친구들 중에 내 시선에서 정말 의지할 만 하다라고 생각되는 관계의 인물이 하나도 없다. 이 주제에 대해서만큼은 앨런의 편에서 조제를 탓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하면서도 이게 나의 잘못된 신념일까봐 혼란스러웠다.
- 사실 나 또한 앨런의 모든 집착과 결핍, 소유욕 모두 공감한다. 로라를 필요로 하는 마음까지도 이해한다. 조제의 주위 사람들은 조제에게 앨런이 로라에게 얼마나 비겁한 행동을 하고 있고 조제가 그것을 모른 척 함으로써 로라를 곤란한 상황에 몰아넣고 있는지 일깨워주려 조언했다. 두 사람의 파괴욕구는 두 사람 자신들만 파괴하는 데 그치지 않았던 것이다.
- 지금 시기에 읽기에 편안한 책은 아니었다. 숙제처럼 읽고 황급히 책장을 덮었지만 언젠가 다시 이 책을 찾을 걸 알고있다. 그때의 나의 감상은 어떻게 변해있을지, 인물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어떻게 달라져 있을지 궁금해 하며 이번 감상을 적는다.
- 151p
- 한밤중에 그녀는 땀에 젖은 채 잠에서 깨어났다. 베르나르가 한 말들이 결실을 맺었다. 꿈속에서 로라가 보의 시골 집 잔디밭에 흉한 모습으로 누워 있었다. 그녀가 신음하고 구조요청을 했지만 소용없었다. 사람들은 보지도 않고 그녀 옆을 그냥 지나갔다. 조제가 이 사람 저 사람에게 달려가 로라를 가리켰다. 하지만 그들은 따분해하는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어디 봅시다, 에이, 별거 아니에요.’ 앨런이 안락의자에 앉아 미소 짓고 있었다.
- 24/9/18
- 파리
- 5장
- 112p
- 사실 앨런의 입장은 이랬다. 내가 당신의 삶 전체를 공유해야 한다는 걸 당신은 받아들여야 해. 그리고 조제의 입장은 이랬다. '당신이 내 삶 전체는 아니라는 걸 당신은 받아들여야 해. 하지만 그들은 서로에게 이 말을 하지 않았다. 그저 이런 식으로 행동했을 뿐이다. '우린 자유로워. 우린 세상에 섞여 있어. 우린 둘이서 세상에 섞이려고 애쓰고 있어. 그 무엇도 재미있지 않다는 것이 문제였다.
- 병적인 관계
- 읽기 거북할 정도로 답답하고 지겹다. 내가 부끄럽게 여기고 꺼내놓지 않으려 애쓴 모든 것을 지나다니는 사람들 앞에 늘어놓고 하나하나 들춰보여지는 기분. 정신나간 앨런을 내가 만나는 정신병원 의사 앞에 앉혀놓고 싶다. 그러면 의사는 앨런을 조제가 없던 과거로 집어던져 놓고 본인의 어려움따위는 혼자 해결할 힘을 기르도록 힘있게 감시해줄 것이다. 조제는 답도없는 연애 고민을 늘어놓는 것으로 나를 괴롭히고 결국 본인이 하고싶은 대로 하는 것으로 날 두번 괴롭히는 친구같다. 아마도 조제는 앨런에게서 벗어나고 싶어하지만 앨런이 없어진다한들 다시 앨런같은 관계를 찾아내서 똑같은 관계를 반복할 것이다. 정신나간 조제와 앨런이 서로에게 보내는 감정을 사랑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내가 원하는 사랑이 이 정신나간 세상에서 가능하긴 할까.
- 24/9/12
- 플로리다
- 48p
- 어느 날 밤, 그녀는 용기를 내어 앨런에게 2주간 어디로든 혼자 떠나게 해달라고 애원했다. 앨런은 거부했다. "난 당신 없이 살 수 없어. 나를 떠나고 싶다면 떠나. 나를 완전히 포기해. 아니면 나를 견뎌내든가."
- 52p
- 그녀는 그에게 말했다. 그가 얼마나 강한지, 감수성이 풍부한지, 매력적인지, 특별한지를. 그렇게 그를 그 자신에게 돌려보내려고, 자기 자신에게 관심을 갖게 하려고 애썼다. 그러면 그는 그녀에게 물었다. "정말 그렇게 생각해?" 아이처럼 몹시 기뻐하는 목소리로. 그런 다음 그녀에게 몸을 기댄 채 잠이 들었다.
- 이 책을 읽기 까지의 우연
- 춘천의 한 카페에 진열되어 있던 프랑수아즈 사강의 책들 중 하나
- 뒤표지에 써있는 문장
- 열자마자 9월
- 집착의 대상이 된 사람의 시선에서 보는 집착하는 사람
나의 행복과 가족의 행복은 시시때때 충돌했다. 아이를 집에 두고 내가 강의를 듣거나 영화를 보는게 못할 지 같았으니 '나답게'살기 위한 선택에는 묘한 죄의식이 따랐다.
문지혁 작가님의 글쓰기 강연을 들었다. 처음 5분은 그냥 듣다가 앗! 이 내용들은 흘려보낼 수 없다 싶어서 현장에서 부랴부랴 필기했다.
"TV 에서 유명 쉐프가 나와서 요리하는 프로그램들 있지요. 쉐프들은 냉장고를 열고 이렇게 말하죠. 자, 여기 닭고기가 있네요. 마침 트러플도 있군요. 올리브유에 양파를 살짝 볶으며 파스타를 시작해요. 10분이면 완성할 수 있는 초간단 요리랍니다."
그런데, 어쩐다! 요리(글쓰기)를 해야 하는 우리의 주방에는 닭가슴살은 커녕 소금, 후추도 없는 걸.
우리의 냉장고에도 재료(글감)를 소분해서 넣어놓자.
재료는 저널의 형태가 좋다. 저널은 일기와 비슷하지만 보다 초점을 맞춘 글이다. 그날 만난 사람, 그날 본 영화, 그날 나를 사로잡은 생각들을 적는다.
영감의 냉장고를 채 우며 우리의 요리를 준비하자.
책으로 읽다가 포기했는데 오디오북으로 결국 완독. 반야심경과 경전에 관한 개인적인 에세이에 가깝다. 반야심경이라는 게 대충 이런 맛이구나 정도를 시음할 수 있을 정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