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과 표지 탓에 『모모』나 『위저드 베이커리』, 혹은 만화 《펫숍 오브 호러스》 유의 살짝 동화적인 느낌의 어반 판타지를 기대했는데 실제 내용에 그런 요소는 전혀 없다. 인물들은 매력적이나 이야기는 너무 이르게 결말을 맞는 느낌.
이 문장을 읽는데 남편에게 집안일을 맡기지 않고 나혼자 다하는 모습이 떠올랐다. 남편이 쉬도록 배려하기 위해 혼자하는게 아니라 남편의 대충 그리고 낭비하며 살림하는 방식이 꼴보기 싫기 때문에 꾸역꾸역 내가 다 하고 말지 하는 것이다-_-.
내 말이나 행동에 대한 평판이 생각보다 좋을 때 묘하게 찝찝하고 구린 느낌이 들 때가 있었는데 그 실상을 들추어낸 듯한 문장. 나는 당신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착하고 친절해서 그렇게 행동한 것이 아니라, 나의 행동이 옳다고 생각하고 이정도는 해야 내 기준을 충족시킬 수 있기 때문이며 당신의 잣대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사실을 내포하기까지 한다.
뇌과학에 관한 이야기인줄로 알고 책을 펼쳤는데 대부분의 내용은 자산 운용에 관한 내용. 저자는 파이넨셜 테라피로 일본에서 나름 활동하는 거 같다. 암튼 뭔가 세상에는 틈새 시장 같은 게 있고 적당히 살 길은 많은 듯.
코로나 시절 피크를 찍었다가 알로 등 경쟁 업체의 부상과 신규 브랜딩 실패료 요즘 한창 몰락하고 있는 룰루레몬의 창업 스토리자 창업자의 회고록.
운동 선수 출신의 칩 윌슨은 알파메일이자 개마초의 인상. 세상에는 여러 자기 개발서들이 있는데 실제로 이걸 참조해서 기업을 창업하고 운영했다는 경영자는 보지 못했다. 그런데 이 칩 윌슨은 여러 자기 개발서들을 바이블로 삼아서 룰루레몬을 창업하고 임직원들에게 필독서로 지정.
룰루레몬의 전신인 스케이트 보드 웨어를 다루는 웨스트비치도 그렇고 요가 산업을 다루는 룰루레몬 역시 트렌드에 민감한 분야. 스포츠 레저 트렌드는 어떻게 바뀔지 모르고 칩 윌슨은 그 웨이브를 잘 포착하고 무엇보다 운이 좋았던 듯.
스케이트보드 시장은 90년대 초반 버블 꺼지기 직전인 일본이 피크였다.L발음을 잘 못하는 일본인들은 그들에게 이국적인 L발음이 들어간 브랜드를 좋아한다는 점을 포착한 칩 윌슨은 L로 도배된 룰루레몬이라는 브랜드 네이밍을 만들었다.
ISA와 연금저축 IRP등을 운용하려면 불가하게 ETF를 다룰 수밖에 없다. ETF를 이해하기 위해 오디오북으로 접한 책.
책은 미래에셋 TIGER ETF 홍보와 저자의 삼성 증권에서 미래에셋으로의 이직 스토리가 대부분인데 삼성 증권 퇴사일에 저주의 말을 퍼부었던 모 임원을 저격하는 등 다소 찌질한 앙금이 책에 기록되어 있다. 사람은 개인마다 각자의 사정이 있고 다들 각자가 세상에서 가장 힘들고 드라마틱하다.
<한 여자>는 아니 에르노의 어머니의 죽음에 대한 경험담을 쓴 책이다. 서두부터 어머니의 임종으로 시작되기 때문에, 나도 글을 읽으며 곧 다가올 부모님의 죽음과 장례 절차를 생각했다. 왜 생각을 못했을까. 서양에도 우리나라처럼 장례의 격식과 예절이 있다는 걸. 관과 (세금 포함), 꽃을 고른다. (백합은 어린이. 더 정확하게는 어린 여자에게 쓴다고 한다)그리고 수의를 선택한다. 생각보다 간소하게 장례식을 성당에서 치르고, 무덤을 파는 무덤지기(?)에게 돈을 쥐어준다.(무덤에 흙을 덮으며, 어머니를 마지막으로 볼 사람이기에 즐거운 마음으로 일하길 바라는 바람에서)
아니 에르노는 허구가 아닌 실제 일어난 일을 쓴다고 한다. 소설이라기 보다 에세이(혹은 회고록)에 가까운 이 책을 왜 소설이라고 부르는 걸까. 그런 의구심은 책을 읽으면서 서서히 사라졌다.
초반, 작가는 자신의 기억 속, 혹은 들어 온 어머니를 꺼내 놓으면서도 철저히 어머니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진행한다. 작가는 틈틈이 어머니에 대한 자신 생각과 다루려는 논점의 온도, 지금 어머니의 죽음에 대해 글을 쓰는 자신의 감정에 대해 독자들에게 설명한다.
회고록인 듯 소설인 듯. 이 매력적인 소설은 서술 방식 또한 독특하다. ~함. ~것. ~(명사) 처럼 문장의 끝을 채 맺지 않는 문장을 마구 집어 넣어서 메모인가?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들지만, 읽는 나에게는 은근한 속도감과 리듬을 주기도 한다. 그리고 이런 문장들이 쌓이니 작가의 감정이 툭 나올 땐, 그 문장이 아주 도드라지게 와 닿기도 한다. 사실, 문장보다는 문단이 통째로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이게 짜임새라는 건가...
아니 에르노의 어머니는 이상적인 어머니 상은 아니지만, 진취적인 여성 상인 것은 맞다. 작가가 어머니를 미워하고 탓할 부분이 분명히 있지만, 어머니에 대한 존경심과 애정이 충만하다. 자신의 선을 벗어나면 어김없이 폭력을 쓰는 어머니지만, 딸에게 배움과 교양있는 취미를 갖도록 하고, 딸이 학교에서 배워 온 것을 따르며 스스로를 우물에 가두지 않는다. 가정에서 주도권을 쥔 여성인 어머니를 작가는 존경하며 우러른다. (작가는 가능한 어머니를 객관적으로 표현하려고 애썼다고 한다.)
이후, 작가가 태어나고 자아를 가지게 될 무렵부터는 작가의 시선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자아가 생긴다는 것은 어머니를 평가하고 비판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작가는 점점 어머니와 멀어지고 이해하지 못한다.
나는 늙음에 대한 보다 깊은 이해가 필요할 것 같다. 늙음에서 신체의 노화만큼 두려운 것은 그저 늙은이라는 것 뿐인 삶과 이야기 나눌 대상이 없는 사회적 고립, 성취감없는 생활의 연속이라는 것 같다. (핸드폰, tv만 보는 아버지가 이해되지만 스스로 바꾸려할 의지도 없는 아버지가 이해되지 않는다. 일종의 우울증일까.)
책은 어머니의 죽음이 다가올수록 잔인하고 먹먹하다. 이미 확정된 결말은 바꿀수 없기에 읽을수록 눈가가 뜨거워진다. 그렇게 맹렬하게 뛰던 여자가 미지근한 피부로 늙어서 호흡을 멈추기까지. 페이지 수는 짧지만 이야기는 결코 짧지 않다. 어머니의 역사를 쓰고 싶었다는 작가의 말처럼. <한 여자>의 생애가 시큰하게 담겨 있다.
<단어장>
- 갈마들다 : 서로 번갈아 들다 _ex) 씁쓸함과 환희가 갈마들어,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 채마 : 먹을거리나 입을 거리로 심어서 가꾸는 식물 ex) _채마밭.
현대판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인가?
독일에서 일어 통역으로 일하던 여자는 비즈니스 통역을 맡게 된다. 술을 곁들인 식사 자리에서 업무를 하다가 취한 여자는 통역을 더듬는다. 혼란에 빠진 여자는 자리를 벗어나 화장실로 간 후 쓰러지고 만다.
이후, 여자는 그레고리 같은 상황에 빠지고 만다. 혀가 없어진 여자는 벙어리가 되고, 검은 쥐에 둘러 싸여 사는 여인을 만나며, 이후 몸에서 신선한 비늘이 돋게 된다. 종종 여자의 상황을 암시하는 듯한 우화가 등장하는데 일본의 오래된 전래동화 같아서 그 이야기를 찾아보고 싶다.
꿈과 현실, 상상과 실재를 오가는 문장은 그냥 받아들이면 머릿속이 그나마 복잡해지지 않는다. 추리 소설을 읽을 때, 그 상황에 빠져들어 혼비백산하는 것이 더 즐거운 편이라, 이해가 어려운 책이나 이렇게 메타포 덩어리인 책은 우.선.은 그냥 받아들인다.
유럽에서 아시아 여성으로서의 삶 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된다.
독서도 중독되는 기분이 들어서 당분간 하지 않으려 했는데, 무심코 집어 들었다가 결국 다 읽었다.
이 작품은 갑작스러운 친구의 죽음이라는 마음의 상처를 공유하는 20대 끄트머리 여성 셋의 일상을 따라간다.
제목이 의미심장하다.
제목에 '미래'라는 단어가 있는데, 죽은 친구의 이름도 '미래'다.
'미래'가 세상에 없다는 슬픔을 느끼면서도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남은 이들의 모습이 안쓰럽고 애틋했다.
욕망, 죄책감, 자의식, 좌절감, 그리고 사랑.
청춘 하면 떠오르는 다양한 단어가 페이지를 넘기는 내내 스쳐 지나갔다.
작가는 여기에 세월호 침몰 사고, 이태원 압사 사고 등 등장인물들이 청소년기에 겪었을 집단 트라우마를 엮으며 기억으로 연결하는 따뜻한 연대의 힘을 엷게 보여준다.
거기에 우리의 '미래'가 있을 거라면서.
책을 덮은 뒤 들었던 감정은 어이없지만 '사랑스러움'이었다.
나만 그런 감정을 느끼진 않을 것 같다.
작품을 읽는 내내 머릿속에 반복 재생된 노래 한 곡이 있었다.
하비누아주 '청춘'
기억이 나지 않아
내 의지와 다르게
모든 게 멈춰 버린 것 같아
앞이 보이지 않고
땅은 내 머리를 향해 오네
이 목적 없는 청춘엔
냉기가 흐르지
도망치는 청춘은
눈물도 차가워
큰 다리를 건너는 그림자를 봤어
그 언젠가 어둡고 황량한 길에서
이 적막을 지나면 어디든 닿을까
달리던 커다랗고 짙은
나의 슬픔을
목적 없는 청춘엔
냉기가 흐르지
도망치는 청춘은
눈물도 차가워
큰 다리를 건너는 그림자를 봤어
그 언젠가 어둡고 황량한 길에서
이 적막을 지나면 어디든 닿을까
달리던 커다랗고 거친
나의 슬픔을
기억해 줘
기억해 줘
이 적막을 지나면 어디든 닿을까
아무런 대답 없는 물음 속을
달리는 커다랗고 짙은
나의 슬픔을
스토리 관련 책은 아니고 스팸 메일 보내는 방법에 관한 책. 해당 출판사는 제목의 원제와 상관 없이 xxx 설계자라는 국문 리네이밍으로 다수의 책을 출간하고 있는데 이런 기획적인 출판 전략이 나름 먹히는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