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스트 강연 마치고 집에 가는 길입니다.
인생 뭐 있냐 맥주랑 성심당입니다~~~.
(기차에서 맥주 마시는 거 불법 아니죠? ^^)
끊임없이 배우고 성장하려는 부지런한 현대인들 덕분에 서점에는 자기계발서가 넘쳐난다. 자기계발서의 분야는 다양한데, 최근 트렌드는 마음을 치유하거나 성격을 원하는 방향으로 바꾸는 방법론에 대한 책들인 듯하다. 대부분 그럴듯하지만 추상적인 글을 삶에 적용하기란 쉽지 않았기에 비슷비슷해 보이는 이러한 자기계발서들에 대해 피로감을 느끼고 있었던 차, 제목에 이끌려 이 책을 선택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다른 자기계발서들과 비슷한 사회성을 높이는 방법론에 대한 책이라고 가볍게 생각하고 읽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책은 내 예상과는 달랐다, 너무나도 많이. 음악을 틀어놓고 소파에 누워서 내킬 때마다 심심풀이 땅콩처럼 편안하고 나태하게 독서를 즐기려고 한다면 당신은 각종 실험의 사례들과 함께 쏟아지는 과학, 의학 그리고 심리학 용어들의 향연에 적잖이 당황할 것이다. 이 책은 쉽지 않다. 집중해서 읽지 않으면 자칫 내용의 흐름을 잃을 수 있기에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의미를 파악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게다가 혹시 당신이 수동적으로 책을 읽는 단순한 행위를 통해 자신의 성격을 바꾸어 보려고 기대한다면 이 책은 실망스러울 수도 있다.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친화력으로 세상을 바꾸는 인류의 진화에 관하여>>는 듀크대학교 교수인 브라이언 헤어와 동 대학 연구원인 버네사 우즈가 쓴 책이다. 이들은 이 책을 저술하기 이전에도 <<개의 천재성 THE GENIUS OF DOGS>>을 함께 출간했다. 이외에도 브라이언 헤어는 전 세계를 돌며 동물 인지능력 분석, 사람의 심리에 대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버네사 우즈는 어린이를 위한 과학책 저술과 월스트리트 저널 등 유력 신문사에 정기 기고를 진행하고 있다.
이 책은 총 9장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오랫동안 정설로 여겨졌던 ‘적자생존(survival of the fittest)’이라는 개념에 의문을 제기하며 시작한다. 생존 투쟁에서 살아남는 방법은 단지 가장 강한 자가 되는 것이 아니었음을 다양한 예시를 들어 설명한다. 그렇다면 인류는 어떻게 살아남았는가? 바로 친화력을 통해서. 친화력은 ‘자기 가축화(self-domestication)’를 통해 진화했다. 자기 가축화를 겪는 종은 신체의 일부분, 신경계의 변화뿐 아니라 타인(또는 타 개체)과 협력하고 소통하는 능력이 발달한다. 이 능력이 있기 때문에 우리는 타인과 소통할 수 있는 것이다. 연구를 통해 자기 가축화가 주로 인간에게 쓸모 있는 몇몇 종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필요에 따라 선택적으로 다른 종들에게서도 일어날 수 있음이 밝혀졌으며, 이는 ‘사람 자기 가축화 가설’을 대두시켰다. 다시 말해 친화력이 높을수록 협력적 의사소통 능력이 강화되고, 이는 사회적 성공으로 이어지게 되었다는 말이다. 협력적 의사소통 능력이 있기에 우리는 타인을 연민하고 공감한다. 집단 내 타인에게 공감하는 능력은 진화를 통해 갖게 된 우리의 능력인데, 아이러니하게도 이것은 잔인성과도 관련이 있다. 바로 내 집단 외 타 집단을 비인간화, 다시 말해 유인원화 하게 되면 상대에게 품게 되는 ‘상호 적개심’이 바로 그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앞서 제시한 ‘사람 자기 가축화 가설’은 이 상황에 대한 해답-접촉과 교류-을 제시한다. 교류가 잦을수록 ‘보복성 비인간화’의 고리를 ‘보답성 인간화’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부분은 소셜미디어의 발달로 편을 갈라서 타 집단을 비방하고 증오하는 데 거리낌 없는 우리 세대들, 타 정당을 비방하고 우위를 선점하려는 정치계에 시사점을 준다. 우리가 모두 함께 살아남기 위해 택해야 할 방향이 어떤 쪽인지 이 책을 읽은 사람들은 이미 해답을 알고 있을 것이다.
진화와 적자생존과의 관계에 대한 고찰, 자기 가축화를 통한 동물의 인지 및 의사소통능력 발달 등 모든 부분이 새롭고 놀라운 책이었지만, 개인적으로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2장, ‘다정함의 힘’에서 벨랴예프가 여우 개체를 두 그룹으로 나누어 친화력 좋은 개체들만 번식시켜 생리적, 신체적 진화를 가져온 부분이었다. 자연 상태에서 수 세대에 걸쳐 일어나는 변화를 인간의 한 생애 동안 이루었다는 부분에서 과학자들의 집념과 헌신에 경의를 표하고 싶다.
단 한 가지 이 책에서 아쉬웠던 점은, 제목과 달리 이 책이 그다지 친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심리학보다 과학서적에 가까운 이 책은, 관련 지식이 전혀 없는 사람들이 이해하기에는 다소 어렵다. 그중 한 명에 해당하는 나는 중간에 이 책을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몇 번 들었다. 하지만 그믐 모임을 진행해 주시는 모임 지기님, 책을 함께 읽으며 생각을 공유하는 모임 동반자분들이 있기에 마음을 가다듬고 책을 계속 읽어 내려갈 수 있었다. 대다수의 독자가 저자보다 해당 분야에 대한 지식이 낮다는 전제하에, 조금 더 친절한 책이 되었으면 좋지 않았을까 싶다. 내 경우에는 모임 지기님이 챕터마다 제시하는 생각할 거리, 한 줄 요약, 키워드 찾기 등이 도움이 되었다. 후에 이 책이 에디션으로 발간된다면 이런 부분이 첨가되면 독자들의 이해에 도움이 될 것이다.
우리는 원하는 것을 성취하기 위해 어린나이부터 어쩌면 죽을때까지 남과 경쟁하며 내가 ‘최적자’가 되기위해 필연적으로 남을 짓밟고 그것이 당연한 줄 알고 살아간다. 그렇게 얻은 지위나 자산을 지키기 위해 내집단과 타집단을 구분하고 집단 내에서는 단결하며 타 집단을 비방하는 일은 부지기수다. 나 역시도 그래 왔으며 그것이이 당연한 이치라고 생각해 왔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며 그러한 나의 생각이 옳지 않을 수도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깨달음과 실천은 별개이므로 하루아침에 바뀌기는 어렵겠지만 앞으로 나는 조금 더 너그러운 마음으로 앞으로의 삶을 살아가려 한다.
책을 완독하기까지 쉽지 않았지만 읽고 난 후의 성취감이 무척 크다. 추리소설을 읽을 때처럼 단숨에 읽지 못했지만, 오히려 하루 한 챕터씩 천천히 읽으며 맛있는 음식을 음미하듯 문장들을 하나 하나 머리에 새길 수 있었다. 읽는 순간에는 즐겁지만 쉽게 잊히는 그저 그런 책이 아닌, 내 머리 한편에 언제까지나 남아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고 잘못된 생각을 할 때는 스스로에게 경종을 울려줄, 내 자아의 일부분이 된 이 책이 있어서 나는 책을 읽기 이전보다 조금 더 성장한 것 같다.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나는 이 결론이 꽤나 마음이 든다. 서로에게 조금 더 공감하고 친절하려는 사람들이 이 세상에 좀 더 많아진다면 우리 자식들, 후손들이 살아나갈 이 세상은 지금보다 더 살만해 질 테니까. 내가 그랬듯, 이 책을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읽고 다른 종, 인종, 국민, 집단에 대해 무의식적으로 가졌던 증오나 편견을 되돌아보고 앞으로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야할지 생각을 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
사람의 근원적인 행동과 동물을 통한 연구를 통하여 다정함이 우리의 삶에 어떠한 영향력을 주고 있는지를 학문적으로 논한 책!
다정함 보 다는 이성적인 나에게 필요한 것 같아서 도전한 그믐 챌린지 덕분에 나를 돌아보고, 요즘의 정치에 대해서도 전반적으로 이해를 돕는 도서였다. 여전히 냉정한 내가 다정함의 따스함이 느껴진 이성적으로 읽혀진 책이다.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