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 중고서점에서 구경하다 고른 책
여자 옷에 관심을 보이는 슈이치와 남자 옷에 관심을 보이는 요시노가 등장한다
두 아이가 트랜스젠더로 정체성을 찾아가는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그렇다면 주인공 슈이치는 방랑소년이 아니지 않나 싶고
읽는 동안 인물들이 가끔 헷갈릴 때가 있었는데 후기를 보니 작가도 느끼는 자신의 보완점이었다
잔잔하고 담백했다
얼마 전에 개인적으로 말실수를 한 적이 있어 이 주제와 관련한 책을 읽고 싶다
찾아보니 절판된 책이었다
만화책에서 오래된 종이 냄새가 났다
쭈압이라는 유튜버의 영상은 알고리즘으로 인해 몇 번 본적이 있었는데 그저 흔한 퇴사 유튜버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다. 출간한 책을 읽어보니 긴 주식 투자 경험만큼이나 자기 컨텐츠를 가지고 있더라. 유튜브의 주요 컨텐츠는 자기 투자 계좌 공개인데 책에는 그간의 직장 생활의 연봉과 전재산을 기술해두었다. 이런 걸 오픈해도 되나 싶기도 하면서도 이미 상관 없는 시대가 된 거 아닌가 싶기도.
우주로 진출할 수 있는 질량변환 광속우주선을
상상했지만 정보 전달을 위한 매체로
테이프가 묘사되는 것이 흥미로웠다.
작가를 비롯한 당대의 SF소설가들이
상상한 미래의 모습과 현재의 차이점이
뭔가 거시적인 것이 아닌
작은 정보전달매체라는 것이.
인생,
사람이 사는 것에 대한 이야기.
그래서 또 죽는 것에 대한 이야기.
소중한 이가 죽어가는 것을 보면서도 살아야 하는 이야기.
사람과 사람 사이의 우연과 운명에 대한 이야기.
사는 것의 의미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만드는 이야기.
그래도 나는 살아 있구나 하고 안도하게 하는 이야기.
요약하면 씨앗 기름과 탄수화물(당)의 해악에 관한 책. 내용에 따르면 씨앗 기름은 거의 독극물에 가까움. 씨앗 기름 제작의 효율성(고온, 화학 정제)과 초기 마케팅의 성공으로 20세기 인류는 씨앗 기름의 폐해를 감수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이런 식사재의 농업 혁명과 매스 프로덕트 덕분에 인류가 기아로부터 어느 정도 해방된 거 아닌가 싶긴 한데 그 대가로 만성 질환을 얻은 셈.
삶이라는 건 평균 회귀와 +/- 제로섬의 맥락으로 점철되어 있구나 싶으면서도 나 혼자만 살겠다고 씨앗 기름과 탄수화물 식단을 회피해도 되는 건가 싶다. 자비와 인류애의 관점에서 부득이 점심에 빅맥 세트를 먹는다.
인정할 점은 인정하고 시작하자. 홍콩 추리소설가 찬호께이의 장편소설 『망내인』(한스미디어)은 작가의 대표작 『‘13.67』에 못 미친다. 『망내인』이 수준 미달이어서가 아니고, 『13.67』이 워낙 뛰어나서 그렇다. ‘13.67’에 감명 받아 『망내인』을 집어든 독자들은 어쩔 수 없이 두 작품을 비교하게 될 텐데, 전자에 비해 후자는 다소 이야기가 헐겁고 캐릭터들이 피상적이다. 신분을 감추고 은둔 중인 천재 해결사 해커라는 설정이 너무 편리하고, 실감이 잘 안 난다.
하지만 『13.67』을 잊고 『망내인』만 본다면 엔터테인먼트 소설로서 손색이 없고 주제의식도 단단하다. 사건과 인물들을 소개하는 초반만 넘어가면 이 712쪽짜리 책에서 손을 놓기 어렵다. 한국 제작사가 판권을 사들여 OTT 드라마로 만드는 중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연출은 김지운 감독이 맡는다고. 바로 윗 문단에서 실감에 대한 쓴소리를 적었지만 찬호께이는 대학에서 컴퓨터과학을 공부했고 IT 기업에서 프로그래머로 일하기도 했다. 소설 속 묘사가 허황되게 들릴 정도는 아니라는 말씀.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다시피 인터넷의 문제점을 정면으로 다루는 소설이다. 악플에 시달리던 한 소녀가 자살한다. 언니는 그 죽음을 납득할 수가 없다. 악플의 근원을 찾다 보니 동생 주변의 누군가가 악의를 품고 계획한 공작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경찰은 ‘범인’을 찾아도 처벌하기 어려울 테니 포기하라고 한다…. 한국 사회에서도 그대로 통할 이야기 아닌가.
소설에는 ‘네트워크에 사로잡힌 사람들’이라는 부제가 있다. 『망내인』은 현대인이 인터넷에 사로잡히는 두 가지 방식을 섬뜩하게 보여준다. 인터넷을 통해 경제활동, 사회활동을 하면서 거대하고 정교한 감시체제 아래 놓이게 되는 것이 첫째다. 둘째는 우리의 정신이 인터넷을 새로운 현실로 받아들이고 있으며, 거기서 오가는 말들에 휘둘리며 심지어 집착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인터넷에서 훨씬 더 무책임하게 말한다. 그 말들을 조작하기도 쉽다.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 시대의 사회파 추리소설이 던지는 묵직한 질문이다.
760쪽 분량인 E. 풀러 토리의 『조현병의 모든 것』(심심)을 집어 든 이유는 여러 가지였다. 퓰리처상 수상작가 론 파워스가 쓴 『내 아들은 조현병입니다』를 감동적으로 읽은 뒤 이 병을 더 알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조현병 환자가 저지른 범죄 사고를 여러 차례 기사로 접하는 동안 과연 그들을 내 이웃으로 둬도 괜찮을지 의문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한편으로 이 병은 곧잘 여러 가지 상징이나 비유에 동원되는데 그게 얼마나 적절한지도 궁금했다.
그런 정도의 의문을 품은, 전문적인 의학 지식이 없는 교양 독자가 읽기에 좋은 책이었느냐. 그랬다. 조현병과 가까이 있지 않은 이들에게도 추천한다. 어려운 용어 없이 술술 읽히는 문장으로 되어 있고, 복지서비스, 개인의 자유, 폭력, 현대 사회에 대해 성찰하게 만드는 대목이 많다. 두려움 속에 서로를 비난하며 사는 환자 가족들의 삶을 상상하거나 인간의 존엄이 무엇인지, 어떤 조건에서 성립하는지 같은 문제를 고민하느라 페이지를 넘기는 손을 여러 번 멈춰야 했다.
책장을 덮은 뒤에도 여전히 어떤 딜레마는 해결되지 않은 채 남아 있다. 현대의학은 이 병의 원인조차 제대로 모르는 상태다. 환자의 내면은 나의 이해 밖이다. 인과관계를 파악할 수 없게 되는 것, 헛것을 보고 주인 없는 목소리에 시달리는 건 대체 어떤 느낌일까. 나는 이 병이 지닌 모순과 잔인함을 감히 안다고 말할 수 없다. 그러나 이 병을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들, 이 병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논란들의 모순과 잔인함에 대해서는 조금 알게 되었다.
책을 읽고 조현병을 얼마나 많이 알게 됐느냐고 묻는다면 이렇게 대답해야 할 것 같다. 내가 이 병에 대해 얼마나 무지했는지 많이 알게 됐다고. “조현병 환자를 이웃으로 둬도 괜찮을까”라는 질문은 이제 몹시 투박하게 들린다. 이미 내 이웃 중에, 지인 가족 중에 환자가 있을 것이다. 그들이 한사코 그 사실을 숨기고 있을 뿐. 100명 중 1명꼴로 조현병을 앓는다고 한다. 그렇게 흔한 질환이다. 그런데 내가 사는 아파트단지 주민이 2000명이 넘는다.
전작이 더 유명한 것 같은데 아직 못 봤고, 항상 그렇지만 제목이랑 표지에 낚였다. 나의 마음에도 소프트한 단맛이 필요하니...
말년의 인생 정리에 대한 책들이 많기도 하니, 다른 분들 이야기와 비슷한 말도 있다만 즐거운 추억담과 섞어 유용한 팁을 들으니 좋다. 한 번 죽다 살았는데 본인은 임사체험 이런 거 하지 않으셨다는 이야기부터, 성형수술은 우리를 젊어보이게 하는 게 아니라 성형수술 받았다고 보이는 얼굴로 만든다는 것(...어떤 면에서 희망을 앗아가는 소리...), 돌볼 존재가 있다는 게 중요한데 어느 선을 넘어가면 반려동물을 두고 죽을 수도 있으니 식물을 키우라는 말, 제목으로 인용된 초콜렛 안 참기의 이유 등등을 즐겁게 감상했다. 예전부터 청력 문제가 생기면 바로 보청기를 쓰리라 마음 먹고 있었는데, 이 책을 보고 나니 걷기 어려워지면 그날로 보행 보조기 구매해야 한다 굳게 결심. (가장 원하는 것은 관절 치료가 제발 눈부신 발달을 거듭해, 어지간하면 보행에 문제 없는 노년을 보내는 것이다만...) 자존심보다 소중한 골반 지키기가 우선!
데스 클리닝까지는 아니어도, 금년 내 성취하기엔 불가능한 책 정리를 어떻게 시작이라도 해야한다...마음같아서야 모든 책 저장하고 싶지만, 아파트 한 채 장만할 능력이 생기지 않는 이상 사람같이 살려면 마음 굳게 먹을 때다. 정리하고, 망누손 여사님처럼 청소 쫙 하고 꽃다발 사오면서 봄을 기다리면 꽤나 멋지겠지. 제발 성공해서 블로그에 '저도 깔끔하게 정리를 끝냈습니다 훗훗' 하고 쓸 수 있었으면...
Orla Gartland의 "You're not special, babe"라는 노래를 좋아한다.
이 문단을 읽고 생각나는 노래가 이 뿐이라 꼭 적어두고 싶었다.
Life is short until it's not
Honestly, it's kinda long
And it takes a while to come around
People always let you down
Find the ones that get you
Stick to them like hot glue
Dance if you want to
인생은 지루하게 짧아
사실, 벅차게 길지
제정신으로 살기 너무 벅차
항상 사람이 제일 아파
맘이 맞는 사람을 찾아
껌딱지처럼 달라 붙어
괜찮으면 춤도 추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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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이면은 (아마) 스물 아홉. 어떻게 살아야 정답인지는 아직도 모르겠다. 영원히 모를 수도 있다. 그냥 요새는 하루 중 재미와 뿌듯함을 느끼면 그만이다. 그 이후의 일은 그 이후의 하루가 결정한다. 계획은 없지만 막연한 시각은 있다. 나는 사업을 계속 할 테고, 이 사업의 좋은 끝과 나쁜 끝을 모두 감당할 수 있다. 그럼 그냥 흐름에 맡기고 그 날의 위기에 대응하고 행운에 기뻐하면 되는 거 아닐까.
치열하기 정말 싫다. 열정적인 자세와 치열함은 다르다. 치열함은 전투를 묘사하는 표현이다. 열기와 열기가 서로 맞붙어 불꽃을 튀기며 날붙이 튕겨내는 소리를 내는 것이 치열함이다. 나는 그렇게는 살 수 없다. 나는 긴 하품과 적당히 쿠션감 있는 의자, 지나치게 길고 푹신한 담요와 햇살이 필요하다.
그러니까 "You're not special, babe"의 한 대목처럼 인생은 길면 길고 짧다면 짧은거니까 맘이 맞는 사람이 있다면 누구라도 손을 붙잡고 춤 추면서 살고 싶다. 비유적인 포현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댄서였다가 금융업계 종사자로 전직하고 다시 유투버가 된 저자의 자산 배분 투자에 관한 책. 요즘 연극 배우들은 분장실에서 폰을 보며 주식 투자에 정신이 팔려있다는 이야길 지인으로부터 듣고 당황했던 기억이 있다. 비슷한 결로 댄서와 금융업 사이에는 제법 깊은 크레바스 같은 게 있다고 생각을 하는데 어찌되었든 저자는 그 간극을 너머서 다른 인생을 살고 있다. 일반인 대상의 금융 지식 책이라 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