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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0/25-26)
  • 21p
  • 내 책, 내 친구, 슬픔과 그림
  • 사실 나는 내 책을 사람들이 가벼이 읽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이 추억을 이야기하자니 슬픔이 북받쳐 오른다. 내 친구가 양과 함께 떠나버린 지도 벌써 육년이 흘렀다. 내가 여기서 그를 그려 보려는 것도 그를 잊지 않기 위해서이다. 친구를 잊는다는 건 슬픈 일이다. 모든 사람이 다 친구를 가지고 있는 건 아니다. 더군다나 나도 숫자에만 흥미를 갖는 어른들처럼 될 수도 있다. 결국 내가 그림물감 한 상자와 연필을 산 것도 이 때문이다. 여섯 살 때, 속이 보이는 보아 뱀과 속이 안 보이는 보아 뱀 그림밖에 그려 본 적이 없는 내가 이 나이에 다시 그림을 시작한다는 것은 힘든 일이다! 물론 가능한 한 가장 닮은 초상화를 그려보도록 하겠다. 하지만 반드시 성공한다고 자신할 수는 없다.
  • 25p
  • 규율, 게으름, 정성껏
  • 어린 왕자는 나중에 내게 이렇게 말했다. "그건 규율의 문제예요. 아침 세수가 끝나면, 정성껏 별을 단장해주어야 해요. 묘목일 땐 바오밥나무와 장미는 아주 흡사해요. 그러니 장미와 구별 할 수 있게 되면 규칙적으로 바오밥나무를 뽑아 줘야 돼요. 아주 귀찮은 일이지만 아주 쉬운 일이기도 해요."
  • 35p
  • 단장, 아름다움, 겸손함, 설렘
  • 단장이 몇 날 며칠 더 계속되었다. 그러더니 어느 날 아침, 바로 해가 솟을 무렵에 꽃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런데 그처럼 치밀한 단장 끝에 나타난 그 꽃이 하품을 하며 이런 말을 했다. "아! 이제 겨우 잠에서 깼어요••• 미안해요•••• 머리가 죄다 헝클어져 있고•••." 그때 어린 왕자는 감탄을 금할 수가 없었다. "정말 아름다워요!" "그렇죠? 게다가 난 해님과 같은 시간에 태어난 걸요••••• 꽃이 조용히 대답했다. 어린 왕자는 이 꽃이 그다지 겸손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마음을 몹시 설레게 하는 꽃이었다!
  • 61p
  • 도움, 보살핌
  • "아저씨 별은 하도 작아서 세 걸음만 뛰면 한 바퀴 돌 수 있어요. 그러니 아저씬 천천히 걷기만 하면 계속 해를 볼 수 있어요. 쉬고 싶을 땐 걸으면 되는 거예요•••• 그럼 얼마든지 낮이 계속될 수 있을 거예요." "별로 큰 도움이 안 돼" 점등인이 말했다. "내가 살면서 제일 좋아하는 건 잠자는 거야." "그거 안됐군요. 어린 왕자가 말했다. "안됐지. 점등인이 말했다. "안녕." 그러고 나서 그는 다시 불을 껐다.
  • '이 사람은 왕, 허영꾼, 술꾼, 사업가 같은 사람들에게 무시당할거야. 하지만 우스꽝스러워 보이지 않은 사람은 이 사람뿐이야. 그건 아마 그가 자기 말고 다른 것을 보살피고 있기 때문일 거야
  • 81p
  • 길들이다, 친구, 참을성, 오해
  • "누구건 자기가 길들인 것밖엔 알 수가 없어." 여우가 말했다. "사람들은 이제 뭘 알 시간조차 갖지 못하게 됐어. 그들은 가게에서 다 만들어진 것들을 사지. 하지만 친구를 파는 가게는 없어. 그래서 그들에겐 친구가 없어. 네가 친구를 원한다면 날 길들여 봐!" "어떻게 해야 되지?" "아주 참을성이 많아야 돼." 여우가 대답했다. 처음엔 우선 내게서 좀 떨어진 풀밭에 그렇게 앉아 있어. 그럼 내가 곁눈질로 너를 보겠지. 넌 아무 말도 하지마. 말이란 오해의 근원이야. 하지만 매일 조금씩 가까이 다가앉을 수 있어•••"
  • 92p
  • 연약한 것, 눈에 보이지 않는 것, 등불과 바람
  • 어린 왕자가 잠이 들어 나는 그를 안고 다시 길을 걸었다. 나는 가슴이 뭉클했다. 연약한 보물을 안고 가는 것 같았다. 이 지구 전체 위에 이보다 더 연약한 것은 없을 것 같았다. 나는 달빛에 비친 그 창백한 이마, 감긴 두 눈, 바람에 휘날리는 머리카락을 보며 생각했다. 내가 여기서 보고 있는 것은 껍질에 불과해.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안 보이니까•••••. 반쯤 열린 그의 입술에 방긋 거리는 미소를 보고 나는 또 생각했다. '잠든 어린 왕자가 내 마음을 이처럼 감동시킨 것은 꽃에 대한 그의 성실한 마음 때문이야. 비록 잠들어 있어도 그의 가슴 속에 등불처럼 타오르는 장미꽃 영상이 있기 때문이야' 그러자 나는 그가 더 연약하게 생각되었다. '등불을 잘 지켜야지. 바람이 한 번만 불어도 꺼질지 모르니까·••··.‘
  • 그렇게 걸어가다가 나는 동이 틀 무렵 우물을 발견했다.
  • 이것이 내게는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가장 쓸쓸한 풍경이다. 이것은 앞 쪽의 풍경과 똑같은 풍경이지만, 여러분에게 그것을 잘 보여주기 위해 다시 한 번 그린 것이다. 어린 왕자가 땅 위에 나타났다가 사라진 곳이 바로 여기다.
어린 왕자
어린 왕자
나의 이야기는 소설이 될까?

대량생산같은 입시제도에 따라 대학을 졸업하고 나면, 취직을 하게 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평범하고 의문 없이 따라가는 남들과 같은 삶이지만, 내게는 맞지 않다면 벗어버릴 수 밖에 없다.


대학을 다닐 때 교수님의 10주년 행사를 기념하기 위한 논문 초록집을 인쇄한다고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다. 그때만 해도 온라인 퍼블리쉬가 있었나 잘 모르겠지만, 책으로 발간된 논문의 초록을 타이핑하며, 나는 대학원생의 삶을 동경했었던 것 같다.


어쨌거나, 이 책 골드스타 전화기의 스물다섯의 혜정은 아직도 불확실하고 모호하지만, 누구보다도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모습이 아름다워 끝까지 쉬지 않고 읽어버렸다.

나의 골드스타 전화기
나의 골드스타 전화기
부자들은 이런 주식을 삽니다 - 861% 수익을 올린 젊은 투자자 김현준의 실전 투자법

'사요 마요'를 읽고 그의 전작을 읽어보게 되었다. 책의 내용이 중복되는데 이 '부자들은 이런 주식을 삽니다'를 발췌해서 '사요 마요'에 실은 듯. 재무재표와 PER에 개념 설명을 알기 쉽게 구성한 게 장점이고 무엇보다 책 네이밍을 선정적으로 잘 뽑아냈다.


부자들은 이런 주식을 삽니다 - 861% 수익을 올린 젊은 투자자 김현준의 실전 투자법
부자들은 이런 주식을 삽니다 - 861% 수익을 올린 젊은 투자자 김현준의 실전 투자법
45. 현대의 탄생 (스콧 L. 몽고메리, 대니얼 치롯)


요즘 안토니오 그람시의 말을 자주 떠올린다. 낡은 것은 죽어 가는데 새로운 것은 아직 태어나지 않았을 때가 위기이며, 그때 병적인 징후들이 다양하게 나타난다고. 지금이 그런 때 아닌가 생각한다. 한국도, 세계도.


죽어 가는 낡은 ‘것’은 무엇이고, 우리가 맞아야 할 새 ‘것’은 어떤 모습일까, 막연하게 상상만 한다. 여기서 ‘것’은 단순히 법률이나 제도, 문화를 가리키는 말이 아닌 듯하다. 어떤 사상, 최소한 치밀한 담론 정도는 돼야 하지 싶다. 그런 고민을 하던 중에 732쪽짜리 벽돌책 『현대의 탄생』(책세상)을 만났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대단히 흡족한 독서였다. 그 만족의 상당 부분은 명쾌함에서 왔다. 박학다식한 두 저자, 스콧 L. 몽고메리와 대니얼 치롯은 현대가 네 가지 사상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한다. 자본주의, 마르크스주의, 진화론, 그리고 현대 민주주의. 오늘날 세계 질서를 구성하는 심오한 신념 체계들이다.


이 생각들은 모두 근대의 발명품으로, 탄생부터 지금까지 여러 학파를 낳았고 상충되는 해석이 있어 왔다. 내적인 한계나 모순도 있었고 악용되기도 했고 때로 끔찍한 부작용도 일으켰다. 저자들은 1부에서 애덤 스미스, 칼 마르크스 등 사상의 창시자들을 중심으로 그들의 삶과 야심, 본래의 텍스트, 이후의 영향과 비판점을 살핀다.


이 사상들은 이제 ‘낡은 것’일까? 책의 2부는 이런 계몽주의적 자유주의 기획에 반발했거나 현재 충돌 중인 반동사상들을 다룬다. 파시즘, 내셔널리즘, 근본주의 종교 등이다. 그런데 그 뿌리와 철학적 근거들을 살필수록 이들 반계몽주의 사상이 ‘새 것’이 될 수 없음은 명확해진다.


결론에서 책은 인문학이 왜 중요한지를 강조하는데, 여태껏 수없이 들어온 같은 내용의 주장 가운데 가장 설득력 있었다. 우리에게 엄청난 위력을 발휘하는 사상들의 근거와 배경을 공부해야 그걸 비판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고, 세계의 많은 부분을 비로소 제대로 이해하게 된다. 저자들은 종종 이성을 악의 원천쯤으로 여기고 계몽주의를 거부하려는 듯 보이는 최근 인문학의 경향에 대해서도 짧지만 쓰게 한 소리 한다.

 


현대의 탄생 - 지금의 세계를 만든 결정적 아이디어
현대의 탄생 - 지금의 세계를 만든 결정적 아이디어
44. 이것이 모든 것을 바꾼다 (나오미 클라인)

 

‘이것’이 모든 것을 바꿀 것이다. 거기에 제대로 대응하지 않으면 세상은 망한다. 그런데 현재 세계가 돌아가는 방식, 즉 자본주의가 그 대응을 막고 있다. 그러므로 자본주의를 바꿔야 한다. ‘이것’은 무엇인가?


저널리스트 나오미 클라인은 그게 기후 변화라고 주장한다. 『이것이 모든 것을 바꾼다』(열린책들)는 789쪽에 걸쳐 그 근거와 현장을 제시하는 책이다. 독자에게 핵심 의문은 ‘왜 기후 변화 대응이 자본주의와 양립할 수 없다는 거지?’일 거다. 관련 질문도 꼬리를 물고 떠오를 것이다.


기후 변화가 우리 사회의 근본을 뒤집어야 할 정도로 급박한 문제는 아니지 않나?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처럼 자본주의의 틀 안에서 시장 원리를 이용하는 게 더 낫지 않을까? 화석연료를 덜 배출하는 제품이나, 아예 온난화를 막는 미래 기술로 대응할 수 있지 않을까? 시장경제를 무시한 사회적 실험들은 모두 실패로 끝나지 않았던가?


클라인은 위 문단의 질문들에 대해 ‘모두 아니오!’라고 답한다. 촌각을 다투는 사안이며, 탄소거래제는 처참히 실패했고, 인공 화산재로 햇빛을 막자는 등의 ‘지구공학’ 아이디어는 미친 과학자들의 헛소리이고, 그보다는 2차 세계대전 당시의 전시동원 체제 같은 것이 필요하다고. 오히려 이걸 현재의 기업자본주의를 손볼 기회로 삼자고.


과격하고 급진적이며, 스스로 그렇다고 말하는 책이다. 이제 현재의 경제 시스템과 정면충돌하는 해법밖에 남지 않았다는 것이다. 저자는 자신의 임신 경험을 말하는 한 대목을 제외하고는 감성에 호소하지 않으며, 냉철하게 논리를 전개한다. 충격적인 제안에 대해 책장을 덮을 때까지 확신이 서지 않을 수 있다. 그래도 마음은 상당히 흔들릴 것이다.


이 책을 읽고 같은 문제에 대한 다른 시선이 궁금해졌다면 역시 저널리스트 작가인 맥켄지 펑크의 『온난화라는 뜻밖의 횡재』(처음북스)를 권해본다. 기후 변화 위기를 부정하는 게 아니라, 어쩔 수 없는 현실임을 받아들이고 적응하며 이용할 부분은 이용하자는 태도다. 지구공학에 대해서도 추진하는 측이 펼치는 의견을 소개해준다.

 

 


이것이 모든 것을 바꾼다
이것이 모든 것을 바꾼다
20241026 트레바리 <브랜드의 거짓말> 발제문

트레바리 독서모임을 위해 제가 만든 발제문입니다. 혹시나 이 책으로 독서모임 하실 분들은 아래 내용 참고하셔서 우리 그룹만의 발제문 만들어 보셔도 좋겠습니다.


오프닝 토크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신의 선택을 보여주기에 가장 확실한 것 중에 ‘소비’만한 것이 없다고 합니다. 현대사회에서 '소비하는 인간(Homo Consumus)'이라는 말이 낯설지 않은 이유인데요, 스스로의 존재감을 확인하고 정체성을 확립하는 데도 '소비' 또는 '소비자'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과연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하고 있는지 이야기해봅니다.

 

1. 평상시 어떤 방식으로 쇼핑을 하시나요? 요즘도 오프라인 매장에서 물건을 자주 구입하시는 편입니까? 쇼핑은 여러분에게 즐거운 취미인가요, 아니면 누가 대신 해 주면 좋겠다 싶은 귀찮은 루틴일 뿐인가요?

2. 단죄의 시간이 다가왔습니다. : ) 지난 달 자신의 카드 사용 내역 중에서 단일 금액으로 제일 비싼 소비는 무엇이었나요?


3. 한글판 책 제목은 <누가 내 지갑을 조종하는가>에서 <브랜드의 거짓말>로 바뀌었지만 원제는 brandwashed 입니다. 우리가 좋아하고 아끼는 브랜드 이야기 해 볼까요? 저는 낯선 곳에서 초록색의 긴 머리를 드리운 세이렌 이미지를 보면 마음이 편안해지며 잠시 쉴 곳을 발견했다는 느낌이 듭니다. 

 

북토크 


1. 식생활 : 모든 음식이 너무 맛있어진 요즘 우리의 식생활 어떤가요? 개인적으로 어떤 식생활을 누리고 있습니까? 요리를 직접 하는 편인가요? 요리를 하든 하지 않든 우리 선택에는 모두 각자의 합리적인 이유가 있을 텐데요, 그 이유들 함께 나눠봐요. 


2. 문화 : 아이돌 문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특히 한국은 K-pop 문화로 전세계적인 아이돌 문화를 만들어냈습니다. 그러나 유사연애를 조장한다거나 지나친 과소비 (팬미팅 용 앨범 구매), 이로 인한 환경 오염까지 이 산업은 이면의 어두움을 동시에 지적받고 있는데요, 여러분의 생각을 들려주세요. 최애 아이돌을 적극 홍보해 주셔도 좋아요. 


3. 뷰티 산업 (꾸밈 비용) : “머리털은 풍성하게, 온 몸은 미끈하게” 라는 책 속 구절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여성들의 겨드랑이 털 제모가 그리 오래 되지 않은 문화라는 것이 신기합니다. 요즘은 여성 뿐 아니라 남자도 정리하는 추세라고 하는데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비싼 화장품 역시 그리 효과가 없다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티나게 팔리고 있습니다. 예뻐지기 위한 우리의 비용 지출, 각자의 생각을 나눠볼게요.


4. 건강 기능 식품 : 줄여서 건기식이라고 부르며 한국에서도 엄청난 시장 규모를 자랑합니다. 몸에 제일 좋은 건 운동이지만 먹어서 쉽게 해결하고픈 마음 충분히 이해가 되는데요, 몸에 좋은 식품. 무엇을 드세요? 혼자만 몰래 드시지 말고 알려주세요.

 

5. 노스탤지어 마케팅 : 사람들은 과거를 지금보다 더 좋게 생각하며 그리워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여러분의 어릴 적은 어떠했나요? 어린 시절, 좋았던 그때를 기억나게 하는 아이템, 음악, 맛, 장소들이 있다면 알려 주세요. 여러분의 그 시절은 정말 좋았습니까?

 

6. 인플루언서 : 지금 우리 시대의 브란젤리나는 누구일까요? 여러분의 소비에 영향을 미치는 유명인에는 누가 있습니까? 인플루언서가 권하면 품목에 상관없이 구매하는 사람들이 있는데요, 그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세요?

 

7. 소비는 각자의 선택이라고는 하지만 실은 유행하니까 따라 사는 경우도 많죠. 남들이 다 하니까 나도 빠질 수 없어. 책에서도 ‘동료 압박’ 은 아주 훌륭한 마케팅 도구로 설명되고 있습니다. 남들이 해서 나도 관심을 갖게 된 것, 시작하게 것은 무엇이 있나요? 저의 경우는 식당에 줄 서서 먹는 편이 아닌데 흑백요리사가 유행하니까 그들이 운영하는 식당이 참 궁금하고 가고 싶어지더라고요.


8. 미래에는 내가 누구냐에 따라 다른 물건 값이 적용되는 동적가격제 (dynamic pricing) 가 일반화 될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어요. 기업의 목적은 최대 이윤 추구이니 사람에 따라 다르게 물건 값을 받는 것이 합리적으로 비효율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긴 하지만 고객의 입장에서는 뭔가 불쾌한 기분을 감출 수가 없는데요.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나의 데이터를 무료로 가져가 이를 이용하는 데이터 마이닝에 대한 생각도 궁금합니다.


9. 현대에서 소비란 무엇입니까? 소비를 하지 않으면 내수가 죽고 특히 자영업자의 경우 엄청나게 타격을 받는 것이 사실입니다. 한편 ESG적 관점에서는 지구를 위해 될 수 있는 한 적게 소비하고 기존의 물건들을 재활용하는 것이 윤리적이라고 하는데요. 이 딜레마는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브랜드의 거짓말 - 인간의 욕망을 사로잡은 마케팅 설계의 기술
브랜드의 거짓말 - 인간의 욕망을 사로잡은 마케팅 설계의 기술
뒤늦게 읽어보는, 그 시절 마계도시의 혼돈

말이 필요없는 제국의 수도였으니 관련된 것들을 조금 알고 있다 생각했는데 역시 착각이었다. 지식 부족 때문에 생각보다 쇼크. 특히 3장의 지옥의 삼총사...여기서 있는대로 놀랐더니 4장 프로이트 읽을 때는 별 생각없이 무덤덤해진다. 히틀러가 오스트리아 사람이란 게 그냥 국적 정보가 아니라는 걸 참 일찍도 깨닫는다. 현재진행형으로 흐르는 피바다에 지대한 지분이 있는 사상들의 뿌리가 다 여기서 나오는데, 근본적인 부분이 전혀 낯설지 않아 소름...희망없는 분노를 특정 대상을 증오하고 배척하는 데 돌리고, 절망스러워서 예술로 도피하거나, 그런 태도를 못 참고 포장따위 필요없어 이게 세상이다! 소리치는 이들이 또 생겨나고. 모르던 얘기인데 아는 얘기야...

요새 국정 미술 교과서 어떻게 되어있는지 모르겠지만 지금도 코코슈카의 언급이 없다면 왜인지 이제야 알 것 같다. 다른 의미로 2차 쇼크인 사람이 쇤베르크. 원래도 음악은 잘 모르지만, 깜짝 놀라 듣다 껐던(...) 기억만 있는데 이런 사람이었는가...그리고 읽는 동안 분위기 살리려고 공중정원의 책을 틀었다가 다시 껐다; 무지하다 말을 들어도 어쩔 수 없어! 힘들어!

좋은 책이다만 세 시간 짜리 비극 영화 다 보고 뒤늦게 괴로운 장면 메이킹만 몰아본 듯한 이 여운...일단 저자에게 들릴 일 없는 땡큐를 날리고, 오늘은 신나는 걸 좀 봐야지. 호프만스탈이나 슈티프터 책은 나중에 멘탈 관리 좀 하고 찾아보자...

세기말 빈
세기말 빈
인어공주 옆에서

 

보그에서 ‘위스키’를 주제로 청탁을 받아서 짧은 단편소설을 썼습니다. 제목은 <인어공주 옆에서>라고 지었어요.

저는 술은 맥주만 마시니까 ‘위스키를 소재로 에세이를 써주세요’라는 청탁이었다면 정중히 거절했을 것 같아요. 그런데 소설은 술술 써지네요. 좋은 위스키 마시는 기분으로 즐겁게 썼습니다.

원문 링크는 아래에 적었습니다. 링크된 웹페이지로 가보시면 저 말고도 김금희, 김연수, 정대건, 천선란, 조해진, 편혜영, 김기태 작가님이 위스키를 주제로 쓰신 초단편들을 읽을 수 있습니다.

 

<인어공주 옆에서>

 

“전하, 나날이 더 젊어지시는 거 같습니다. 젊어지실 뿐 아니라 더 아름다워지시는 것 같습니다. 로렐 공국도 전하의 영도 덕분에 나날이 부강해지고 있습니다.”

 

나는 대공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한 뒤 그렇게 말했다. 대공은 집어치우라는 표정을 지으며 손을 흔들었다.

 

“대사는 나날이 뻔뻔해지시는군요. 거짓말 실력도 나날이 느는 것 같습니다. 좋은 자리를 내드리고 싶었는데, 아무 데나 대충 앉으세요.”

 

이 일대 모든 왕국과 공국 역사를 통틀어 가장 존경받는 여성 군주, 어쩌면 남녀를 불문하고 우리 시대에 가장 존경받는 군주일 상대가 말했다.

 

대공은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얼굴은 웃고 있었다. 그녀는 턱 끝으로는 자기 앞에 놓인 의자를 가리켰고, 나는 과장된 몸짓으로 다시 인사를 한 뒤 그 자리에 앉았다.

 

“제가 거짓말을 하지 않는 외교관이라서 좋아하시는 것 아니었습니까?”

 

“외교관치고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 편이죠. 가끔 귀국의 공작에 대한 이야기에 거짓말을 섞는 점만 제외하면 정보력도 대단하고, 분석력도 탁월하고요. 그래, 오늘은 무슨 소식을 가지고 왔습니까?”

 

“제가 아는 최고의 정치 외교 분석가로부터 그런 칭찬을 받다니 영광입니다. 이 말씀은 거짓말이 아닙니다, 전하.”

 

진심이었다. 주변국 대사들을 오히려 자기 정보원으로 삼는 대공의 대담함과 노련함에 나는 늘 감탄했다. 하지만 여러 대사들 중에서도 이렇게 밤늦은 시각에 그녀와 독대를 할 수 있는 사람은 내가 알기로는 나뿐이었다. 솔직히 나는 그게 자랑스러웠다. 내가 만약 로렐 공국에서 태어났더라면 대공을 위해 목숨을 걸 수도 있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지금 내가 모시고 있는 공작에 대해서는 그 정도 마음은 품고 있지 않다.

 

우리는 주변 국가들의 정세에 대해 1시간가량 토론했다. 대공의 분석은 이번에도 날카로웠으며, 그녀의 질문은 핵심을 찔렀다. 그녀는 바이에른과 프랑켄이 으르렁거리고 있지만 전쟁을 벌일 것 같지는 않다고 봤고, 그보다는 오히려 작센의 후계자가 누가 되느냐가 폭탄 같은 문제라고 판단했다. 나도 같은 의견이었다. 그녀는 슈바벤과 로타링기아의 협력이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고 했고 우리는 잠시 논쟁을 벌였다. 아무래도 그 논쟁에서는 내가 진 것 같았다.

 

그러나 논쟁은 내 전문 분야가 아니다.

 

정보 분석도 내가 가장 잘하는 일은 아니다.

 

“이제 우리 로렐 공국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지요. 이방인인 그대 눈에는 내 신하들이 보지 못한 게 보이겠죠. 내 신하들이 감히 내게 말하지 못하는 것들도 그대라면 말할 수 있을 테고.”

 

“아, 이제 진짜 어려운 시간이네요. 10월 맥주 축제를 준비하는 주민들을 만났는데, 올해도 풍년이라서 축제 규모가 아주 성대할 거라고 합니다. 다들 전하께서 올해도 광장에 오셔서 맥주통 마개를 직접 따실지 궁금해합니다.”

 

“가야죠. 시민들이 좋아하니까. 그런데 내가 모르는 이야기를 좀 해보세요.”

 

“사람들이 배가 불렀는지, 슬슬 주세(酒稅)를 개정해야 하지 않느냐는 이야기들을 하더군요. 위스키에 붙는 세금이 너무 높다면서.”

 

“그럴 일은 없을 겁니다. 흉년을 대비해야 하니까요.”

 

“로렐 공국에서 가장 좋은 위스키들은 대공님의 찬장에 있다고도 하더군요.”

 

“그 위스키를 가져오는 공급책이 대사라는 것까지 시민들이 알던가요?”

 

“그건 아직 모르는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말하며 나는 행낭에서 위스키를 두 병 꺼냈다. ‘한 병은 딸까요?’ 하는 표정을 짓자 대공은 테이블에 놓인 종을 흔들었다. 시종이 잔을 가져왔다. 시종 복장을 하고는 있었지만 인상과 체격으로 봐서 대단한 무예가임이 분명했다. 아마 이 방 주위에 무장한 경비들이 몇 사람은 더 있을 것이었다. 만에 하나 내가 대공에게 해를 끼칠 가능성에 대비해서. 대공 본인의 무술 실력도 상당한 수준이라고 들었다.

 

내가 위스키에 대해 하는 설명을 대공은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하지만 썩 귀를 기울이지는 않는 자세로 들었다. 우리는 서로의 건강을 기원하며 건배했다. 독이 없음을 증명하기 위해 내가 먼저 마셨다.

 

“맥주 축제를 준비하는 여인들이 인어에 대한 이야기를 하더군요.”

 

향이 좋은 술이었다. 첫 모금을 맛본 뒤 내가 말했다.

 

“라인강에서 노래를 부르는 인어 말인가요? 뱃사람들이 그 노래에 현혹되어 물에 빠져 죽는다는?”

 

“아닙니다. 새로운 이야기였습니다. 황송하오나 돌아가신 백작님이 등장하는 이야기였습니다.”

 

“내 남편은 병으로 죽었지, 물에 빠져 죽은 게 아닌데?”

 

“무례를 용서하시옵소서. 시장 여인들의 이야기에 따르면, 라인강의 인어 하나가 돌아가신 백작님을 만난 적이 있다고 합니다. 백작님이 탄 배가 라인강을 항해할 때 난파된 적이 있다고 하는군요. 그때 정신을 잃은 백작님을 그 인어가 강변으로 끌고 가서 살렸고, 그러면서 백작님께 반했다고요.”

 

“재미있군요. 내 남편이 탄 배가 난파된 적은 없고, 그 동생이 라인강에서 익사하기는 했지요. 30년 전 일이 그렇게 각색되나 보네요. 계속해보세요.”

 

대공은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술을 마셨다.

 

“백작님께 반한 인어는 사람들의 세계로 오겠다고 결심한 뒤 마녀를 찾아갔다고 합니다. 마녀는 인어의 꼬리를 없애고 다리를 만들어줄 수는 있지만, 그 과정에서 끔찍한 고통이 따를 것이고, 목소리도 잃게 될 거라고 경고했다네요. 그리고 백작의 마음을 얻지 못하면 물거품이 되고 말 거라고 했답니다. 하지만 그런 경고를 받았음에도 사랑에 빠진 인어는 마음을 바꾸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 인어는 가족을 버리고 뭍으로 나와 말 못하는 소녀가 됐다고 합니다.”

 

그 순간 대공의 눈 깊은 곳에서 작은 불이 켜지는 것 같았다. 나는 조심스럽게 상대의 표정을 살폈다. 그러나 대공은 내 말을 막지는 않았고, 나는 이야기를 계속했다.

 

“소녀는 기적적으로 백작을 만나 총애를 받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백작은 얼마 안 있어 이웃 공국의 아름다운 왕녀와 결혼하게 되지요. 다시 한번 무례를 용서해주시옵소서, 전하. 이 이웃 공국의 왕녀란 바로 젊은 시절의 전하를 가리킵니다. 백작님과 전하가 식을 올리시는 날 한때 인어였던 말 못하는 소녀는 라인강 변에서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런데 그때 소녀 앞에 다른 인어들이 나타났지요.”

 

대공은 천천히 위스키를 한 모금 더 마셨다. 나를 노려보기는 했지만, 내 얘기를 제지하지는 않았다.

 

“인어들은 말 못하는 소녀에게 칼을 건넸습니다. 그 칼로 백작의 심장을 찔러 그 피로 몸을 적시면, 소녀가 인어로 돌아올 수 있다고 했죠. 다리가 다시 꼬리로 변하고 목소리도 되찾게 될 거라고요. 인어들이 떠난 뒤 말 못하는 소녀는 칼을 들고 성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성의 가장 높은 망루에 올라 칼을 버리고 강으로 제 몸을 던졌습니다. 사랑하는 남자를 찌를 수 없었던 거죠. 그렇게 한때 인어였던 말 못하는 소녀는 물거품이 되었습니다. 이게 이야기의 끝입니다.”

 

“그게 끝이군요.”

 

대공이 내 말을 되풀이했다.

 

“네, 그렇게 끝납니다.”

 

대공은 입술에 손가락을 얹고 까닥였다. 가끔 그녀가 그런 포즈로 생각에 잠긴 척하면서 상대를 불안하게 만드는 때가 있는 걸 나는 안다. 누구나 대공이 대단히 명민하다는 사실을 알았고, 머릿속으로 늘 여러 가지 계획을 짜고 있음도 알았다. 모든 사람들이 대공의 침묵을 두려워했다. 그녀는 그 사실을 알았고, 그 사실조차 자신에게 유리하게 사용했다.

 

“이 이야기를 금지시켜야 할까요? 아직 그렇게까지 퍼진 건 아닌 것 같습니다.”

 

내가 물었다.

 

“금지요? 아니요. 사람 마음을 울리는 이야기라서, 인위적으로 막을 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 게다가 제가 금지하면 그 이야기가 진실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나올 테지요.”

 

대공이 말했다. 나 역시 그렇게 생각했다. 이런 이야기는, 금지하면 더 널리 퍼진다.

 

대공은 자리에서 일어나 창가에 섰다.

 

“달이 아름답군요.”

 

대공이 창밖을 바라보며 말했다.

 

“구름 한 점 없네요.”

 

내가 말했다.

 

“남편의 시녀들 중에 말 못하는 소녀가 있었습니다. 제 남편을 오랫동안 사모했던 듯하고요. 저희 결혼식 다음 날 저 망루에서 몸을 던져 스스로 목숨을 끊었지요.”

 

이제는 내가 침묵을 지킬 시간이 온 듯했다.

 

“여염집 소녀들은 왕자와 공주가 나오는 이야기를 좋아하지요. 소녀들의 이야기에서 왕자와 공주는 로맨틱한 사랑을 하고, 마침내 결혼해서 오래오래 행복하게 삽니다. 실제 왕자와 공주들의 결혼 생활이 그와는 정반대임을 그대는 잘 알겠지요. 저희들의 결혼은 사업입니다. 어느 가문과 맺어지느냐 하는 것이 공국의 미래를 좌우합니다. 아버지들이 아들과 딸의 결혼 상대를 현명하게 정해야 합니다. 로맨틱한 사랑은 각자 애인을 둬서 해결하고요.”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전하.”

 

“제 남편은 고귀한 남자였어요. 저를 사랑하지는 않았지만, 가정에 책임을 다하려 했습니다. 그 흔한 정부(情婦) 한 명 두지 않았지요. 통치 기간은 짧았습니다만 군주로서도 나쁘지 않았지요. 사람들은 제가 두 공국을 합쳐서 지금의 로렐 공국을 세웠다고 하는데, 시민들의 지지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그리고 남편의 평판이 나빴다면 시민들의 지지를 얻을 수 없었겠지요.”

 

“시민들은 돌아가신 백작님뿐 아니라 전하도 열렬히 지지했습니다.”

 

“남편은 열병에 걸려 사흘을 혼수상태에 빠져 있다가 세상을 떠났어요. 저는 막 둘째 딸을 낳은 상태였습니다. 혹시 병이 옮을지도 모르니 남편 곁에 가면 안 된다고 의사들이 말하더군요. 남편의 죽음이 확실해졌을 때에야 마지막으로 그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눈을 감은 상태로 땀을 뻘뻘 흘리며 누군가를 애타게 찾더군요. 망루에서 몸을 던진, 말 못하는 시녀를요. 남편은 그 시녀의 이름을 부르며 죽었습니다.”

 

나는 뭐라 대꾸해야 할지 몰라 가만히 있었다.

 

“그 여자아이는 이제 전설이 되겠지요?”

 

대공이 말했다. 딱히 내 대답이 궁금해서 묻는 질문은 아니었다.

 

“그 이야기 속 인어에게는 누군가 공기의 정령 이름을 붙였더군요.”

 

내가 대답했다. 대공이 이 이야기를 금지하지 않겠다고 한 것이 다소 아쉬웠다.

 

“곧 맥주 축제가 시작됩니다. 맥주는 기쁨을 나누는 술이에요. 왁자지껄 떠들며 꿀꺽꿀꺽 마시는 음료입니다. 로렐의 시민들이 그렇게 즐거워하기를 바라요. 제가 평생 추구한 일입니다. 몸 바칠 가치가 있는 일이지요.”

 

대공이 창에서 몸을 돌렸다. 달빛을 등지고 서서, 그녀의 얼굴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이 술은··· 맥주와는 다르지요. 기쁨이 아닌 다른 걸 음미하기 위해 마시는 술이죠.”

 

대공이 위스키를 천천히 마시며 말했다.

 

“무엇을 음미하십니까, 전하?”

 

내가 물었다.

 

“힘, 영광, 헌신··· 그리고 잃어버린 것들이오.”

 

대공이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나도 천천히 술잔을 기울였다. 외로운 성공을 자축하면서. 내가 존경하는 군주를 상처 입히게 되어 씁쓸하고, 내 나라에 이익을 가져올 것이기에 달콤한. 거품이 있는 술은 모략가에게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나는 늘 생각해왔다. 내 특기가 유언비어 퍼트리기라는 걸 말했던가? 유언비어에는 늘 일정 정도의 사실이 재료로 필요하다는 이야기는 했던가?

 

죽은 시녀의 사연을 토대로 삼아 내가 지어낸 인어 아가씨 이야기는 맥주 축제 동안 로렐 공국에 널리 퍼질 터였다. 대공이 금지하게 만들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힘을 발휘할 이야기다. 사람들이 대공을 냉혹한 권력가로 보게 될 것이고, 로렐 공국의 기원에 대해서도 의심을 품게 될 것이다. 지금으로서는 그 정도면 충분하다. 언젠가는 대공을 마녀로 묘사할 수도 있겠지.

 

대공과 나는 달을 바라보며 술을 마셨다. 라인강 물속을 헤엄치는 인어들과 말 못하는 시녀, 그 시녀를 사랑한 죽은 백작의 이미지가 잠시 머리에 떠올랐고, 나는 고개를 흔들어 그 생각을 떨쳤다.

 

#초단편 #위스키 #보그 #인어공주옆에서

 

https://www.vogue.co.kr/2024/10/24/%ec%9c%84%ec%8a%a4%ed%82%a4%eb%a5%bc-%ec%9d%8c%eb%af%b8%ed%95%98%eb%8a%94-%ec%9e%a5%ea%b0%95%eb%aa%85%ec%9d%98-%eb%8b%a8%ed%8e%b8%ec%86%8c%ec%84%a4-%ec%9d%b8%ec%96%b4%ea%b3%b5%ec%a3%bc/?utm_source=naver&utm_medium=partnership&fbclid=IwY2xjawGJPMFleHRuA2FlbQIxMAABHdaE_-wOIxk6qIaEG8_tLh9FL-slkbDR2bv2PbKYU3tlTqvGnYWSl37BwQ_aem__CQatRPNLEurc1pchFqliQ

 

 

2024년 10월 25일 - 통화

기분 좋은 일이 두 가지 있었다.

오늘로 두 번째로 런닝머신을 50분동안 쉬지 않고 달렸다. 1시간이 목표였는데 5분을 남기고 힘들어 속도를 늦춘 것이 아쉽지만 그래도 더 일찍 포기하고 싶은 순간에 포기하지 않고 달린 것이 보람찼다.


또 하나는 이전 회사 동기와 오랜만에 통화를 해서 기뻤다. 서로 개인사, 회사생활, 생각을 얘기하다보니 1시간 반을 넘게 통화를 했다. 말을 많이 해 목이 조금 칼칼했지만 그래도 평소 친하게 지내던 동기의 목소리를 듣고 서로의 속마음을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이 순간이 좋았다.


지금 읽고 있는 할란 엘리슨 걸작선 세트를 다 읽으면 그 다음으로는 하인라인의 별을 위한 시간을 펼쳐보려 한다. 이 책을 시작으로 그믐을 통해 함께읽기를 시작해볼까 생각 중이다. 마침 동네 도서관에도 있는 책이라 대출하기도 편하다.

별을 위한 시간
별을 위한 시간
10. 글 잘 쓰는 법, 그딴 건 없지만

일상적인 대화에서 쓸데없이 반전 효과를 노리는 사람들이 있다. 넌 나한테 과분할 만큼 너무 좋은 사람이지만… (우리 헤어지자). 그동안 너무너무 열심히 잘해주셨지만… (내일부터는 출근 안 하셔도 됩니다). 이 책 제목도 그렇다. “글 잘 쓰는 법, 그딴 건 없다”인 줄 알았는데 자세히 보니 ‘없지만’이었다. 결국 자기는 글 쓰는 법 잘 알아서 책까지 냈다는 자랑이다. 짜증나서 읽지도 않고 사무실 책상 한 쪽에 처박아뒀다.


사무실 책상에 앉아 나는 주로 누군가 쓴 글을 감히 고쳐 쓰거나 고나리질을 한다. 그 ‘누군가’들은 대부분 나보다 잘난 사람들이라, 그러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가끔 주눅이 들 때가 있다. ‘내가 손대서 글이 더 망가지면 어떡하지?’ 그럴 땐 글 잘 쓰는 법, 그딴 게 절실해져서 짜증나 처박아둔 책도 들춰봐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막상 들춰 보니 저자는 ‘글 잘 쓰는 법, 그딴 건 없다’ 쪽이다. 납득은 된다. 레시피대로만 하면 김치볶음밥 정도는 맛있게 만들 수 있고 정육면체 큐브 퍼즐도 공식만 달달 외우면 맞출 수 있지만, 유명 작가들의 글 잘 쓰는 법을 아무리 따라 해도 글을 잘 쓰기는 어려우니까. 그럴 바엔, 그냥 ‘내가 읽고 싶은 글’을 쓰라는 논리다. 그러다 운 좋으면 잘 쓰게 될지 모른다고…. 무책임한 사람 같으니.


하지만 글 잘 쓰는 법에 대한 힌트는 얻었다. 아무리 따라 해도 남처럼 글을 잘 쓰기는 어려우니까, 그냥 자기가 가장 잘 쓸 수 있는 글을 쓰는 것이다. 내일은 이렇게 고나리질해야지. “OO님, OO님이 가장 잘 쓸 수 있는 글을 써주세요. 퍼블리 독자들은 그걸 원해요.” 


나름 생산적인 독서였다 싶어 산뜻하게 책을 덮었는데, 표지 일러스트 밑에 약 올리듯 붙어 있는 문구 때문에 또 한 번 얄밉다. “저는 그냥 제가 즐거워서 쓰는데요…?” 그래, 니 잘났다.

글 잘 쓰는 법, 그딴 건 없지만 - 카피라이터로 24년, 그럭저럭 터득한 글쓰기의 기본에 대하여
글 잘 쓰는 법, 그딴 건 없지만 - 카피라이터로 24년, 그럭저럭 터득한 글쓰기의 기본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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