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행성의 극지에서 얼음산을 깎아 작품을 만드는 한 남자의 얘기다.
시시각각 변하는 하늘빛을 때로는 반사하고
때로는 흡수하고 굴절시켜 하늘과 함께 변하는
산의 모습에 주인공은 무아지경으로 빠져든다.
시간도 공간도 녹아내리고 오직 대상과 나만이
찰나와 영겁속에서 함께 공존하는 순간을 아름답게 서술하고 있다.
<소설가라는 이상한 직업 2> 3회 올렸습니다. 이번에는 ‘단행본이라는 뉴미디어’라는 제목으로, 얼룩소 파산과 퍼블리 매각을 보며 생각한 점을 써봤네요. 미디어 리터러시에 대해서도 조금 써봤습니다. ^^
#소설가라는이상한직업2 #단행본이라는뉴미디어 #미디어리터러시 #퍼블리 #얼룩소 #롱블랙
https://tobe.aladin.co.kr/n/274857
문명은 무릎 꿇고 신은 멀고 죽음은 더 가까워진 이 땅에서, 라는 문장 때문에 품고 사는 짧은 단편집. 원령공주에서처럼 현실에서도 재앙은 사회에서 가장 유약한 존재부터 덮치고 으스러트린다. 아마 그래서 모든 사랑 이야기의 주인공은 힘들게 사는 사람들일지도 모른다. 멍청한 펨벌리 땅을 절반이나 갖고 있는 다아시 씨를 제외하고.
이달 5일로 스티브 잡스가 세상을 떠난 지 꼭 10년이 됐다. 그의 공식 전기를 집필한 월터 아이작슨은 ‘10년이 지나고 나니 더 명료하게 이해할 수 있게 됐다’며 후기를 썼다. 국내 출판사인 민음사에서 그 글을 포함한 960쪽 짜리 『스티브 잡스』 특별증보판을 냈는데, 저작권사의 허가를 받아 한정 수량만 제작했다고 한다.
이 특별증보판은 최신 아이폰의 세 가지 인기 색상을 적용한 보관용 케이스에 담겨 온다. 보고 있자니 ‘참 예쁘게 잘 만들었다’는 감탄과 함께, 묘한 생각이 든다. 정작 이 전기는 잡스가 만든 물건들과 매우 다르다는 거다. 두께 때문에 그런 생각이 들었나 보다. 애플 제품에는 모두 최대한 얇아지려는 의지가 깃들어 있는데, 이 책은 그렇지 않다.
이 전기의 저술 과정에는 어떤 혁신도 없다. 반대로 놀랍도록 정석 그 자체다. 잡스를 포함해 수많은 업계 거물들을 충실히 인터뷰하고 내용을 정리했다. 잡스는 제품을 과감히 규정하고 많은 것을 대담하게 버렸지만 책은 그렇지 않다(선택과 집중, 그리고 센세이션이라는 면에서 대니 보일의 영화 《스티브 잡스》야말로 애플 제품을 닮았다).
그렇게 애플 제품과 다른 점들이 바로 이 전기의 뛰어난 점이다. 잡스는 누구인가? 저자의 평가는 퍽 조심스럽다. 이후에 쓴 ‘레오나르도 다빈치’(아르테) 같은 책과 비교하면 그 신중함이 더 두드러진다. 아주 매력적인 모순덩어리죠? 여러분은 어떻게 소화하시겠습니까? 그렇게 묻는 것 같다.
내가 이해하는 잡스는 본받을 만한 인물은 아니다. 아이폰이 소아마비 백신이나 3점식 안전벨트에 견줄 수 있는 발명 같지도 않다. 하지만 잡스의 일대기는 흥분을 불러일으킨다. 모든 시스템이 촘촘해지고 개인은 왜소해지는 시대에, 그는 우리가 꾸는 꿈이다. 홀로 운명에 맞서 기어이 자기 뜻대로 세상을 바꾸는 사람.
웃기는 이야기는 덤덤하게, 무거운 이야기는 가볍게. 내가 믿는 스토리텔링의 철칙이다. 독자를 흥분시키는 이야기는 차분하게 써야 한다. 바로 그렇게 잘 쓴 책이고, 나는 애플 제품보다 이 전기에 더 흥분한다.
34세에 맨부커상을 수상하며 일약 스타가 된 젊은 소설가가 있다. 인도 출신인 그는 어린 나이에 혼자 영국으로 유학을 왔고, 가족은 얼마 뒤 파키스탄으로 이주했다. 가족이 이민한 이유는 끝까지 알 수 없었다.
늘 정체성에 혼란을 느끼던 그는 소설을 통해 스스로를 설명하고 싶었다. 그 야심작을 쓰는데 5년이 걸렸다. 이슬람 문화권에서 자란 그는 이 소설에서 이슬람에 대한 고찰과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
나름대로 안전장치를 뒀다고 여겼지만 책이 나오자 무슬림들은 격분했다. 책을 제대로 읽은 사람은 거의 없었고, 다들 ‘이슬람을 모욕한 책’이라는 말만 믿고 저자를 저주했다. 마침내 종교 지도자가 신도들에게 저자를 죽이라고 명령했다.
살만 루슈디, 그리고 20세기 최대 필화 사건으로 꼽히는 『악마의 시』 이야기다. 루슈디는 이름을 바꾸고 영국 경찰의 보호를 받으며 13년 동안 숨어 살았다. 그때 썼던 가명은 824쪽짜리 자서전의 제목이 되었다. 『조지프 앤턴』(문학동네).
화끈하고 감동적인 책이다. 기본적으로 스릴러이며, 오만하고 겁 많고 세속적인 글쟁이가 투사가 되는 과정을 그린 인간 드라마이기도 하다. 3인칭으로 서술되는 루슈디가 고결한 순교자 타입이 아니라서 더 재미있다.
그는 혼란에 빠지고, 자책하고, 자식을 만나지 못해 괴로워한다. 이슬람 지도자들과 화해를 시도하다 지지자를 잃고, 인신공격에 분을 삭이지 못한다. 오래도록 글을 쓰지 못하면서 자신이 여전히 작가인지 회의에 빠진다. 이혼하고 재혼하고 바람을 피운다.
‘악마의 시’ 논쟁에서 루슈디의 반대편에 섰던 이들 중에는 쟁쟁한 서구 지식인들도 있었다. 문학이라는 이름으로 다른 문화와 타인의 감정을 공격해서는 안 된다는 논리였다. 정치적 올바름의 시대에 여러 가지 고민거리를 던지는 지점이다.
책을 펴낸 문학동네 출판사는 루슈디의 저작을 꾸준히 국내에 소개하고 있다. “세계 곳곳에서 루슈디뿐 아니라 번역가와 출판사에 대한 위협도 많았는데, 그에 대한 걱정은 없었나요?” 그렇게 묻자 담당 편집자는 “걱정은 모르겠고, 꼭 나와야 하는 책들이었다”고 대답했다.
<성공의 공식 포뮬러>가 지난 20년의 성공 사례를 분석한 책이라면, <뉴타입의 시대>는 다가올 20년의 성공 조건을 예측하는 책이다. 한 번 더 인정한다. 이 책도 제목에서 사기꾼 냄새가 난다. ‘다음 시대에는 이런 게 먹힐 겁니다’라고 떠드는 책이 좀 많나. 그럼에도 내가 이 책을 산 이유는 부제 때문이다. ‘예측 불가능한 미래를 돌파하는 24가지 생각의 프레임.’ 미래 예측이 불가능하다는 걸 인정하고 시작하는 미래 예측서라니, 그 솔직함을 믿어 보기로 했다. 24가지 돌파구 중 한두 개라도 내 입맛에 맞는 걸 찾으면 본전 뽑는 거라 생각하며.
저자의 주장을 떠받치는 건 ‘희소성' 개념이다. 뭐가 됐든 공급이 많아 넘쳐나면 가치가 떨어지고, 희귀한 것일수록 가치가 높아진다. 그러니 앞으로 무엇이 희귀해질지 한 발 먼저 알고 선점하면,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반대로 이미 흔해진 것을 붙들고 있으면 점점 더 뒤쳐질 수밖에 없는데, 그중 하나가 ‘문제 해결력'이다.
인류는 수많은 불편을 해결하며 발전해왔다. 일상의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은 자연히 높은 가치를 인정받았다. 그런데 상황이 바뀌었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큰 문제들이 상당 부분 해결되었기 때문이다. 해결할 문제가 없으니 그만큼 ‘문제 해결력'의 가치는 떨어진다.
이젠 반대로 ‘문제를 발견하는 능력'이 중요해졌다. 어릴 때부터 다양한 시험을 거치며 ‘정답 찾는 능력'을 키워왔는데, 상황이 바뀐 것이다. 답 찾기에는 어느 정도 자신이 있었는데, 문제를 발견하려면 무엇부터 해야 할지 막막하다. 무엇이든 딴지를 걸다 보면 문제가 발견될까? 지금 쓰고 있는 이 글의 문제는 뭘까? 나만 못 찾고 있나? 괜히 마음이 급해진다. 뉴타입의 시대에, ‘올드타입’이 되고 싶은 사람은 없으니까.
고민하지 않고 덮어버리거나, 없애버리면 걱정은 사라진다.
하지만 걱정하지 않으면 생각도 없어진다.
그 전부터 계속 수면 아래 있던
문제가 하나 있었는데
회계사들이 온 김에 회의를 했다.
전부터 계속 머릿속으로 생각이 드는 건..
하나같이 다들 지금 당장의 효과,
당장의 숫자만 바라보는 느낌이다.
여기나, 저기나
위나, 아래나, 옆이나.
물결이 치면 한 번으로 끝나지 않고
더 큰 다음의 파도가 오기 마련인데
다들 당장의 물장구만 신경 쓴다.
물론 나도 일을 하면 당장의
급한 일부터 처리하느라 신경을
못 쓰고 저 구석에 미루는 경우가
비일비재 하니 남 말 할 처지는 못 된다.
하지만 누군가는 그걸 생각해야 하고,
누군가 그걸 말을 하면 관심 있게
들어주려는 누군가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도, 운동도, 인생도
짧은 호흡으로 가져갈 것이 있고
긴 호흡으로 가져가야 할 것들이 있다.
어차피 그건 자기들이 할 일이 아니라고,
자기가 할 실무가 아니라고 생각하니
그런 것이겠지만 그런 사람들이 전체 조직에
얼마나 많고 적은지에 따라 그 회사가
어떤 가치관을 갖고 있는지도 결정된다고 생각한다.
오늘도 런닝을 했다.
스트레스 때문에라도 운동을 해야 했다.
몸이 무거운지 오늘은 금방 지치는 느낌이었다.
9km를 달리고 싶었지만 8.8km로 만족해야 했다.
도저히 더 달리기 힘들었다.
로버트 하인라인의 '우주복 있음, 출장 가능'은 거의 다 읽어간다.
내용이 딱히 어려울 것 없는 청소년 SF라 술술 읽힌다.
청소년 대상이라고 쉽게 생각하고 접근했다가
막상 공학과 기술 얘기가 나오면 작가가 소설을 쓸 때
잉크에 자신의 경험을 진하게 녹여 냈다는 점이 느껴진다.
주인공이 달 - 명왕성 - 베가 5위성 - 라나도르로
우리은하를 넘어 우주로 향할수록 얼마나 인간의 삶과
외계문명의 정도가 반비례 하게 되는지 묘사하는 부분이 흥미로웠다.
최대한 인간의 편의를 생각해 인간의 도구와
거주지를 흉내내서 만듦에도 인간이 보기에는
인간성이 결여된 방과 공간의 배치가 그렇다.
보이지 않으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고 하듯
헤아릴 수 없는 거리감이 얼마나 개인의
자아와 인간성을 희미하게 만드는지도.
그렇기에 멀리 내다보는 것은 어려운지도 모른다.
인정한다. 이 책의 제목에서는 사기꾼 냄새가 난다. 성공하는 법을 알려주겠다는 사람이 좀 많나. ‘이렇게 하면 100% 성공합니다'라고 해서 들어봤는데 뻔한 얘기뿐이라 실망했던 경험이 누구나 한 번쯤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내가 이 책을 산 이유는 저자다. 전작 <링크>에서 ‘네트워크’라는 키워드로 이 복잡한 세상을 명쾌하게(심지어 재밌게) 정리해낸 사람이라면, 성공론 또한 들어볼 만하지 않을까.
성공은 모호한 개념이다. 사람마다 기준이 다를 수 있으니까. 그래서 그는 ‘성공'의 범위를 확 좁혀놓고 시작한다. 빅데이터 분석으로 사적인 성취감을 측정할 수는 없었기에 이 책은 ‘공적인 성공(세상으로부터 인정받는 것)’만을 다루겠다는 것. ‘뭐든지 다 안다’라고 얘기하는 사기꾼의 언어랑은 거리가 멀다. ‘내가 아는 건 검증한 것뿐이다'라고 말하는 과학자의 언어에 마음이 놓여 본격적으로 책을 읽어나갔다.
실력 있는 사람은 많지만, 그들이 다 성공하는 건 아니다. 차이가 뭘까? 저자의 연구팀이 지난 20년에 걸친 성공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핵심은 ‘연결망'이다. 학계, 재계, 예술계, 스포츠계 등 분야를 막론하고, 다른 사람과 접점을 많이 만든 사람일수록 성공 확률이 높았다. 그렇다고 ‘인맥’이 성공의 만능열쇠라고 이해하면 곤란하다. ‘실력'이라는 기반 없이 성공한 사례는 거의 없었으니까. 축구를 못했다면, 재미가 없었다면 호날두와 <해리포터> 시리즈는 결코 세계적인 성공을 거둘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럼 실력을 키우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데이터에 따르면 30대 초중반에 성공하는 경우가 특히 많은데, 그 이유가 의외다. 젊을 때 뇌가 가장 잘 돌아가니까? 땡! 젊을 때 가장 열정적으로 결과물을 내놓으니까! 나이가 들어서도 생산성을 유지할 수만 있다면 성공률은 떨어지지 않았다. 즉, 성공의 비결은 ‘창의성'이 아니라 ‘생산성 유지'에 있다는 것. 포기하지 말고 노력하라는 뻔한 얘기도 데이터가 받쳐주니 이렇게 흥미진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