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혜씨!
오늘도 뜨거운 물에 적신 수건으로 손을 싸매고 손에 핸드크림 바르셨어요?
매일 종이 만지는 일을 하시니 손이 혹사 당할 수 밖에 없을 것 같아요.
저도 매일 손으로 자판을 두드리며 글을 쓰거나 온갖 집안일을 하다 보면 끊임없이 손이 노출되는데 그동안 내 손을 너무 방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주혜씨처럼 손을 더 사랑하고 아껴야겠어요.
주혜씨 편지를 읽다 보니 그동안 한번도 진지하게 생각해보지 않았던 내 취향에 대해서 생각해봤어요.
내가 좋아하는 게 뭘까? 나는 어떤 일을 할 때 즐겁고 행복할까? 곰곰이 생각해 보니 뒤죽박죽이긴 하지만 하나하나 떠오르네요.
나는 활자 중독이에요.
눈에 들어오는 글은 닥치는 대로 읽는답니다^^
책은 물론이요, 신문, 잡지, 심지어는 길거리를 가다가 가게 간판에 적힌 글이라든가, 플랜 카드에 적힌 글귀도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어요.
그렇게 마음에 들어온 문장은 수집을 해 놓기도 해요. 문장이 내 안에 들어오는 순간 뭔가 보물을 갖고 있는 것처럼 기분이 막 좋아지고, 부자가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또 외출할 때 꼭 챙기는 게 있는데 바로 책이에요. 다른 건 몰라도 가방에 책이 들어있으면 그렇게 든든할 수가 없어요.
전철 안에서도 읽고 누군가를 기다릴 때도 읽고 언제든 꺼내서 읽을 수 있으니 자투리 시간도 그냥 흘려보내지 않아서 좋아요.
여행 갈 때도 책을 꼭 챙기는데 덜컹거리는 기차 안에서 책 읽는 느낌이 너무 좋아요.
어릴 때 시골에서 살았던 기억 때문인지 저는 꽃을 참 좋아해요.
특히 화려한 꽃보다는 가냘픈 들꽃, 이름 모를 들풀들이 그렇게 예뻐 보일 수가 없어요.
초등학교 때 우리 집 마당과 우리 동네 길목에는 가을이면 코스모스로 가득 찼어요.
코스모스를 좋아했던 엄마가 우리 동네 전체를 코스모스 마을로 만들어버리신 거죠. 그 기억이 너무 좋아서 지금도 꽃을 사랑할 수밖에 없나 봐요.
꽃밭을 가꾸시던 젊었던 엄마 모습과 그 모습을 해맑게 바라보던 꼬꼬마 시절 내 모습이 떠올라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날아가고 싶은 생각이 드네요.
내 취향에 대해서 생각하다 보니 '나는 참 호기심 많고 하고 싶은 게 많은 사람이구나' 새삼 느꼈어요. 그래서 매일 바쁘게 사나 봐요.
좋아하는 걸 쓰라고 하면 아마 밤을 새도 모자랄 것 같아서 여기까지만 쓰려구요...ㅎㅎㅎ
편지를 쓰면서 주혜씨 덕분에 나라는 사람에 대해서 좀 더 깊이 들여다볼 수 있었어요. 고마워요. 고마움의 의미로 제가 향이 좋은 핸드크림 하나 선물할게요. 편지와 함께 동봉합니다. 예쁘게 사용하세요~~❤
FROM. 취향 부자
주혜씨^^!
오늘 하루도 잘 지내셨나요?
취향 얘기를 나누는 여름 밤이네요
음.
제 취향을 곰곰히 생각해봤어요.
저는 벚꽃이 흐드러지게 핀 봄, 선선한 바람이 부는 가을. 음악들으며 얼굴로 바람 맞으며 자전거 타는 걸 좋아해요. 공원 자전거 길을 달리며 한 손은 핸들에 한 손은 쫙 펴서 바람을 느끼며 달리곤 한답니다.
그리고, 고전을 좋아해요. 소설도 에세이도 좋아하지만, 고전을 조금 더 좋아해요. 인생 고전은 <레미제라블> <안나카레니나>에요. 아! <모비딕>도요. 레미제라블은 영화로도 계속 다시 볼 정도로 좋아해요. 마음 한구석, 전권 재독을 고민하고 있답니다.
박완서, 이라영, 정혜윤, 게일콜드웰, 버지니아 울프, 최은영, 장류진, 김이설... 좋아하는 작가를 나열하다 보니 모두 여성작가들이네요^^;; 저의 취향입니다.
주말엔 카페 독서가 취향이랍니다.
집 앞 커피숍 오픈 시간에 맞춰 폭신한 등받이 자리에 앉아 노트북, 필기류, 노트, 책등 제 짐을 쌓아두고 따뜻한 커피에 샌드위치 먹으며 시간을 즐기는 걸 무척 좋아해요.
제 생각에 저는 좀 특이한 구석이 있어요.
계획짜는 걸 무척 좋아하는데
어떤 영역에선 계획대로 되는 걸 답답해해요.
읽고, 쓰는 걸 좋아하지만 필기류 욕심은 없어요.
써지기만 하면 된다는 실용주의죠.
운동도 그래요. 정적인 운동을 안좋아하죠.
스피닝처럼 빠른 템포에 맞춰 비오듯 땀 흘리는 운동을 좋아하는데, 현실은 필라테스를 하고 있네요🙃
자전거도, 고전도, 여성 작가도 취할 정도로 맹렬한 감정은 아니죠.
취향이란,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방향, 경향을 말하잖아요.
저는 무엇이든 취할 정도로 열렬히 선호하는 건 아니고. 있으면 좋고, 없어도 크게 상관은 없는 편이죠.
그렇기에 주혜씨 취향 얘기에 격하게
공감한 것같아요. 저도 핸드크림을 고르는 것도 취향이라는 말에 한 참을 생각에 빠져 있었답니다.
있으면 좋은 마음, 그걸로 충분하구나 싶었어요.
주혜씨 덕분에 저를 또 이렇게 알아갈 수 있어 참 좋았어요.
그 사이 좋아하는 걸 발견하셨을지 궁금하네요🤗
2024.6.18
여름 밤, 취향에 취하고 픈 익명으로부터.
TO. 슬픔에서 행복이로 바뀌고 싶은 구름이님
등산, 운동, 독서, 봉사, 여행, 행복...등등 올 한 해 하고 싶은 게 참 많은 구름이님!
오늘도 계획대로 잘 살고 계신가요?
저는 구름이님 덕분에 연초에 세웠던 계획을 점검하고 남은 기간 동안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생각해 봤어요.
저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갖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새해 첫날 일기장에 적었던 계획들을 살펴보니 다행히도 차근차근 실천해나가고 있더라구요.
가장 큰 목표였던 공저책 출간을 4월에 했고 이제 개인책을 쓰고 있어요.
매일 일정량씩 꾸준히 써서 올해 말까지 완성해 볼 생각이에요.
5월 13일부터 백일 글쓰기를 시작해서 오늘까지 33일째 쓰고 있어요.
매일 쓰는 일이 만만치 않지만 글을 쓰고 있는 동안 제가 살아있음을 느껴요.
살다 보면 크고 작은 선택과 결단을 해야 할 때가 수도 없이 많은데 글을 쓰니 그때마다 내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어서 참 좋은 것 같아요.
백일 글쓰기도 책 쓰기도 지치지 않고 해낼 수 있도록 구름이님이 함께 응원해 주실 거죠?^^
올해 책 100권 목표로 읽고 있는데 현재까지 36권 정도 읽었더라구요.
책만 읽고 기록을 안 남기면 금방 잊어버려서 블로그에 후기를 남기고 있는데 바로바로 쓰기가 너무 힘들어요.
더 분발해야겠어요^^
계속 해오던 필라테스를 두 달 동안 쉬었는데 6월 초부터 다시 하기 시작했어요.
오랜만에 재개하는 운동이라 몸은 굳었고 체력이 달리지만 열심히 하려구요.
아 참, 매일 아파트 놀이터에서 몇 분씩 달리는 것도 시작했어요.
체력도 키우고 살도 찌우고 연말까지 몸 좀 만들어보려구요...ㅎㅎㅎ
온라인 쇼핑몰을 하고 있는데 근근이 유지만 하고 있어서 반성 중이에요.
탄탄한 수입원을 마련하기 위해서 시작한 일인데 열심히 안 하니 매출도 고만고만하네요.
물건 파는 건 소질이 없나 봐요...ㅠㅠ
이왕 시작한 일이니 하는 데까지 해볼까 해요.
1월의 삶과 6월의 삶이 크게 달라진 것 없어 보이지만 난 뭔가 끊임없이 배우고 있고 성장하고 있는 것 같아요.
남은 6개월도 저는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내 위치에서 내가 해야 할 일을 하고 한결같이 성실한 사람으로 살아갈 거예요.
구름이님도 올 한 해 계획하고 목표한 일들 해내실 수 있기를 응원할게요~~❤
※구름이님이 만드셨던 몽글몽글 스크램블 만들어 먹고 싶어요^^
FROM. 구름이님의 행복을 응원하는 익명^^
좋은 취향을 만드는 방법 3
안녕하세요?
취향의 사전적의미는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방향 또는 그런 경향’이라고 하네요. 이말에 취향에 대한 방법이 다 포함 된 것 같은데요..저는 ‘마음이 떨리는 일’을 잊지 않고 기억해서 그 떨림을 좀 더 지켜보는 편이에요. 나이가 들수록 떨리는 일이 없기도 해요. 무슨 일을 봐도 ‘또 뭐 그러려니..’하는거죠. 놀랄 일이 별루 없다고 해야 하나?
우스게소리로 ‘내가 요즘 무슨 일에 자꾸 떨려’하면, ‘그거 병이다, 병원 가봐라’하는 친구들도 있어요. 물론 농담이죠.
제 나이는 윗사람(친정 엄마)에게 양보하고, 아랫사람(27살 딸아이)에게 배려하고 하다 보니, 취향도 없이 그냥 지내는 사람처럼 보이는 적이 종종 있기도 해요.
대부분의 것들을 그냥 넘어가더라도, 한달에 한 두 번 정도는 내맘대로 시간을 써보기도 하고, 내맘대로 뭘 사보기도 하려고 해요.
그래서 제가 얼마전에는 ‘비누방울 세트’를 하나 샀어요.
저 어릴때랑 다르게 길죽하게 생겼는데, 쭉 뽑아내면 비누방울이 여러개 나오는 그런 거였어요. 리필도 하나 더 샀어요.
그리고 아무도 없는 아파트 입구 정자에서 한동안 비누방울 놀이를 했어요.
비누방울 놀이를 하면서 어린시절로 잠깐 돌아간 느낌이 들었어요.
작은 비누방울이 하나 하나 작은 무지개를 보여주면서 사라지는 시간.
전 가슴이 떨렸답니다.
‘느낌의 공동체에서 사고의 공동체로’라는 부제이자 메시지에 격하게 동의. 전에는 느낌의 공동체에 대해 이해하려 애썼고, 사회에 꼭 필요하다고 인식했었다. 이제는 견해가 바뀌었다. 해악이 크다고, 진정한 사회 발전을 가로막는다고, 오히려 폭력을 불러온다고 생각한다. 인간이 침팬지보다 덜 폭력적이라는 사실이 작은 위안이 되었다.
응원해주고 싶은 책이다. 언론사에서 이런 기획 많이 하고, 그걸 다 단행본으로 내면 좋겠다. 급식 노동자의 장화를 얼마나 자주 사는지가 영양사에 달려 있고, 산불을 끄는 게 정규직 소방대원이 아니라 계약직인 산불재난특수진화대원이라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여성용 여성 장갑이 없다는 사실도, 비행기의 여성 승무원이 바지 유니폼을 신청하면 어딘가로 불려간다는 사실도.
처음 간 도서관에서 출판문화 책 발견.
얼른 김새섬 대표님 글 실물을 봤다.
반가운 그믐 발견.
덕분일까. 이 날 걱정하며 운영한 번개 독서모임은 변덕스러운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도서관 투어도, 카페 독서모임도, 맨발 황토길 산책도 즐거웠다. 책으로 연결되지 않았으면 만날 일 없을 사람들과 부담 없이 편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기억에 맴도는 짧은 일화.
총 인원 6명. 맨발 황토길을 해볼 사람과 하기 싫은 사람이 나뉘었다.
운영진이었던 나는 맨발 황토길을 하고자 했고 하지 않으려는 사람은 2명이었다. 황토길 외에 나란히 걸을 수 있는 길이 보이지 않았을 때, "우리가 함께 갈 수 있을까요?" 라고 내가 뱉은 말이 떠오른다. 우리가 함께 갈 수 있을까요? 다른 모습으로도 같은 방향으로 걸을 수 있을까요? 내가 뱉어 놓고 상징적으로 들렸는데.
황토길 아래쪽 길목으로 내려가니 신발 신고 가는 길이 있었다. 우리는 함께 걸을 수 있었다. 나는 비에 젖어 찰흙 같아진 황토길을 밟으며 같이 맨발이 된 사람들과 웃었고 아래쪽에서 같은 방향으로 걷는 사람들을 쳐다봤다.
TO. 편지 초보님
매일 종이를 만지는 일을 하시는 편지 초보님 안녕하세요~
종이를 만진다고 해서 순수한 분일 거라는 추측을 해봅니다.
퇴근 후 비싼 핸드크림으로 손을 잘 관리 해주는 덕분에 손도 고생했지만
고마움을 잘 알것 같아요. 아껴주는 마음이 예쁘네요.
이게 취향이라고 할 수 있는지 모르겠지만, 매월 월급날에 한달동안 애쓴 저에게 "잘했어" 말하고 고마움을 전합니다.
책을 선물하거나 꽃을 선물합니다.
선물 받으면 뿌듯하고 기분이 좋습니다.
제 자신이 소중하고 좋아하거던요~
편지 초보님도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인것 같아 동질감이 느껴지네요.ㅎㅎ
그러고 보니 우리 취향도 비슷한가요?
FROM.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