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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 따윈 필요없는 흐뭇한 시리즈 속편

제목 패턴이 바뀌어서 이번은 단권이구나 하고 읽다가, 중간에 깨달아서 로또 터진 기분이다. 초반이 스티븐 킹 작품이랑 비슷하니 패러디인가 했는데, 그대의 이름이 나오는 순간 그분이 오셨구나!하며 마음 속에서 풍악을 울리고...안타깝게도 중간에 큰 일은 피하지 못하나, 심드렁하고 간이 크다는 최고의 조건을 갖춘 당신이 있으니 나는 그저 느긋하게 읽으면 될 뿐이지. 그래도 이야기 따라가며 살짝 긴장하다가, 악당이 궁금하냐니까 당연하지라는 대답에서 빵터짐. 표정이 그려져...박수!

살짝 의외였던 부분도 있지만, 깔끔하게(...뭔가 다른 수식어가 나을 듯 한데 잘 생각나지 않는다) 잘 끝났으니 만족스럽다. 시리즈물은 왜 한 번에 두 권씩 나오지 않는가 부질없는 푸념을 하지만, 기다리면 나오겠지. 이 속도면 왕좌의 게임에 비하면 양반이야...

살인 재능
살인 재능
오늘의 문장 - 2024년 11월 06일

옥타비아 E. 버틀러의 우화 시리즈에서

미국 남부는 극심한 기후변화로

황무지가 되어 서로 잡아먹고 사는 일이

일상이 된 지 오래고 북부는 공장과 농장에

노예제가 부활하는 지옥도가 펼쳐진다.


살아남은 사람들은 그저 상대적으로

조금 더 부유하여 약탈 당하기를 두려움에 떨며

기다리는 편이거나, 남을 약탈하는 편이거나

둘 중 하나 뿐이다.


나름대로 주정부와 연방정부와 대통령이

아직 남아 기능을 하고 군대도 존재하지만

곳곳이 난도질 당해 만신창이가 된

미국은 피를 철철 흘리며 길을 헤맨다.


오직 생존을 위한 현재에 종속된 그들에게

미래를 생각할 시간은 없다.


하지만 그 지옥도를 평생 이어갈 수는 없다.

지옥에 익숙해지는 순간이 곧 진짜

지옥으로 이어지는 길이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그 상황에서도 지구를 위해,

그게 아니라면 인류를 위해,

그게 아니라면 자식들을 위해

미래를 생각해야 했다.


살기 위해 그나마 남은 전력을 살육과 제거와 약탈에

몰두할 것이 아닌, 더 큰 공동의 목표에 힘을

쏟을 수 있도록 과녁을 그릴 사람이 있어야 했다.

우리한
우리한
그가 말하는 전인류의 위협이

유전자 편집 기술에 도태 된 비-편집인의 순응적 열등감 속에 좀비물에 흔히 등장하는 ‘면역인‘의 기운이 느껴지는게 짜릿하다. 주인공은 바트 심슨처럼 자기 목욕물을 치료제로 파는 뻔뻔한 짓을 저지를 위인은 못 되겠지만, 한 개인으로 인정받고 싶은 욕망이 살아남은 걸 보면 만만한 상대도 아닌 것 같다.


유전자 편집으로 신체/정신적으로 우수하며 성격까지 우아하신 유전자 편집 인류만 공격하는 유전병과 편집인이 될 자본이 없단 이유로 사회 끝자락까지 당연스레 내몰리는 운명과 죽음에 순응하던 주인공의 조합은 아이러니하지만 현대사회에 크게 다를 바가 없어 익숙하다. 언더 더 독의 세계가 어떻게 전개 될지 기대된다.


내게는
내게는
24-086 | 강우근, 너와 바꿔 부를 수 있는 것

창비시선 496 (241012~241025)


❝ 별점: ★★★★☆

❝ 한줄평: 마음, 마음, 그리고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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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것들의 마음을 생각해보게 하는 시들이 참 좋았던 시집 💚 특히나 양초의 마음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 첫 번째 시가 정말 정말 좋았어요. 🥹 [📝 24/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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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다는 아름다운 푸른 불이었다 친구들은 그 아름다움에 뛰어들면서 티셔츠를 입듯 불을 껴안게 되었다 우리는 바다라는 푸른 불을 몇겹이나 입을 수 있었다

/ 「어두워지는 푸른 불」 부분 (p.11)


✴︎

 빛을 받은 바다가 파도에 부서지는 장면을 가족과 오래도록 보았다. 파도가 거듭될수록 하얀 포말은 끊임없이 생겨나고. 비슷한 장면을 하염없이 바라보는 가족들의 심장은 같은 속도로 뛰는 걸까, 생각하다가


 나의 심장이 한번도 정지하지 않았다는 것이 놀라웠다. 이곳이 어두워질 때 한낮이 펼쳐지는 지구 반대편에서


 함께 마라톤을 뛰는 사람들의 심장 박동이 비슷해진다는 것이

 영화를 함께 보는 두 사람이 같은 호흡이 되어간다는 것이

/ 「일렁일 때까지 일렁이고 싶은 마음」 부분 (p.48)


✴︎

 내게 찾아온 것들이 가끔은 믿기지 않을 때가 있지.


 내 방 책상 위를 올라가기를 즐기는 고양이가 우리 집 앞을 서성거렸던 오후와

 서랍의 엽서를 꺼내면 이국의 바다에서 나에게 미소를 짓던 사람의 파란 눈동자를 떠올릴 수 있는 여름같이


 그렇게 어떤 하루는

 믿을 수 없는 마음으로 누군가 내게 남긴 선물 같지.

/ 「또다른 행성에서 나의 마음을 가진 누군가가 살고 있다」 부분 (p.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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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았던 시


제1부

✎ 「하루 종일 궁금한 양초」 ⛤

✎ 「어두워지는 푸른 불」 ⛤

✎ 「파피루아」

✎ 「너와 바꿔 부를 수 있는 것」

✎ 「민무늬 탁자」

✎ 「물고기 숲」

✎ 「유성」

✎ 「소원」 ⛤

✎ 「나무들의 마을」 ⛤

✎ 「우리의 바보 같은 마음들」 ⛤


제2부

✎ 「단 하나의 영상에서 돌고 도는 기념일」

✎ 「모두 다른 눈송이에 갇혀서」

✎ 「일렁일 때까지 일렁이고 싶은 마음」 ⛤

✎ 「엄마의 정원」

✎ 「태풍 같은 사람이 온다면」 ⛤

✎ 「우산들」

✎ 「단순하지 않은 마음」 ⛤


제3부

✎ 「함박눈」

✎ 「어디선가 하얀 집이 지어지고 있다」

✎ 「말차의 숲」 ⛤

✎ 「우리가 모르는 수십억개의 계단들」

✎ 「네가 무슨 생각을 하든지 괜찮지만, 그 마음만은 가지지 말아줘」

✎ 「빛은 나를 빠져나갈 수밖에 없는 기차」 ⛤

✎ 「희망」 ⛤


제4부

✎ 「우리는 1층에서 자유로워」

✎ 「투명한 원」

✎ 「그 돌을 함부로 주워 오지 말아줘」 ⛤

✎ 「공룡 같은 슬픔」

✎ 「유령들의 드럼」

✎ 「비행하는 구름들」

✎ 「우리가 매일 지나치는 것」 ⛤

✎ 「너의 신비, 그것은 세계의 신비」

✎ 「또다른 행성에서 나의 마음을 가진 누군가가 살고 있다」 ⛤

✎ 「단 하나뿐인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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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바꿔 부를 수 있는 것
너와 바꿔 부를 수 있는 것
15. 죽은 자의 집 청소

홈스의 일이 ‘죽은 자의 흔적'을 들여다보고 범인을 잡는 것이라면, 특수청소 서비스회사 ‘하드웍스' 김완 대표의 일은 ‘죽은 자의 흔적'을 깨끗이 지우는 것이다. 홈스의 활약은 왓슨의 입을 통해 낱낱이 전해지지만, 김 대표의 일은 철저히 비밀에 부쳐진다.


엄밀히 말하자면, 비밀에 부쳐지는 건 죽음이다. 죽음을 감추기 위해, 김 대표 또한 스스로를 드러내지 않아야 했다. 집값을 위해서든, 거주자들의 편의를 위해서든. 함부로 드러낼 수 없던 마음을 책으로 펴냈다. 사람의 죽음을 다룬 이야기라는 점에서는 코넌 도일의 소설과 비슷한데, 쓰는 사람이나 읽는 사람이나 마음가짐은 사뭇 다르다.


고백하자면, 죽은 사람의 흔적에 대해 당사자 입장에서 깊게 생각해본 적이 없다. 추리소설이나 <그것이 알고 싶다>를 볼 때도 그저 범인을 잡기 위한 단서 정도로만 여겼을 뿐이다. 김 대표가 들려주는 죽은 사람의 흔적은 그만큼 극적이지 않다. 대개 평범하고 비슷하다. 죽은 이는 피를 쏟고, 부패한 시신엔 벌레가 모여들고, 그리고 외롭다. 


동반자살한 부부의 방을 청소하다 침대 밑에서 뒤늦게 칼 두 자루를 발견한 김 대표. 홈스라면 칼이 거기 있었던 단 하나의 이유를 찾아내어 진상을 밝혔겠지만, 탐정도 경찰도 아닌 김 대표는 그 칼 두 자루가 사랑의 증거임을 믿는다. “자기가 보고 싶고 희망하는 세계만 만나려는, 편견 가득한 청소부의 근거 없는 믿음"이야말로, 매일 죽은 자의 집을 청소하는 김 대표의 ‘일하는 마음'일 것이다.

죽은 자의 집 청소
죽은 자의 집 청소
근미래의 풍경 #5 인공지능 집사와 ‘엑셀 이혼’

조선일보에 <근미래의 풍경>이라는 제목으로 STS SF 초단편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5회는 인공지능 집사와 ‘엑셀 이혼’ 이야기입니다. 원문 링크는 제일 아래 달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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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이 인간의 삶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STS(Science, Technology and Society·과학기술과 사회 연구) SF’라는 이름으로 소설을 써온 장강명 작가가 멀지 않은 미래에 우리가 보게 될지도 모를 기묘한 풍경을 픽션으로 전달합니다.

 

근미래의 풍경 5회 #인공지능 집사와 ‘엑셀 이혼’

 

‘반반 결혼’, ‘엑셀 이혼’이라는 말이 등장한 것은 2020년대 중반이었다. 부부 어느 한쪽이 자기 혼자 쓰려고 산 물건 값은 그 사람이 내자, 집안일도 누가 얼마나 더 많이 했는지 정확히 기록하자는 인식이 젊은 부부들 사이에 그즈음 퍼졌다. 소비, 가사, 육아까지 서로 부담한 부분을 엑셀에 기입하고 이혼할 때 그 자료를 근거 삼아 재산분할을 했다. 이 새로운 풍습은 처음에는 싸늘한 비판을 받았지만 얼마 지나 상식이 되었다.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라고 했던가. 한국의 대기업 네카팡은 재빠르게 자신들의 홈오토메이션 시스템인 ‘김집사’에 관련 기능을 도입했다. 그 가정의 구매 내역을 분석해 남편과 아내 중 어느 쪽이 더 많이 쓰는 물건인지 계량해서 수치화하는 기능이었다. 면도용 크림이나 생리대 같은 제품을 다른 부부는 공동 계좌에 있는 돈으로 샀는지 아니면 실제 쓰는 사람의 사비로 처리했는지 살필 수도 있었다. 이 기능 덕분에 김집사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금세 ‘표준’이 만들어졌다. 그걸 집단지성 또는 사회적 합의라고 부르는 이도 있었다.

 

김집사는 오래지 않아 지능형 자동차 운영시스템과도 연결되었다. 명절 때 시댁에 가느라 쓴 휘발유 가격과 차량 감가상각비는 남편이, 처가에 가느라 든 비용은 아내 몫으로 분리할 수 있었다. 서로 얼굴 붉히며 펜을 들고 대차대조표를 작성할 필요가 없었다. 지능형 자동차에는 운전자가 누구인지 감지하는 센서가 있었으므로, 여행을 갈 때에는 운전을 맡은 사람의 노동 비용을 김집사가 자동으로 계산했다.

 

가전제품들이 사물인터넷과 연결되면서 자동차뿐 아니라 청소기, 싱크대, 주방, 화장실을 누가 어떻게 사용하는지도 김집사가 파악할 수 있게 됐다. 청소와 설거지, 요리를 누가 하는지, 얼마나 오랜 시간 그 일을 어떤 성의로 하는지도 김집사가 평가할 수 있게 됐다. 김집사는 집안일과 육아에 남편과 아내가 각각 얼마나 기여하는지도 계산할 수 있었다.

 

김집사는 한 달에 한번 보고서를 만들었는데, 잘못 작성된 항목을 이용자가 지적하면 그걸 학습해서 이후의 정산에 반영했다. 네카팡에서는 김집사의 리포트를 읽고 토론하는 시간이 부부관계를 더 건강하게 만든다는 내용으로 보도자료도 만들고 광고도 내보냈다. 네카팡은 사회학자와 심리학자들의 연구도 후원했는데, 공교롭게도 그들의 연구에서는 김집사의 정산 기능을 사용하는 부부가 결혼생활 만족도가 높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런 연구결과와 이용자의 피드백을 모아 네카팡은 김집사에 부부관계 조언 기능을 도입했다.

 

정작 김집사는 서로 싸우는 부부에게 더 유용한 도구인 듯했다. 그즈음부터 인터넷 게시판들에 김집사 보고서를 캡처한 이미지들이 올라왔다. ‘전업주부의 가사 기여도가 58%밖에 안 되는 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 ‘이렇게 육아를 안 하는 남자, 정상인가요?’ 같은 고발과 함께. 결혼 전에 가사 기여도를 숫자로 정해놓는 커플도 늘어났다.

 

급기야는 김집사가 서울시장 선거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건이 일어났다. 여당 후보의 딸이 ‘아버지가 밖에서는 페미니스트인 척 하지만 집에서는 손가락 하나 까딱 않고 어머니를 부린다’고 폭로했다. 그러면서 부모 집의 김집사 리포트를 공개했는데 그 후보의 가사 기여도는 충격적이게도 2.1%였다. 사람들은 ‘재활용 쓰레기만 잘 버려도 저 정도는 나온다’며 혀를 내둘렀다.

 

이를 계기로 소셜미디어에 자기 집의 김집사 리포트를 올리는 정치인들이 생겨났다. 얼마 뒤 김집사 리포트 공개는 오피니언 리더 그룹에서 유행이 되었다. 네카팡은 김집사 리포트를 소셜미디어에 쉽게 올릴 수 있는 기능을 얼른 도입했다. 김집사 리포트를 시댁이나 처가에 매달 자동으로 보내는 기능도 함께. 김집사 리포트 공개를 강요하는 사회 분위기가 무섭다며 투덜대는 사람도 있기는 했다. 그들은 그렇게 불평할 때 ‘가사 분담이 싫다는 게 절대 아니다’라는 변명을 덧붙여야 했다.

 

김집사는 시장에 나온 지 10년도 안 돼 수많은 가정의 풍경을 바꿨다. “세탁기 이후로 주부의 삶을 가장 크게 바꾼 발명품”이라는 찬사를 하는 이도 있었다. ‘기계한테 24시간 감시 받으며 사는 것 같다’ 하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자기 생각을 입 밖으로 내지 않았다. 그들이 그런 생각을 할 때 김집사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이달 말까지 아이와 놀아주는 시간을 더 많이 가지셔야겠어요”고 조언하기도 했다.

 

네카팡 이메리 의장은 한 사회 포럼에서 ‘김집사가 바꾼 세상’이라는 제목으로 강연을 하며 업무평가시스템 ‘김팀장’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사람들은 자율적으로 일하고 싶어 하는데, 회사는 ‘월급 루팡’이 생길 걸 걱정하죠. 김팀장은 이 문제를 해결해줄 겁니다. 직원이 업무에 집중하는 시간과 그렇지 않은 시간을 정확히 파악해줄 테니까요. 인사고과나 연봉협상에도 당연히 활용될 수 있고요. 김집사에 이어 김팀장이 세상을 한번 더 바꿀 겁니다.”

 

#근미래의풍경 #STS #STS_SF #반반결혼 #엑셀이혼

 

https://www.chosun.com/opinion/specialist_column/2024/11/04/VRRVWESAIJFO5HZDMNPBIKCQTM/

59. 뉴욕타임스 과학 (나탈리 앤지어, 월데머 캠퍼트, 월터 설리번, 존 노블 윌포드, 칼 짐머)

어린 시절 내게 과학자들의 발견과 공학자들의 발명 이야기는 그저 감탄과 찬미의 대상이었다. 이제는 그렇지 않다. 과학의 성취가 사회에 늘 긍정적이기만 한 것인지 모르겠다. 과학자들 역시 인류 발전을 위해 헌신하는 숭고한 성자가 아니라, 다양하고 복잡한 욕망을 지닌 개인들로 바라보게 됐다.

요즘은 무력감도 종종 느낀다. 과학기술이 내 삶에 미치는 영향은 갈수록 커지는데 나는 아주 초보적인 수준에서도 그 원리를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파급력에 대해서는 과학자들 스스로도 별로 아는 바가 없는 듯하다. 다 같이 혼돈 속으로, 점점 더 빨리 달려가는 기분. 나 혼자만의 느낌일까.

그런 생각을 하던 중 접한 『뉴욕타임스 과학』(열린과학)은 대단히 흥미로웠다. 904쪽짜리 이 양장본 도서는 제목 그대로 뉴욕타임스에 실렸던 과학 기사 125편을 엮었다. 기사의 최초 게재일은 19세기 중반부터 21세기 초엽까지다.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 출간 당시 서평도 있고 구글의 자율주행 자동차 시승 르포도 있다.

일단 재미있다. 뉴욕타임스 과학 담당 기자들은 자신들이 뭔가 굉장히 중요한 역사적 사건의 목격자임을 알았다. 투탕카멘왕의 무덤 발견, 달 착륙, 가정용 텔레비전의 보급 가능성, 월드와이드웹 개발을 보도하는 기사에는 당시의 흥분과 전율이 생생히 담겼다.

헛다리도 꽤나 짚긴 했다. 1919년 일반상대성이론이 증명됐을 때 그 함의를 설명하는 기사는 논조가 상당히 한가하다. 보통 사람과는 관련 없는 문제라는 투다. 다음해에는 우주에서 로켓 추진은 불가능하다는 사설을 냈다. 하지만 트랜지스터 발명을 두고는 거대 산업의 토대가 될 거라고 정확히 예측했다. 에이즈 확산과 기후 변화에 대한 꾸준한 관심과 보도에서는 과연 뉴욕타임스, 하고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여러 쪽에 걸친 필진 약력이 인상적이다. 퓰리처상 수상자가 수두룩하고, 현역 과학자, 의사, 대학 교수, 박물관장, 탐험가, 소설가도 있다. 한국 언론은 과학 기사와 논평에 얼마나 공을 기울이는지 궁금해진다. 지금 가장 중대한 이슈인데.


뉴욕타임스 과학 - 질문, 발견, 탐구에 관한 150년간의 이야기
뉴욕타임스 과학 - 질문, 발견, 탐구에 관한 150년간의 이야기
58. 사회심리학 (로버트 치알디니, 더글라스 켄릭, 스티븐 뉴버그)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인터넷과 소셜미디어가 한국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다루는 논픽션을 쓰고 싶다. 지금은 막연하게 참고가 될 듯한 글들을 훑어보면서 이런저런 구상만 하는 단계다. 빅테크 기업의 힘이나 디지털 세대의 문화를 다루는 서적을 많이 읽었는데, 정작 지금까지 가장 큰 도움이 된 책은 두툼한 심리학 전공서였다.

로버트 치알디니, 더글라스 켄릭, 스티븐 뉴버그, 이렇게 연구 경력을 합하면 130년이 된다는 심리학자 세 사람이 함께 쓴 『사회심리학』(웅진지식하우스)이다. 대학 교재로 쓸 828쪽 짜리 책을 앞에 두고 솔직히 주저하기는 했다. 그런데 막상 책장을 펼치니 그런 걱정은 기우였다. 매우 재미있게 잘 쓴 교양서이기도 했던 것이다.

부분적으로는 저자들의 필력이 좋고, 힐러리 클린턴이나 프리다 칼로 같은 잘 알려진 인물, 엔론 사태 같은 유명 사건을 사례로 적극 활용해서다. 프로파일링 보고서를 읽는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이 책이 흥미진진한 보다 깊은 이유는, 사회심리학이라는 학문 자체가 재미있기 때문이다. ‘인간과 사회에 관한 지상최대의 이야기’라는 서문 제목이 허풍이 아니다. 이보다 더 스케일이 큰 인간 드라마가 또 있을까. 읽다 보니 인터넷의 기묘한 힘과 소셜미디어 속 괴이한 사건의 배경도 사회심리학으로 풀 수 있었다.

책은 인간의 사회적 행동을 사람, 상황, 그리고 사람과 상황의 상호작용이라는 세 요소로 나눠 분석한다. 인터넷과 소셜미디어는 오프라인과 다른 별난 상황이며, 사람들은 그 별난 상황과 별나게 상호작용한다. 특이한 사람은 그런 공간에서 더 특이하게 군다. 인터넷에 대한 책은 아니지만, 나로서는 꽤 많은 수수께끼의 답을 발견하는 기분이었다.

신동해 웅진씽크빅 단행본사업본부장은 “새로운 분야의 가장 믿을 만한 콘텐츠는 교과서인데, 한국에서 교과서는 교재의 형태로만 유통된다”며 “그 장벽을 편집과 디자인으로 넘어보려 했다”고 설명했다. 이 출판사에서 펴낸 데이비드 버스의 『진화심리학』, 리처드 탈러의 『행동경제학』도 같은 기획 시리즈의 결과물이라고 한다.

 


사회심리학 - 마음과 행동을 결정하는 사회적 상황의 힘
사회심리학 - 마음과 행동을 결정하는 사회적 상황의 힘
병원 신세 안 지고 따는 메달은 없나봐유

재미있는 시리즈에 외전이 나온 것을 뒤늦게 알았으니 얼른 본다. 일단 올림픽 경기들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는 고로(...자랑이냐) 신기방기. 플라톤이 3관왕 레슬링 우승 선수였다는 얘기부터 추억의 빠떼루, 조르기의 살상력(솔직히 오싹함)에 듣도보도 못한 골볼(그 와중에 한국팀의 엄청난 성적...!), 수구의 초과격함 등등. 성질과 피로가 밀려오는 '블랙 스위머’ 드립이나, 서핑 억압의 역사도 있다만, 아무리 평화를 추구하는 올림픽 이야기라도 평화로운 얘기만 있을 리가 없지...허이구...

낯선 해부용어들도 많지만 그림이 큼직하게 나와있으니 두려울 것이 없다.(...다 기억할 수 있냐는 별개의 문제지만) 스포츠 심장 그림이 매우 인상적인데, 얼마나 많은 시간 운동을 해야 이렇게 큰 심장을 가지게 될까. 매 종목마다 따라오는 별의별 통증 이야기를 생각하면, 아픔과 바꾼 심장의 크기 참으로 짠하다. 어째 몸 성하게 할 수 있는 운동이 하나도 없고, 열심히 할수록 더 아프니 뭔일인가 싶음. 말 그대로 관절을 갈아가며 4년에 한 번 오는 기회를 잡으려고 아파도 아파도 연습하는 사람들은 수두룩한데, 꿈을 이루는 사람의 숫자는 한정되니 어느분야든 삶은 참 녹록지 않다...

그나저나 미술관에서 올림픽으로 옮겨갔으니 그 다음은 뭘까나. 동계올림픽? 월드컵?

올림픽에 간 해부학자 - 그들의 뼈는 어떻게 금메달이 되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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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1월 05일 - 야생종

지지난주 주말에 도서관에서 빌려 온 책 두 권 중

두 번째 책 '와일드 시드'를 일요일부터 읽고 있다.

도서관에 갔을 때만 하더라도 원래 빌리려던

책이 있었으나 보이지 않아 헤매다 옥타비아 버틀러의

책이 꽂혀있는 것을 보고 집어 들었다.


우화 시리즈, 킨, 쇼리에 이어 다섯 번째인

그녀의 작품은 매번 그렇듯 SF장르라고 하지만

SF의 흔적은 매우 옅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녀의 소설은 흡입력이 강하다.

지배받는 자와 지배하는 자의 경계 사이에서

피어나는 갈등과 생존, 폭력의 이야기들을

기후 위기나 시간여행, 뱀파이어라는 소재로 자연스럽게 풀어나간다.


차별과 억압을 직설적으로 사회에 제기하거나,

그 폐해를 지적하고 반대편의 사람들을 고발대에 세우기보단

이야기를 통해 사람들 스스로 자신들의 끝없는

감정적 소모의 늪을 더 깊고, 자세히 들여다 볼

용기를 갖도록 글을 써내려간다.


옥타비아 버틀러는 가는 비처럼 서서히

옷에 스며드는 먹먹한 이야기를 잘 만든다.


그녀의 소설은 광활한 우주나 미래시대, 외계만이 아닌

우리들의 역사와 내면세계 속에도 충분히 이질적인 시대와

세상이 존재함을 알려준다.

와일드 시드
와일드 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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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나눔 이벤트] 지금 모집중!
[책나눔][박소해의 장르살롱] 20. <고딕X호러X제주>로 혼저 옵서예[버터북스/책증정] <오늘의 역사 역사의 오늘> 담당 편집자와 읽으며 2025년을 맞아요[책증정] 연소민 장편소설 <고양이를 산책시키던 날> 함께 읽기[📕수북탐독] 7. 이 별이 마음에 들⭐수림문학상 수상작 함께 읽어요[도서 증정] 저자이자 도슨트인 유승연과 함께 읽는 <내셔널 갤러리에서 보낸 500일>
💡독서모임에 관심있는 출판사들을 위한 안내
출판사 협업 문의 관련 안내
그믐 새내기를 위한 가이드
그믐에 처음 오셨나요?[그믐레터]로 그믐 소식 받으세요중간 참여할 수 있어요!
11월 29일(금) 이번 그믐밤엔 소리산책 떠나요~
[그믐밤] 29. 소리 산책 <나는 앞으로 몇 번의 보름달을 볼 수 있을까>
이번에는 극단 피악과 함께 합니다.
[그믐연뮤클럽] 4. 다시 찾아온 도박사의 세계 x 진실한 사랑과 구원의 "백치"[그믐연뮤클럽] 3. "리어왕" 읽고 "더 드레서" 같이 관람해요[그믐연뮤클럽] 2. 흡혈의 원조 x 고딕 호러의 고전 "카르밀라"
"동물"을 읽습니다 🐋🐕🦍
[현암사/책증정] <코끼리는 암에 걸리지 않는다>를 편집자, 마케터와 함께 읽어요![그믐북클럽] 14. <해파리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읽고 실천해요[진공상태]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이들 모여주세요![성북구 한 책 플랜 비-문학] ③ 『동물권력』 함께 읽기 [그믐북클럽Xsam]19. <아마존 분홍돌고래를 만나다> 읽고 답해요 [그믐북클럽] 4. <유인원과의 산책> 읽고 생각해요
🏆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을 축하하며 작품 함께 읽어요.
[라비북클럽](한강작가 노벨문학상 수상기념 1탄) 작별하지 않는다 같이 읽어요노벨문학상 수상 한강 작가 작품 읽기 [Re:Fresh] 3. 『채식주의자』 다시 읽어요.
국내외 불문, 그믐에서 재미있게 읽은 SF 를 소개합니다!
(책 나눔) [핏북] 조 메노스키 작가의 공상과학판타지 소설 <해태>! 함께 읽기.[SF 함께 읽기] 당신 인생의 이야기(테드 창) 읽고 이야기해요![책증정] SF미스터리 스릴러 대작! 『아카식』 해원 작가가 말아주는 SF의 꽃, 시간여행[박소해의 장르살롱] 5. 고통에 관하여
버지니아 울프의 세 가지 빛깔
[그믐밤] 28. 달밤에 낭독, <우리는 언제나 희망하고 있지 않나요>[서울외계인] 버지니아 울프, 《문학은 공유지입니다》 읽기<평론가의 인생책 > 전승민 평론가와 [댈러웨이 부인] 함께 읽기
'하루키'라는 장르
[이 계절의 소설] 두번째 계절 #2 :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 <마주>[그믐밤] 16. 하루키 읽는 밤 @수북강녕 에이츠발 독서모임 16회차: <기사단장 죽이기> / 무라카미 하루키 저
오늘의 문장 - 은화
오늘의 문장 - 2024년 11월 07일오늘의 문장 - 2024년 11월 01일오늘의 문장 - 2024년 11월 03일오늘의 문장 - 2024년 10월 31일
현대 한국 사회를 조명하는 작품을 작가, 평론가와 함께 읽습니다.
[📕수북탐독] 4. 콜센터⭐수림문학상 수상작 함께 읽어요[📕수북탐독] 3. 로메리고 주식회사⭐수림문학상 수상작 함께 읽어요[📕수북탐독] 2. 사라지는, 사라지지 않는⭐수림문학상 수상작 함께 읽어요[📕수북탐독] 1. 속도의 안내자⭐수림문학상 수상작 함께 읽어요
멀고도 가까운 나라, 중국.
[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16. <마오주의>[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15. <중국필패>[한길사 - 김명호 - 중국인 이야기 읽기] 제 1권[서울국제작가축제X푸른숲] 위화 작가님의 <인생> 함께읽기 챌린지
🎨 책으로 그림 읽기!
[책증정] 미술을 보는 다양한 방법, <그림을 삼킨 개>를 작가와 함께 읽어요.[책 증정] <자화상 내 마음을 그리다> 읽고 나누는 Beyond Bookclub 6기 [웅진지식북클럽] 1.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함께 읽어요[책증정] 《저주받은 미술관》을 함께 읽으실 분들을 모집합니다🖤
🎁 여러분의 활발한 독서 생활을 응원하며 그믐이 선물을 드려요.
[인생책 5문 5답] , [싱글 챌린지] 완수자에게 선물을 드립니다
지금 읽기 좋은 뇌과학 책 by 신아
[뇌과학책 함께 읽어요] 3. 도둑맞은 뇌[뇌과학책 함께 읽어요] 2. 뇌 과학이 인생에 필요한 순간[뇌과학책 함께 읽어요] 1. 이토록 뜻밖의 뇌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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