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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이별을 위한 짧은 편지



마지막 페이지란 건 없다. 한트케는 다양한 문화작품을 포스트모더니즘적 기법으로 읽고 써내려간다. 텍스트 너머를 읽다 보면 그만 홀릭되고, 독자만의 이야기가 시작되니까.


페터 한트케의 '긴 이별을 위한 짧은 편지'는 숨겨진 서사다. 기억과 꿈, 환영을 일상으로 무질서하게 끌어오지만 그 안에는 질서가 존재한다. 왜곡된 시간과 파편화된 기억들을 예술적 인용과 함께 엮어내어 혼란 속 숨겨진 의미를 드러낸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영화, 팝, 회화, 문학 작품들은 경계를 넘나들며 독특한 흥미를 선사한다.


짧은 편지로 시작된 여행은, 살인까지 꿈꿀 정도로 증오하는 부인과의 관계, 불우했던 어린 시절, 숨기고 싶었던 자아와의 긴 이별을 그린다. 책 속의 책, '녹색의 하인리히'를 읽으며 눈물을 참으려 했던 부분과, 어린아이로서의 도플갱어는 자신과 닮은 누군가를 간절히 원했던 내면의 소망을 드러낸다.


"막다른 거리로 들어서면, 살아오면서 내가 길을 잃고 헤맸던 거리, 하지만 그간 잊고 있었던 모든 막다른 거리들이 불현듯 떠오르지."


주인공의 이러한 내적 갈등은 작품 전반에 걸쳐 지속된다.


"아마도 나는 사람들이 보는 즉시 놀림감으로 삼으려 드는 인간들 중 하나일 거야. 보통의 경우라면 누군가를 사귀려고 할 때 신중하겠지만 나 같은 인간들을 대할 때는 그런 신중함을 잃어버리는 것을 보면 말이야. 게다가 사람들은 나 같은 부류의 인간들과 금방 친해지지. 아무것도 두려워할 것이 없으니까. 더욱이 나 같은 인간들은 모든 것을 감수할지언정 모든 것에 마음을 열지 않는가?

나는 나도 모르게 마치 코피가 날 때처럼 고개를 뒤로 젖혔다. 구름이 밝게 빛나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만큼 빨리 밤이 찾아오리라는 두려움에 사로잡혔다."


이러한 문장들은 주인공의 심리를 세밀하게 묘사하며 깊은 인상을 남긴다.


결국, 이 작품은 자기 자신과의 화해와 성장의 여정이다. 주인공은 소외된 '나'가 아닌, 함께 살아가는 '우리'의 삶의 깨달음을 전하려 한다.


"보아온 사물들이 많지 않아서 그만큼 거기에 대해 말할 것도 적은 셈이지. 그래서 우리는 거의 매일같이 같은 말만 되풀이하는 것이고, 따라서 누군가가 더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다면 그는 적어도 그럴 만한 상황을 경험한 사람일 거야. 그러면서 그가 유쾌한 기분으로 다른 사람들을 즐겁게 해준다면 정말 그는 특별한 사람이라 할 수 있을 것이고. 하지만 나처럼 쉽게 도취 상태에 빠지는 사람이라면 한낱 몽상가로 남겠지."


이 인용문은 작품이 던지는 깊은 철학적 질문을 함축하고 있다.


"시간은 그렇게 발을 질질 끌며 지나갔다." - 주인공 인용 '슈티프터'의 문장


그의 손등을 보니 나비 한 마리가 막 날개를 접고 있었다. 새로운 자아가 그렇게 태어나고 있었다.


50년 전 블루스 음악의 낯선 천재들.
1969 우드스탁을 빛낸 플룻과 전자기타, 베이스 곡을 쓴 캔드 히트의 'Blind Owl' 앨런 윌슨.
쓸쓸한 휘파람, 썰물을 노래했듯, 오티스 레딩.
20대에 요절한 그들의 예술성과 짧은 생의 의미는 문득문득 그에게 아련한 고통을 남긴다. 한트케를 가장 좋아한 하루키, 그리고 나에게도..


작품 속에 등장한 고트프리트 켈러의 '녹색의 하인리히'와 아달베르트 슈티프터의 '늦여름'을 읽지 않을 수 없겠다. 페터 한트케의 '소망 없는 불행'도 이러한 테마를 깊이 있게 탐구한 필독서다. 페이지를 넘겨도 자꾸 다시 돌아 보게하는 그는 독자를 아직 놓아주지 않는다.

긴 이별을 위한 짧은 편지 (양장)
긴 이별을 위한 짧은 편지 (양장)
돈의 심리학

<불변의 법칙 : 절대 변하지 않는 것들에 대한 23가지 이야기>를 읽기 전에 윌라 오디오북으로 돈의 심리학을 다시 읽고 있다. 새삼스럽지만 모건 하우절은 글을 잘쓴다. 왜 우리나라에는 그처럼 자료 조사에 충실하고 내러티브 역량이 있는 기자와 컬럼니스트가 존재하지 않는지 궁금해졌다.

돈의 심리학 (30만 부 기념 스페셜 에디션) - 당신은 왜 부자가 되지 못했는가
돈의 심리학 (30만 부 기념 스페셜 에디션) - 당신은 왜 부자가 되지 못했는가
1부. 증오의 시대 ~87p


  • 도서관 신간 코너에서 목차와 문장 몇 줄을 읽고 궁금한 마음에 덥석 빌려 왔다. 서점이나 도서관과 달리 집에는 내가 좋아하는 것이 너무나 많아서 집중이 어렵다.
  • 앱은 가볍고, 오프라인 독서 모임은 사람을 만나는 에너지도, 완독해야 한다는 강박적인 분위기도 따라가기도 힘들다. (누구도 완독을 강요하지 않지만 스스로가 남에게 완독하는 사람으로 보여지고 싶어하는 허울을 벗을 수가 없다.) 그러던 중, 이곳을 발견하게 됐다.
  • 개인 블로그도 만들고 나의 서재 목록을 전시할 수 있지만, 다양한 사람의 책장 혹은 개인 도서관도 방문할 수 있다. 온갖 잡다한 것이 널부러진 포털사이트의 공간과는 완전히 다르다. 닫혀 있지만 열려 있는 곳. 칸막이 독서실이 답답한 내가 좋아했던 열린 독서실 같다. 방어막은 있지만, 투명해서 나도 그들도 나의 노트를 볼 수 있다. 널널한 긴장감이 있는 '그믐'이 작심삼일의 인간화 그 자체인 나를 채찍질해 줄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이 공간에 첫 북 트래커를 남긴다.


  1. 사이클론, 쿠데타, 그리고 제노사이드
  • 2008년 5월 사이클론 나르기스가 미얀마를 덮쳤을 때, 미얀마에서는 로힝야 대학살의 예고편이 시작됐다.
  • 당시 취재 기자였던 이유경 기자는 군부의 삼엄한 입국 심사를 뚫기 위해 비자용직업, 보석 디자이너로 위장한다. 하지만 구호 물자와 재난 상황을 취재하던 기자는 3일 일찍 열린 아웅산 수치의 63세 생일 잔치 옥외 돌발 시위로 인해, 당시 현장에 있었던 이유를 추궁 당하고 취재 파일이 발견되면서 추방된다.


  • 5/10 군부는 '군정헌법' 찬반 국민투표를 열 예정이었다. 공정성 논란과 유례없는 재난과 난리통에 밀어붙인 선거인데다 공정성 논란이 있었다. 아시아 지역 선거를 빠짐없이 모니터하는 <자유선거를 위한 아시아네트워크>의 활동도 군부에게 걸림돌이었는데, 태풍 나르기스 때문에 구호 단체와 외신 기자들이 몰린 상황이었던 것.
  • 5/17 공식 발표를 통해 투표율 99.7%, 찬성 92.4%로 군정 헌법은 통과한다. 군부는 "방글라데시에서 넘어온 불법 이민자"라면서 시민권을 박탈해 온 로힝야들에게 투표권을 부여해서 찬성표로 이용했다.
  • 헌법 417조 : "만일 비상사태 선포할 충분한 이유가 있을 경우, 반군 활동과 폭력, 타당하지 않은 강제적 수단에 의하여 미얀마 연방에 분란이 오거나 국가 단합을 깨트리는 상황, 국가 주권 상실을 야기할 상황이 올 경우 대통령은 '국가국방안보위원회'와 합의한 수에 비상사태를 선포할 수 있다. 비상사태는 선포일로부터 1년간 유효하다. " 그렇게 작성된 헌법은 군이 국가의 지도자로서 권력의 핵심 요직을 당연직으로 장악하게 했다.


군부는 규율과 번영의 민주주의라는 자신들의 기획에는 철저했지만, 태풍으로 사라진 목숨이나 파탄 난 민생은 신경 쓰지 않았다. 사람보다 권력이 먼저였다. 49p


  • 2010년대 '미얀마가 민주화되고 있다'는 허위의식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군부는 아웅산 수치와 NLD (*민족민주동맹 : 아웅산수치가 창당한 정당) , 88세대 등 '올드민주화 세대'와 로힝야를 단 한번도 만나 본 적 없는 대다수의 시민들을 '불교+버마+민족주의'사슬로 묶어버렸다. 그리고 미얀마 사회 꽤나 보편적으로 자리 잡은 '이슬람 포비아' 증상을 적극 부채질했다.
단언컨대, 군부가 2010년대 로힝야에 대한 폭력의 수위를 높이고 대학살을 감행할 수 이었던 건 로힝야 를 향한 인종주의적 혐오가 미얀마 사회 보편적 혐오였기에 가능했다. 52p
  • 2017년 9월 24일. 대한민국 수도 서울 한복판 유엔난민기구 서울 사무소 앞에서 한국에 체류중인 미얀마인 수백 명이 ARSA 로힝야 무장단체) 테러리스트 꺼져라며 안티 - 로힝야 시위를 벌였다. 로힝야를 비하하는 호칭 '벵갈리'를 사용하며 '벵갈리 불법 이주자'란 주장도 서슴치 않았다. 이렇게 주장하는 이들 다수가 난민이고 이주 노동자들이다.
  • 로힝야 혐오를 선동한 '민주 투사'들의 메시지. 하나, 로힝야 학살을 비판한다는 명분으로 미얀마 정부의 수장이었던 (2016) 아웅산 수치 정부를 흔들지 말라는 것. 88항쟁 학생운동 지도자이자 09년 광주인권상을 옥중에서 수상한 미코나잉조차 로힝야 대학살이 정점에 이르던 2017년 9월 13일 '아웅산 수치 정부의 대로힝야 대응을 지지한다.'고 밝힘. '미얀마가 예민한 민주화 과정에 있으므로 아웅산 수치 정부를 흔들어서는 안된다'는 논리. 미얀마 주류 사회가 로힝야를 바라보는 시선은 혐오적이고 집단적이며 폭력적이다.


  • 2015년. 62년 네윈 쿠데타 이후 처음으로 '공정'하고 '자유'로운 '민주적', 선거를 통해 민선 정부가 공식 출범. 아웅산 수치의 정부는 탄생 과정 자체가 군부의 오랜 기획 '7단계 민주화 로드맵'에 따라 진행된 것. 그래서 당장 방해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고, 군부는 자신들의 로드맵에 NLD가 들어온 것 만으로도 만족했다. NLD정부라고 하더라도 군이 내무부, 국방부, 이민국경부 등 주요 부처를 장악하면 되니까.
  • 2021년 2월 1일 또다시 쿠데타가 발생. 이후 로힝야 대학살에 침묵했던 과걸르 반성하고 참회하는 피켓이 등장. 8월 25일엔 미얀마 주류 시민사회에서도 로힝야 학살을 자행한 군부를 처벌해야 한다는 공동의 목소리 나옴.
  • 2023년 5월 14일. 시속 250km 강풍을 동반한 태풍 모카가 미얀마를 덮친다. 압도적인 피해를 본 건 라까인 주 주도인 시트웨. 그 중에서도 시트웨 외곽에 위치한 로힝야 '수용소' 캠프에서 하루 아침에 400명 가량이 사망 실종됐다.
이 캠프를 눈으로 직접 목격한 나로서는 캠프 상황에 대한 가능한 모든 정보와 수년간의 전개 상황까지 고려해 볼 때 '수용소'가 가장 타당한 명칭이라고 생각한다. (중략) 검문소를 통과해야 하고, 일부 구역엔 철조망이 쳐진 이곳 '수용소 캠프'를 두고 국제 인권단체 <국제 엠네스티>는 "로힝야들은 지붕없는 감옥 안에 강제 분리된 채 인간성을 말살시키는 아파르트헤이트 체제하에 살고 있다."고 표현했다. 61p
로힝야들이 받는 영향과 고통은 인간이 만들어 낸 차별 환경, 이동의 자유 제약, 조직화된 소개 과정에서 배재, 인도주의적 물자에 대한 제약 등으로 더욱 악화되고 있는 것이다. 62p
조용하게 진행되는 제노사이드. 62p
총알과 폭력 없이 자행되는 제노사이드. 62p
  1. 사이클론, 쿠데타, 그리고 제노사이드
  2. 미얀마의 아파르트헤이트
  • 역사와 사전 정보, 지식이 많았던 챕터1과 달리 챕터 2는 기자의 체험 기록 위주여서 읽기가 편했다. 때는 2013년 8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2년 로힝야족 대학살이 있었던 이후의 일이다. 이 챕터에서는 특별히 위처럼 메모를 달지 않아도 됐다. 하지만 정보를 걷어낸만큼 로힝야족들의 현실을 적어낸 부분이라서 '미얀마'의 종교적 혐오와 차별은 생각보다 깊고 잔인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 시트웨에 위치한 로힝야족 외곽 수용소는 미얀마의 경찰이 총을 들고 감시를 하고 있는데다, 경찰들은 함부로 로힝야 여성을 강간한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로힝야족 남성이 이에 대해 항의하자 경찰은 총으로 남성을 쐈다. 이 남성 외에도 1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들은 병원에 마음대로 갈 수도 없고, 우선 취조를 받은 후에댜 병원에 갈 수 있다. 물론, 총을 맞고 치료할 시기를 놓친 로힝야는 병원에 도착해서 치료 한 번 받지 못하고 죽는다. 강간, 총격 살인에도 항의할 수 없고, 죽음은 문제되지 않는다. 오히려 그들이 살아서 거리를 활보하는 것이 더욱 문제가 된다.
  • 외곽 수용소 보다 더 심각한 곳이 있다. 4천 여 명의 대다수의 로힝야가 살고 있는 '아웅 밍갈라'. 외곽 수용소는 구호 식량이라도 받지만, 이곳은 모든 것이 봉쇄되어 철저히 고립되어 있다. 철조망에 가둬진 이 마을은 불교도 마을로 둘러 싸여 있고 곳곳에 검문소가 감시하고 있다. 아웅 밍갈라로는 그 어떤 취재원도 들어 갈 수 없다. 오로지 허락된 것은 국경없는 의사회 정도.
  • 미얀마 인들의 로힝야족 혐오는 상상을 뛰어 넘는다. 세이브더 칠드런에서 활동했던 미얀마 인권운동가 조차 로힝야족을 혐오한다. 왜 그들은 이토록 로힝야족을 혐오할까. 그들이 방글라데시로 돌아가면 좋겠다고 한다. 로힝야들은 방글라데시 인인가? 무슬림이라는 것이 그렇게 핍박받아야 할 이유가 될까?


로힝야 제노사이드 - 지구상에서 가장 박해받는 민족, 미얀마 로힝야의 눈물
로힝야 제노사이드 - 지구상에서 가장 박해받는 민족, 미얀마 로힝야의 눈물
074. 잘못된 단어

몇 년전 ‘국제경영전략’ 수업시간에 디즈니의 해외진출전략을 분석한 학우분이 계셨다. 상황은 꽤 재밌게 흘러갔는데, 흑인 인어공주와 같은 디즈니의 PC주의에 대한 논쟁이 타올랐기 때문이다. 학우분들의 논쟁은 수업 절반가량 이어졌지만 감정적으로 치달아 아쉽게 끝났다. 하지만 우리 대학에서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현재 미국에서도 PC, 즉 정치적 올바름은 타오르는 핵심 어젠다이다. 최근 미국 학교 및 공공도서관의 LGBT, 인종문제를 다룬 책을 금서로 지정하겠다는 법이 제정된 후 보수진보 간 대립이 이어졌다. 내 주변에서 벌어진 두 사건 때문에 이 책을 보자마자 샀다.

이 두 사건이 무관하지 않은건 당연한 얘기지만, 이 책은 거기서 좀 더 나아간다. 정치적 올바름에 대한 과도한 검열과 자유 침해가 미국 우파 포퓰리스트의 부상을 이끌었다고 말한다. 좌파도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며 민주주의의 타락을 이끌었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디즈니를 포함한 예술계의 정치적 올바름 문제에 관해서 알고 싶었지만 막상 그런 내용은 없다. 대신 언론과 대학, 직장 등에서 벌어지는 PC운동, 캔슬컬쳐의 문제를 짚고 있다. 진짜 공감이 많이 가기도 하고 흥미로웠다.

잘못된 단어 - 정치적 올바름은 어떻게 우리를 침묵시키는가
잘못된 단어 - 정치적 올바름은 어떻게 우리를 침묵시키는가
김유태 산문집 『나쁜 책(금서기행)』(글항아리)

국내외(대부분 외서이긴 하지만) 금서 서른 권에 관한 이야기와 작가의 생각을 풀어낸 독서 산문집이다.

이 책이 마지막에 다룬 조지 오웰의 <1984>를 제외하면 읽어 본 책이 한 권도 없다.

일부는 한국에 번역 출간된 일이 없어서 원서로밖에 접할 수 없는 책이다.

그렇지만 읽는 데 별 지장이 없다.

내용이 무척 흥미진진하고 재미있으니 말이다.

다양한 금서를 통해 당대의 정치, 사회, 종교 문제를 현재로 끌어와 어떤 의미가 있는지 돌아보는 분석이 대단하다.

몇몇 책은 찾아서 꼭 읽어보고 싶어졌다.


무엇보다도 필력이 엄청나서 읽는 맛이 장난 아니다.

특히 '안전한 책들의 칵테일파티'라고는 이름을 붙인 서문(이라기에는 장대한)이 압권이다.

현재 출판 시장에 누구의 마음도 긁지 않는 '안전한 책'만 가득한 게 아니냐며, 그런 책이 과연 '좋은 책'인지를 묻는 태도가 날카롭고 도발적이다.

김훈 작가의 장편소설 <칼의 노래> 서문 이후 가장 인상적인 서문이었다.


김훈 작가를 언급해서 하는 말인데, 이 책을 읽고 결은 다르지만 김훈·박래부의 <문학기행>이 떠올랐다.

작가가 기자 출신이라는 공통점을 가진 데다, 결은 달라도 문학을 심층적으로 들여다보고 의미를 찾는 글이니 말이다.

그리고 이 책은 <문학기행>과 비교해도 부족할 게 없는 '좋은 책'이다.


p.s. 다음 쇄에는 149 페이지의 '롤리타'가 '어둠 속의 웃음소리'로 수정되기를. 이 책 아마도 여러 쇄를 찍을 듯하다.

나쁜 책 - 금서기행
나쁜 책 - 금서기행
눈물 버튼

*‘인권연대 숨’ 소식지 2024년 5월호 ‘현경이랑 세상 읽기’ 꼭지에 게재된 글입니다.


제목: 눈물 버튼 / 글쓴이: 박현경(화가, 교사)


1.

이상한 시기를 지나고 있다. 내 안에 잘못 눌린 버튼이라도 있나? 아니면 무슨 호르몬의 영향인가? 요즘 시도 때도 없이 눈물이 나온다. 눈치 없이 솟는 울음을 삼키느라 목구멍이 아프고 몸에 힘이 들어간다.


어제는 거의 종일 그림을 그렸다. 음악을 들으며 고양이들이랑 장난도 쳐 가며 슥슥삭삭 색연필 선을 긋고 또 그었다. 그렇게 일고여덟 시간을 보낸 것 같다. 이렇게 평온한 토요일을 보내는데 왜 감정은 이토록 요동을 치는 건지……. 눈물을 줄줄 흘렸다가 다시 괜찮아졌다가를 몇 번이고 반복했다.


눈물이 나는 건 대개 어떤 생각이 떠올라서다. 이를테면 직장 일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오다 ‘고등학교 때도 자퇴하고 싶은 걸 꾹 참고 다녔는데, 그렇게 다니기 싫은 학교를 이제껏 다녔으면 됐지 아직도 더 다녀야 하나?’ 하는 떼쓰는 마음으로 변해 찔끔댄다. 때로는 전날 밤 넷플릭스로 본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의 몇몇 대사가 난데없이 떠올라 한없이 슬퍼지기도 한다. 남편한테 들었던 남편의 어린 시절 어느 한 대목이 너무나 서럽게 느껴져서 울고, 이제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된 내 엄마, 아빠를 떠올리며 울고, 사람 사는 게 다 불쌍하고 애잔해서 운다. 


내가 울면 고양이들, 왕순이 봉순이가 나한테 와서 자꾸 몸을 비벼 댄다. 뭔가 심상치가 않다는 걸 느끼는 것 같다. 나는 눈물을 훔치면서도 계속 색연필 선을 긋고, 색을 선택하고, 또 색연필 선을 긋고, 조금 기분이 맑아지는 듯했다가, 또 다른 슬픈 생각에 사로잡혀 또 눈물을 흘린다.

 

집에서 그림 그릴 때는 그나마 순한 맛인 거다. 학교에서 일하다가 울고 싶어지는 건 참 별로다. 뭔가 억울한 일이 있어 꺼이꺼이 우는 아이를 보면 나도 덩달아 서러워서 꼭 껴안고 울고 싶다. 수업을 하다 문득, 내 말을 너무 잘 듣는 순하디순한 중1 학생들이 안쓰러워 울고 싶고, 그 중에서도 엄마가 없는 아이를 보면 우리 남편 생각이 나서 통곡을 하고 싶다. 학생들 앞에서 울 수는 없으니 울음을 꾹 삼키는데, 울음이 꽤 덩어리가 큰지 목구멍이 아프다. 억지로 밀어 넣었던 눈물은 혼자 있을 때 나온다. 컴퓨터 자판으로 타닥타닥, 기안문을 쓰다 말고 눈물을 흘린다. 때늦은 눈물이라 이미 이유는 까먹었고, 왜 슬픈지 모르겠는데 그냥 너무 슬퍼서 운다.


2.

울고 싶다는 건 평정심이 깨졌다는 뜻이다. 언제나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다면, 슬프지도 않고 서럽지도 않고 억울하지도 않고 애통하지도 않다면, 눈물을 참거나 흘리는 데 드는 에너지를 아낄 수 있다면, 그래서 언제나 쾌적한 기분 상태로 쾌적하게 킵 고잉 할 수 있다면, 그럴 수 있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을 텐데……. 지금보다 훨씬 더 냉철하고 치밀하게 잘 싸울 수 있을 텐데……. 이 생각을 하느라 또 평정심을 잃고 나는 지금 눈물을 흘린다.


3.

고장 난 눈물 버튼이 주말 동안 고쳐지기를 바라며 금요일 오후를 맞았었다. 주말 동안 그림을 실컷 그리고, 맛있는 것을 챙겨 먹고, 햇볕을 쬐며 산책을 하고, 잠을 푹 자고, 좋은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그러면서 순간순간 평화로움을 느끼기도 했다. 그러나 일요일 저녁인 지금 이 글을 쓰며 또 울고 있고 머리가 아픈 걸 보면 이 눈물 버튼이 고쳐지려면 시간이 좀 걸리려나 보다. 나는 어쩔 수 없이 때로는 울면서 또 때로는 참으면서 슬픈 가슴을 안고서 싸워 나가야 할 것 같다.


4.

나의 약점을 전시하기라도 하듯 이 글에 드러내 쓰는 이유는, 우선은 내일이 원고 마감 날인데 요즘 계속 슬픈 마음과 싸우느라 피로해진 뇌에 다른 이야기가 떠오르지 않기 때문이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혹여 누군가 이 글을 읽으면서 나의 약점을 보고 자신의 약점에 대해 어떤 위로를 얻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작은 명분 때문이다.


일주일쯤 전이었나? 그날도 울다 잠이 들었었는데 꿈속에서 내가 이런 혼잣말을 했다. ‘아무리 힘든 때라도 나중에 되돌아보면 다 좋았던 시간으로 기억될 거야.’ 깨어서도 그 말이 잊히지 않았다. 훗날 되돌아보면 지금의 이 이상한 시기는 어떤 시간으로 기억되려나? 날개가 돋느라 아픈 시간이었으면 좋겠다. 


그림_박현경, 천사 6

24-050 | 송미경, 메리 소이 이야기

읻다 넘나리 2기 (240510~240511)


❝ 별점: ★★★★☆

❝ 한줄평: 믿음, 기다림, 진짜와 가짜, 그래서 이상하고 슬프고 아름다운 이야기

❝ 키워드: 동생 | 진짜 | 가짜 | 슬픔 | 고통 | 기다림 | 믿음 | 만남 | 사랑 | 의심 | 속임수 | 삶 | 허상 | 개연성 | 우연 | 기억 | 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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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읻다 넘나리 2기 마지막 도서로 송미경 작가님의 첫 소설 『메리 소이 이야기』를 읽었습니다. 완독은 금방 했는데, 이야기를 자꾸자꾸 곱씹게 되어 세네 번쯤 더 읽게 되었어요.


✦ 이 소설은 다른 소설들이랑 다르게 (긍정적인 의미로) 좀 이상해요. 읽는 사람이 가장 궁금해할 ‘제리미니베리가 진짜 메리 소이인지’, ‘화자인 ‘나’의 엄마가 동생인 메리 소이를 잃어버린 과정은 진실인지’, ‘눈 깜빡이 인형 미사엘은 ‘나’에게 왜 중요한 존재인지’, ‘‘나’는 엄마, 아빠의 친딸이 아닌데 어떻게 이 집에 오게 되었는지’ 등 다른 소설이라면 당연하게 풀릴 이야기들의 실마리가 전혀 풀리지 않아요. 그저 메리 소이가 돌아올 것이라는 믿음과 기다림, 그 기다림의 과정에서 만나게 된 진짜인지 가짜인지 모를 수많은 메리 소이들, 그리고 아나무스 씨, 마로니, 제리미니베리까지. 자꾸 글 안으로 끌어당기는 묘한 매력이 있는 소설이었습니다.


✦ 소설 같으면서도 소설 같지 않은 이야기. 책 소개의 ‘작은 어른들을 위한 슬프고 아름다운 환상극’이라는 문장이 딱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책을 읽는 내내 꿈을 꾸는 것 같이 몽환적이다가도 어느샌가 현실로 돌아와 있는 기분이 들었어요. 원더타운이라는 이름의 마을부터가 그런 환상의 세계 같은 느낌을 주기도 했고요.


✦ 마지막에 ‘나’는 ‘어쩌면 자신은 메리 소이를 기다리긴 했지만 정말로 메리 소이가 돌아올 것이라 믿지는 않았을지도 모르겠다’고 하며, ‘우리 곁에 있는 메리 소이가 진짜인지 아닌지는 내게 조금도 중요한 일이 아니’라고 합니다. 믿음, 기다림, 진짜와 가짜, 그리고 진실과 거짓. 다른 사람이 보기엔 이상한 일을 잔뜩 겪은 ‘내’가 기다리는 한 번의 이상한 일. 그리고 원더타운을 떠나는 ‘나’의 가족들. 이 소설은 정말 ‘이상한’ 소설입니다.


✦ 진짜와 가짜가 중요하지 않고, 진실과 거짓을 굳이 구분하지 않아도 되는 것. 그래서 슬프고 아름다운 환상 같은 이야기. 그런 ‘메리 소이 이야기’를 읽어보시지 않으실래요? 분명 이 ‘개연성 없고 믿을 수 없는’ 이야기에 빠져들게 되실 거예요. [📝 24/05/19]


(*읻다 출판사 서포터즈로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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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리 소이를 기다리는 건 너희 가족에겐 삶이었으나 타인에겐 일종의 놀이였던 거지. 원래 사람들은 주인공이 고생하는 이야기를 좋아해. 계속 더 고통받으며 기다리는 걸 보고 싶어 하고. 그러다가 결말에서 빵, 하고 한 번에 그걸 해결해주면 더 좋아하고.” (p.44)


✴︎ 

 명백히 웃을 만한 이야기인데도 아무도 웃을 수 없었다. 그런 일들이 있다. 슬픔을 봉인한 채로 우스꽝스러워진 이야기들. (p.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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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 소이 이야기
메리 소이 이야기
24-049 | 정재율, 몸과 마음을 산뜻하게

민음사 (240501~240509)


❝ 별점: ★★★★★

❝ 한줄평: 찾았다 내 여름 시집

❝ 키워드: 사람 | 사랑 | 영원 | 마음 | 물 | 나무 | 죽음 | 빛 | 여름 | 슬픔 | 투명 | 구멍 | 바다 | 천국 | 밤 | 기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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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재율 시인의 두 번째 시집 『온다는 믿음』을 먼저 읽었었는데, 여름이 오기를 기다리며 아껴두었던 『몸과 마음을 산뜻하게』를 꺼내 읽었어요.


✦ 죽음과 가까운 이미지들이 흩어져 있지만, 결국은 살고 싶은 마음, 사랑하고 싶은 마음, 모두와 슬픔을 나누어 더 슬퍼지지 않기 바라는 마음이 모인 시집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사람과 사랑, 그리고 삶은 결국 떼려야 뗄 수 없다는 것. 서로를 잘 보듬고 슬픔을 나누며 살아가야 한다는 것. 그런 것들을 알려주는 시들이 참 좋았어요.


✦ 너무 좋은데 어떻게 더 설명할 방법이 없어서 슬프네요... 제발 읽어주세요... 🥹 여름이 다가오는 지금 읽으면 더없이 좋을 시집입니다. 첫 시를 읽는 순간 정재율 시인과 사랑에 빠져버리게 될 거예요! 💚 [📝 24/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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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이 어렵다고 생각하는 사람과

 사랑을 하고 싶어서


 열심히 창문을 닦다가


 “사랑하는 사람에게”만 써진 편지를 발견했다


 턱을 너무 오래 괴어

 팔꿈치가 아파 왔다


 새 구절을 발견할 때까지


 사랑에 관한 편지를

 소리 내어 읽어 보았다

/ 「사랑만 남은 사랑시」 부분 (p.43)


✴︎

 사랑이 뭐라고 생각해?라는 물음에 나는 물을 담듯이 두 손을 모아 내밀어 보여 주었다

/ 「영화와 해변」 부분 (p.74)


✴︎

 빛은 점점 물 안쪽으로 깊숙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수영장에 아주 작게 물결이 일었다. 처음 듣는 언어로 투숙객들이 우리를 향해 인사를 건넸다. 이제 우리는 낡고 좋은 호텔에서 3박 4일을 더 보낼 것이다. 맛있는 조식을 먹으면서 이곳을집이라고 생각하고 어디를 갈지 한참을 고민할 것이다. 너는 거짓말을 잘 못하니까 정말 너의 말대로 모두 다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낡고 좋은 우리의 홈 스위트 홈으로.

/ 「선샤인 호텔」 부분 (p.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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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았던 시


1부 | 작은 유리알 파편처럼

✎ 「투명한 집」

✎ 「개기일식」

✎ 「축복받은 집 - 숲」

✎ 「몸과 마음을 산뜻하게」 ⛤

✎ 「빛을 내는 독처럼」

✎ 「매미 소리와 빗소리와 망치 소리가 들리는 여름」

✎ 「사랑만 남은 사랑 시」 ⛤


2부 | 사랑했던 것을 조금 남기는 기분으로

✎ 「축복받은 집 - 레밍」

✎ 「끝과 시작」

✎ 「0」

✎ 「홀」

✎ 「레몬과 회개」

✎ 「프랑스 영화처럼」

✎ 「영화와 해변」 ⛤⛤


3부 | 잘 우는 사람이 되고 싶어

✎ 「고해성사」

✎ 「여름은 온통 내가 사랑한 바깥이었다」

✎ 「굴뚝 집」

✎ 「공」

✎ 「축복받은 집」

✎ 「로즈메리」

✎ 「여름 일기」

✎ 「사슴의 이야기를 나는 좋아한다」 ⛤⛤


4부 | 더 깨끗한 마음을 가지고서

✎ 「밤」

✎ 「생활」

✎ 「입석」 ⛤⛤

✎ 「선샤인 호텔」 ⛤

✎ 「부표」 ⛤⛤

✎ 「온다는 믿음」

✎ 「라인 크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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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과 마음을 산뜻하게
몸과 마음을 산뜻하게
삼식이 삼촌

신연식 정도의 필모그라피를 가진 감독이 어떻게 이런 대작의 쇼러너가 될 수 있었지 싶었는데 <거미집> 각본의 인연으로 인한 송강호 캐스팅 성공의 연쇄작용인 듯 싶다. 삶은 정말이지 어떻게 전개될지 알 수가 없다.


그건 그렇고 삼식이 삼촌의 영어 제목이 해피밀 삼촌쯤될 줄 알았는데 그냥 엉클 삼식.

1002. 캇파의 머리 접시 (조영주)

일본의 물 요괴인 캇파는 한국의 도깨비와 비슷하게, 대체로 무서운 존재이기는 하지만 사악하지는 않고 장난기가 있으며, 간혹 사람들을 도와주거나 같이 놀기도 한다. 그 캇파가 임진왜란 때 조선에 와서 폐허가 경복궁 경회루에 터를 잡았다면? 패전의 책임과 콤플렉스 속에 혼자 괴로워하는 임금이 캇파를 만난다면? 암군 선조가 정감 있게 묘사되어 개인적으로는 약간 찜찜했지만 그것만 제외하면 아주 흐뭇한 기분으로 잘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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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9일(금) 이번 그믐밤엔 소리산책 떠나요~
[그믐밤] 29. 소리 산책 <나는 앞으로 몇 번의 보름달을 볼 수 있을까>
이번에는 극단 피악과 함께 합니다.
[그믐연뮤클럽] 4. 다시 찾아온 도박사의 세계 x 진실한 사랑과 구원의 "백치"[그믐연뮤클럽] 3. "리어왕" 읽고 "더 드레서" 같이 관람해요[그믐연뮤클럽] 2. 흡혈의 원조 x 고딕 호러의 고전 "카르밀라"
"동물"을 읽습니다 🐋🐕🦍
[현암사/책증정] <코끼리는 암에 걸리지 않는다>를 편집자, 마케터와 함께 읽어요![그믐북클럽] 14. <해파리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읽고 실천해요[진공상태]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이들 모여주세요![성북구 한 책 플랜 비-문학] ③ 『동물권력』 함께 읽기 [그믐북클럽Xsam]19. <아마존 분홍돌고래를 만나다> 읽고 답해요 [그믐북클럽] 4. <유인원과의 산책> 읽고 생각해요
🏆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을 축하하며 작품 함께 읽어요.
[라비북클럽](한강작가 노벨문학상 수상기념 1탄) 작별하지 않는다 같이 읽어요노벨문학상 수상 한강 작가 작품 읽기 [Re:Fresh] 3. 『채식주의자』 다시 읽어요.
국내외 불문, 그믐에서 재미있게 읽은 SF 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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