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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깜했다 골때렸다 연기나는 청춘들의 대마 재배

세상이 그렇게 돌아가지 않더라도, 청춘이란 말을 들으면 꿈이나 기적이나 순수 등등의 단어를 생각한다. 때가 어느 때인데 그런 소리 하냐고 하면 할 말은 없다만, 가상 세계일지라도 자라나는 이들은 근심없이 꿈을 꾸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는데...

시작부터 주연들의 상태가 편안치 못하다. 분명히 배경은 현재인데 말같지도 않은 소리나 하는 선생들, 읽기만 해도 머리가 띵한 가정에 아무렇지도 않게 성범죄를 시도하려는 인간까지 나오고 더불어 따로 숨쉴 공간도 없는 시골인데 보호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고, 각자 빠져있는 취미마저 없었다면 청춘 디스토피아가 될 뻔 했다. (만 스무살에 쓴 소설에서, 주인공 3명에게 각각 상당한 덕력을 부여한 것을 보면 작가의 덕력이 놀라울 뿐이다. 작가는 잠은 자면서 이 많은 작품을 다 접한 것인가...) 래퍼를 꿈꾸는 '뉴로맨서' 보쿠가 책을 읽고, 권해주고, 책을 범죄의 도구로까지 활용할 때 참 친근하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고...그 와중에 어른들도 제어 못하는 큰 돈에 휘둘리지 않고, 자기들처럼 앞길 막막한 후배들에게 물려줄 생각을 하는 기특한(?) 아이들이 너무나 짠하다. 결말이 갑자기 훅 끝나서 벙찌긴 했다만, 어쩌면 그 뒤를 그냥 독자가 생각하는 게 이 작품은 맞는 결말일수도...갑자기 모두가 행복해지면서 끝나는 건, 주인공 삼인방의 성격에도 맞지 않을 테니까. 그래도 이들이 잘 되는 미래를 작가도 생각하고 있었기만을 바랄 뿐이다.

우리들의 비밀 온실
우리들의 비밀 온실
[출판문화 2024년 5월호]우리가 사라지면 암흑이 찾아온다

대한출판문화협회에서 발행하는 월간지 <<출판문화>> 5월호, 특집 코너 '함께 책을 읽는 사람들'에 저의 원고가 실렸습니다. 그믐을 시작하게 된 이야기, 그 과정에서의 고민을 풀어보았는데 글의 길이가 다소 깁니다. ^^


네이버 포스트 '출판문화' 에서 사진과 함께 원문 읽기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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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 못할 가능성이 훨씬 커 보이는데…… 그래도 괜찮아?” 

남편이 물었다.

“나도 알아. 그리고 괜찮아. 내가 단 세 사람만이라도 구원할 수 있으면 그걸로 만족할래.”



‘구원’이라는 거창한 단어를 입에 올릴 뻔뻔함이 어디서 솟았는지 모르겠다. 그때 나는 남은 인생의 사명을 발견했다고 생각했다. 2021년 여름, 제주도에서 한 달 살기를 하고 돌아온 직후였다.


퇴사 이후 한없는 무기력에 빠져 침대에 누워만 있던 나를 보다 못한 남편이 끌고 가듯 제주도로 데려갔다. 코로나19로 전 세계 국경이 꽁꽁 묶여 있어 다른 나라에 가기는 어려운 때였다. 우울증에 빠진 사람이 여행 준비를 제대로 했을 리 없다. 계획없는 여정이라 시간이 많았다. 제주 바닷가를 걸으며 과거에 대해, 미래에 대해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누구나 이름을 들으면 아는 외국계 대기업에서 나름 인정받는 팀장으로 일했으니 어디로든 이을 할 수 있었다. 문제는 내가 그 일을 더 하고 싶지 않다는 사실이었다. 그러면 뭘 하지? 그냥 놀아? 파이어족(族)이라는 유행어가 여기저기서 들리던 때였다. 15년간 매일 울면서 부지런히 출근한 덕분에 모아놓은 돈이 있었고, 이른 은퇴도 가능했다. 하지만 나는 나를 잘 안다. 한두 해도 아니고 몇십 년을 내가 은퇴자로 살 수 있을까? ‘조금 더 재미있는 일을 하고 싶다.’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다.’ 그 두 가지가 내 바람이었다. 두 조건을 만족시킬 수 있는 일이 과연 있을까?


그런 고민에 빠져 있지 않을 때는 책을 읽었다. 집에서 들고 간 책을 다 읽은 뒤에는 전자책을 읽었고, 북카페에도 갔고, 도서관에도 찾아갔다. 정신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밑바닥에 내려갔을 때 나는 늘 책에 기댔다. 내가 독서에 대해 느끼는 감정을 수전 손택이 먼저 써 버렸다.


“독서는 제게 여흥이고 휴식이고 위로고 내 작은 자살이에요. 세상이 못 견디겠으면 책을 들고 쪼그려 눕죠. 그건 내가 모든 걸 잊고 떠날 수 있게 해 주는 작은 우주선이에요.”


제주에서 김포공항으로 돌아올 때는 막연하게나마 ‘책과 관련된 일을 하겠다’라는 다짐이 서 있었다. 1인 출판사나 동네서점을 창업하고 싶지는 않았다. 내가 그 일에 전문성이 있지도 않았고, 보다 크고 새로운 실험을 벌이고 싶기도 했다.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아주 오래오래 이어질 수 있는 실험이었으면 했다.그러다 커뮤니티 커머스라는 개념을 들었다. ‘무신사’, ‘오늘의집’ 같은 유명한 성공 사례 외에도 온라인 카페 규모에서 지속 가능한 수입을 얻는 곳들이 있다고 했다. 직장을 다니며 활동하던 오프라인 북클럽이 코로나19 때문에 열리지 않아 아쉬워하던 참이었다. 온라인 북클럽을 만들면 어떨까, 아니, 여러 사람이 온라인 북클럽을 직접 열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면 어떨까, 그런 플랫폼으로 수익을 거둘 수 있을까 하는 생각들이 천천히 떠올랐다. 플랫폼의 이름은 ‘그믐’이라고 정하고 gmeum.com 도메인을 샀다. 책 읽는 사람들이 점점 감소하는 시대, 어두운 밤하늘에 가냘픈 빛이라도 되고 싶었다. 우리가 사라지면 암흑이 찾아온다.


남편, 스타트업 경험이 많은 나의 대학 선배, 그 선배가 소개시켜 준 개발자 두 명, 이렇게 다섯 명이 모였다. 15년 동안 성실히 입금한 통장에는 식당을 창업할 만한 규모의 돈이 있었다. 내가 모았으니 내 인생의 실험에 쓰겠다고 남편에게 알렸다. 


“하루에 두 명쯤 방문하는 사이트가 되면 어떻게 하지?” 

남편이 물었다.

“괜찮아. 내가 혼자서라도 운영할래.” 

내가 대답했다.




커뮤니티는 시간과 신뢰를 먹고 자라기 때문에 그믐은 ‘아주 오래오래 이어질 수 있는 실험’이 돼야 한다. 나는 북클럽 플랫폼이 지속 가능하려면 두 가지가 중요하다고 봤다. ‘자발적인 참여’와 ‘꾸준한 수익’이다. 그중 더 중요한 것은 자발적인 참여라고 생각했다.


커뮤니티로 비즈니스를 하려면 먼저 사람들이 즐거워하면서 스스로 ‘콘텐츠’를 만드는 장소가 돼야 한다. 사람들이 즐길 콘텐츠를 운영자가 생산하는 구조는 오래 버틸 수 없다. 그런 커뮤니티에서는 회원이 늘어나면 운영자들이 몸을 갈아 넣게 되고 어느 순간 과로와 인건비를 감당할 수 없어진다. 그믐을 준비하는 동안 케이스 스터디를 하면서 그러한 문화 스타트업들을 많이 봤다. 무리하게 몸집을 불린 뒤 바로 와해되는 곳들이 있었고, 오래 간다 싶은 곳들도 속을 들여다보면 성장을 포기한 채 대표가 과로에 허덕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런 방식은 피해야겠다고 판단했고, 에디터나 PD 같은 직책은 아예 생각지도 않았다.


회원을 모으기 위해 기프티콘을 뿌리자는 팀원들의 제안을 거절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사실 기프티콘 이벤트는 예측 가능하고 쉬운, 검증된 회원 확장 방법이다. 그러나 기프티콘에 이끌려 가입한 회원들은 기프티콘이 사라지면 그 사이트에 머물지 않는다. 그믐의 콘텐츠는 책을 두고 나누는 느린 대화인데, 그런 체리 피커 회원들이 진지한 대화를 나누리라 생각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기프티콘을 얻기 위해 남기는 무성의한 글들은 그믐의 재미를 떨어뜨릴 거라 믿었다.


내 기준은 간단했다. 내가 즐거우면 남들도 즐겁다. 그래서 나라는 독자를 중심에 두고 그믐을 설계했다. 숏폼이 세상을 휩쓰는 와중에 진지한 이야기를 길게 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었다. 다른 커뮤니티 사이트들이 초기에 한다는 가짜 계정도 만들지 않았다. 그런 편법을 부릴 수 있다는 상상 자체를 못했다. 대신 누가 설명해 주지 않아도 쉽게 모임을 열고 이끌 수 있도록 직관적인 UI와 UX를 구성하는 데 정성을 쏟았다. 그믐은 운영자가 이끌어가는 곳이 아니다. 사실 이것이 가장 큰 모험이었고, 가장 자신 없는 부분이었다. 책으로 자발적인 커뮤니티가 생긴다니 꿈같은 이야기라는 말을 들었다. 독서 인구가 나날이 줄고 있는데 과연 그중에서 책 이야기를 하고 싶은 사람들은 또 몇이나 될까. 책 커뮤니티를 만드는 것은 책을 만드는 것과는 아주 다르다. 책, 뉴스레터, 유튜브는 모두 일방향인 콘텐츠다. 생산자가 콘텐츠를 만들어 발행한다. 그 콘텐츠를 보고 뷰어들이 피드백을 주기는 하나 대화라고까지 부르기는 어렵다. 커뮤니티 설계의 본질은 내가 말하기 좋은 곳을 만드는 것이 아니고 남의 입을 열게 만드는 것이다. 서로를 전혀 모르는 타인들이 모여 하나의 책을 중심에 두고 낯선 이와 진지하고 맥락 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을까?


베타테스트 기간 중 내가 모르는 누군가가 처음으로 독서 모임을 열었던 날을 생생히 기억한다. 처음에는 그믐 팀원이 장난을 치는 것 아닌가 싶었다. 한 명의 참가자로 활동하는 것과 모임을 직접 개설하는 것은 분명 무게감이 다를 터. 그믐이 어느 정도 무르익고 나서야 누군가 모임을 만들지 않을까 했다. 하지만 내 생각보다 사람들은 대담하고 용감했다. 스스럼없이 모임을 열고 함께 읽을 사람을 찾았다. 사람이 모이지 않으면 혼자서 책을 읽은 감상을 올렸다. 이제 그믐은 회원이 1만 명이 넘었다. 이 글을 쓰는 오늘을 기준으로 그믐의 누적 모임은 1,160개이고 그중 대부분은 그믐의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연 것이다. 하지만 아직도 나는 기적 같은 첫 독서 모임을 기억한다.



회원 수가 많다고 할 수는 없고 증가 속도도 더디다. 하지만 회원들의 수준과 자발성에는 자신이 있다. 그믐에서 가장 인기 있는 독서 모임은 ‘벽돌책 읽기’ 모임들이다. 시장 트렌드와는 정반대인 셈이다. 몇 달 전 미팅 자리에서 한 대형 출판사의 마케터가 정말 궁금하다는 듯이 물었다. 그는 막 그믐에서 자기 출판사의 두꺼운 해외문학 신간으로 독서 모임을 진행한 참이었다. “이런 ‘고급 독자들’을 어떻게 모으신 거예요?” 회원을 따로 모으지 않았다고 대답하니 상대는 정말로 놀라는 표정이었다. 그 출판사는 얼마 전에도 700쪽이 넘는 신간 읽기 모임을 열었다. 신간 마케팅을 위해 그믐에서 독서 모임을 여는 출판사들은 모두 온라인 서평단이 쓰는 글보다 그믐에 올라오는 글이 압도적으로 충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가장 감동하는 사람은 저자들 본인이다. 신나 하는 게 느껴진다. 


수익을 내는 것보다 책을 좋아하는 진지한 독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독서 모임 플랫폼을 만드는 게 먼저다. 그들이 사랑할 수 있는, 다시 말해 내가 사랑할 수 있는 커뮤니티가 돼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믐의 화면 설계는 내 고집대로 진행했다. 그게 수익성에 해를 미칠 것 같이 보이더라도 말이다.


제일 중요한 것은 ‘좋아요’를 도입하지 않은 것이다. 엄지손가락을 위로 치켜든 아이콘이나 하트 모양의 아이콘을 눌러 손쉬운 의견 동조 표현을 할 수 있게끔 설계하는 것이 커뮤니티에서는 일반적이다. 사실상 어느 정도 규모가 되는 커뮤니티 중 ‘좋아요’가 없는 곳은 지금 그믐밖에 없을 것이다. ‘좋아요’ 아이콘을 누른 사람들의 숫자는 게시물 가까이 표시되어 어떤 게시물이 인기 게시물인지, 인기 댓글인지 알려준다. 사람들은 직접 그 글을 읽고 스스로 생각하기 이전에 ‘좋아요’ 숫자로 어떤 의견이 다수의 지지를 받는지 알게 되고 이는 무비판적 동조로 쉽게 이어진다. 사람들의 의견 간에 우열을 바로 확인할 수 없도록 하고 쓸데없이 관심을 끌려는 행위는 애초에 차단해 인센티브를 주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커뮤니티빌딩을 위한 효과적인 툴 하나를 잃는 것임을 알았지만 강력히 밀어붙였다.


또 다른 특징은 모임이 29일 안에 끝난다는 것이다. 이 역시 내부적으로 외부적으로 많은 질문을 받은 부분이다. 친밀하고 돈독해진 독서 모임의 참여자들이 왜 29일이 지나면 헤어져야 하는지에 대해 궁금해하는 이들이 많다. 카톡이나 밴드, 일부 독서앱의 모임들은 모임지기가 해당 모임을 종료하지 않으면 보통 영원히 지속되는 형태이다. 이 경우 흔히 커뮤니티의 주된 문제점으로 지목되는 ‘고인물’, ‘친목질’ 이슈가 발생하기도 한다. 역동적이고 생명력 있는 커뮤니티를 만들기 위해 모임의 지속 기간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이러한 기간 제한은 지금 그믐의 독서 모임에 적당한 긴장감을 부여하는 역할을 톡톡히 해주고 있다.


이외에도 그믐만의 특징은 많다. 그러다 보니 초기에는 정말 힘든 순간이 많았다. 교보문고, 고려대, 포스텍, 성북문화재단, 서강도서관, 벗이미술관 등 여러 기관과 협업을 할 때 가장 어려웠던 일은 처음 만나 그믐을 설명하는 것이었다. 그믐이 어떤 곳인지를 설명하는 데 시간의 대부분을 썼다.


‘제2의 ○○’라고 설명할 수 있으면 편했겠지만 아무리 찾아봐도 우리 같은 서비스는 없었다. 온라인 모임이라고 하면 대부분 화상 미팅을 생각했다. 줌이 아니고 서로 글자로 대화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래서 화면에 얼굴이 나올 필요도 없고 같은 시간에 모일 필요도 없다고. 29일 만에 독서모임이 끝난다고 하면 사람들은 “그럼 내가 쓴 글이 전부 사라지는 거냐”라고 되물었다. 모임이 끝난다는 의미는 어느 기간이 지나면 더 이상 글을 쓸 수 없다는 뜻일 뿐이며 과거에 대화를 나눈 기록은 영원히 남아 있고 언제든 찾아볼 수 있다고 대답해도 바로 이해하는 눈치는 아니었다. 다행히 이제는 그런 수고도 끝났다. 그냥 사이트를 보여 주면 되니까. 여러 출판사가 아무 문의 없이 그믐에서 모임을 운영하는 걸 보면서 이 사이트의 UI, UX가 어렵지 않구나 하고 안도한다.




나는 태어나서 지금까지 명품이라 불리는 옷이나 가방, 액세서리를 한 번도 산 적이 없다. 자동차를 구매한 적도 없다. 물건 대부분은 다이소나 인터넷으로 최저가 제품을 구매했다. 하지만 깜짝 놀랄 정도의 고연봉자도 아니었기 때문에 그렇게 15년간 모은 돈이 엄청나게 많은 건 아니다. 그믐은 주주가 있는 주식회사이고, 내가 나에게 허락한 실험 기간은 10년이다. 그 기간 내에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구축하는 것이 나의 또 다른 실험이다. 


그믐은 지난해 몇 군데 기관과 협업으로 이미 서버 비용을 감당할 정도의 매출은 올렸다. 정식 비즈니스 모델은 몇 가지 따로 구상 중이며, 이제 회원 수도 1만 명이 넘었으니 슬슬 2단계 실험에 들어가도 괜찮지 않나 한다. 참여 회원들이나 출판사, 동네서점에 부담을 지우는 식은 아니라는 점만 밝혀 둔다. 사실우리 비즈니스 모델은 꽤 원대하다.


자발적인 커뮤니티를 향한 1단계 실험이 그러했듯이 2단계 실험의 성패 역시 전혀 알 수 없다. 미래 수익이 어떻게 될지 알 수가 없으므로 비용을 철저히 줄이는 편을 택했다.


우선 그믐은 사무실이 없다. 그러니 임대료 걱정도 없다. 인터넷 커뮤니티를 만든다는 회사가 오프라인에 모여서 복닥거릴 이유가 무엇인가. 팀원들은 전부 주주들이며, 나를 제외한 다섯 명은 모두 자기 직장이 있다. 그래서 회의는 한 달에 두 번, 일요일 늦은 저녁 시간에 화상으로 한다. 평소 의사소통은 슬랙이라는 메신저를 이용한다. 그 외에도 원격 근무를 위한 무료 협업 툴이 많아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팀원들은 임금을 받지 않으며 대신 주식을 갖고 있다. 이들이 그런 조건을 감내한 걸 보면 그믐의 미래 비즈니스 모델에 최소한의 전망은 있는 듯하다. 법인 설립의 행정적 절차조차 수수료를 아끼기 위해 인터넷을 통해 내가 직접 처리했다. 지금도 각종 변경 등기는 법무사 없이 직접 한다.


많은 부분을 자동화시켰다. 뉴스레터가 대표적인데, 1만 명이 넘는 회원에게 매일 서로 다른 내용으로 뉴스레터를 보낸다. 새로 모집을 시작한 독서 모임 소식 외에도 그 회원이 참여한 모임, 관심 가질 만한 모임 소식을 맞춤형으로 보내준다. 하지만 뉴스레터 발송에 걸리는 시간은 전혀 없으며, 비용도 발생하지 않는다. 자동으로 뉴스레터 본문을 작성하고 메일을 보내도록 알고리듬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믐 뉴스레터를 항상 챙겨 본다는 서점 MD가 미팅 자리에서 “어떻게 그렇게 매일 뉴스레터를 보내실 수 있어요?” 물었고, 나는 “자동으로 보내는 거예요” 하고 대답했다. 고급 독자를 어떻게 모았는지 궁금해했던 출판사 마케터처럼 서점 MD도 눈이 커졌다.


그런 식으로 많은 부분을 운영자가 직접 관리하지 않아도 되도록 만들었다. 예를 들어 악성 게시물이 올라올 때 신고 버튼을 누르면 그믐 운영자가 아니라 모임 지기에게 먼저 연락이 가도록 되어 있다. 모임지기는 그 악성 게시물을 블러 처리할 수도 있고 지울 수도 있다. 이런 식의 분산형 구조가 그믐 운영자의 일을 덜어준다. 물론 그믐 운영자도 악성 게시물을 흐리게 만들거나 삭제할 권한은 있다. 이용자들이 수집한 문장을 모임 피드 중간에 넣는 기능이 반응이 좋은데, 이 역시 운영자가 개입할 필요 없이 자동으로 이뤄진다.


그믐이라는 실험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아직까지는 그럭저럭 처음 구상한 대로 굴러가는 것 같다. 사실 내가 아는 한 이렇게 활발하게, 자발적으로 잘 굴러가는 온라인 독서 커뮤니티는 없다. 내가 케이스 스터디로 삼았던 여러 분야의 커뮤니티 스타트업들이 이제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그믐보다 못해 보인다. 혹시 그믐이 이미 국내 최대 온라인 독서 커뮤니티인 것 아닐까?


며칠 전 친구가 인터넷을 하다 어떤 이의 글을 캡처해서 보내주었다. 네이버 블로그에 올린 글이니 내가 보라고 쓴 것은 아닐 거다. ‘책쟁이들은 알아야 할 사이트’라는 설명과 함께 그믐이 ‘최근 나의 숨통, 즐거움, 나의 외로움을 채워주는 곳’이라고 적혀 있었다. 단 세 사람이라도 구하고 싶다는 나의 선언은 어쩌면 그리 무모한 것이 아니었을지 모른다.

노무현과 함께한 1000일

2024. 5. 23. 작성 글.


'정의가 패배하고...' 취임사 뒷이야기

2월 12일(수) 오후 4~6시, 맨하탄호텔 2층에서

7차 회의가 열렸다. 나는 경제 내용은 이미 검토

가 끝나 별로 더 할 말도 없어 다음과 같은 한 문

장을 넣자고 제안했다. '정의가 패배하고 기회주

의자가 득세하는 굴절된 풍토는 청산되어야 합

니다.' 너무 강한 표현이라고 일부 위원이 반대

했지만 내가 강력 주장한 끝에 초고에 집어넣는

데 성공했다. 그 뒤 9차 회의에서는 당선자 대변

인 이낙연과 윤태영 간사가 최종 정리한 초고를

놓고 검토 회의를 열었다. '정의가 패배하고.. 문

장은 여기서 삭제되었다가, 예수도 아닌데 부활

해서 최종 원고에 살아남았다. 다행이다. 나로서

는 이 문장 하나에 큰 의미를 두고 있었다.


내가 이 문장을 그렇게 중시한 이유는 이렇다.

취임사 기초 위에 참석하라는 말을 듣고 나는

역대 대통령의 취임사를 읽어 보았다. 하나 같

이 화려하고 훌륭한 문장이었지만 한국 현대사

의 최대 비극, 즉 독립운동가들은 해방된 조국

에서 제대로 대접도 못 받은 채 3대가 망하고

친일파, 매국노들은 처벌받기는커녕 자손 대

대로 떵떵거리고 잘사는 기막힌 모순을 언급한

취임사는 없었다. 아니, 이 뒤틀린 역사, 억장이

무너지는 현실을 언급한 대통령이 한 명도 없었

단 말인가. 그래서 나는 만사를 제쳐 놓고 이 문

제 하나만은 확실히 짚어야겠다고 결심했다.

해방 후 우리 정부가 들어선 지 어언 반세기가

흘렀건만 국내외에서 그토록 신산 고초를 겪었


던 수많은 애국자와 유족의 한을 풀어 주는 말

이 대통령 취임사에서 나오지 않았다는 것은

너무 무심하지 않은가. 그래서 경제 분야 서술

을 마친 뒤 나는 '정의가 패배하고..' 라는 문장

을 반드시 넣자고 주장했던 것이다. 엎치락뒤치

락 우여곡절은 있었지만 그 문장이 최종적으로

노무현 대통령 취임사에 들어간 것은 정말 다행

이었고, 이로써 큰 숙제를 하나 해낸 느낌이 들

었다.

2월 25일(화) 대통령 취임식 날이다. 나는 갓 임

명받은 대통령 정책실장으로서 청와대 버스를

타고 국회의사당 앞마당 취임식장으로 갔다.

식장에서 이현재, 이홍구 전 총리, 조계종 총무

원장 법장스님을 만나 인사했다. 그리고 인수위


원들과 반갑게 재회했다. 오전 10시에 취임식이

시작됐다. 국립묘지에서 분향을 마친 뒤 국회로

들어오는 대통령 차량행렬이 취임식장의 대형

화면에 떴다. 어머니 생각이 났다. 아, 살아 계셨

으면 누구보다 기뻐하셨을 텐데. 대통령 취임사

가 국회 앞마당에 울려 퍼졌다. 여러 차례 박수가

터졌다. 특히 "정의가 패배하고 기회주의자가 득

세하는 굴절된 풍토는 청산 되어야 합니다"라는

대목에서 자연 발생적으로 특별히 우레와 같은

박수가 쏟아졌다. 국민 마음 속에 이런 심정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종의 한풀이, 해원이다. 사람은 억울함 이 마

음속에 있으면 명랑하게 살 수가 없고 살아도

사는 게 아니다. 이것은 매우 중요하다.


3월 1일(토) 오전 10시 장충동 국립극장에서 열

린 3.1절 기념식에서 나는 단상에 올라 대통령

내외 옆에 앉았다. 이곳은 1974년 8월 15일 광

복절 경축식장에서 육영수 여사가 총을 맞은 바

로 그 자리다. 젊은 날의 나는 그날이 공휴일이라

집에서 라디오를 틀어 놓은 채 책을 읽고 있었다.

육 여사는 곧장 서울대병원에 실려가 응급 수술

을 받았으나 저녁 7시께 운명했고, 광복절 경축

식 합창단의 일원이었던 성동여자실업고등학교

학생 장봉화 양은 식장에서 총알 한 방에 꽃다운

목숨을 잃었다. 현장에서 체포된 재일동포 문세

광은 재판을 받고 그해 연말 서둘러 사형이 집행

됐다. 문세광을 수사한 검사는 김기춘(나중에 법

무부 장관, 청와대 비서실장)이었다.


그러나 1989년 9월 《월간 다리》 잡지에 실린,

15년 전 경축식 현장에 출동했던 서울시경 총알

감식계장 이건우 경감의 증언을 보면 이 사건은

의혹투성이다. 무엇보다 '총알 개수가 다르므로

문세광은 범인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는 이 경감

의 주장은 '심각한 문제 제기가 아닐 수 없다.

이 경감은 이런 의문을 내내 마음속에 품고 있다

가 1987년 6월 항쟁 이후 우리 사회가 민주화로

나가자 용기를 내어 양심선언을 하고는 10년 뒤

세상을 떠났다.

내가 옛 생각에 잠겨 있는 순간 노무현 대통령이

연단에 나가 3.1절 기념사를 낭독했다. 그런데 연

설문에 '정의가 패배하고 기회주의자가 득세'라는

그 문장이 나오는 게 아닌가. 바로 이 대목에서 청



중들의 우레 같은 박수가 쏟아지는 것은 며칠 전

취임식 때와 꼭 같았다. 많은 사람의 억울한 심정

을 그 문장이 대변해 준 것일까. 식이 끝나고 주차

장으로 이동하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대통령이 말

했다. "오늘 연설문은 영 힘이 없어." 내가 답했다.

"그래도 '정의가 패배하고 기회주의자가 득세...'

대목은 힘이 있었고 박수도 우렁찼습니다" 하니

대통령 내외가 웃었다. 강원국 연설비서관이 쓴

베스트셀러 《대통령의 글쓰기》(2014)라는 책에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3·1절 기념사 초고는 원래

강 비서관이 썼는데 바로 전날 노무현 대통령이 한

문단을 추가해 달라고 강 비서관에게 주었다. 그 문

단에 '정의가 패배하고 기회주의자가 득세'라는 문

장이 들어 있었다.


그렇다면 노 대통령과 내가 이심전심이었던 셈이다.

그 뒤 한나라당, 새누리당, 국민의힘으로 당명은 자

꾸 바뀌면서도 시종일관 바뀌지 않는 한 가지는, 이

문장을 갖고 노 대통령의 역사 인식을 문제 삼아 시

비를 걸었다는 점이다. 독립지사들과 유족의 한을

풀어 주고 민족정기를 바로 세운 대통령의 역사관

에 무슨 잘못이 있단 말인가. 이 문장에 시비를 거는

자들이야말로 역사 인식의 빈곤을 스스로 드러낼 뿐

이다.



노무현과 함께한 1000일 - 초대 정책실장 이정우가 기록한 참여정부의 결정적 순간들
노무현과 함께한 1000일 - 초대 정책실장 이정우가 기록한 참여정부의 결정적 순간들
3부. 로힝야는 벵갈리인가 ~167p
  • 미얀마라는 나라가 군부에 의해 지배되고, 몇 번의 쿠데타가 있었다는 것과 군부는 극단불교주의자와 더불어 혹은 미얀마 대부분의 시민들과 더불어 로힝야를 '벵갈리(방글라데시에서 국경을 넘어온 불법체류자)'라고 부르며 무도한 학살을 벌였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여전히 풀리지 않는 것은 왜 이렇게 로힝야를 혐오하고, 사회와 격리시키고 학살까지 일삼는 것일까.


  • 세계사의 악의 축 영국이 등장한다. 미얀마는 영국 식민 통치를 겪었다. 식민지에서 벗어나며(1948) 영국령 인도의 한 주로 통치 받았던 버마와 인도 대륙 간에 왕성한 이주가 발생한다. 이때까지만 해도 버마 안에서 무슬림은 문제가 없었다. 식민지 통치 이전부터 대를 이어 살아왔기 때문. 그런데, 1982년 미얀마의 시민은 3가지 등급으로 나뉜다. 온전 시민, 제휴시민, 귀화시민. 온전 시민으로 인정받으려면 1824년 이전 자신의 조상이 버마인이라는 것을 밝혀야 한다는 것이다. 순혈주의 사상이 등장한 것.
  • 시민의 등급을 나누고, 주민카드에 종교, 인종을 기록해서 차별을 두기 시작한 것이다.
  • 과거 로힝야들도 미얀마에서 시민권을 받은 시민이었다. 하지만, 차별을 만들기 시작하면서 로힝야들에게는 그린카드(시민권)대신, 화이트 카드(난민)나 핑크카드를 받는다. 색깔로 그들의 인종, 종교를 한 번에 알아 볼 수 있다. 그리고 30살이 되면 시민권 자격 여부를 심사 받고 카드를 재발급 받아야 한다. 이것은 주민카드가 아니라 인종카드다.
  • 미얀마 인들이 '로힝야'를 벵갈리라고 부르는 이유를 이렇게 말한다. 그들은 로힝야라고 하지만, 불법 이민자로 우리의 땅을 빼앗으려는 자들이다. 그리고 시트웨 도심 한 가운데 그들을 가둔 것에 대해서는 차별을 해서가 아닌, 치안 유지 차원아라고 한다. 그들은 철저히 로힝야를 자신과 같은 인권을 지닌 사람으로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 그들의 주장은 로힝야는 영국 식민통치 기간에 오늘날 방글라데시 영토인 치타공에서 불법 이주한 이들이라는 것. 일본 칸다 외어대 에이챤 교수는 우익성향의 라까인 민족주의자로 로힝야는 '위조된' 정체성이라고 정의하며, 그들을 바이러스, 바퀴벌레라고 부르며 그들을 점멸시켜야 한다고 말한다. 이러한 비인간화, 낙인찍기 는 제노사이드에서 꼭 등장하는 방법이라고 한다. 제노사이드 단계를 총 10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이것은 4단계에 속한다고 한다. (*다니엘 파이어스타인)
  • 로힝야는 수 백 년 간 아라칸주/ 라까인주에 살아온 아라칸 토착민이다. 아라칸은 지리적으로도 불교 문명과 이슬람 문명이 교차하는 지점에 위치해 있다. 1942~5년까지는 일본의 식민지가 되어 일본의 식민 통치를 받았다. 라까인 불교도와 로힝야 무슬림들은 각각 일본과 영국 두 나라 편에서 격하게 충돌했다. 이때 로힝야는 라까인 불교도를 피해 아라칸 북부로 피난했고, 이곳은 로힝야의 주류지역이 됐다. 바로 이때 생긴 상처와 트라우마가 양측에 깊이 새겨졌을 테고, 그때 생긴 적개심이 매번 필요할 때마다 되새김질하고 있는 것이다.



로힝야 제노사이드 - 지구상에서 가장 박해받는 민족, 미얀마 로힝야의 눈물
로힝야 제노사이드 - 지구상에서 가장 박해받는 민족, 미얀마 로힝야의 눈물
1004. 대멸종 (마이클 J. 벤턴)

뿌리와이파리 출판사에서 진화에 대한 좋은 과학 교양서를 계속 펴내는데, 기묘하게 생긴 캄브리아기의 동물 이름을 따서 ‘오파비니아 시리즈’라는 타이틀을 붙였다. 출판사 이름도, 시리즈명도 호감이 가는데 막상 읽어본 책은 이 책 한 권뿐. 지구에 있었던 다섯 번의 대멸종 중 가장 규모가 컸던 페름기 대멸종을 다룬다. 지질학의 역사와 지질학자들이 겪은 일화들도 곁들여진다.

대멸종 - 페름기 말을 뒤흔든 진화사 최대의 도전
대멸종 - 페름기 말을 뒤흔든 진화사 최대의 도전
1003. 블라인드사이드 (조너선 기퍼드)

어이없게 끝난 각종 열풍과 러시 사례를 통해 ‘합리적 개인과 효율적 시장’이라는 환상을 비판한다. 이분법적 사고에 대해서도 한 챕터가 할애되어 있다. 나온 지 10년이 넘은 책이지만 비이성적인 과열이나 이분법적 사고는 그 사이 조금도 줄지 않았고 앞으로 줄 거라는 기대도 거의 들지 않는다.

블라인드사이드 - 생각의 사각지대
블라인드사이드 - 생각의 사각지대
20240522

‘그녀가 죽였다’ 제작진의 성별 떠나 봐달라는 ‘모순’ [플랫] - 경향신문 (khan.co.kr)



<그녀가 죽였다> 말미 피해자의 사체를 쓰레기통에 버리는 폐쇄회로(CC)TV 장면에 대해 담당 형사는 “저런 여자가 있구나, 세상 참 무섭다”고 했고 제작진은 이 문구를 자막으로도 강조했다. 김상중이 느꼈던 충격도 그것 아니었을까. 저런 ‘여자’가 있다는 것. 수많은 남성 범죄자는 성별과 무관한 범죄자 일반이지만, 여성 범죄자는 저런 ‘여자’이자 천륜을 어긴 엄마로서 충격과 공포의 대상이 된다. 그들이 끔찍한 악인이란 것과 별개로 고유정과 이은해라는 이름이 수많은 남성을 제치고 악마성의 상징적 기호가 되는 과정은 성별을 떠날 수 없으며 실은 그것이 <그녀가 죽였다>가 만들어질 수 있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다. 이름 모를 그녀들의 죽음엔 한없이 익숙해지면서.

24-051 | 클레어 키건, 맡겨진 소녀

다산책방 (e-book, 240516~240516)


❝ 별점: ★★★★

❝ 한줄평: 마지막 문장이 남기는 엄청난 여운

❝ 키워드: 아이 | 가족 | 여름 | 비밀 | 불안 | 편안함 | 죽음 | 생명 | 만남 | 헤어짐 | 애정 |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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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때로는 말하지 않아도 마음으로 전해지는 말이 있다는 것. [📝 24/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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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것은 다른 무언가로 변한다. 예전과 비슷하지만 다른 무언가가 된다.


✴︎ 

 마당을 비추는 커다란 달이 진입로를 지나 저 멀리 거리까지 우리가 갈 길을 분필처럼 표시해 준다. 킨셀라 아저씨가 내 손을 잡는다. 아저씨가 손을 잡자마자 나는 아빠가 한 번도 내 손을 잡아주지 않았음을 깨닫고, 이런 기분이 들지 않게 아저씨가 손을 놔줬으면 하는 마음도 든다. 힘든 기분이지만 걸어가다 보니 마음이 가라앉기 시작한다. 나는 집에서의 내 삶과 여기에서의 내 삶의 차이를 가만히 내버려 둔다. 아저씨는 내가 발을 맞춰 걸을 수 있도록 보폭을 줄인다. 나는 작은 주택에 사는 아주머니를, 그 여자가 어떻게 걷고 어떻게 말했는지를 생각하다가 사람들 사이에는 아주 커다란 차이가 있다고 결론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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맡겨진 소녀
맡겨진 소녀
2부. 이슬람 학살 ~127p
  • 사건을 보여준 후, 이유를 파헤치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졌지? 왜 이렇게 로힝야족을 탄압하는 걸까? 하는 궁금증을 계속 가지게 만든다.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기 좋지만 어서 답이 나왔으면 하는 조급증이 들기도 한다.


  • 미얀마(버마)의 로힝야 학살에 대해 몰랐던 만큼 페이지마다 경악의 연속이다. 해가 중천에 뜬 대낮에 승려복을 입은 남자가 -승려인지, 승려복을 입은 군인인지 알 수 없다. 정당에서도 이슬람과 불교의 이간질을 시도하다가 들킨 적이 있고, 미얀마의 종교 커뮤니티 이간질을 위해서 승려복을 입고 칼춤을 추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로힝야 남성의 등에 칼을 내려치고, 달려들어 사타구니를 몽둥이로 후드려 팼다. 남자는 4살 딸을 이유없이 죽이겠다는 협박을 받고, 딸을 구하기 위해 나섰다. 싸우거나 항의하지도 못하고 그저 맞기만 했다. 경찰은 이를 멀찌감치 방관할 뿐, 누구 하나 도와주는 사람이 없다. 무슬림 주민의 집 앞에 불교도가 오토바이를 주차한 것이 불씨가 되어 90세가 넘는 할머니가 이유없이 죽었다.
  • 2011년 7월 25일 100년 넘게 자리하던 무슬림의 묘지가 불도저로 갈려나가고, 건설업체가 갑자기 토지 소유권을 주장하고 나선다.
  • 멕띨라 폭동이 있던 무슬림 거주 구역에서는 828개의 건물이 파괴되고, 8천여 명의 피난민이 발생했다고 한다. 최소 148명이 죽었다. 대부분은 이슬람 학교 (마드라사) 기숙사에 머물던 10대 학생이었다고 한다. 이후, 피란민들이 살던 곳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다고 하자, "당신들은 말할 처지가 아니니 듣기만 하라."며 사과와 보상은 커녕 으름장을 놨다고 한다.
  • 불교도(?) 폭도들은 학교에 침입해 불을 지르고, 교사와 학생을 무참히 살해했다. 도망쳐 나온 아이들이 군부대에 숨겨 달라고 부탁했지만, 돌아오는 것은 무슬림을 비하하는 욕, '싸욱칼라'라는 말만 들었다. 미얀마는 철저히 로힝야를 외면하고 있었다. 점점 좁혀 오는 폭도들의 포위에 학생들은 숲 속으로 도망쳐서 치 피아르라는 이장 집에 몸을 숨겼다. 치 피아르는 가족을 피신시키고, 학생들을 지켰다. 하지만 다음 날 치 피아르는 백주 대낮에 학살을 당한다.
  • 살아남은 학생들은 폭도 중에 승려 복을 입은 사람이 많았고, 약에 취한 듯 눈이 풀려 있었다고 증언했다.
경찰의 보호 라인 보다 숲이 더 안전할 거라는 그의 판단과 선택은 옳았다. 경찰의 말에 따르던 주민과 학생 다수는 결국 사상자로 변했다. 101p
  • 우 위라뚜. 불교도 테러, 안티-무슬림 캠페인에 앞장서서 혐오 선동가의 삶을 살고 있는 승려. 군부 파시즘과 불교 극단주의가 손을 잡게 된 역사는 2007년 8~9월 일어났던, 반군부, 반독재 시위인 샤프란 혁명 이후라고 한다. 이때 승려들이 시위의 선두에 서면서 승복의 색깔을 따 '샤프란 혁명'으로 부른다고 한다.
  • 기자는 2003년, 불교와 무슬림이 충돌했을 때 군이 불교 사원에 총격을 한 것이 계기가 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 무슬림들 사이에서 786운동을 확산시켜서 21세기엔 이 무슬림들이 미얀마를 점령할 것이라는 공포가 미얀마 전체에 퍼져 있다고 한다. 이른바 음모론이다. 두려움에 못 견뎌 무슬림을 공격하는 것이다. / *786 : 꾸란의 첫 구절 '자비로우신 신의 이름으로'를 상징하는 무슬림 사이에서 보편적으로 통하는 상징수라고 함. 여기에 대항마처럼 생겨난 불교 극단주의자들이 이슬람 포비아 선동, '969 캠페인' 이라는 것이다. / *9 :부다, 6:부다의 가르침인 법륜, 9: 부다의 제자인 승려. 불교 전통에서 나온 상징수.
마바따와 969, 이 두 개의 민족주의 운동을 조종하는 건 군부다.... 마치 석탄 불씨와 같아서 꺼질 듯 말 듯 유지하다가 필요하다 싶으면 언제든 불을 붙이고 활활 타오르게 만들 수 있다. 121p
  • 챕터를 읽는 중간, 쫓기는 로힝야족을 슬그머니 도와준 불교도 주민, 불교 극단주의자를 비판하는 승려도 등장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미얀마인은 무슬림에 대한 공포, 로힝야에 대한 혐오로 폭도로 변해 있기에 극히 소수에 불과하다. 악이 지배를 할 때 선의 힘은 미약하지만 깊은 울림으로 천천히 주변에 영향을 준다고 생각한다. 과거와 달리 지금은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는 것이 그 반증이지 않을까.
  • 말 한마디로 시민을 폭도로 만드는 승려 우 위라뚜라는 인물은 대체 누구일까 궁금해서 검색해 봤다. 상상과 달리 선해보이는 인상에 따뜻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는 SNS로 자신의 설법을 전파한다. 부처같은 미소를 지으면서 로힝야족을 죽이라는 말을 하는 건가. 매우 섬뜩하다.
로힝야 제노사이드 - 지구상에서 가장 박해받는 민족, 미얀마 로힝야의 눈물
로힝야 제노사이드 - 지구상에서 가장 박해받는 민족, 미얀마 로힝야의 눈물
20240520-낭독기초반-송정희성우-7

🚩7주차 완료/이번주 미션


📍 '강아지똥'을 녹음파일로 올려주세요.


수업 때 나온 다양한 캐릭터를 재료 삼아, 강아지똥과 민들레의 대비되는 캐릭터(입장)을 만들어서 낭독해주세요. 

(다음주 월요일(5/27) 오후 3시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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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내용


  • 햇볕을: 해뼈틀
  • 꽃을: 꼬츨
  • 흰둥이'의': 흰둥이'에'
  • 조사 '의'는 '에'로 발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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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 후 생각한 것들


강아지똥은 스스로를 잘 모르는 존재, 그래서 참새의 말에 자신을 미워하며 불안해하는 존재, 그래서 외로운 존재라고 생각했어요. 민들레는 자신의 가치를 알고 강아지똥의 필요를 아는 존재, 그래서 강아지똥에게 다정하게 알려주는 존재로 그려봤습니다.


툭툭 끊어지지 않는 낭독, 감정이 과잉되지 않는 낭독을 하려고 시도했습니다. 다음엔 한 문장 한 문장 집중을 잃지 않으면서 전체적인 톤 조절에 더 신경써봐야지 생각했습니다. 

나에게, 낭독 - 내 마음에 들려주는 목소리
나에게, 낭독 - 내 마음에 들려주는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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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나눔][박소해의 장르살롱] 20. <고딕X호러X제주>로 혼저 옵서예[버터북스/책증정] <오늘의 역사 역사의 오늘> 담당 편집자와 읽으며 2025년을 맞아요[책증정] 연소민 장편소설 <고양이를 산책시키던 날> 함께 읽기[📕수북탐독] 7. 이 별이 마음에 들⭐수림문학상 수상작 함께 읽어요[도서 증정] 저자이자 도슨트인 유승연과 함께 읽는 <내셔널 갤러리에서 보낸 50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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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9일(금) 이번 그믐밤엔 소리산책 떠나요~
[그믐밤] 29. 소리 산책 <나는 앞으로 몇 번의 보름달을 볼 수 있을까>
이번에는 극단 피악과 함께 합니다.
[그믐연뮤클럽] 4. 다시 찾아온 도박사의 세계 x 진실한 사랑과 구원의 "백치"[그믐연뮤클럽] 3. "리어왕" 읽고 "더 드레서" 같이 관람해요[그믐연뮤클럽] 2. 흡혈의 원조 x 고딕 호러의 고전 "카르밀라"
"동물"을 읽습니다 🐋🐕🦍
[현암사/책증정] <코끼리는 암에 걸리지 않는다>를 편집자, 마케터와 함께 읽어요![그믐북클럽] 14. <해파리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읽고 실천해요[진공상태]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이들 모여주세요![성북구 한 책 플랜 비-문학] ③ 『동물권력』 함께 읽기 [그믐북클럽Xsam]19. <아마존 분홍돌고래를 만나다> 읽고 답해요 [그믐북클럽] 4. <유인원과의 산책> 읽고 생각해요
🏆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을 축하하며 작품 함께 읽어요.
[라비북클럽](한강작가 노벨문학상 수상기념 1탄) 작별하지 않는다 같이 읽어요노벨문학상 수상 한강 작가 작품 읽기 [Re:Fresh] 3. 『채식주의자』 다시 읽어요.
국내외 불문, 그믐에서 재미있게 읽은 SF 를 소개합니다!
(책 나눔) [핏북] 조 메노스키 작가의 공상과학판타지 소설 <해태>! 함께 읽기.[SF 함께 읽기] 당신 인생의 이야기(테드 창) 읽고 이야기해요![책증정] SF미스터리 스릴러 대작! 『아카식』 해원 작가가 말아주는 SF의 꽃, 시간여행[박소해의 장르살롱] 5. 고통에 관하여
버지니아 울프의 세 가지 빛깔
[그믐밤] 28. 달밤에 낭독, <우리는 언제나 희망하고 있지 않나요>[서울외계인] 버지니아 울프, 《문학은 공유지입니다》 읽기<평론가의 인생책 > 전승민 평론가와 [댈러웨이 부인] 함께 읽기
'하루키'라는 장르
[이 계절의 소설] 두번째 계절 #2 :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 <마주>[그믐밤] 16. 하루키 읽는 밤 @수북강녕 에이츠발 독서모임 16회차: <기사단장 죽이기> / 무라카미 하루키 저
오늘의 문장 - 은화
오늘의 문장 - 2024년 11월 07일오늘의 문장 - 2024년 11월 01일오늘의 문장 - 2024년 11월 03일오늘의 문장 - 2024년 10월 31일
현대 한국 사회를 조명하는 작품을 작가, 평론가와 함께 읽습니다.
[📕수북탐독] 4. 콜센터⭐수림문학상 수상작 함께 읽어요[📕수북탐독] 3. 로메리고 주식회사⭐수림문학상 수상작 함께 읽어요[📕수북탐독] 2. 사라지는, 사라지지 않는⭐수림문학상 수상작 함께 읽어요[📕수북탐독] 1. 속도의 안내자⭐수림문학상 수상작 함께 읽어요
멀고도 가까운 나라, 중국.
[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16. <마오주의>[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15. <중국필패>[한길사 - 김명호 - 중국인 이야기 읽기] 제 1권[서울국제작가축제X푸른숲] 위화 작가님의 <인생> 함께읽기 챌린지
🎨 책으로 그림 읽기!
[책증정] 미술을 보는 다양한 방법, <그림을 삼킨 개>를 작가와 함께 읽어요.[책 증정] <자화상 내 마음을 그리다> 읽고 나누는 Beyond Bookclub 6기 [웅진지식북클럽] 1.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함께 읽어요[책증정] 《저주받은 미술관》을 함께 읽으실 분들을 모집합니다🖤
🎁 여러분의 활발한 독서 생활을 응원하며 그믐이 선물을 드려요.
[인생책 5문 5답] , [싱글 챌린지] 완수자에게 선물을 드립니다
지금 읽기 좋은 뇌과학 책 by 신아
[뇌과학책 함께 읽어요] 3. 도둑맞은 뇌[뇌과학책 함께 읽어요] 2. 뇌 과학이 인생에 필요한 순간[뇌과학책 함께 읽어요] 1. 이토록 뜻밖의 뇌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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