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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8. 끔찍하게 헌신적인 덱스터 (제프 린제이)

TV 시리즈 《덱스터》는 2시즌부터 억지 전개로 수준이 추락한다. 원작 2편은 TV 시리즈와 완전히 다른 내용인데 어느 쪽이 더 나은지 이야기하는 건 별 의미 없는 일이지 싶다. 드라마도, 소설도 그 다음 편들은 보지 않았다. 소설에서 벌어지는 엽기적인 범행은 어떻게 하면 인간을 가장 비참한 처지에 빠뜨릴 수 있을지 오래 상상한 결과물 같다. 실제로 당하면 정신이 버틸 수가 없을 듯.

끔찍하게 헌신적인 덱스터
끔찍하게 헌신적인 덱스터
937. 음흉하게 꿈꾸는 덱스터 (제프 린제이)

내게 최고의 TV 시리즈는 《덱스터》 1시즌이었는데, 원작이 궁금해져서 찾아 읽었다. 결과는 실망. 연쇄살인마들을 죽이는 연쇄살인마라는 아이디어와 여러 가지 재치 있는 설정은 물론 원작의 공이지만 이야기의 깊이가 완전히 다르다. 타고난 이방인으로서 ‘정상인’들을 부러워하고, 가면을 쓰고 살며 고뇌하는 주인공은 원작에 없다.

음흉하게 꿈꾸는 덱스터
음흉하게 꿈꾸는 덱스터
한달살기에 필요한 것들

한달살기는 3박4일의 여행과는 다르다.

일단 챙겨가야 하는 물건들이 내 기준 몇 개 있다.


1. 손톱깎이

여행만 가면 멀쩡하던 손톱 옆에 거스러미가 왜 갑자기 생기는 건지! 튼튼했던 발톱 끝은 왜 갑자기 깨져서 신경이 쓰이는 건지! 나는 이것을 ‘손톱깎이의 법칙’이라고 부른다. (옆에서 그게 바로 ‘머피의 법칙’이라고 하는데, 노노! 여행 중에 머피는 필요 없고 필요한 건 손톱깎이) 의외로 손톱깎이를 구비한 숙소가 많지 않다. 과일칼이나 가위 등은 리셉션에서 빌려주기도 하는데 반해 손톱깎이는 구하기 어려울 수 있다. 밤 12시에 손톱깎이 혹시 있냐고 물어보는 손님이 되지 말자.


2. 머그컵

호텔에 있는 앙증맞고 하얀 찻잔은 커피 두 모금이면 끝난다. 커다란 머그컵에 커피를 타야 좀 마실만한 양이 나온다. 마음에 들고 아끼는 예쁜 머그잔 말고 버리기 직전의 낡은 컵이면 여행 내내 잘 사용하다가 집에 가기 전 작별해도 괜찮다.


3. 옷걸이

옷장이나 행어를 갖춰 놓고서는 막상 옷을 걸 옷걸이가 없는 숙소도 종종 있다. 짧은 여행이면 갈아입을 옷도 몇 벌 안 되니 대충 의자 등받이에 걸거나 침대 위에 펼쳐놔도 되지만 한달살기 같은 긴 여행이나 날씨가 추운 지역으로 떠날 때는 두꺼운 외투를 걸어 놓을 옷걸이가 반드시 필요하다. 세탁소 옷걸이라도 몇 개 챙겨가면 좋다. 양말, 속옷을 간단히 빨아서 널어 말리기에도 유용.


4. 머리 자르기 : 물건은 아니고 필요한 서비스라고나 할까?

긴 여행을 하다 보면 머리카락이 그 기간 동안 자라 다듬고 싶은 마음이 든다. 여행지에서 머리를 해보는 것도 나름의 재미. 베트남 물가가 한국보다 많이 싸니 미용실도 저렴하지 싶어 조사해 봤다. 남자 커트가 5천원~1만원, 염색은 2만원~6만원. 나의 예상보다 아주 많이 싸지는 않았다. 나 같은 경우 염색을 집에서 직접 하기 때문에 굳이 이곳에서 비용을 들여 해야 할까 싶었지만 남편은 머리를 좀 자르고 싶다길래 나트랑에서 해보라고 권했다. 마침 세 번째로 머물렀던 숙소 바로 앞에 이발소가 있었다. 바버샵 아카데미. 가격표가 붙어 있는데 남자 커트 2만 동. (한화 1천원 조금 넘는다.) 너무 싼 것 같아 약간의 의구심이 들었지만 뭐 어떤가! 내 머리도 아닌데 ㅋㅋㅋ

들어가 보니 어린 청년들이 앉아 있었다. ‘바버샵 아카데미’라는 이름도 그렇고 현지 물가를 고려해도 너무 낮은 가격인데 미용학교 실습생들이 연습 겸해서 머리를 잘라주는 곳인 걸까? 하지만 뭐 어떤가! 내 머리도 아닌데 ㅋㅋㅋ

머리 다듬는 것을 옆에서 봤는데 의외로 이발사분이 세심하고 신경 써서 가위질을 하더라. 최종 결과물(?)도 깔끔하고 괜찮았다. 별도의 비용이 필요한 샴푸 서비스를 신청하지 않아 1천원에 이발 완료.

안경에 얽힌 별의별 이야기들

책 뒷표지에 따르면 전세계 40억 명이 안경을 쓴다고 한다. 나도 어릴 적부터 쓰고 있고, 주변 사람들도 길에서 지나치는 사람들도 절반은 쓰고 있다. 너무 흔하니까 여기에서 뭔가 찾아보려 한 적이 없다. 애니메이션 신데렐라에 나오는 줄 달린 외알 안경이나, 김구 선생의 안경 정도에서 안경의 역사를 조금 생각해본 정도다.


세상은 넓고 모르는 것 천지니, 벌써 시작부터 놀란다. 그리스 로마인들도 돋보기를 썼으며, 광학 연구서가 나온지 천 년이 넘었고 안경 쓴 초상화는 엘 그레코도 그렸으며 안경 판매를 둘러싼 경쟁이 시작된 지는 몇 백년이 넘었다. 한 페이지 한 페이지가 참 신기한 내용들로 가득하다. 물론 읽으면서 한숨 나오는 부분도 많다. 안경 쓴 사람에 대한 각종 편견부터 말도 안 되는 분석에, 현대에 들어서며 안경의 이미지가 당시에 어떻게 팔아먹느냐에 따라 변하긴 하지만 대체적으로 그닥 좋지 않은 안경 착용에 대한 이미지...안경에 시력 교정 외에 어떤 마법 효과가 있다고 성격이 어쩌고 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았는가 모르겠다.

개인적으로 중요하다 싶은 구절을 메모하며 글을 마친다. "윌리엄 골딩 소설 『파리 대왕』에서 무인도에 고립된 소년들이 과체중에 근시인 피기의 안경으로 불을 피우는 대목을 읽기는 했지만, 어느 화창한 오후 따분한 두 시간짜리 수학 수업 내내 아무 일 없는 척하며 내 안경으로 휴지통에 불을 붙이려 시도해 본 결과, 그건 말도 안 되는 소설 속 허구일 뿐이었다. 발산 렌즈는 화경으로 전혀 쓸 수 없다. 초점이 아예 맞지 않으니 말이다. 방화광이 필요하다면 수렴 렌즈인 원시용 안경을 써야한다."



거의 모든 안경의 역사 - 보이지 않는 것을 보게 하는 도구의 위대한 탄생
거의 모든 안경의 역사 - 보이지 않는 것을 보게 하는 도구의 위대한 탄생
그동안 그린 아크릴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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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했습니다~^^

[다운타임 안내] 2024년 3월 2일 오전 8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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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운타임 : 2024년 3월 2일 토요일 오전 8시 40분~9시 7분


갑작스럽게 이용에 불편을 드려 대단히 죄송합니다.


궁금하신 사항 있으시면 contatct@gmeum.com으로 문의주세요.

감사합니다.  

더 커밍 웨이브

<특이점이 온다>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커즈와일보다 현실적이고 최신이고 비관적이다. 인공지능과 합성 생물학은 흡사 신화시대의 대홍수처럼 모든 걸 뒤바꾼다. 국가는 해체되고 테러는 간편해지며 전쟁과 바이러스는 통제불능에 빠진다. 아무래도 우리 세대는 너무 어중간한 시대에 태어난 듯.

더 커밍 웨이브
더 커밍 웨이브
대이직 시대 - 데이터로 본 이직 트렌드

흡사 올림픽 정신처럼 출간하는데 의의가 있는 책들이 있다. 선거를 앞둔 정치인의 에세이가 그렇고 기업체의 각종 사보도 그렇다.


원티드랩의 블로그 모음집 같은 느낌인데 '데이터로 본 이직 트렌드'라는 부제가 민망할 정도로 빈약한 데이터가 소개된다.

대이직 시대 - 데이터로 본 이직 트렌드
대이직 시대 - 데이터로 본 이직 트렌드
점심시간

불을 이렇게 꺼두신단 말이지

한 달이 무사히? 갔음.

세 달 남았네~


ㅡ 아빠가 하시던 일 언저리에 가보는 딸 씀

끝나지 않는 커다란 질문을 던져주는 책

옮긴이의 말까지 넣어도 삼백 쪽이 되지 않으며, 큼직큼직한 글자에 표지는 진한 핑크색이다. 그렇지만 어지간히 두꺼운 책보다, 읽으면서 별의별 생각을 다 하게 만들고 아마 일생 생각해도 답을 찾기 힘든 화두를 던져주는 대단히 무거운 책이다.

원래도 파격적인 정책이 많이 시행되는 네덜란드는 안락사의 집행에 의해서도 상당히 파격적이고, 책에도 언급이 되긴 했지만 관련 기사들이 별의별 선정적인 제목 - 제목들만 슥 보면 네덜란드가 무슨 악마들이 사는 지옥불의 나라같다 - 을 달고 인터넷을 떠돈다. 책 121쪽 의사의 언급을 보면 안락사를 거치는 이들 90퍼센트는 말기암 환자들이니 스위스나 캐나다보다 딱히 비인간적인 것도 아니지만, 문제는 나머지 10퍼센트다. '정신적 문제나 중독을 가진 사람'. 대단히 어려운 문제다. 예전에 스테파니 그린의 책에서,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환자가 그래도 맨정신이 남아있을 때 죽고싶어 상담을 신청했다가 심사대상에 들어가지 못하는 대목을 읽었을 때 정말 착잡했던 기억이 있다. 삶의 질은 개판인데도 확연한 육체적 고통을 증명할 수 없고, 정신이상이 어느 수준을 넘어가면 어차피 본인 희망을 재확인하는 것도 무리고, 어쨌든 당장 죽음이 가깝지 않은 병. 치료할 수 있는 희망이 있다면 시도하고 버텨야겠지만, 이런 일이 나에게 일어나고 회복이나 그나마 현상 유지할 가능성이 없다면? 내 스스로 고통을 덜려면 고통을 피할 수도 없고 마지막 모습도 상당히 끔찍한 방법밖에 없다면? 그렇다고 존엄 유지를 위해 기준을 대폭 완화한다면, 정말 악용되거나 오용되지 않을 수 있을까?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이 아니라, 오히려 더 복잡한 심정으로, 하지만 약간 더 가깝게 접근할 수 있는 책이다. 저자의 동생은 마흔 한 살에 안락사를 택했다. 중증 알콜중독으로, 권두의 동생이 남긴 메모를 보면 밖에 걸어나가기도 힘들 정도로 몸이 망가져있었다. 그래도 한때 잘나가던 사회생활을 했었고, 가족들은 중독에서 동생이 벗어나리라는 희망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오랜만에 동생이 가족들을 만나 한 이야기는 한 달 뒤에 안락사한다는 폭탄선언이었다.

저자와 가족들은 동생의 죽음 이전도 이후도 안락사 옹호론자가 되지 않았고, 어떻게든 멈추고 싶어했으며 할 수 있는 일들은 다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생은 절차가 시작될 때까지 의사를 철회하지 않았고, 주사를 맞고 침대에서 잠자듯이 죽었다. 가족들은 동생을 잃은 고통과 더불어, 국내뿐 아니라 해외 언론에서까지 온갖 악의적 기사와 연락에 시달리며 지내야했다. 읽으면서 슬프고 골치가 아프다. 이게 다 무슨 일인가.

동생을 탓할 수도 없다. 술로 도피를 했지만 행복해지지 못했고, 두려움도 극복하지 못했으며 가정은 파탄났고, 혼자서는 씻지도 못할 정도로 건강이 안 좋아 마지막 날까지 아버지가 샤워를 도와줘야했다. 평온하게 휴식하고 싶다고, 오랫동안 죽음을 생각해왔다고, 죽음이 목전에 다가오자 마음이 가벼워진다는 동생의 메모가 애처롭다. 이 사람은 죽음을 장난처럼 선택하지 않았다. 약 1년 6개월의 조정기간을 기다리며 버텼다. 경찰이나 병원 연락으로 끝나는 마지막이 아니라, 깔끔하게 씻고 가족들에게 둘러싸여 조용한 모습을 기억에 남기고 갔다. 내 안에도 안락사에 대한 생각이 복잡하게 얽혀있고 완전히 찬성하는가도 말하기 어렵지만, 저자의 동생은 이미 세상을 떴고 돌아오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 사람이 마지막 순간의 존엄을 지키려고 얼마나 노력했는지를, 남겨진 아픔과 마주하는 법을 생각하고 싶다.


"애도는 밤늦은 시간에 전화벨이 울릴 때 여전히 소스라치게 놀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가 다시는, 결코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다.

애도는 자식을, 동생을 잃었다는 것을 아는 것이며, 그러니 그것에 대처하는 법을 배워야 하는 것이다. 인생은 짧고 시계는 계속 째깍거리고 하루 종일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은 말도 안 되기 때문이다.

애도는 계속해서 살아가야 한다는 것, 삶이 꽤 아름답다는 것을 다시 인식하는 법을 배워야겠다는 것, 삶을 즐기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더라도 즐길 수 있는 것들이 있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다.

애도는 계속해서, 계속, 계속하는 것이다.

그러다 가끔 가만히 있는 것이다.

내가 그를 얼마나 그리워하는지 깨닫기 위해서다.

그에게 바로 그 말을 하기 위해서다.

그가 그 말을 더는 들을 수 없을지라도.

어이, 형씨, 보고 싶다. "

(본문 226~227페이지 중에서)




동생이 안락사를 택했습니다 - 가장 먼저 법적으로 안락사를 허용한 나라 네덜란드에서 전하는 완성된 삶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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