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밤] 26. 9월1일은 통계의 날, 통계에 관한 책과 재미있는 통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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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독서 습관 점검, 동기부여 요소 및 방법 찾기. 구체적 목표량 설정 필요
- 23년 성인 연간 평균 독서량(종이+전자+오디오북) 3.9권
- 종합독서율: 최근 1년내 종이+전자+오디오북 1권 이상 읽은 비율 (오디오북 19년부터)
- 성인 종합독서율 감소: 2013년 72.2% ----> 2023년 43%
통계 관련 추천 책 리스트
-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 - 생일 확률론
- 역사에 숨은 통계 이야기 - 삼국 시대부터 조선 시대까지
- 숫자에 약한 사람들을 위한 통계학 수업 - 데이터에서 세상을 읽어내는 법*
- 야구란 무엇인가
- 빚으로 지은 집 - 가계 부채는 왜 위험한가
- 왜 우리는 불평등해졌는가 - 30년 세계화가 남긴 빛과 그림자
- 데이터 쓰기의 기술 - 따라 하면 끝나는 단계별 데이터 분석 10
- 통계의 미학 - 통계는 세상을 움직이는 과학이다
- 불안 세대 - 디지털 세계는 우리 아이들을 어떻게 병들게 하는가
- 탄소로운 식탁 - 우리가 놓친 먹거리 속 기후위기 문제
이백 년도 더 전에, 딱히 관광 명소도 아니었던 북쪽으로 아이까지 데리고 여행을 간다는 것 자체가 놀랄 노자지만, 그런 요소를 빼도 당대 베스트셀러가 되었다는 게 납득이 가는 책이다. 시작부터 소견이나 감상을 구속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만큼 호기심과 까칠함, 때로는 밀물처럼 밀려오는 감성이 낯선 나라의 현 상황과 믹스되니 인터넷도 없는 시대에 얼마나 흥미로웠을까.
본문 중 메리는 그닥 좋지 않은 의미로 여자논객이라 불리기도 하지만, 자신이 사는 시대에서 얻을 수 있는 지식들을 충분히 공부하고, 믿는 것을 말하고 자신의 의견을 내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에는 성별도 호칭도 관계없지. 그냥 싫어서 까는 거 아닌가(...) 느껴지는 부분도 있긴 하다만, 불합리하다고 여겨지는 것들을 주저없이 말하는 깡을 보면 역시 아무나 프랑스 혁명을 현지에서 버티는 것이 아니다. 아주 다방면을 두루 까는 한편 사이사이에 북유럽의 자연 경관을 어찌나 감성적으로 묘사하는지 부족한 상상력의 사람도 홀딱 넘어가기 좋다. 나도 가서 보고 싶다! (홈쇼핑 여행채널에서 북유럽 패키지 팔 때 이 책을 읽어줘야 되는 거 아닌가?) 영화로도 나왔던 마틸다 왕비 스캔들이 실시간 이슈로 다뤄지는 것도 신기하고, 코펜하겐 대화재는 아예 몰랐는데 인터넷서 찾으니 엄청난 규모여서 이백 년 늦게 놀람; 그리고 분량은 적다만, 여행 중에 보기만 해도 마음이 벅차서 눈물이 흐를 정도로 사랑하는, 산딸기를 좋아하는 패니가 나오면 씁쓸하다. 아기 패니와 메리가 어떻게 되는지 모두가 다 아니까...한 번은 노르딕 느와르 중 한 권을 끼고 북유럽에 가고 싶었는데, 그 날이 오면 가방에 넣을 책이 이렇게 한 권 추가되었다.
작가가 사랑하는 여러 국내외 여러 작가와 작품에 관해 쓴 독서 산문집이다.
제목 하나는 기가 막히게 잘 지었다.
다소 길지만 장바구니에 집어넣도록 강력하게 유혹하는 제목이다.
어떤 책이든 그렇지 않겠느냐마는, 산문 집의 주제는 작가가 정말 좋아하는 주제여야 한다.
다른 책은 몰라도 산문집은 그런 주제가 아니면 절대 편안하고 좋은 글이 나오지 않는다.
작가는 로베르토 볼라뇨의 『전화』를 시작으로 다카하시 겐이치로, 하라료 등 본인에게 많은 영향을 준 다양한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즐겁게 풀어놓는다.
여기서 방점은 '즐겁게'에 찍혀 있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
페이지를 넘기다 보면 작가가 이 산문집에 인용한 작품을 얼마나 즐겁게 읽었는지 느껴진다.
그래서 이 산문집은 단순한 감상을 넘어 어떤 책은 어떻게 읽는 게 좋은지 알려주는 독서 가이드북이기도 하다.
어떤 소설을 읽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면 참고할 부분이 많은 산문집이다.
이 산문집이 내가 지금까지 읽은 작가의 소설보다 훨씬 잘 읽히고 만족스러웠다.
소설을 읽는다기보다는 무대에서 펼쳐지는 실험적인 퍼포먼스를 감상하는 기분이 들었다.
형식만 보면 최근에 읽은 모든 작품 중에서 가장 독특하고 파격적이었다.
소설과 미술의 경계뿐만 아니라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경계도 없다.
이 책에 실린 단편소설 세 편은 분명히 허구이지만 마냥 허구라고 볼 수가 없다.
십수 년 뒤에 이 땅에서 벌어지는 원전 사고, 사고 이후 고립된 도시에서 벌어지는 온갖 사건들, 여기에 절묘하게 엮이는 예술 작품과 작가의 삶.
익숙한 서사 구조를 기대하고 읽으면 당황스러울지도 모르겠다.
현장 기록(물론 허구다)을 나열하는 형태로 전개되다가, 인터뷰(역시 허구다)가 튀어나오는데, 소설보다는 르포를 읽는 듯한 기분이 들 때도 있었다.
과거와 현재의 역사과 실존하는 예술 작품을 바탕으로 소설에서 펼쳐지는 근미래가 낯설지 않다.
이야기를 읽는 즐거움보다는 특유의 분위기가 작품 전체를 휘감아 돌고 있다.
무엇을 읽었는지 선명하게 기억에 남진 않는데, 그 특유의 분위기가 압도한다.
현대음악 같은 전위예술을 소설로 경험했다.
호불호가 대단히 갈릴 작품이다.
솔직히 내 입장은 불호에 가깝다.
나는 서사가 소설의 전부라고 생각하는 독자니까.
하지만 최근에 읽은 모든 한국 소설 중에서 이보다 확실하게 개성이 느껴지는 소설은 없었다.
주목해야 할 신인이 나왔다.
그래. 이런 소설도 있어야지.
이 책의 제목 '로메리고 주식회사' 는
주인공 이정우가 다니는 손해사정사 회사명이다.
이정우는 고향 선배 추천으로 입사했는데,
선배 덕에 고시 공부를 경력으로 인정받아 대리로 진급한다.
엄밀히 말하면 신입사원인데, 결과적으로는 중고 신입인가?
아무튼 정우는 자신이 담당하는 자전거 사고의 목격자 윤기풍을 찾으러 다니던 중,
기풍이 장풍으로 사적 복수를 행하는 장면을 목격하게 된다.
이날을 기점으로 정우는 장풍이라는 보이지 않는 공포심에 싸이게 된다.
난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비밀로 속앓이하는 정우가 안쓰러웠다.
현실의 스트레스로 꿈에서까지 허우적대는 정우가 미쳐 버려서
조현병환자로 진단받는 건 정말 원치 않았다.
그런 정우에게도 혈육이 있었다. 다행이네. 속으로 안도했다
정우의 남동생 직업이 경찰이라는 점도 나를 안심시켰다.
이정우는 동생에게 자신이 본 장풍에 대해 털어 놓는다.
이날의 만남이 당장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었지만.
정우의 동생이 형, 미친 거 아니냐고 타박하지 않아서 좋았다 ㅋㅋㅋ
무엇보다 고향을 떠나 서울에 자리 잡은 두 형제가 술 진탕 마시며
회포를 푸는 장면에 나는 만족했다.
크나큰 비밀을 남몰래 안고 살면 꽤나 고통스러울 것이다.
허심탄회하게 나의 고민을 말할 수 있는 상대가 있다면,
그런 고민을 아무 편견 없이 들어줄 수 있는 단 한 명이라도 내 곁에 있다면
그건 꽤 괜찮은 삶 같다.
책은 열린 결말로 끝.
정우와 기풍이 바라는 대로 장풍은 잘 갔을까.
그러거나 말거나 정우는 다음날 출근해야지.
사람 응대가 어려운 정우는 운좋게 경영지원실로 이동됐다.
로메리고 주식회사의 찐일꾼 우과장은 억울해서 어쩌나.
에휴 인생이 이렇다.
대문자 E 를 가진 지인들이 생각난다.
그들의 인싸력에 물개박수를 치고 있는 나는
속으로 아군을 많이 만들지 않으면 이 사회에서 점차 낙오될 텐데 어쩌나
애꿎은 다리만 덜덜덜 떨고 있다.
사투리 억양이 남아 있어도, 서울에 산 세월로 따지면
서울사람 다 된 지인들의 고된 서울살이도 떠오른다.
도시 안 개구리로 살고 있는 나는 철없이 시골살이 낭만을 가슴에 품고 산다.
휴... 내가 이래서 소설 읽기를 멀리했던가.
소설은 과몰입을 유발한다.
내 인생도 벅찬데. 소설 속 인물의 삶을 파고 드는 건 조금 피로하다.
한번 열면 멈출 수 없다. 그래도 어쩌겠나.
계속 읽고 쓰고 부딪쳐야 성찰하지 않겠나.
인간이란 참...
스토리 설계자 - 리사 크론 : 네이버 블로그 (naver.com)
우리는 글을 쓸 때, 그동안 교육받은 작문의 원리에 치중하느라 이런 스토리의 힘을 보지 못한다. 아름다운 글의 힘으로 독자를 매혹할 수 있으리라고 굳게 믿는다. 포장지를 선물로 착각하는 셈이다. (p. 42)
어떤 작가들은 데뷔작이 큰 성공을 거두지만 독자들이 정확히 무엇에 매료되었는지 몰라서 차기작, 차차기작은 줄줄이 실패하고 만다.
깜깜한 어둠 속에서 무턱대고 써 나가기만 하면 스토리가 만들어진다는 발상의 폐해는 무척 크다. 거기에서 나온 개념이 바로 '무작정 쓰기' 기법이다. 이 기법은 작가들을 무척 유혹하면서 널리 퍼져 있지만 큰 해를 끼치고 있다. (p. 47)
'자리에 앉아 모조리 쏟아 내는' 방식에 우리는 왜 그리도 큰 유혹을 느낄까? 그 답은 간단하다. 우리는 본능적으로 쉬운 일을 택하게 되어 있다. (p. 49)
글의 순서만 이리저리 바꿔 보면서 적당히 만져 주면 어떻게 해결이 되지 않을까 하지만, 안 된다. 글의 순서를 이리저리 바꿀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소설에 내적 논리가 없다는 증거다. (p. 52)
모든 주인공은 소설 속으로 내던져지기 직전에 두 가지 불씨를 품고 있다.
1 뿌리 깊은 욕구. 아주 오랫동안 품어 온 어떤 소망.
2 그 욕구의 충족을 가로막는 본인만이 잘못된 믿음. 자신의 발목을 잡는 두려움의 근원.
이 두 갈등 세력이 합쳐져 소설의 전깃줄을 이룬다. 소설 속 모든 사건은 그 전깃줄에 닿아 있어야 한다. 그래야 주인공의 감정을 흔들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게 만들 수 있고, 독자는 주인공에게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인지 알 수 있다. (p. 128-129)
주인공은 잘못된 믿음을 진심으로 옳다고 믿고 있다. 주인공이 그 잘못된 믿음을 어떻게 극복하느냐 하는 것이 바로 당신이 써 나갈 스토리의 본질이다. (p. 137)
잘못된 믿음이란 정확히 무엇일까? 여타 믿음과 같지만, 잘못된 것이다. 당연한 말을 해서 미안한데, 잘못된 믿음도 믿음이다. 다시 말해 본인에게는 옳은 믿음과 구별이 안 된다. 여기서 아주 중요한 사실이 있다. 잘못된 믿음이 옳다고 느껴지는 이유는 주인공이 멍청해서도, 사리 분별을 못 할 만큼 큰 결함이 있어서도 아니다. 주인공의 지난 삶 속 어떤 결정적인 순간에 ‘실제로 옳았기’ 때문이다. 물론 ‘일반적으로 옳은 것’과는 거리가 있다. (p. 138)
잊지 말자. 주인공이 세상을 보는 렌즈는 결코 중립적이지 않다. 그 렌즈는 항상 ‘믿음’이라는 내밀한 정보에 비추어 눈앞의 모든 것과 그에 따른 자신의 행동을 해석한다. (p. 150)
모든 인물은 자신만의 내적 논리라는 필터를 통해 세상을 걸러서 본다. 그리고 그 필터를 만든 것은 과거에 어떤 일을 겪으면서 맞닥뜨려야 했던 상황이다. 주인공의 과거 속 결정적 순간을 찾아내자. (p. 161)
[출처] 스토리 설계자 - 리사 크론|작성자 임현
읽는 내내 제주4.3이 겹쳐졌다. 작가 김숨이 선택했듯이 등장인물의 이름을 불특정의 동물이름으로 전부 했다면(물론 그럴수는 없겠지만) 오키나와의 외딴 섬에서 일어난 일인지, 제주 4.3을 소재로 쓴 픽션인지 구분하기 힘들었을 것 같다. 모든 학살은 서로 닮았다.
스테디오는 독자만을 위한 공간은 아니었지만 독서 모임도 열 수 있는, 준(準) 독서모임 플랫폼이었다.
나도 3월 <K-북 트렌즈> 에 기고한 글에서 그믐, 독파, 플라이북 등 온라인 독서 모임 플랫폼을 설명하면서 스테디오도 함께 소개한 바 있다.
‘발행인과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읽기 모임’ ‘미라클 모닝 독서 100일 챌린지’ 등 눈여겨 본 모임도 있었는데……. 아쉽다. 커뮤니티 빌딩은 정말 어렵다.
나이 들어도 설화집은 가끔 손이 간다. 큰 감동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 시대의 슬픔이나 한계가 느껴져서 속터질 때도 있다만, 어릴 적 생각도 나고 지명을 보면서 아, 이런 전설이 그 곳에...하면서 괜히 감탄도 하고. 어떻게 읽어야한다는 마음의 부담이 없어서 손이 가는지도 모르겠다.
영화 소재 같은 퇴마 이야기도 있다만, 임신 목적의 강간이라던가 남의 걸 뺏고도 딱히 벌받지도 않는, 시대의 한계가 뻘건 줄로 그어진 듯한 이야기가 종종 두통을 부른다. 복성군이나 남이장군은 사실 일반 백성들과 거리가 있는 이들인데도 안타까워하는 이들이 설화를 남겼구나 생각하면 약간 찡하다. 내 밥줄이랑 전혀 관계 없는 높은 사람들에게도 측은함을 가지고 대하는 마음을 사람들이 가지고 있었구나. 아니면 지금도 다들 그리 사는데 내 속이 좁은 건지도 모르지.
숭유억불 아래서도 참 많기도 한 도승이랑 보살 얘기, 처음 듣지만 뭔가 영화같은 사곡리 말세우물 이야기...이야기들도 신기하지만, 넓지도 않은 나라인데 아직까지는 손대는 책들마다 겹치는 이야기 비율이 그렇게 많지 않다는 점에도 놀랄 따름이다. 조상님들은 상상력이 무궁무진하셨구나.
같은 땅에 살아도 수백 년 차이면 가치관이나 생활상이 거의 다른 행성에 사는 수준으로 다를 수 밖에 없다. 그래도 설화들을 읽고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보면, 이야기를 만들고 전한 수많은 이들의 마음을 어렴풋이나마 알 것 같다. 내친 김에 전설의 고향이나 좀 보고 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