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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지기의 인생책 함께 읽기

지식공동체 그믐에서 책방지기의 인생책을 함께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책을 사랑하는 사람에게 든든한 등불이 되어 주는 곳이 동네 책방이 아닐까 싶습니다.

우리 동네 문화 구심점이 되어 주는 동네 책방, 책과 사람이 편안하게 만나는 이곳을 운영하는 책방지기들의 인생책은 무엇일까 궁금했어요.

책방지기들 인생책을 29일간 함께 읽으면서 즐거운 책 수다로 저물어 가는 올해 풍성하게 마무리해 보면 어떨까요?

 

모임에 참여하는 10곳의 책방지기를 소개합니다.

가가77페이지, 골목책방 서성이다, 다정한 책방, 좋은 날의 책방, 세런디피티78, 책방토닥토닥, 나비날다책방, 다즐링북스, 잘 익은 언어들, 책방 산책

 

11월 첫째 주부터 넷째 주까지 매주 월, 수, 금에 책방지기의 인생책 함께 읽기 모임이 하나씩 공개됩니다.


과연 어떤 책을 뽑아 주셨을까요?

내 주위에 있는 동네 책방 모임이라면 응원의 메시지를 더해 주세요.

나와 멀리 있는 지역의 동네 책방 모임에 참여해 보는 건 어떨까요. 쉽게 갈 순 없어도 같은 책을 함께 읽을 수 있다는 건 온라인 모임만의 묘미일 테니까요.

이들이 선정한 다양한 인생책으로 어떤 이야기를 나누게 될지 새롭게 열리는 그믐 모임이 기대됩니다.

 

책방지기들의 인생책 함께 읽기에 동참하고 싶은 분들은 아래 책방지기의 이름을 클릭해주세요.


가가77페이지

골목책방 서성이다

다정한 책방

좋은 날의 책방

세런디피티78

책방토닥토닥

나비날다책방

다즐링북스

잘 익은 언어들

책방 산책

 

*모임에서 나눈 이야기는 그믐의 홍보활동을 위한 콘텐츠 제작에 활용될 수 있습니다.

*참여 관련 궁금한 사항은 gmeum@gmeum.com으로 문의 주세요.

233. 우리가 일상에서 부딪히는 철학적 질문들 (앤서니 그레일링)

질문들이 매우 매력적. 셰익스피어를 사상가로 볼 수 있을까? 십계명을 새로 만든다면? 아름다움이 보는 사람의 눈에서 비롯되는 개념이라면, 중요하지 않은 특성이라는 말일까? 현대 사회에는 과거보다 더 큰 사회악이 있을까?


우리가 일상에서 부딪히는 철학적 질문들
우리가 일상에서 부딪히는 철학적 질문들
232. 인간 무리, 왜 무리지어 사는가 (마크 모펫)

사회는 구성원의 불만을 없애는 게 아니라 그걸 외부로 향하게 만들며, 인간은 익명 사회를 이룬다는 점에서 다른 영장류보다 오히려 곤충을 더 닮았다고.

인간 무리, 왜 무리지어 사는가
인간 무리, 왜 무리지어 사는가
14. 기네스 드래프트와 부모님 댁 방문

“제가 기분이 막 행복하고 즐겁고, 그렇진 않거든요. 여전히 세상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이기는 해요. 하지만 위험한 시기는 벗어난 거 같습니다. 약은 이제 그만 먹고 싶어요.”

정신과 의사에게 그렇게 말했다. 병원에 가서 약을 받은 지 9개월이 지나고, 내가 멋대로 복용을 중단한 지는 넉 달이 되었을 때였다. 사실 그 사이에 병원에 갈 때마다 내가 이미 약을 먹지 않는다는 사실을 숨긴 채 ‘약을 그만 먹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의사가 재발할지 모른다며 허용하지 않았다. 다만 복용량은 줄여줬다.

의사는 내가 우울증에 걸리기 전에도 세상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였느냐고 물었다.

“네, 전에도 그랬습니다. 다만 예전에는 어떤 투지 같은 게 있었다면 지금은 그런 게 좀 없는 상태라는 점이 다르긴 해요. 이게 우울증 때문인지, 아니면 그냥 제가 나이가 들어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고요.”

어렸을 때는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가지라’는 사방의 주문이 너무 지겨웠다. 어느 선배 앞에서 “나중에 꼭 성공해서 내 성공의 비결은 ‘파워 오브 네거티브 씽킹’ 덕분이라고 말할 거다”라고 대꾸한 적도 있었다. 그러던 녀석이 이제는 하루에 서너 번씩 손뼉을 치고 “나는 행복하다”고 혼잣말하며 기분을 끌어올리려고 애쓴다. 이런 코미디가 또 있나.

의사는 항우울제 처방전을 이제는 더 주지 않겠지만, 내 뜻에 못 이겨 하는 거라고 덧붙였다. “환자 분이 자꾸 밀어붙이니까 저도 압박감을 느껴서 다른 환자들보다 더 빨리 투약을 중단하는 거예요.”

그는 우울증이 재발률이 아주 높은 병임을 재차 강조했다. 그렇게 높은 재발 가능성에 대한 얘기를 들을 때마다 나는 ‘그러니까 약을 먹는다고 병의 원인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라는 소리네’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약을 먹지도 않으면서 왜 약을 그만 달라고 매번 그렇게 사정했던 걸까. 병원으로부터 한시라도 벗어나고 싶었나 보다. 하지만 의사가 처방전을 써주지 않았을 뿐, 병원을 안 가도 되는 건 아니었다. 진료비를 계산할 때 간호사로부터 “다음 진료일은 언제로 잡을까요?”라는 질문을 받고서야 비로소 아, 또 와야 하는구나, 하고 알았다.

의사에게도 말했지만, 우울감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지난해 겪었던 극심한 무기력증만 아니면 이 정도 우울감은 그냥 껴안고 살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이 상태까지 기분부전장애라고 여기고 치료 대상으로 삼고 싶지는 않았다. 치료가 안 될 것 같다는 직감도 있었고.

이날 점심은 굶고 저녁에는 다이어트식을 먹었다. 웹진에 기고하는 칼럼을 하루 종일 썼다. 이태원더버거의 대표이자 한국비어소믈리에협회의 상임 고문인 권경민의 『맥주소담』을 읽었다. 서울 주변의 수제맥줏집들을 소개하는 책이었다. 2014년에 나온 책이라 그 사이에 문 닫은 가게들이 많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꼭 그렇지만도 않았다. 한 곳 한 곳 찾아가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다음날은 HJ가 재택근무를 하는 날이었다. HJ는 일주일에 이틀 정도 부정기적으로 집에서 일했다. 회사에서는 직원들에게 가능하면 재택근무를 하라고 지시했는데, 그녀의 부서장은 그러지 말라는 태도였다. 전형적인 상황이다.

HJ가 거실에서 일했으므로 거실을 제외한 나머지 구역들―세 방과 다용도실, 베란다―을 청소했다. 점심은 나가서 혼자 사먹었다. HJ가 추천해 준 근처 오므라이스 전문점에 먼저 갔는데 문이 닫혀 있었다. 아무런 안내문도 붙어 있지 않았고 유리창 너머 내부 상태도 관리가 안 된지 시간이 좀 흐른 듯 보였다. 옆 가게에서 닭곰탕을 먹었다.

저녁에는 부모님 댁에 갔다. 꼭 일주일 전이 아버지 생신이었다. 그러니까 다소 늦은 생일 파티인 셈이었지만 선물을 사가지는 않았다. 혼자 갔다. 부모님 댁에 HJ를 데려가지는 않는다. 동생 부부나 조카와도 굳이 일정을 조정해가면서 자리를 함께 하려 하지는 않는다.

어머니가 갈비찜을 해놓고 기다리고 계셨다. 아버지, 어머니, 나, 그렇게 셋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갈비찜을 먹고 맥주를 마셨다. 부모님이 나를 위해 수입 맥주를 여러 종류 준비하셨다. 기네스 드래프트를 먼저 마시고 그 다음에 기네스 오리지널을 마셨다. 내 입에는 탄산이 많은 기네스 오리지널이 맞는다.

기네스 드래프트에 대한 내 감상은 이렇다.

 

들이붓지 마세요

차가운 간장 마시는 기분이 듭니다

인생도 그렇겠지요

 

부모님과는 주로 옛날 얘기를 했다. 전에 어느 동네 살던 것 기억나느냐, 그 동네에서 저녁 때 아버지 마중 나갔던 것 기억하느냐, 그 다음에 살았던 동네에서 버스 타고 초등학교 다녔던 것 기억하느냐…. 세 사람이 500밀리리터짜리 캔맥주 열 캔을 비웠는데 나 혼자 여덟 캔쯤 마시지 않았을까 싶다. 별로 취하는 느낌도 없었다.

내가 요즘 자살 충동을 간혹 느낀다고 털어놓고, 두 분은 그런 경험이 있느냐고 물었다. 내 고백에 아버지나 어머니는 별로 놀라는 기색이 없었다. 아버지는 그런 충동을 겪은 적이 한 번도 없다고 했고, 어머니는 예전부터 아주 흔하게 느꼈다고 했다. 양쪽 대답 모두 조금 의외였다. 그냥 다들 살면서 이런 삽화를 한두 번씩, 그리고 한두 번씩만 경험하는 줄 알았는데.

부모님이 자고 가라고 했지만 그냥 집에 돌아왔다. 그다지 취하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HJ가 나를 보더니 “간만에 술 많이 마셨네”라고 말했다. 다음날에는 늦잠을 잤다. 다행히 숙취는 거의 없었다.


3회 그믐밤 뒷이야기

이제는 그믐밤 이야기를 풀어보겠습니다. 16시간 있으면 이 공간이 닫히기 때문에 마음에 조바심이 생기네요. 요즘 트렌드는 이런 후기도 바로바로 쓰고 시의성 있게 올려야 된다는데, 저는 후기를 쓰면서 일어났던 일들을 다시 생각해 보는 편이라 좀 늦었습니다. 그믐밤에서 오간 이야기는 구름산책 블로그에서 잘 정리해 주셔서 저는 어떻게 구름산책과 그믐밤을 하게 되었는지 전 단계 이야기를 들려드리려 해요.

 

세 번째 그믐밤은 여러 면에서 첫 번째, 두 번째 그믐밤과 대조되는 부분이 많아 재미있는 부분이 많았어요. (저에게만?)

 

A. 첫 번째 그믐밤은 작가님들을 모시고 작품 이야기(다리 위 차차)를 중심으로 말씀을 들어 보았고, 두 번째 그믐밤은 출판사 대표님들을 만나 부산의 로컬 문화에 대해 들어보았어요. 그런데 그믐밤은 동네 책방과 손잡고 하는 모임인데 막상 책방지기님들의 이야기를 들어본 적은 없어서 세 번째 그믐밤은 무조건 책방이 주인공이었으면 좋겠다는 막연한 생각은 가지고 있었습니다. 

 

B. 다음은 위치 이야기입니다. 첫 번째 그믐밤은 서울 양재천의 송송책방에서 열렸고 두 번째는 부산 온천천의 스테레오북스에서 열렸습니다. 서울과 부산 모두 한국을 대표하는 멋진 도시들입니다. 첫 번째와 두 번째 책방이 모두 너무 좋았다 보니 다음 책방은 과연 어디가 될까 다소 부담스럽고 막막해 하고 있다가 왜 막상 내가 살고 있는 수원은 생각해 보지 않았던가 싶었지요. 그래서 이 번에는 가까이 있는 서점에서 그믐밤을 해 보자는 계획을 세웠어요. 계획이라고는 했지만 사실상 어찌해야 할지는 모르던 상태였습니다. 

 

A+B. 그 다음은 ‘구름산책’ 이야기입니다. 구름산책이 있던 곳은 저의 집에서 가까운 상가 단지의 2층으로 원래 작은 수학학원이 있던 곳이었어요. 바깥에는 학생들의 공부 집중을 위해서인지 어두운 시트지가 발라져 있어 안이 전혀 보이지 않았고 저는 학원과는 백만광년 떨어져 있으니 존재 정도는 겨우 알았지만 그닥 관심이 없었지요. 그러던 어느 날 학원이 사라지고 뭔가 뚝딱뚝딱 새로운 공간이 들어서는 것 같았어요. 구름산책이라는 예쁜 이름과 함께 독특한 로고가 새겨진 간판이 등장했을 때 탄성을 질렀습니다. 호기심에 바깥에서 몇 차례 공사가 진행되는 것도 훔쳐보았어요. 하지만 막상 책방이 탄생하고 나서도 그믐밤을 이 곳과 연결시킬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지요. 


그러던 어느 날 별 생각 없이 구름산책 주위를 걷다가 위의 A와 B 아이디어가 결합되었어요. 우리 집에서 가까운 책방, 그래! 바로 여기잖아. (네. 파랑새는 가까이 있었어 라는 고전적인 스토리입니다.)


이 곳에 새로 책방을 내신 새내기 책방지기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그리고 나서 검색을 약간 해보았는데 구름산책 책방지기님은 베스트셀러 소설의 작가이기도 하다고 나오더군요. 거기다 그 소설이 심지어 책방을 다룬 책이라고요? 이게 무슨 일인가요? 물론 책방 운영만으로도 해 주실 이야기가 많으실테지만 작품 이야기까지 더해주실 수 있다면 더할나위 없을텐데 심지어 그 작품이 책방을 다룬 내용이라면…우주의 모든 기운(?)이 이번 그믐밤은 “구름산책”이다 라고 점지해 주는 기분이었어요.

 

일단 흥분된 마음에 무작정 전화를 걸었습니다. 잠시 잡상인으로 오해한 김지혜 작가님의 얼떨떨한 반응 이후 (책방 오픈 이후 온갖 곳에서 물건 판매를 비롯 많은 권유의 전화를 받는다고 하시네요.) 그믐밤 설명을 드리니 너무너무 반가워 하시더군요. 거리가 가까우니 일단 직접 방문하겠다고 말씀드리고 구름산책에 가서 그믐밤 취지를 좀 더 자세히 말씀드리니 기꺼이 함께 해 주신다고 하셨어요. 그믐밤은 무엇보다 날짜가 중요해서 그믐날이 가능한지 여쭤보았는데 월요일은 원래 휴무지만 그믐밤이라면 좋다 라고 흔쾌히 수락해 주셔서 너무 감사했지요.

 

그 이후로도 그믐밤에 관해 회의한다는 명목을 빌어 구름산책을 방문해서 김지혜 작가님과 즐거운 수다를 나누었습니다. 그믐밤 준비로 시작한 대화는 어느덧 드라마로 넘어가고 결국엔 손석구 배우님이 멋지다 라는 알 수 없는 결론에 이르기도 했습니다. 초심자의 행운이라며 겸손한 작가님이셨지만 누구라도 이 곳을 방문해 본 분들은 아실 수 있어요. 다양하고 알찬 프로그램, 손글씨로 정성껏 적어서 준비한 구름산책만의 큐레이션. 온라인 상에서의 홍보와 소통도 부지런하시고요.


우리가 사랑한 책방, 사랑 받기 마땅한 책방, 구름산책! 이 곳에서 그믐밤 시간에 정말로 구름 위를 걷는 듯한 시간을 만들어 주신 김지혜 작가님, 그리고 참석해 주신 모든 분들 감사합니다!


재수사2

2권이 찐이다.


스릴러와 추격전과 반전


서사에 너무 빠져들어서 기억에 남는 문장은 없다.


그런데 범인이 펼치는 사상에는 다소 아쉬운 점이 있었다.

1. 자연주의적 오류에 대해서는 범인도 알고 있는데 우리가 도덕감정을 원근법적으로 느낀다는 사실이 어떻게 도덕을 원근법적으로 적용해야한다는 당위로 연결되는지 설명이 안되고,


2.범인의 사상과 행동 또는 소설의 서사 사이에 그다지 연결고리를 찾을 수 없었다.

마지막 형사의 평가대로 그저 '제대로 미친사람'을 표현하기 위해 그렇게 많은 분량을 쏟았던 것인지, 그저 원주율과 같은 사상의 허무함,사상은 단지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기위한 궤변에 불과하다고 말하고 싶었는지 알쏭달쏭하다.


아무튼 재미있었다.



재수사 2
재수사 2
231. 빛의 제국 (김영하)

  한 등장인물이 “한국 소설에는 집을 지키려 싸우는 남자나, 복수를 다루는 이야기가 없다”고 말한다. 이 소설에는 복수가 불가능한 세계에서 기이한 방식으로, 껍데기뿐인 집을 지키려는 여자가 나온다.


빛의 제국
빛의 제국
230. 아가미 (구병모)

정상의 경계 언저리, 어둡고 축축한 세계에 대한 연민과 매혹. 작품 자체가 양서류 같았다. 성인/청소년소설, 현실/환상 얘기가 아니라 미끈함, 끈적함, 뚜렷한 맥박이. 나만의 숨은 교훈은 ‘그냥 경찰을 믿자.’


아가미
아가미
13. 볼파스 엔젤맨 프리미엄 라거와 리투아니아의 자살

일요일 밤. HJ가 왠지 울적하다며 맥주를 마시겠다고 한다. 나도 그 핑계로 맥주를 한 캔 딴다. 첫 캔은 볼파스 엔젤맨 프리미엄 라거, 그 다음은 볼파스 엔젤맨 헤페바이젠이다. 그게 지금 이 순간 조금 공교롭다. 볼파스 엔젤맨은 리투아니아의 맥주 회사인데, 리투아니아는 자살로 유명한 나라다(그리고 그게 내가 리투아니아에 대해 아는 거의 전부다).

하필 우리는 젊은 나이에 목숨을 끊은 뮤지션의 앨범을 듣고 있다. 그 이가 왜 그런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까, 내가 묻는다. HJ의 해석은 명쾌하고, 나는 더 묻지 않는다.

HJ는 자기가 요즘 읽고 있는 영문소설의 줄거리 일부를 내게 말해준다. 이란성 쌍둥이 중 오빠가 자살하고, 사건 이후 아버지, 어머니, 쌍둥이 동생의 삶이 어떻게 바뀌었는지가 나온다. 듣기만 해도 가슴이 저릿하다.

한국도 자살로 유명한 나라다. 한국은 13년 동안 OECD 가입 국가 중 자살률이 가장 높은 나라였는데, 2018년에 리투아니아가 OECD에 가입하면서 2위로 물러났다. 그랬다가 바로 다음해 한국이 1위 자리를 ‘탈환’했다.

한국의 자살률이 그토록 높은 이유는 명확하다. 노인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많이 하기 때문이다. 청년이 살기 힘든 나라 어쩌고 하지만 80세 이상 노인 자살률이 20대 자살률보다 세 배 이상 높다. 다른 나라의 노인 자살률과 비교해도 압도적이다.

그나마 이게 전보다 훨씬 나아진 거다. 10년 전에는 80세 이상 노인 자살률이 지금의 두 배에 가까웠다. 그 높던 노인 자살률이 단기간에 이 정도로 낮아진 것은 전적으로 기초연금 덕분이라고 본다. 많은 사람을 살린 정책이다.

리투아니아의 자살률이 높은 이유를 검색해보니 다양한 분석이 나온다. 공산주의가 무너진 뒤 빈부 격차가 커져서 그렇다는 얘기도 있고, 그곳 사람들이 감성이 예민한 데다 자기 감정을 감추려 드는 성향이 있어서 그렇다는 얘기도 있다. 술을 많이 마셔서라거나 날씨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결국 뚜렷한 원인은 모른다는 얘기 아닐는지?

볼파스 엔젤맨의 맥주를 마시고 음악을 들으며 나는 계속 자살에 대해 생각한다.

내 소설에도 자살하는 인물이 꽤 나온다. 데뷔작의 소재가 연쇄 자살이었다. 자살을 시도하거나 다른 사람을 이용해 사실상의 자살을 하는 인물이 나오는 소설도 썼다. 지금 쓰고 있는 소설에도 젊은 나이에 자살한 캐릭터가 나온다.

40대가 되기 전까지 자살을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은 몇 번 없다. ‘내가 죽는 순간을 선택할 수 있으면 좋겠다’ 하는 생각 정도였다. 의식이 없는 상태로 무의미한 연명 치료를 받고 싶지는 않았으므로. 그런데 전부터 지인들 중에는 나를 자살 고위험군으로 여기는 이들이 더러 있었다. 다름 아닌 HJ도 그랬다.

하루는 집에서 대문을 잠근 채로 헤드폰을 쓰고 음악을 크게 듣고 있었는데, 그러느라 밖에서 HJ가 누르는 초인종 소리를 듣지 못했다. 한참 있다가 문을 열어줬더니 HJ는 울음을 터뜨리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내가 그 사이 자살한 줄 알았다고 했다. 그 말을 들은 내가 도리어 어리둥절해졌다. 내가 왜…?

그러다가 우울증을 앓으면서 실제로 자살 충동도 겪었다. 나의 자살 충동은 짜증에 가까운 것이었다. 이것저것 다 귀찮고, 맞서 싸우거나 극복해야 하는 이유도 모르겠고, 니미, 그냥 확 끝내버리자―, 뭐 그런. 차분히 따지면 그게 절대 답이 될 수 없으며, 그래서는 안 된다고, 삶과 미래라는 선물을 그런 식으로 내팽개치는 건 엄청난 손해라고 물론 생각한다.

자살하지 말아야지, 하고 다짐하는 신세가 된 게 서글프긴 하다. 그래도 그게 도움이 된다면 몇 번이고 다짐하련다. 남들이 들으면 ‘저 사람이 왜…?’ 하고 이상하게 여기거나 우스워 하리라는 걸 안다. 나는 이제 다른 이의 자살에 대해 함부로 말하지 않는다. 우울증을 앓으며 얻은 교훈이다.

그런 생각을 하며 일요일 밤을 보낸다. 나쁜 생각이 떠오르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 그러나 의식적으로 좋은 생각들을 떠올릴 수는 있다. 나는 사랑하는 아내, 맛있는 맥주, 따뜻한 집, 좋은 글과 음악들을 생각하려 애쓴다.

 

인생은 선물

그 증거를 지금 나는 마시고 있지

이렇게나 확실한 걸

 

자살과 별도로 죽음에 대한 상상은 자주 한다. 내게는 십 년 가까이 자주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날카로운 장검에 내가 배를 찔려 붉은 피를 쏟는 장면이다. 맥락도 없이 불쑥 그런 이미지가 떠오르곤 한다. 별로 그렇게 죽고 싶지는 않은데.

이제는 그런 이미지가 자꾸 떠오른다는 것 자체가 흥미롭다. 전생에 전쟁터에서 죽었나? 프로이트라면 내가 길쭉한 무언가가 몸에 들어오는 것을 두려워하거나 반대로 선망한다고 말하려나?


229. 출판과 저작권 (하병현, 윤용근)

저작권 전문 변호사 두 사람이 다양한 판례와 함께 출판권, 배타적 발행권, 초상권, 퍼블리시티권 등을 설명한다. 문외한이 ‘당연히 이건 저작권법 위반이지, 배상해줘야지’ 하고 막연하게 짐작하는 바와 법원의 판단은 꽤 달랐다.


출판과 저작권(저작권 시리즈 5)
출판과 저작권(저작권 시리즈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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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헌 번역가와 함께 읽는 프랑스 문학
[책나눔] 여성살해, 그리고 남겨진 이들의 이야기 - 필리프 베송 <아빠가 엄마를 죽였어>[레모]이렌 네미롭스키 <6월의 폭풍> 출간 기념 함께 읽기<번역가의 인생책> 윤석헌 번역가와 [젊은 남자] 함께 읽기
직장인이세요? 길 잃은 직장인을 위한 책들 여기 있어요.
[김영사/책증정] 천만 직장인의 멘토 신수정의 <커넥팅> 함께 읽어요![김영사/책증정] 《직장인에서 직업인으로》 편집자와 함께 읽기[직장인토크] 완생 향해 가는 직장인분들 우리 미생 얘기해요! | 우수참여자 미생 대본집🎈[생각의힘] 어렵지 않아요! 마케터와 함께 읽기 《커리어 그리고 가정》
어서 오세요. 연극 보고 이야기하는 모임은 처음이시죠?
[그믐연뮤클럽의 서막 & 도박사 번외편]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 이반과 스메르자꼬프"[그믐밤] 10. 도박사 3탄,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수북강녕
🍵 따스한 녹차처럼 깊이 있는 독후감
종의 기원(동서문화사)브로카의 뇌도킨스, 내 인생의 책들코스믹 컨넥션
딱 하루, 24시간만 열리는 모임
[온라인 번개] ‘책의 날’이 4월 23일인 이유! 이 사람들 이야기해 봐요![온라인 번개] 2회 도서관의 날 기념 도서관 수다
🌸 봄에 어울리는 화사한 표지의 책 3
[책증정/굿즈] 소설 《화석을 사냥하는 여자들》을 마케터와 함께 읽어요![책 증정] 블라섬 셰어하우스 같이 읽어 주세요최하나 작가와 <반짝반짝 샛별야학>을 함께 읽어요.
<이 별이 마음에 들어>김하율 작가가 신작으로 돌아왔어요.
[책증정 ]『어쩌다 노산』 그믐 북클럽(w/ 마케터)[그믐북클럽] 11. <이 별이 마음에 들어> 읽고 상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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