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고 나의 옛날 집을 떠올려 써본 짧은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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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아니 당시는 국민학교 2학년, 전라도 순창에서 서울시 마포구로 이사를 오게 되었다. 이후 스물일곱살에 호주로 혼자 기술이민을 가기 전까지 20년 이상을 한 집에서 살았다. 서울시 마포구 아현2동 656-16, 2층 오른쪽
내가 유일하게 외우는 집의 주소다. 이전에도 이후에도 나는 여러 집에 살았지만 내가 집 주소라고 외우는 것은 항상 현재 살고 있는 지금의 집과 나의 오래된 아현동 집. 이렇게 두 개 뿐이다. 현재 사는 집의 주소는 다음 집으로 이사를 가자마자 잊어버리곤 하니 실질적으로 외우는 집 주소는 아현동 집 하나뿐이다.
집은 5,60년대에 지어진 낡은 다가구 연립으로 우리 가족이 이사할 당시부터 재개발 이야기가 나왔으나 막상 첫 삽을 푼 것은 내 나이가 마흔이 넘어서였으므로 실로 오랜 시간을 허물어져 쓰러지기 일보 직전의 상태로 남아있었던 셈이다. 내가 호주로 떠나고 나서도 남은 식구들은 그 집에서 10년을 더 살았으니 우리 가족이 그 집에서 지낸 기간은 총 30년 이상. 원래 연탄 보일러를 때는 집이었는데 중학교 때인가 현대식 보일러를 포함한 나름 신식 리모델링 작업을 큰 외삼촌이 해주셨다.
연탄 보일러를 땔 때에는 주방에 쥐가 많아서 찍찍이를 놓아 여러 마리 잡곤 했고, 그 다음엔 바퀴벌레가, 그 다음엔 개미들이 들끓었다. 일확천금을 노리는 한량 아버지와 성실하고 다정하지만 변화를 무서워하는 어머니, 폐지를 주우시는 친할머니 밑에서 우리 세 자매는 자랐다.
방 두 칸, 거실 하나, 부엌 하나, 화장실 하나. 식구는 여섯
방 하나가 부모님 방이고, 나머지 하나에 우리 세 자매가 잤다. 나만의 방 같은 건 생각지도 못한 개념이다. 상상할 수 없었기에 바래본 적도 없다. 딸 셋이 모두 학교를 다니던 시절에는 화장실 하나에서 동시에 씻고 대소변을 보느라 정신이 없었다.
당시에는 알지 못했지만 그 집은 북향이고 창문도 작게 나있어 종일 어두워서 우리들은 날씨의 변화나 계절의 바뀜도 잘 알지 못했다. 겨울이면 웃풍이 너무 심해서 집 안에서 장갑끼고 컴퓨터 자판을 두드린 기억도 난다. 지긋지긋하게 벗어나고 싶었던 것이 그 집이었는지, 당시 내 삶인지 알지 못한다. 학업성적이 그나마 좋아서 학교에서나 가정에서나 나름 우대받는 첫째였지만 사춘기 내내 지독한 무력감에 휩싸여 있었던 이유는 팔 할이 그 집 때문이었다.
일 이년 전인가.. 재개발 공사가 시작되고 이미 철거가 끝나 아무것도 남지 않은 그 곳을 방문한 적이 있다. 공사 현장은 높다란 가림막으로 둘러쌓여 있었고 자갈과 각종 공사재료를 실은 커다란 트럭만이 임시문을 통해 드나들고 있었다. 빼꼼 열린 문 사이로 우리 집 터가 보였다. 그 자리에 남은 것은 당연하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널어놓은 빨래가 항상 바람에 날리던 우리 집 옥상도, 새끼 길고양이가 우는 것이 시끄럽다고 던져서 죽였던 옆집 아저씨가 살던 집도, 공구리를 대충 발라놓은 집 앞 삼거리 길도, 하도 오랫동안 드나들어서 돈이 없어도 과자를 달아놓고(?) 가져갈 수 있었던 동네 슈퍼도.
아무것도 없는 거대한 무의 공간 앞에서 나는 지금껏 느껴본 적 없는 커다란 상실감을 느꼈다. 사라진 것은 내가 그토록 증오하던 유년 시절과 청소년 시절인데 왜 눈물이 나는 건지 몰랐다.
나는 나의 옛 집을 앞으로도 절대 그리워 하진 않겠지만 그렇다고 더 이상 미워하지도 않을 것 같다. 너무나 싫고 부끄러웠지만 그 시간 또한 나의 일부분이다. 만나지 않았다면 좋았겠지만 뾰족한 다른 길이 없었음도 안다. 그만한 집 한 칸이라도 팔지 않고 유지하기 위해 나의 부모는 최선을 다했다.
그 집의 마루에서 아버지는 어린 세 딸의 긴 머리를 정성스레 묶어 주셨고, 비가 새는 주방에서 어머니가 싸주신 돈가스 도시락 반찬은 언제나 친구들 사이에 인기가 높아 나는 괜실히 으쓱함을 느꼈다. 책을 좋아하는 큰 손녀를 위해 할머니는 폐지중에서 책으로 보이는 것들을 골라 특별히 옆으로 빼놓으셨다. 이 외에도 그럭저럭 나쁘지마는 않은, 생각하면 가슴이 몽글몽글해지는 추억들이 그 집에, 그 시절에 있다.
어쨌거나 이제는 나의 옛 집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떠나보내야 할 때다.
그래서 나의 옛 집과 옛 시절에게 남기는 작별 인사로 이 글을 쓴다.
안녕, 아현2동 656-16, 2층 오른쪽
“유족들 보고 눈물 날 수 있는데, 거기서 같이 우는 게 좋은 기자는 아니야. 그 모습도 꼼꼼히 취재해서 담는 게 좋은 기자야.” 사회부장이 주인공 송가을에게 하는 대사에 눈이 오래 머물렀다. 나 역시 같은 조언을 선배들로부터 많이 들었고, 후배들에게 많이 했다. 그런데 이 말을 조금 비틀어 생각하면 좋은 기자가 되기 위해서는 좋은 인간이기를 억눌러야 한다는 뜻이 된다. 거기서 저널리스트라는 직업을 둘러싼 근원적 긴장이 생긴다.
시트콤, 드라마, 활극의 재미를 다 제공한다. 2020년대 한국 언론의 현실을 가장 사실적으로 묘사한 작품이기도 할 것이다. 성매매에서 검찰 개혁, 분단에 이르기까지 건드리는 사회 문제도 다양하다. 그러면서 좋은 인간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끊임없이 묻는다. 최근 속편 도 나왔는데 시리즈로 계속 이어지면 좋겠다.
표제작은 《환상특급》의 한 에피소드에 어울릴 듯한 이야기로, 좀 간지러운 기분이 든다. 이게 왜 휴고상과 네뷸러상, 로커스상을 받았는지 의아하기도 하고. 개인적으로 꼽는 작품은 「소년과 개」. 이런 정신 나간 소설이 요즘 나오면 어떤 반응을 얻을지 궁금하다.
동의하지 않는 내용도 꽤 있다. 그러나 종교가 아닌 이성을 바탕으로 ‘좋은 삶’에 대해 이런저런 궁리를 해보는 일 자체가 도움이 된다. 스토아 철학을 강조한다.
‘의견이 없다는 것은 우리가 누릴 수 있는 자유이자 권리다. 오늘날 진짜 문제는 정보의 과부하가 아니라 의견의 과부하다. 그러므로 자신이 의견을 개진할 주제를 의식적으로 선택하라.’
‘삶은 노력 없이 저절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허송세월만 할 경우 우리는 모든 것을 잃게 된다.’ ‘자아가 불러일으키는 헛된 욕망에 현혹되지 않아야 하고 자아가 벗이 될 수 있으며 도움이 될 수 있고 충만한 삶의 단단한 반석이 될 수 있도록 애써야 한다.’ 여러 대목에서 고개를 끄덕였다. 몰입 경험이 삶의 목표가 될 수 있는지는 좀 의문이 든다. 운동은 분명 인생에 도움이 되지만, 운동하기 위해 사는 건 아니잖은가.
핫크리스피 버거에 감자는 사이즈 업, 날이 추워 차가운 콜라 말고 따뜻한 아메리카노로.
공교롭게도 패스트푸드 식사와는 너무나 어울리지 않는 책을 골랐다.
입문서로서는 이런 접근 방식도 괜찮지 않을까 싶다. 추상적인 개념들을 다뤄야 하는 업무에 있는 사람에게는 철학 공부가 분명 실용적인 도움도 될 테고. 그런데 다른 건 모르겠지만 말콤 글래드웰이 말한 1만 시간의 법칙은 저런 의미는 아니었던 것으로 기억.
이 책은, ‘좋은가 나쁜가? 무엇이 좋고 무엇이 나쁜가? 무슨 색인가? 냄새는 어떤가? 모래와 비슷한가? 다른가? 얼마나 다른가? 하이힐 같은가? 파우더 같은가? 아이섀도 같은가? 아빠 같은가?’ (40쪽)
지식공동체 그믐에서 책방지기의 인생책을 함께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책을 사랑하는 사람에게 든든한 등불이 되어 주는 곳이 동네 책방이 아닐까 싶습니다.
우리 동네 문화 구심점이 되어 주는 동네 책방, 책과 사람이 편안하게 만나는 이곳을 운영하는 책방지기들의 인생책은 무엇일까 궁금했어요.
책방지기들 인생책을 29일간 함께 읽으면서 즐거운 책 수다로 저물어 가는 올해 풍성하게 마무리해 보면 어떨까요?
모임에 참여하는 10곳의 책방지기를 소개합니다.
가가77페이지, 골목책방 서성이다, 다정한 책방, 좋은 날의 책방, 세런디피티78, 책방토닥토닥, 나비날다책방, 다즐링북스, 잘 익은 언어들, 책방 산책
11월 첫째 주부터 넷째 주까지 매주 월, 수, 금에 책방지기의 인생책 함께 읽기 모임이 하나씩 공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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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이 선정한 다양한 인생책으로 어떤 이야기를 나누게 될지 새롭게 열리는 그믐 모임이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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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들이 매우 매력적. 셰익스피어를 사상가로 볼 수 있을까? 십계명을 새로 만든다면? 아름다움이 보는 사람의 눈에서 비롯되는 개념이라면, 중요하지 않은 특성이라는 말일까? 현대 사회에는 과거보다 더 큰 사회악이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