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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3 | 최진영, 단 한 사람

한겨레출판 (e-book, 231125~231127)


❝ 별점: ★★★★☆

❝ 한줄평: ‘단 한 사람’을 살릴 수 있는, 단 ‘한 사람’

❝ 키워드: 새싹 | 나무 | 삶 | 생명 | 죽음 | 운명 | 사랑 | 이해 | 연민 | 죄책감 | 고통 | 의도 | 마음 | 믿음

❝ 추천: 삶과 죽음에 관해 자주 생각하는 사람


❝ 영원한 건 오늘뿐이야. 세상은 언제나 지금으로 가득해. ❞


❝ 언젠가 사라져버릴 당신과 나를 영원히 사랑하기 위해 이 소설을 썼습니다. ❞

/ 작가의 말


🌳 첫 문장: 작은 섬에는 작은 열매를 좋아하는 작은 새가 많았다. (프롤로그)


📝 (23/11/27) 최진영 작가님은 단편 「돌담」으로 알게 된 작가님인데, 소설집 『겨울방학』의 편집자 리뷰에서 ‘최진영의 인물들은 두려움을 통과해 나아간다.’와 ‘마음을 단단히 쌓는 인물들’이라는 문장을 보고 ‘최진영이 그려내는 인물들’이 궁금해졌다. 이번에 장편소설이 나왔다고 해서 읽게 되었다.


———······———


✦ 최근 읽었던 다와다 요코의 『목욕탕』에서도 삶과 죽음에 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는데, 이 작품에서는 좀 더 깊게 삶과 죽음, 그리고 ‘신 혹은 절대자’에 관해 사유해 볼 수 있었다.


| 우주에서 생명이란 너무나도 이상한 현상. 신은 생명에 관심이 없다. 살려달라는 기도를 신은 이해하지 못한다. 


| 그러니까 죽음이란 ‘사람이 살아서 숨 쉬고 활동할 수 있게 하는 힘이 없어지는 현상’이었다. 그와 같은 정의에 목화는 미약한 온기를 느꼈다. 다만 그것이 없어질 뿐이다. 그것 아닌 것은 없어지지 않는다. ‘살아서 숨 쉬고 활동하는’ 존재만이 사람은 아니다. 그 외의 더 많은 의미가 모여 사람을 이룬다.


| 삶은 죽음과 탄생을 모두 담는 그릇이다. 죽음 없는 삶은 불완전하다.


———······———


✦ 임천자 - 장미수 - 신목화 - 루나로 이어지는 가업인 ‘단 한 사람’을 구하는 이야기, 그리고 더 나아가 우리 모두가 다른 존재라는 것, 즉 ‘단 한 사람’이라는 것을 말하고 있는 이야기란 생각이 들었다. 


  ‘사람을 구하는 일’에 임천자와 장미수, 신목화가 각자 다른 이름을 붙이듯, 단 한 사람을 구하라는 지시를 내리는 자가 어떤 존재인지 각자 다른 믿음을 가지고 있듯, 각자 ‘단 한 사람’만을 구할 수 있는 운명을 다르게 받아들이듯, 임천자와 장미수와 신목화의 ‘단 한 명’이 모두 다르듯, 임천자와 장미수와 신목화는 모두 다른 사람, 단 ‘한 사람’이다. 무조건 운명에 순응하거나 저항하는 대신 목화가 선택한 길이 참 좋았다. 나무의 지시가 아닌 자신의 마음에서 하는 일.


| 신목화에게 ‘왜 나인가’란 질문은 중요하지 않았다.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난 게 아닌 것처럼 이미 주어진 운명이었다. 신목화에게 중요한 것은 따로 있었다. 내 운명에 내 몫이 있음을, 내 의지가 개입할 수 있음을, 내 삶의 주인은 나임을 증명하는 것.


| 목화는 타인의 삶과 죽음에 판단을 멈추었다. 그리고 중개 중에 이전에는 하지 않는 것을 했다. 마음을 다해 명복과 축복을 전하는 일. 죽어가는 사람과 살아난 사람의 미래를 기원하는 일. 그것은 나무의 일이 아니었다. 사람으로서 목화가 하는 일이었다. 나무의 지시가 아니었다. 목화의 자발적인 마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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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과 죽음, 그 사이의 사랑. 그들은 다른 사람이기에 그들의 사랑의 모양도 모두 다르다. 임천자에게 사랑은 말하지 않고 스스로 깨닫게 하는 것, 죽어서도 기꺼이 원망과 미움의 대상이 되어주는 것, 신복일에게 사랑은 심장이어서 사랑이 멈추면 삶도 끝나는 것, 장미수에게 사랑은 감추고 속이는 것 없이 다 말해주는 것. 여러 사랑 중에서도 임천자의 사랑을 오래 기억할 것 같다. 장미수가 언젠가 꼭 그 사랑을 깨달았기를.


| 어떤 사랑은 끝난 뒤에야 사랑이 아니었음을 안다. 

  어떤 사랑은 끝이 없어서 사랑이란 것을 알아차리지 못한다. 

  어떤 사랑은 너무 멀리 있어 끝이 없다. 

  어떤 사랑은 너무 가까이 있어 시작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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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사람을 살리는 일’, 그리고 ‘산 사람을 살리는 일’. ‘한 사람으로 살아가는 일’, 그리고 ‘산 사람으로 살아가는 일’. ‘영원한 건 오늘뿐이야. 세상은 언제나 지금으로 가득해.’라던 금화의 말처럼, 언제 찾아올지 모를 죽음을 두려워하고 걱정하기보다, 지금 이 순간 마음껏 기뻐하고 사랑하고 때론 마음껏 슬퍼하고 그리워하며 ‘영원한 오늘’을 누리며 ‘단 한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다.


| 그러므로 남김없이 슬퍼할 것이다. 마음껏 그리워할 것이다. 사소한 기쁨을 누릴 것이다. 후회 없이 사랑할 것이다. 그것은 목화가 원하는 삶. 둘이었다가 하나가 된 나무처럼 삶과 죽음 또한 나눌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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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사람
단 한 사람
변화의 세기
향후 천 년 동안, 서구에서는 일반적인 생활수준이 하향 곡선을 그릴 것이며, 극 부유층의 권력이 강화될 것이다. 사회 구조의 측면에서 볼 때, 2000년보다는 1800년에 가까운 지점으로 회귀하게 될 것이다. 유일한 질문은 그 지점으로 급격히 고통스럽게 나아갈 것인가, 아니면 서서히 나아갈 것인가이다.
향후
향후
변화의 세기
전 세계적 위기를 두려워해야 할 주된 이유 가운데 하나는 사회적 안일함이다. 역사에 대해 잘 알지 못하고, 인류가 갑작스럽게 재앙을 맞이하는 미래를 상상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자기 세대나 자녀 세대에서 '정상적인' 삶이 무엇인지에 대한 관념이 바뀔 수 밖에 없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다. 이런 사람들은 완전히 늦어버릴 때까지 20세기 후반에 누렸던 모든 특권을 계속해서 요구할 것이다.
전 세
전 세
변화의 세기
민주주의가 사람들에게 합리적인 생활수준을 제공하지 못하게 될 때, 민주주의란 아무래도 좋은 것으로 여겨질 것이다. 어떤 사람에게는 가난에 시달리는 가족에게 충분한 음식을 가져다주는 것이 학교 교육보다 더 우선순위를 차지하게 될 것이다. 특히 가난한 사람들 사이에서 다시금 매춘이 만연할 것이며, 그에 따라 여성에 대한 존중이 줄어들 것이다. 이런 상황이 되면 서구 전역에서 사실상의 노예 계급이 다시금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진실은, 많은 사람들이 가족이 굶어 죽는 모습을 보느니 자신의 자유를 기꺼이 음식과 피난처로 바꾸고자 한다는 것이다. 민주주의의 얼굴은 점차 변해갈 것이다. 경제 성장이 곧 '정상' 상태라고 자신만만해하던 정치인들의 미소에서, 환멸과 실망으로 가득한 사람들의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말이다.
민주주
민주주
[2023 그믐 연말결산] 1. 그믐 회원들의 인생책

안녕하세요, 그믐의 안내자 도우리입니다.

2023년 한 해가 마무리 되어가고 있는데요, 11월과 12월에 걸쳐 열리는 열일곱 번째 그믐밤에서 그믐 연말결산 콘텐츠를 하나씩 발표하고 있어요.


다양한 방식으로 2023 그믐을 돌아보고, 여러분께 재미있는 이야기 들려드릴게요.첫 번째 키워드는 바로 ‘인생책’입니다.


그믐에는 [내 서재]라는 공간이 있는데요, [내 서재]에는‘인생책’, ‘추천책’, ‘읽은책’, ‘관심책’을 담아두실 수 있습니다. ‘인생책’ 책장에는 내 인생에 영향을 준 책을 최대 29권까지 꽂아두실 수 있어요.올 한해 동안, 여러분이 제일 많이 ‘인생책’ 책장에 꽂아주신 책 10권을 발표합니다. (2023년 11월 21일 기준)


1위 <데미안>(헤르만 헤세, 여러 출판사)

2위 <사피엔스 - 유인원에서 사이보그까지, 인간 역사의 대담하고 위대한 질문>(유발 하라리, 2023)

3위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룰루 밀러, 2021, 곰출판)

4위 <자기 앞의 생>(에밀 아자르, 여러 출판사)

5위 <코스모스 – 보급판>(칼 세이건, 사이언스북스)

6위 <그리스인 조르바>(니코스 카잔차키스, 여러 출판사)

7위 <스토너>(존 윌리엄스, 알에이치코리아, 2015)

8위 <소년이 온다>(한강, 창비, 2014)

9위 <밝은 밤>(최은영, 문학동네, 2021)

10위 <상실의 시대>(무라카미 하루키, 문학사상사, 2010)


1위부터 5위까지는 해외 소설 그리고 인문교양, 과학 분야 책이 고루 보여요. 6위부터 10위까지는 전부 소설입니다. 많은 분들이 소설을 인생책 책장에 꽂아주셨네요. 여러분의 인생책은 무엇인가요? ( [인생책 5문5답] 참여 링크)


그리고 2023 올해의 책은 무엇인가요?


지금 그믐밤에서 여러분의 올해의 책을 나눠주세요 :)


그믐밤 참여하기 ▷[그믐밤] 17. 내 맘대로 올해의 책

열린 어둠 - 렌조 미키히코

이 소설 직전에 읽은 일본 미스터리가 <어두운 범람>이었는데 둘의 제목이 너무 헷갈린다. <어두운 범람>과 <열린 어둠> 기묘하게 대칭으로 닮았는데 둘 다 뒤돌아서면 제목이 잘 기억나지 않는다.

 

<어두운 범람>이 ‘일상’ 느낌이라면 <열린 어둠>은 조금 더 뒤틀렸고 느아르 풍이다. 야쿠자, 형사, 뒷골목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짧지 않은 단편 9개가 실려 있어 팬들에게는 꽤 선물 같은 단편집일 듯.

‘대역’ ‘열린 어둠’ 같은 작품은 무리수를 너무 심하게 두었다. 대체 어느 시대를 배경으로 한 것인지 찾아보게 만들 정도로 작품내에서 과학수사가 무시되고 있다. ‘과거에서 온 목소리’ ‘베이 시티에서 죽다’ 등 절반 정도는 재미있게 읽었고 나머지 절반은 다소 실망스럽다. 

 


열린 어둠
열린 어둠
812. 이제 나가서 사람 좀 만나려고요 (제시카 팬)

내향인인 저자는 1년 동안 외향적으로 살아보려는 노력을 제대로 한다. 모르는 사람에게 말을 걸고, 즉흥 연기 수업을 듣고, 데이팅 앱으로 사람을 만나고, 스탠드업 코미디를 하고, 디너파티를 주최한다. 그 좌충우돌 과정에서 느낀 점, 주변 사람들의 반응, 자신의 달라진 점을 상세히 적은 것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롭다. 그리고 유머 감각이 무척 뛰어나다.

이제 나가서 사람 좀 만나려고요 - 어느 내향인의 집 나간 외향성을 찾아서
이제 나가서 사람 좀 만나려고요 - 어느 내향인의 집 나간 외향성을 찾아서
811. 자기계발 수업 (안나 카타리나 샤프너)

단순히 자기계발의 역사를 훑거나 현대 자조론의 우스꽝스러운 면을 놀리는 책이 아니다. 좋은 삶을 향한 탐구가 수천 년 동안 낸 답안과, 그 의지를 변질시키는 상업 논리의 허점을 정리한다. ‘현대 사회에서 고상한 욕구가 왜 그토록 푸대접 받고 저질스러운 응답만 얻는가’라는 질문은 분명 던져볼 만한 가치가 있다.

자기계발 수업 - 인류의 성장 열망이 이끌어낸 열 가지 핵심 주제
자기계발 수업 - 인류의 성장 열망이 이끌어낸 열 가지 핵심 주제
23-062 | 엘리자베스 개스켈, 고딕 이야기

은행나무 (231120~231126)


❝ 별점: ★★★★

❝ 한줄평: 섬뜩하고 으스스한 분위기를 좋아한다면 고딕!

❝ 키워드: #고딕 | 실종, 추적 | 사랑, 파멸 | 살인, 죄악 | 저주, 참회 | 예언, 운명 | 꿈, 환상

❝ 추천: 현실과 환상 사이의 공포를 사랑하는 사람


❝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고딕 문학의 고전 ❞

/ 출판사 소개


📝 (23/11/26) 은행나무 브릭스 북클럽을 마치고 선물 받았던 책 『고딕 이야기』를 이제야 읽게 되었다. 대학교 때 고딕 소설을 읽는 수업을 들었었는데, 어딘지 모르게 으스스하고 황량한, 그러나 풍부한 배경 묘사는 내 마음을 사로잡아 고딕소설에 흥미를 느끼게 됐다. 소설집 제목이 ‘고딕 이야기’라서 망설임 없이 고른 책인데 가을, 겨울 분위기가 나는 단편들이 많아서 지금 읽기 딱 좋단 생각을 했다.


✦ 다른 사람이 플레이하는 공포 게임 영상을 즐겨 보고, 인터넷의 괴담 이야기를 읽거나 영상을 보는 게 재미있다. 소설은 그런 콘텐츠들과 또 다른 재미가 있다. 현대 공포 소설도 좋지만, 내가 경험해 본 적 없는 오랜 과거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고딕 소설은 참 매력적이다.


✦ 옮긴이의 말에서 ‘문학에서 고딕은 초자연적 현상과 같은 경이로움, 떠도는 유령의 두려움, 현재를 엄습하는 과거의 공포를 이야기한다.’(p.360)고 말한 것처럼, 개스켈의 소설에서는 유령에 대한 두려움뿐만 아니라 일상을 함께 살아가는 사람에 대한 공포, 초자연적 현상에 대한 섬뜩함, 현재를 불안하게 하는 과거의 압박감 등을 다루고 있다.


✦ 유령이나 귀신보다 사람이 무서운 나는, 이번 소설집을 읽으면서도 인간의 잔인함과 끔찍함이 더 무서웠다. ‘저주’를 다룬 두 단편 「빈자 클라라 수녀회」와 「그리피스 가문의 저주」가 특히 인상적이었다. 두 단편은 무서우면서도 쓸쓸하게 슬퍼서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 올여름에 고딕 소설을 잔뜩 샀었지만 읽지 못하고 책장 한 구석에 밀어두었었는데, 이번 소설집을 읽으니 내년 여름에는 꼭 고딕 소설들을 챙겨 휴가를 가야겠단 생각을 했다. 


(*은행나무 브릭스 북클럽 종료 후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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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

: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 이들이 이렇게나 많다니


| 다시 한번 말하자면 나는 형사 경찰의 시대에 사는 것에 감사한다. 내가 살해당하거나 중혼을 한다면, 어떤 경우든 내 친구들은 어렵지 않게 그 일에 대해 전부 알게 될 것이다. (p.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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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보모 이야기」

: 사랑이 대체 뭐길래······


| 더더욱 몸서리쳤던 것은 그 지독한 날씨의 고요함 속에서, 그 아이 유령이 온 힘을 다하고 있음에도 그 작은 손이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고, 울부짖고 울고 하는 것이 보임에도 어떤 희미한 소리도 내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냈을 때였다. (p.5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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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지주 이야기」

: ‘범죄를 저지르는 꿈’은 진짜였을까 아니었을까


| “끔찍한, 끔찍한 살인이었어요! 그 살인자가 어떻게 될지 궁금하군요. 난 붉게 달아오른 저 불의 중심이 마음에 들어요. 봐요, 얼마나 까마득하게 멀어 보이는지. 그리고 그 먼 거리가 어떻게 저것을 무시무시한, 꺼버릴 수 없는 무언가로 만드는지.” (p.85-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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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자 클라라 수녀회」 ⛤

: 저주와 참회, 그리고 속죄


| “하지만 제가 어쩌겠습니까? 우리는 하느님을 제외하고는 모두에게 버림받았습니다. 하느님조차 기이하고 사악한 힘이 우리를 괴롭히는 것을 허락하고 있으니 제가 어쩌겠습니까! 어디까지 가야 끝이 난단 말입니까?” (p.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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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피스 가문의 저주」 ⛤

: 예언을 거스르려는 노력, 운명의 힘은?


| “나는 그대에게 살아가라는 저주를 내린다. 나는 안다, 그대가 차라리 죽기를 기도하게 되리라는 것을. (…)” (p.1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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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굽은 나뭇가지」 ⛤

: 인륜보다 못한 천륜


| “세상에 돈 같은 게 없었으면 좋겠어. 그랬다면 당신이 이렇게 되지 않았겠지. (...)” (p.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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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하다, 사실인지」

: 꿈인지 현실인지 모를 몽환적인 하룻밤


| 저는 넓은 계단 양쪽으로 펼쳐진 비어 있는 커다란 회랑에서 웅장하게 밀려드는 웅얼거림을 (마치 먼 바다에서 물결이 밀려나고 또 밀려들기를 영원히 반복하는 그 쉼 없는 소리를) 들은 것만 같았고, 우리 위 어둠 속에 희미하게 그 소리를 인지하고 있는 것만 같았습니다. 마치 수 세대에 결친 목소리가 침묵하는 허공에서 메아리치다 물러가고 있는 듯했습니다. (p.336-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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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범한 일상을 이어가다가도 불현듯 느끼는 불안과 섬뜩한 공포를 인간 내면에 대한 통찰과 함께 풀어가는 개스켈의 19세기 고딕 이야기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익숙하게 다가와 가슴 깊은 곳을 휘저을 것이다. 에세, to be, 인간이 존재하는 한 느낄 수밖에 없는 근원적 두려움을 이 작품을 통해 다시 한번 찬찬히 들여다보게 될 것이다. (옮긴이의 말, p.362-3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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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딕 이야기
고딕 이야기
23-061 | 오야마 세이이치로, 붉은 박물관

리드비 (231123~231124)


❝ 별점: ★★★★

❝ 한줄평: 예상을 넘어 상상 그 이상을 보여주는 사건의 진상

❝ 키워드: 범죄 | 살인사건 | 증거품 | 서류 | 재수사 | 진상 | 미스터리 | 추리 | 반전 | 경찰

❝ 추천: 예측을 뛰어넘는 흥미진진한 미스터리를 좋아하는 사람


❝ “나는 이 '붉은 박물관'이 법망을 피해 도망치는 범인을 막아 내는 최후의 보루라고 생각한다.” (p.51) ❞


❝ “사건의 진상이 뭐든지 간에 그것을 밝혀내는 것이 경찰관의 사명이니까요.” (p.99) ❞


🏢 첫 문장: 데라다 사토시는 녹슨 철문 앞에서 깊디깊은 한숨을 쉬었다. (p.9)


📝 (23/11/25) 청년서가와 리드비가 함께 한 기대평 이벤트에 당첨되어 감사하게도 『붉은 박물관』 도서를 제공받았다. 카드 뉴스가 매우 흥미로워서 눈길이 갔던 책이었는데, 정말 오랜만에 읽게 된 일본 미스터리라서 더욱 기대가 되었다. 몇몇 미스터리들은 중간쯤 읽다 보면 대충 범인을 때려 맞추곤 했는데 이번에는 읽으면서 나의 예상이 한 번 빼고 모두 빗나가서 더욱 재미있게 읽었다. ‘예상을 넘어 상상 그 이상을 보여주는 사건의 진상’이란 한 줄 평을 쓴 것도 정말 사건의 진상들이 상상 그 이상으로 충격적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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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경시청 부속 범죄 자료관 ‘붉은 박물관’은 일정 기간이 지난 사건의 증거품과 수사 서류가 모이는 곳이다. 천재적인 고위직 경찰 커리어지만, 의사소통 능력은 거의 제로인 관장 히이로 사에코와 수사 과정에서 중대한 실수를 저질러 수사 1과에서 좌천된 조수 데라다 사토시 콤비는 증거품과 수사 서류를 데이터베이스화하며 수상한 점을 발견하게 되면 사건의 진상을 밝히기 위한 재수사를 진행한다. 박물관의 수위 오쓰카 게이지로, 미화원 나카가와 기미코가 나오는 장면도소소한 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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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에코가 재수사를 지시하면 사토시는 사건 관련 인물을 만나며 사건 당시의 일을 묻기도 하고 사에코가 물어보라고 한 것을 질문하기도 하며 사건의 진상을 밝히기 위한 정보를 얻는다. 그래서 사토시와 함께 단서를 얻어 사건을 추리해나간다는 느낌이 들어서 더욱 재미있었다. 그래서 나름 메모를 하며 열심히 추리해 보았지만 사에코의 번뜩이고 천재적인 추리의 반의 반의 반도 따라가지 못했다. ㅋㅋ 다섯 개의 사건 중에서 나는 <죽음이 공범자를 갈라놓을 때까지>와 <죽음에 이르는 질문>이 특히 충격적이고 재미있었다. 제목을 잘 생각하면서 읽는다면 아마 추리하다가 정답에 도달할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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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건의 진상이 뭐든지 간에 그것을 밝혀내는 것이 경찰관의 사명’이라는 사토시와 붉은 박물관이 ‘법망을 피해 도망치는 범인을 막아 내는 최후의 보루’라는 사에코. 증거품과 수사 자료를 살펴 재수사를 지시하고, 사토시가 수집해 온 추가정보들을 바탕으로 번뜩이는 추리를 해서 사건의 진상에 도달하는 사에코. 사에코도 인정한 기억력과 관찰력을 바탕으로 착실하게 정보를 수집하고 보고하는 사토시. 둘의 조합이 기가 막히다. 탐정물보다 이런 콤비물이 더 내 취향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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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상 그 이상을 보여주는 사건의 진상이 궁금하다면, 예측을 뛰어넘는 흥미진진한 미스터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소설을 재미있고 만족스럽게 읽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읽으면서 히이로 사에코의 외모 언급이 꽤 많아서 ‘꼭 필요한 이야기인가’ 의문이 들었는데 생각해 보니 작가님이라면 이 정보도 괜히 언급한 게 아닐지도...? 후속작 『기억 속의 유괴』가 지금 예약판매 중이던데 출시되면 이 작품도 꼭 읽어봐야겠다! 책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청년서가와 리드비가 함께 한 기대평 이벤트 당첨자로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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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박물관
붉은 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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