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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가의 살인사건 - 히가시노 게이고

히가시노 게이고가 쓰는 80%의 소설은 다들 비슷하게 재미있다. 살인 사건이 등장하고 사건을 파헤치는 재미가 있고 후반부의 적당한 반전. 하도 많이 읽었더니 이제는 이 작품과 저 작품이 머릿속에서 합쳐져서 가끔은 분리가 잘 안 될 때도 있다.

 

그의 작품 중 살인 사건보다는 웃음에 초점을 맞춘 코믹 소설류가 있다. <명탐정의 규칙> <독소 소설> 등이 그것인데 <추리소설가의 살인사건>도 그중 하나. 총 8편의 단편이 실려 있는데 처음 등장하는 <세금 대책 살인사건>부터 빵빵 터진다. 세금을 피하기 위해 자신이 사용한 모든 지출을 경비로 인정받고자 하는 소설가. 그러자면 구입한 물품이나 서비스를 소설 속에 전부 등장시켜야 한다. 결국 일본의 소도시에서 일어나야 하는 사건은 하와이가 배경이 되고 등장인물들은 쓸데없이 골프를 치고 쇼핑을 하게 된다. 


작가도 편집자도 독자도 모두 늙어버려 그 무엇도 기억하지 못하게 된 미래를 그린 <고령화 사회 살인사건>, 소설 분량 늘리는 꿀팁을 알려주는 <장편소설 살인사건> 그리고 2001년에 일본에서 책이 나왔는데 마치 지금의  AI 현실을 예상이라도 한 듯 소름끼치게 정확한 예언처럼 느껴지는 <독서 기계 살인사건> (독서 기계라 불리는 물건이 나오는데 지금의 AI 와 똑같다.)

추리소설가의 살인사건
추리소설가의 살인사건
[큰글자도서] 달러구트 꿈 백화점 - 주문하신 꿈은 매진입니다
저는 꿈에 대해 생각할 때마다 이 질문을 떠올려요. '사람은 왜 잠을 자고 꿈을 꾸는가?' 그건 바로, 모든 사람은 불완전하고 저마다의 방식으로 어리석기 때문이에요.
저는
저는
[영화]괴물-고레에다 히로카즈 2



9일날 영화를 처음보고 10일날 바로 한번 더 봤다.

저번 글은 그 당시에 남긴 짧은 글.


내한한 배우들의 무대인사를 보러 어제 영화를 2번 더 보게 됐고

살면서 영화관에서 같은 영화를 4번이나 본 건 처음이다.

하루에 같은 영화를 두 번 봤음에도 좋았다.

알던 장면에서도, 미처 발견하지 못한 낯선 장면에서도 마음이 아팠다.



다시 태어난다는 게 뭐죠.


다시 태어나고 싶은 그 마음이 뭘까요.



나는 그 마음을 안다.

그래서 그 마음을 갖고 속절없이 흔들리는 아이들을 보니 

나도 어쩔 도리 없이 마음이 뭉개진다.


뭉개지는 마음을 안고 

내가 영화 속 햇살이 되고 싶다고

햇살이 될 수 있다면

햇살이 될 수 있기를


그런 바람을 되뇐다


-

신뢰하고 애정하는 이동진 영화 평론가님의 한줄평을 적어둔다.

이 한줄평만 읽고서 봐야겠다고 마음 먹고 아무런 정보 없이 보러 간 영화였다.


'오해를 경유해서 이해의 이르는 경험 끝에 관객은 그 햇살 아래서 증인이 된다.'


-

각본가 사카모토 유지의 말도 같이 남긴다.


'단 한 명의 외로운 사람을 위해 썼다.

스스로를 사랑하지 못하는 누군가에게 응원을 보내는 영화가 되길 바랐다'


덕분에 같은 바람을 나눠 가질 수 있었다.

괴물
괴물
그믐 송년회

그믐 송년회가 있었어요.

전원이 재택 근무중이라 만날 때마다 어색한 우리들. 

일 년에 서너 번 얼굴을 마주하니 볼 때 마다 너무 반갑습니다. 건강이 좋지 않아 고향에 이르게 내려간 팀원분도 한 분 계셔 이 점이 조금 아쉬웠지만요. 


“우리 사진 같이 찍은 것, 그믐 인스타에 연말 인사로 올릴 테니 본인 얼굴 나오기 싫은 분들은 옆모습 부탁드려요.” 라고 이야기했는데 “왜 그래야 하나요? 전 얼굴 크게 나오고 싶은데요.” 라며 격한 자신감을 보여주신 여러분, 사랑합니다. 한 해 동안 너무나 고마웠습니다. 


“우리가 사라지면 암흑이 찾아온다” 


내가 아니고 우리일 수 있어서, 행복했던 23년이었어요. 

반쪽의 과학사Horizons:A Gobal History of Science

이 책의 저자 James Plskett는 영국 Warwick대학에서 과학사와 技術史(기술사)를 연구하고 가르치는 부교수라고 한다. 이 책은 얼마 전 일본에서 2023년 12월에 번역된다는 야후 재팬 기사를 읽고 찾아 보니 한국에서는 이미 2022년도에 ‘반쪽의 과학사’라는 표제로 소개가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원 제목은 Horizons: A Global History of Science이다. 인식의 지평을 새로 열게 하는 과학사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듯 하다. 그래서 서구 중심의 과학사가 익숙한 우리에게 서양 사회가 아닌 나머지 세계에서의 발견, 공헌 등에서 대해서 연구한 참신성이랄까 하는 것으로 소개하는 것처럼 보였다. 실제로, 아랍(오스만 터키), 러시아, 일본, 중국 등의 과학자들에 대한 소개가 대부분이다. 이슬람의 중세는 고대 그리스의 과학과 수학을 창조적으로 계승해서 발전시키고 있었다. 예를 들어, 프톨레마니의 천동설에 대해 계속적인 의문을 표시하는 이슬람 과학자들이 많았고 이런 이들의 관찰과 주장을 토대로 코페르니쿠스의 태양중심설이 출현하게 된 배경이라고 한다. 


하지만, 책을 다 읽고 보니 저자가 주장하는 것은 과학을 단지 순수 과학이 아니라 제국주의, 또는 식민지의 극복과 같은 사회경제학적 또는 정치경제학적 맥락 안에서 파악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서양 근대과학의 발전은 서양세력의 제국주의, 정복전쟁과 아주 밀접히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 책의 要旨(요지)다.


서구 사회가 소위 ‘관찰과 실험’에 기초한 과학적 방법론을 일반화시키는 계기는 1492년 콜롬버스의 신대륙 발견에서 비롯된다. 그때까지 유럽사회는 조선사회가 공자왈 맹자왈을 하듯이 아리스토텔레스의 물리학, 플레니의 자연사, 프톨레마이의 천문학 등이 하나의 도그마였다. 과학을 한다는 것은 이들의 고전을 읽고 필사하고 외워 토론하는 것이 전부였다고 한다. 그러나, 신대륙에서 만나게 되는 새로운 동식물, 광물 등은 이런 관습적 행태 안에서 도저히 설명도 이해도 되지 않는 것이었기 때문에 이들 스페인 정복자들에 의해서 ‘관찰과 실험’ 그리고 경험에 의지하는 소위 근대의 과학적 방법론이 일반화되기 시작한 것이라고 한다.


나는 지금까지 서유럽의 과학적 전통이 아리스토텔레스와 같은 고전 고대의 전통에서 비롯되는 줄 알았다. 그러나, 이 책을 통해서 오히려 서양 중세를 지배해왔던 고대 그리스 로마의 과학적 교리들이 깨지는 과정에서 근대적 과학적 방법론이 나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즉,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씀과 같은 權威(권위)가 아니라 구체적인 사실에 대한 관찰, 실험, 경험만이 더욱 중요하게 된 것이다.


이미 잉카, 아즈텍 문명 등에서는 식물에 대한 연구가 오랜 시간 잘 축적되어 있었고 藥用(약용) 등 다양한 요소에 따른 분류 체계도 잘 정리되어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현지 토착 인디언들의 지혜와 경험을 그대로 잘 옮겨 담아낸 것이 근대 식물학의 기초가 되었다고 한다. 또, 동물들에 대한 연구 역시 갈라파고스, 파타고니아 등에서 다양한 동물들의 관찰과 화석의 채집 등을 통해서 다윈 이전부터 이미 ‘진화론’의 맹아가 싹트기 시작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근대 계몽주의 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아이작 뉴턴의 프리키피아 역시 영국의 전지구적 제국주의 국가경영에서 그 정보를 수집할 수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한다. 뉴턴은 영국 조폐국의 책임자였고 노예무역을 주로 하는 the South Sea Company의 투자자였다. 때문에 중력이라는 보이지 않는 힘의 실체를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은 영국의 제국주의와 불가분의 관계가 있었다고 주장한다. 


한편, 근대에 있어서 일본의 잠재력과 활약은 숙지하고 있기 때문에 과학에서 그들의 성취는 그리 놀랄만 것이 아니었지만 제정 러시아와 소비에트 시대를 거치는 과정에서 러시아의 과학적 성취는 예상하는 것 이상이었다. 특히, 저온 물리학 분야에서 러시아의 공헌이 절대적이었던 것처럼 보인다. 또, 인도 민족주의와 과학이 얼마나 강하게 결합되어 있는지 하는 예시들이 관심을 끄는 내용들이었다.


하지만, 오스만 제국의 몰락과 해체는 1차 대전의 패전이 훨씬 더 큰 이유가 되는 것처럼 보인다. 아마도, 오스만 제국의 정치적 선택이 보다 현명했다면 현재의 伏魔殿(복마전)과 같은 중동정세는 훨씬 더 안정되어 있었을 것이다. 


또, 1953년의 크리크와 왓슨가 DNA가 나선구조를 발견한 이래 유전과학에서 가장 눈부신 성과를 이뤄낸 분야는 바로 농업 혁명이었다고 한다. 농업혁명의 발원지는 멕시코에서의 옥수수 품종개량이었다고 한다. 미국은 냉전이 본격화 되면서, 남미에서 특히, 국경을 맞대고 있는 멕시코에서의 左傾化(좌경화)를 상당히 경계하고 있었다. 그리고, 한 사회가 사회주의화 되는 배경에는 식량 문제가 가장 중요한 원인이 된다고 파악했다. 그래서 록펠러 재단이 멕시코의 농업생산력을 끌어 올릴 수 있는 연구에 대한 지원을 전폭적으로 하게 된다. 이를 일컬어 60년대의 ‘녹색 혁명’이라 칭하게 되며 그 발원지는 멕시코였다. 


한국에서도 비슷한 시기에 녹색혁명이 있었고 그것을 성공적으로 성취한 국가 중의 하나였다. 그런데, 쌀의 경우는 옥수수나 밀에 비해 잡종교배가 쉽지 않아 그 발전이 지체되고 있었다. 그런데, 중국의 원륭평이라는 인물에 의해서 엄청난 혁신이 이뤄지게 된다. 모두가 아는 것처럼 1950년대 중국공산당의 중국은 ‘대약진 운동’의 대실패에 의해서 수천만 명의 아사자가 나오는 대참극이 있었다. 또 뒤이어 문화대혁명을 거치며 원륭평은 농촌으로 하방을 하게 되며 또 한 때는 다른 지식인들과 마찬가지로 단지 지식이 많다는 이유로 교도소에 수감되는 우여곡절을 겪지만 결국 그의 연구 성과를 눈여겨 보던 고위 공산당 간부에 의해 극적으로 풀려나 농업 혁신을 이루게 된다.


지금까지, 한국의 녹색혁명은 ‘필리핀’ 등에서의 성과를 바탕으로 이루어진 것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혹시, 원륭평과 같은 인물의 기여도 있었던 것은 아닌지 궁금증이 생긴다.


전에 ‘코드 브레이커(Code Breaker)’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다. 유전자 편집 가위(CRISPR/Cas9)기술에 대한 논문 발표 또는 노벨상을 두고 미국의 제니퍼 도나 그리고 미국의 중국계 과학자, 그리고 유럽의 연구자가 치열하게 경쟁하는 내용이 잘 소개되어 있다. 책을 읽다 보면 솔직히 노벨상이 또는 그 유전자 편집 기술이 그 미국의 백인여자 연구자만이 배타적 독점적으로 주장할 수 있는 연구 성과인지 상당한 의심을 갖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아마도 대부분의 유력한 논문 수록 기관들을 미국과 서유럽이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그들 출신들에게 어드밴티지가 주어지는 것이라는 사실도 쉽게 눈치 챌 수 있다. 


일반적으로 영국의 과학사가들이 저자와 같은 시각을 갖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시각 때문에 지구 반대편에 있는 나같은 사람도 이 책을 사서 읽게 되는 것이고 또 하나의 틈새 시장을 공략에 성공한 연구 성과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23-079 | 소강석, 너라는 계절이 내게 왔다

샘터 (231217~231220)


❝ 별점: ★★★★

❝ 한줄평: 아름다운 사계절의 풍경과 깊은 사유가 담긴 시집

❝ 키워드: 사계절 | 봄 | 여름 | 가을 | 겨울 | 사랑 | 비 | 무지개 | 자연 | 별 | 달

❝ 추천: 시가 어려워서 피했던 사람, 쉽고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시를 만나고 싶은 사람


❝ 인생을 살다 보면 꽃이 필 때도 있고 바람이 불고 비가 내릴 때도 있습니다. 아니, 언젠가는 낙엽이 되어 떨어지고 폭설에 갇혀 길을 잃을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사랑하는 이와 함께 한다면 그 모든 날들이 상처의 계절이 아닌 사랑의 계절이 되어 감싸주리라 믿습니다. ❞

/ <시인의 말> 부분


📝 (23/12/21) 샘터 물방울서평단 마지막 서평 도서로 서정 시인 소강석 목사의 『너라는 계절이 내게 왔다』를 골랐다. 최근 시집을 많이 읽는 중인데, 제목이 인상적이라 꼭 읽어보고 싶었다.


✦ 1부는 봄과 여름, 2부는 가을과 겨울을 느낄 수 있는 시들이 실려 있고, 3부는 비와 무지개, 4부는 등대와 별, 달, 바다 등 다양한 시상이 담긴 시들이 실려 있다.


✦ ‘어렵고 난해한 시보다는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고 마음이 따뜻해지는 감성 시들을 써보고 싶었다’는 시인의 말처럼 친근한 어투와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문장들에 어렵지 않게 시를 읽어 내려갈 수 있지만 시들에 담긴 시인의 깊은 통찰과 사유는 결코 가볍지 않다. 계절의 변화에 따른 아름다운 풍경을 노래하며 시인은 세상만물의 이치를 독자에게 전한다. 


✦ 꽃이 피고 지는 것을 만남과 이별에 빗대거나(「봄 2」), 인고의 세월을 견딘 여름 바다의 절벽이 파도를 기다리는 모습을 그리기도 하고 (「여름 5」), 단풍과 낙엽에서 사랑과 이별을 떠올리게 하며(「가을 9」), 아무도 걷지 않은 길을 발자국이없는 눈송이가 먼저 걸어가는 모습을 상상하게(「겨울 6」) 하는 시인. 사계절을 지나서 시인은 소나기와 비, 무지개를 건너 등대와 별, 달이 보이는 바다로 나아가 흘러 흘러 흙과 공기, 물과 불이라는 지구 만물의 근원에 관해 이야기하며 시집을 마무리한다. 인생이라는 사계절을 지나 태초의 상태로 돌아가는 듯한 느낌. 시집의 완결성이 우리에게도 깊은 사색을 하도록 여운을 남긴다.


✦ ‘슬픔과 절망, 상처를 딛고 다시 사랑과 희망의 마음을 찾기를’ 바라는 사랑이 가득 담긴 시인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듯하다. 매서운 추위로 마음까지 꽁꽁 얼어붙을 것 같은 이 겨울, 『너라는 계절이 내게 왔다』로 모두의 얼어붙은 마음이 조금은 녹아내릴 수 있길 바란다.


(*출판사 서평단으로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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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풍 물든다는 것 생각해 보니

   다 빼앗기고

   더 이상 숨길 수 없어

   가장 깊은 사랑 보여주는 것이었네

/ 「가을 9」 (p.48)


❝ 비를 기다려서는 안 된다

   비는 길을 걷는 자에게 온다

   비는 기다림 끝에 오는 것이 아니라

   비를 찾아 떠나는 자에게 내린다.

/ 「비 2」 (p.75)


❝ 누군가를 만나 이야기를 듣는다는 건

   새로운 세계를 만난다는 것이다

   난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듣고 살았나

   또 얼마나 많은 이야기에 귀 막고

   눈 감고 살았나

/ 「등대 1」 (p.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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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았던 시


1부 | 봄에서 여름으로

✎ 「봄 2」

✎ 「봄 6」

✎ 「여름 1」

✎ 「여름 5」


2부 | 가을 지나 겨울

✎ 「가을 5」

✎ 「가을 6」

✎ 「가을 9」

✎ 「겨울 2」

✎ 「겨울 6」

✎ 「눈송이 1」


3부 | 소나기 끝에 무지개

✎ 「소나기 1」

✎ 「소나기 6」

✎ 「비 2」

✎ 「무지개 1」


4부 | 등대와 별 그리고

✎ 「등대 1」

✎ 「별 4」

✎ 「흘러간다」

✎ 「야간기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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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라는 계절이 내게 왔다
너라는 계절이 내게 왔다
쇼펜하우어 유행

오래간만에 찾아본 베스트셀러 목록에 쇼펜하우어 관련 책이 3권이나 있었다. 쇼펜하우어를 한참 좋아했던 나로서는 반갑기도 또 의아하기도 하다. 요즘 말로 하자면 쇼펜하우어는 정말 ‘매운 맛’ 철학자인데. 하긴 존재하지 않음이 존재하는 것보다 차라리 낫다고 했던 그였으니 지금의 저출생 한국 상황과 참으로 맞아 떨어지는 철학자인 걸까?


“인생이 고통이야, 몰랐어?” 라는 대사는 <달콤한 인생>의 백사장 이전에 쇼펜하우어가 먼저다. 그에 따르면 고통과 불운은 예외적인 것이 아니라 일반적인 규칙이며 삶의 기본 조건으로 품고 가는 것이다. 쾌락은 기대한 것보다 크지 않은 반면 고통은 상상한 것보다 훨씬 크다. 쓰다 보니 점점 더 우울해진다. 하지만 정작 철학자 자신은 70세 넘어까지 잘 산 듯 한데 그를 끝까지 붙들어 주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 - 마음의 위기를 다스리는 철학 수업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 - 마음의 위기를 다스리는 철학 수업
시시리바의 집 - 사와무라 이치

무서운 영화는 잘 못 보지만 무서운 책은 그럭저럭 읽는 편이다. 그러고 보면 무서운 영화는 영상보다도 갑자기 크게 울리는 소리의 효과가 컸던 것 같다. 점프스케어라고 하던가? 공포라는 수식어보단 깜놀이라는 표현이 더 적절한 영화들도 많다. 


이 책은 꽤 무섭다고 추천을 받았는데 작품에서 주된 공포의 소재로 등장하는 모래와 기다랗게 키가 큰 영혼의 모습이 그다지 무섭지 않았다. 고어한 부분도 별로 없어 잔잔하고 따뜻하게(?)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며 읽어볼 만하다. 하지만 극히 개인적 생각이니 읽고 무서워서 잠 못 자도 책임은 못 짐.  

시시리바의 집
시시리바의 집
23-078 | 정재율, 온다는 믿음

현대문학 (231219~231219)


❝ 별점: ★★★★

❝ 한줄평: 각자의 종착역에 도달할 날이 온다는 믿음

❝ 키워드: 사랑 | 영원 | 신 | 열차 | 우주 | 삶 | 죽음 | 종착역 | 마음 | 나무 | 꿈 | 영혼 | 믿음

❝ 추천: 우주와 숲을 유영하는 듯한 시들이 궁금한 사람


❝ 산 자도 죽은 자도 모두 다 함께 종착역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

/ 「온다는 믿음 1」 (p.24)


📝 (23/12/20) 정재율 시인의 첫 번째 시집 『몸과 마음을 산뜻하게』를 가지고 있는데 어쩌다 보니 두 번째 시집인 『온다는 믿음』을 먼저 읽게 되었다.


✦ 온다는 것. 어떤 사람이나 물건이 올 수도, 어떤 때나 시점이 올 수도, 새로운 세상이 올 수도, 어떤 사건이나 현상이 올 수도, 차례나 기회가 올 수도, 어떤 느낌이나 생각 혹은 예감이 올 수도 있다. 어떤 것이 되든, ‘온다는 믿음’을 지닌다는건 마음이 충만해지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 시집을 읽으면서 ‘언젠가 종착역에 도달할 때가 온다는 믿음’에 관해 생각해 보았다. 종착역이라는 건 여러 가지가 될 수 있겠지만 우리 모두의 최종 종착역은 아무래도 ‘죽음’이니까, 자연스럽게 죽음에 관해 떠올리게 되었다.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고 마음속에 짐 한 덩어리씩을 넣고 다니는’ 인간들(「모리키 씨는 어디로 갔을까)과, ‘모리키 씨가 죽은 후 그가 앉았던 자리에 앉아 그가 무슨 생각을 했을지 떠올리며 창밖의 별들을 바라보는’(「그래도 열차는 멈추지 않고」) 화자. ‘나무 뒤에는 더 큰 나무들이 있고, 죽음 뒤에는 더 많은 죽음들이’(「숲 2—나무인간」)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정월 대보름날 오랜만에 만난 이와 오래도록 시간을 보내고 집에 갈 시간이 되었는데, 마당 밖에서부터는 배웅하는 이를 뒤로 하고 아주 먼 길을 혼자 가야만 하며(「정월 대보름」), ‘앞으로 얼마나 더 가야 종착역에 도착할지는 잘 모르겠지만 모리키 씨와 마냐나를 외치며 아침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또 기다리는’(「마냐나」) ‘나’의 마음.


✦ 모리키 씨를 중심으로 한 시들이 많아서 모리키 씨를 배웅하는 동시에 그리워하고 추억하는 한 편의 이야기를 읽는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마지막 시가 ‘나’와 모리키 씨가 종착역으로 함께 향하며 마냐나를 외치며 아침을 기다리는 시 「마냐나」인 것도 더없이 좋았다.


✦ 사진과 시를 연결 지어 이야기하는 시인의 에세이 「필름 카메라—사진」도 좋았다. 문장들을 따라가다 보면 흐름이나 상황이 보이는 소설이나 극작품과 다르게 시를 읽으면 어느 순간, 어느 감정의 파편만을 볼 수 있다는 생각에 어렵다고 느껴 잘 찾아 읽지 않았는데,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상상의 나래를 자유롭게 펼칠 수 있기도 했다. 그래서 시인의 ‘어느 한 순간에 관해 쓰지만 독자들은 페이지 너머에 있는 장면을 상상하고 더 먼 세계까지도 갈 수 있다’는 말이 참 와닿았다. 


✦ 이 시집을 읽은, 읽을 사람들이 어떤 ‘온다는 믿음’을 떠올리게 될지 궁금해지는 시집이었다. 가볍게 집어 들었지만 마음에 오래 남을 시집을 만나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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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의 좌석 위로 먼지들이 떠돌아다녔다 창밖의 별들이 우주를 유영하는 것처럼 이곳에는 떠돌아다니는 게 많아 보였다 이젠 모리키 씨도 그들 중 하나겠지 그가 신을 믿는 것처럼 나는 그의 선택을 믿었다 그가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지만

/ 「그래도 열차는 멈추지 않고」 (p.20)


 사진은 포착된 순간을 프레임 안에 담아내지만 사진을 보는 우리는 프레임 바깥의 상황까지도 떠올릴 수 있었다. 시 또한 어느 한 순간에 관해 쓰지만 독자들은 페이지 너머에 있는 장면을 상상하고 더 먼 세계까지도 갈 수 있었다.

/ 에세이: 「필름 카메라—사진」 (p.97-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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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았던 시


1부 | 넓고 큰 창을 손바닥으로 쓸어보면 어둠이 흩어졌다

✎ 「해변에서」 ⛤

✎ 「객실」

✎ 「모리키 씨는 어디로 갔을까」 ⛤

✎ 「그래도 열차는 멈추지 않고」 ⛤

✎ 「온다는 믿음 1」 ⛤

✎ 「온다는 믿음 2」

✎ 「컴컴한 것과 캄캄한 것」

✎ 「화가의 일」

✎ 「저수지는 깊고 고요해」


2부 | 여전히 그의 머리 위로 우주를 여행하는 자들이 있었다

✎ 「숲 1」

✎ 「깨진 백자」

✎ 「숲 2—나무인간」 ⛤

✎ 「정월 대보름」 ⛤

✎ 「영원성」

✎ 「마냐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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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다는 믿음
온다는 믿음
1. 문지혁, 『P의 도시』(은행나무, 2016)
"결국 모든 인간은 하나의 이야기로 요약된다. 그 이야기를 빼앗기면, 그는 죽는다." (150쪽)


같은 도시에 모여 서로의 이야기를 뺐고 빼앗기는 네 명의 인물이 등장한다. 그들의 시점이 얽히고 섥히며 흥미진진 하게 진행된다. 180여 쪽 분량의 소설이지만 빠르게 읽힌다. 


책장을 덮으며 섬짓함을 느꼈다. 누구나 나만 고통받았다고 생각하지만, 이미 누군가에게 고통을 전달했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깨달을 때 찾아오는 그런.


"타인의 고통에 대해 호기심을 갖는다는 건 어디까지가 정당한 일일까. 내가 진짜로 두려웠던 건 그의 고통에 다가감으로써 잘 숨겨져 있던 내 몫의 고통을 발견하게 되는 거였을지도 몰랐다." (106쪽)
P의 도시
P의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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