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전 지인이 물려준 문학전집(삼성출판사)을 아무도 읽지 않아 팔거나 버리려고 정리 중에 잠깐 쉬려고 읽은 단편.
소설 속 영주의 어머니 민혜는 편두통(migraine)이 있지 않았나 짐작 해 본다.
’민혜는 영주의 눈을 주시하면서 바스티유 감옥을 설명한다. 영주의 눈이 알랑알랑 흔들림다. 민혜는 그 눈동자가 흔들리고 있는 것을 느끼자 머리가 띵하니 어지러워졌다. 민혜는 방바닥 위에 가만히 엎드려본다. 심한 빈혈증이다.”
빈혈은 생각보다 어지럼을 유발하지 않는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빈혈을 어지럼의 동의어처럼 사용한다. 나는 철분제 광고때문에 이렇게 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1957년에 쓰여진 소설에도 이런 표현이 나온다. 물론 영양실조로 심한 빈혈과 이로 인한 기립어지럼 이 있었을지 모르나, 복잡한 시각자극으로 유발되는 어지럼은 편두통이 있는 사람이 흔히 겪는 증상이다.
”머리 속의 기관이 녹이 슨 기계 모양 어스렁어스렁 마찰을 일으키는 것만 같다. (중략) 그것을 보고 있던 민혜가 그만 두통을 잊고 깔깔 웃어 버린다.”
전후에 박완서 작가가 쓴 자전적 소설이라던데, 작가님은 생전에 편두통으로 고생하셨던 것은 아닐까?
경기 시작하기 전부터 허웅, 허훈 형제가 코로나와 부상으로 경기에 출전할 수 없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이대성 혼자 가드를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었다. 뉴질랜드는 한 수 아래의 전력이었으나, 이대성의 테크니컬파울로 인한 퇴장으로 한국은 가드 없이 최준용이 대신 공격을 조립해야 하는 상황으로 몰렸고, 최준용마저 테크니컬파울로 퇴장당하며 한국은 가드 없는 농구의 한계를 드러내며 경기에 패했다. 글쎄. 심판의 편파판정이 심했다는 점은 동의하지만, 한국은 평정심을 유지하지 못했다. 정신력도 중요한 전력 요소였음에도 불구하고, 또한 몇 안되는 가드진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함을 모두가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맥락에서 심판의 판정을 지적하는 한편 한국의 정신력 부족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나는 이 시리즈물에 빌런으로 등장하는 장첸과 강해성의 캐릭터성이 좋았다. 둘은 순수한 악을 체현한 인물이다. 그들의 악행에는 이유가 없다. 그들을 악으로 이끈 과거의 사연도 없다. 돈이 되는 일이라면 뭐든지 한다고 하지만 사실은 돈과 상관없는 경우에도 그들은 서슴없이 악을 실현한다. 그래서 나는 이들의 캐릭터성이 좋았다. 인간은 별다른 이유가 없을 때조차도 악을 실행하곤 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테스트 블로그
모임에서 대화 나눌 때 앗, 이건 스포일러인데 말해도 될까 싶을 때가 있어요.
그럴 때 유용하게 사용하실 수 있는 ‘스포일러 지정’ 기능을 소개해 드립니다.
특히, 소설이나 뒷부분에 반전이 나오는 스토리들은 내가 이 이야기해도 될까 고민 한 적 있으시죠? 이젠 편하게 말씀하시고 대신 ‘스포일러 지정’ 사용해 보세요. 내가 남긴 대화가 가려져서 다른 사람들이 스포일러를 피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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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쓴 글 위를 보면 작은 아이콘들이 보이실 거에요. 제일 마지막 점점 점을 눌러 보시면 ‘스포일러 지정’ 기능이 나옵니다. 클릭하시면 글자가 흐려져서 읽기 어려운 상태가 됩니다. 한 번 더 누르시면 기능이 해제되니 가벼운 마음으로 테스트해 보세요.
우리가 사라지면 암흑이 찾아온다!
책 읽는 우리들이 더욱더 많아지는 그날까지, 저는 또 새로운 기능을 들고 찾아뵐게요.
감사합니다.
[책] 소설 대장정
오랫만에 재미있는 소설을 읽었다. 이 책(다섯권짜리다)을 헌책방에서 발견했을 때, 망설임없이 구입한 것은 출판사 이름 때문이었다. 중국공산당 홍군의 대장정에 대해서는 기본적인 지식이 있었으므로 내심 대단할 것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며칠 전 이 책을 처음 읽기 시작하면서 내가 가졌던 선입견이 잘못이었음을 깨달았다.
이 소설은 읽기 시작하면 중간에 책을 덮기 어려울 정도로 재미있다. 중국 현대사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이라고 할 수 있는 홍군의 대장정이고, 그 결과가 이미 알려져 있어 흥미가 반감될 것으로 예상할 수 있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물론 이 소설을 쓴 작가 웨이웨이는 중국 인민을 대상으로 창작을 했으므로 인민들이 '대장정'에 대한 기본 상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전제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즉, '대장정'에 아무런 지식이 없는 사람은 이 소설이 그다지 감동으로 다가오지 않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따라서 이 소설을 읽기 전에 '대장정'에 관한 약간의 상식을 알아두면 좋겠다. ('대장정'에 관한 지식이 전혀 없는 사람도 소설 자체를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이 소설은 역사적 사실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등장인물들은 거의 모두 실존 인물들이다. 작가는 이 소설을 쓰기 위해 '대장정'의 실제 코스를 세 번이나 답사를 했다고 한다. 거리만으로도 무려 1만2천km나 되는 엄청난 거리이며, 그 길이 하나같이 험난하고 척박한 땅을 지나가고 있어서 그냥 지나가는 길이라고 해도 힘든 길이었는데, 당시 홍군은 최악의 상황에서 목숨을 내놓고 그 길을 지나갔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결코 평온하지 않을 것이다.
중국 공산당은 중국 남부에 자치정부인 소비에트를 구축할 정도로 세력을 키웠지만 반공을 기치로 내세운 최대 군벌 장제스(장개석)에 의해 공격을 받아 쫓기게 된다. 당 지도부는 궤멸 직전의 당을 이끌고 남부 내륙에서 북쪽 연안까지 탈출을 하는데, 이 과정이 바로 '중국공산당 노농홍군 대장정'이다. 장제스는 중국공산당과의 내전에서 초기 공산당원의 약 80%를 학살했다. 장제스를 비롯한 중국 군벌들은 돈과 권력을 가진 자들의 군사조직이었으며, 중국공산당은 중국 전체 인민의 약 90%를 차지하는 농민과 노동자를 위한 정치조직이었다.
이 소설은 '대장정'의 과정인 약 1년(368일)간의 시간을 압축했으며 거리는 약 1만km에 이르는 공간을 그렸다. 중국공산당의 상징 인물들인 마오쩌둥(모택동)은 물론이고 저우언라이(주은래), 주더(주덕), 펑더화이(팽덕회), 덩샤오핑(등소평), 린뱌오(임표) 등 공산당 지도자들이 등장하고, 홍군의 중간 간부들은 물론 일반 병사까지 고르게 등장한다.
중국공산당은 혁명집단으로, 노동자와 농민, 소수민족의 정치적 해방을 위한 투쟁을 하고 있으므로 이들이 보여주는 태도는 모든 인민의 모범이 된다. 공산당 최고 지도자인 마오쩌둥이 나이 어린 병사를 대하는 태도는 극진하다. 홍군에서 일방적 명령은 있을 수 없다. 모두가 동등한 동지로서 단지 직위에 따라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하는데, 기본은 인간에 대한 존중과 존경이다. 이것은 우리나라의 역사에서도 '동학'이 보여준 '사람이 곧 하늘'이라는 '인내천' 사상과 매우 비슷하다. '동학'도 서양의 침략에 맞서 힘없는 백성들이 뭉쳐 새로운 세상(개벽)을 만드는 것이 목적이었지만 현실에서는 실패했다. 하지만 중국공산당은 대장정을 통해 약 8만 명의 홍군이 목적지인 연안에 도착했을 때는 90%의 병력을 잃고 불과 7천명만이 남게 되었지만 이 병력으로 마침내 10년의 투쟁 끝에 중국 전체를 해방하는 혁명을 성공하게 된다.
작가는 '성공한 역사'인 '대장정'을 그리면서 크나큰 자부심과 자긍심을 보여주고 있다. 조금 삐딱하게 본다면 중국공산당을 미화한다고 하겠지만, 나는 이 소설이 '대장정'을 미화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적어도 이 당시의 중국공산당 지도부는 혁명에 관한 열정에 불타고 있었고, 인민의 해방을 위한 모범을 보이고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마오쩌둥을 비롯한 지도자들이 보여주는 고결한 품성은 마르크스-레닌의 사상을 바탕으로 하는 인간해방의 이론이 혁명의 과정에서 실천적으로 드러날 때 어떤 모습을 보여주는지를 상징하고 있다.
알려진 것처럼 '대장정' 과정에서 홍군은 90%의 병사들이 낙오하거나 국민당군에 포로로 잡히거나 길 위에서 죽어갔다. 전투로 죽은 병사들이 가장 많지만 포로로 잡혀서 죽은 병사들도 몇 만 명에 이른다. 이들은 중국의 혁명 과정에서 이름 없이 스러져간 진정한 영웅들이다. 마오쩌둥도 대장정을 마치고 대장정 과정에서 죽은 모든 홍군 병사들이야말로 진정한 영웅이라고 말했다.
이 소설이 대단한 것은, 소설만큼이나 훌륭한 그림이 거의 매 페이지마다 있다는 것이다. 그림은 션야오이가 그렸는데, 한컷 한컷에 온 정성을 들여 그 자체로 작품이다. 그림은 아름답고 선명하게 당시의 상황을 보여주고 있어서, 소설만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등장하는 인물들은 실제 인물과 똑같이 닮은 얼굴이어서 마치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다.
홍군의 '대장정'은 중국의 최고 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 '삼국지'에 견줄 수 있다. 실제 소설에서도 등장인물들은 자신들의 대장정을 삼국지와 비교하기도 한다. 중국의 역사에서 '삼국지'는 단지 소설이 아니라, 살아 있는 교훈이기도 하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중국인의 저력을 느낄 수 있다. 우리는 중국을 낮춰보고 때로 비하하기도 하지만, 중국공산당은 소수의 인원이 결집해 농민과 노동자 속으로 들어가 결국 혁명에 성공한 뛰어난 힘을 가진 나라이고, 저력이 있는 나라다. 이제는 정치체제는 공산주의, 경제체제는 자본주의라는 조금은 이상한 형태의 나라로 변했지만, 그들이 현대사에서 보여 준 혁명의 과정은 여전히 빛바래지 않고 있다.
"상영이. 나는 니가 이렇게 될 거라고 항상 생각해왔다.
고등학교 때부터, 쭉."
현재였던 과거를 공유하는 대상으로서의 친구 이야기.
나를 공유하고 나를 구성하고 나를 믿어주는 사람이 내 삶에 주는 행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