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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엘 페나크, «소설처럼»

"그건 그렇다 치고, 과연 나의 하루 생활 계획표의 어디쯤에 독서 시간을 집어넣을 것인가? 친구들과의 시간에? 텔레비전을 보는 시간에? 오가는 시간에? 가족과의 시간에? 숙제할 시간에?

언제 책을 읽을 것인가?

이건 중차대한 사안일 뿐만 아니라, 누구나 떠안고 있는 만인의 고민이기도 하다.

책 읽을 시간이 고민이라면 그만큼 책을 읽을 마음이 없다는 말이다. 따지고 보면 책 읽을 시간이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아이들도, 학생들도, 어른들도, 다들 살아가는 일에 치여 책 읽을 짬이 없다. 생활은 독서를 가로막는 끝없는 장애물이다.

"책요? 읽고야 싶지요. 하지만 직장 다니랴, 아이들 챙기랴, 집안일 하랴, 도무지 짬이 나질 않으니·"

"당신은 책 읽을 여유라도 있으니 좋겠구려!"

그런데 어째서 어떤 여자는 일하고, 장 보고, 아이들 키우고, 운전하고, 남자를 셋이나 사귀고, 치과에 다니고, 다음 주면 이사를 가야 하는 와중에도 틈틈이 책 읽을 시간이 나고, 어째서 단촐한 독신에 연금까지 받아가며 하릴없이 빈둥거리는 그 남자는 책 읽을 시간이 없는 걸까?

책 읽는 시간은 언제나 훔친 시간이다(글을 쓰는 시간이나 연애하는 시간처럼 말이다).

대체 어디에서 훔쳐낸단 말인가?

굳이 말하자면, 살아가기 위해 치러야 하는 의무의 시간들에서이다.

그 '삶의 의무'의 닳고 닳은 상징물인 지하철이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도서관이 된 것은 아마도 그런 이유에서일 것이다.

책을 읽는 시간은 사랑하는 시간이 그렇듯, 삶의 시간을 확장시킨다.

만약 사랑도 하루 계획표대로 해야 하는 것이라면, 사랑에 빠질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누군들 사랑할 시간이 나겠는가? 그런데도 사랑에 빠진 사람이 사랑할 시간을 내지 못하는 경우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나도 책을 읽을 시간이 좀처럼 없었다. 그렇지만 다른 일 때문에 좋아하는 소설을 끝까지 읽지 못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독서란 효율적인 시간 운용이라는 사회적 차원과는 거리가 멀다. 독서도 사랑이 그렇듯 그저 존재하는 방식인 것이다.

문제는 내가 책 읽을 시간이 있느냐 없느냐가 아니라(그렇다고 아무도 시간을 가져다주지는 않을진대), 독서의 즐거움을 누리려는 마음이 있느냐 없느냐이다.

결국 시간에 대한 장황한 논의는 올백머리 가죽부츠의 황당한 몇 마디로 일축할 수 있을 것이다.

“책 읽을 시간요? 난 아예 주머니에 넣고 다니지요!"

그가 주머니에서 짐 해리슨의 «가을의 전설» 포켓판을 꺼내 보이자, 벌링턴이 그제야 알겠다는 듯 고개를 주억거린다.

"아하……… 그래서 재킷을 살 때는 먼저 주머니의 크기가 포켓판인지 제대로 된 규격판인지를 확인해야 하는 거로군!”"


다니엘 페나크, «소설처럼», 문학과 지성사(2004)


* 책 읽는 시간은 일부러 만드는 것이 아니라 생활의 일부라 말하지만 이제는 진부한 말이 되고 말았다.

요즘은 넷플릭스가 생활의 거대한 일부가 되었고, 지하철이 거대한 도서관이었던 시절이 100만 년 전쯤이었던 것 같다. 요즘 지하철은 거대한 핸드폰 전시장 같다.

소설처럼
소설처럼
에드워드 크레이그, «철학»

"무엇을 읽든 가장 무책임하고 안이한 말, 즉 "누구나 자기 의견을 가질 권리가 있다"는 말에 낚이지 마라. 권리를 얻는 일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오히려 조지 버클리(George Berkeley, 1685~1753)의 빈정대는 말을 기억하라. "소수만이 사유하지만 모두가 의견을 가질 것이다.""


  • 에드워드 크레이그, «철학», 교유서가(2015), 23쪽


*입을 벌려 말을 한다고 해서 그것이 전부 사유의 산물이라고 할 수는 없다. 글도 마찬가지. 사유는 때로는 무겁고 깊은 침묵의 시간을 필요로 한다. 하나의 의견을 가지기 위해서 지식을 쌓고 그 지식을 바탕으로 분석적이고 비판적인 사고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버클리의 저 말은 '니 말은 알아는 듣겠는데, 나 처럼 깊은 사유의 결과로 나오는 것은 아니잖아?'라는 것.


네! 알겠습니다. 버클리 선생님. ㅠㅠ

철학
철학
정복자 캉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 예습을 위해 읽었는데 갈수록 그래픽노블 문해력이 떨어져서 힘들었다.

정복자 캉
정복자 캉
어떻게든 완성시켜드립니다

자기개발서 감성의 작법서. 플로터 Plotter, 플랜스터 Planster, 팬처 Pantser 등의 라이팅 유형에 따르는 작가 구분 워딩을 처음 알았다.

어떻게든 완성시켜드립니다
어떻게든 완성시켜드립니다
장강명, «소설가라는 이상한 직업»

오늘 책이 왔다.


예약이 걸린 책이라 주문한 지 열흘 만에 책을 손에 넣었다. 


이 책을 사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는데, 242쪽 이후에 그 사건(?)의 내막이 자세하게 나와있다.


지난 1월 인터넷 매체를 통해 알게 된 사연인데, 책을 살펴보니 동일한 내용이 거기에 실려있었다. 유명 작가의 표절 사건을 비판한 대목을 수정해 달라고 요구한 출판사의 스토리인데, 궁금하신 분들은 책을 사서 읽어보시면 좋겠다


출판사의 원고 수정 요구에 맞서 작가는 계약해지를 요구했고, 담당 편집자는 퇴사 후 출판사를 냈다. 그렇게 해서 이 책이 세상에 나오게 됐다. 올바름을 응원하는 심정으로 책을 주문했다. 


깔끔하고 속도감 있는 전개가 마음에 들어 장강명 작가의 소설을 좋아했다.


산문도 깔끔하고 좋다.


소설가의 여러가지 '일'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손바닥 크기의 초단편 소설이 부록으로 딸려왔다.


* 책을 읽는 도중에 독서 모임 플랫폼 '그믐'에 가입했다. ^^


2023/2/10

소설가라는 이상한 직업
소설가라는 이상한 직업
장강명, «댓글부대»

"그렇게 인터넷을 오래 할수록 점점 더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게 돼. 확증 편향이라는 거야. TV보다 훨씬 나쁘지. TV는 적어도 기계적인 균형이라도 갖추려 하지. 시청자도 보고 싶은 뉴스만 골라 볼 순 없고. 하지만 인터넷 커뮤니티들은 달라. 사람들은 이 새로운 매체에, 어떤 신문이나 방송보다도 더 깊이 빠지게 돼. 그런데 이 미디어는 어떤 신문 방송보다 더 왜곡된 세상을 보여주면서 아무런 심의를 받지도 않고 소송을 당하지도 않아. 커뮤니티 사이트들은 최악의 신문이나 방송사 보다 더 민주주의를 해치지."


- 장강명, «댓글부대», 은행나무(2015), 57쪽


* 위의 글은 하나의 공식이다. 인터넷과 커뮤니티 사이트를 유튜브나 유튜브 채널로 바꿔 넣으면 2015년이 2023년으로 스르륵 바뀐다. 시차가 하나도 느껴지지 않는다. 장강명 작가의 사회파 공식이랄까. 


유튜브 프리미엄 구독자 대열에 합류한 지 꽤 오래다. 힐링을 위해 전원주택 부동산 채널 영상을 주로 보는데, 나도 모르게 확증편향이 생기는 건 아닐까. 

눈을 감으면 전원주택이나 프리미엄 복층 농막이 막 아른거린다.


2023/02/14


댓글부대 - 2015년 제3회 제주 4.3 평화문학상 수상작
댓글부대 - 2015년 제3회 제주 4.3 평화문학상 수상작
스타벅스 바닐라 플랫화이트

진한 커피가 필요하다면 샷이 무려 4개가 들어가는, 스벅 바닐라 플랫화이트, 콜!

382. 레이먼드 카버 (캐롤 스클레니카)

전체적으로 평전의 분위기가 카버에게 우호적임에도 불구하고 카버의 삶 자체가 읽기 고통스럽다. 그는 적어도 한동안은 그냥 술꾼이 아니라 상습 가정폭력범이었다. 첫 번째 부인 메리앤에게 행사한 폭력의 수위는 간담이 서늘할 지경이다. 옮겨 적기 끔찍할 정도.

레이먼드 카버
레이먼드 카버
381. 퍼스널 (리 차일드)

잭 리처 시리즈 『네버 고 백』 다음 편. 영국 작가가 만든 미국 영웅이 영국에서 영국을 잘 모르는 외국인처럼 활동하고, 주연이나 엑스트라나 ‘여기는 영국이니까’ 같은 말을 많이 한다. 그런데 범인 추적 과정도 상당히 엉성하고, 흑막의 동기도 너무 억지스럽다.

퍼스널
퍼스널
최강의 인생

데이브 아스프리는 길티 프레져처럼 또 읽게 된다. 건강 염려증 환자들에게 묘한 자극을 주는 포인트가 있는 듯.


선택에 드는 정신 에너지가 생각보다 크기 때문에 이걸 줄이도록 신경쓰라는 스티브 잡스의 터틀넥 이야기가 또 나오는데 최근 채용을 위해 사람들을 선별하고 있는 기간이라 이런 뻔한 이야기에 또 공감하고 내 에너지를 어떻게 절약할 수 있을지 골몰한다.


한편으로 일주일 내내 같은 데일리 루틴에 식단도 정해진 것만 먹고 있는데 이런 패턴화된 인생이야말로 AI에 의해 대체되기 가장 쉬운 개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면서 역으로 에너지를 방만하게 흥청망청 랜덤하게 소진해야 AI를 상대로 그나마 몇 년 더 오래 버티는 거 아닌가 싶은 생각도.


최강의 인생
최강의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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