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임
블로그
글 쓰기
41. 서귀다원과 새섬

밤은 조용했고, HJ도 나도 푹 잤다. 호텔이 만실은 아니었어도 다른 손님이 없지는 않았는데 소란을 피우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고 인스턴트커피를 마시며 쉬다가 밖으로 나섰다. 숙소 앞 도로의 인도가 제주올레길 코스였다. 일단 서쪽으로 가보기로 했다. 서쪽 바닷가의 이름은 황우지해안, 해안가의 작은 들판 이름은 벌러진밧이었다. 조금 걷다 보니 갈림길이 나왔는데 바닷가를 따라가는 길이 아니라 산으로 올라가는 오르막길을 즉흥적으로 선택했다.

그곳은 한라산의 기생화산인 삼매봉 산책로의 입구였다. 길은 잘 포장되어 샌들을 신은 발로도 걷기 편했고 좌우로 나무가 빽빽한 데다 가끔 시야가 트이면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전망도 훌륭했다. 그리고 온갖 새소리가 시끄러울 정도로 끊임없이 들렸다.

다른 등산객은 거의 없었다. 꼭 정상까지 올라야겠다는 마음 없이 쉬엄쉬엄 가볍게 걸었는데 어느덧 꼭대기였다. 그 즈음 가랑비가 내리기 시작해서 우산을 썼다.

낮에는 숙소 근처에 있는 삼매봉도서관에 갔다. 지은 지 35년이 된 작은 공공도서관인데, 구내식당이 잘 되어 있어 근처 주민들이 여기서 식사를 한다고 한다. 도서관을 구경하는 걸 HJ가 좋아한다. 나는 ‘여행지에서까지 도서관에 갈 필요가 있나, 어차피 책을 빌리지도 못하는데’ 하는 편이고.

삼매봉도서관은 낡았지만 깔끔했다. 2층과 3층 일부를 터서 만든 아트리움을 HJ가 좋아했다. 일없이 서가를 한참 둘러봤는데 자료실보다는 열람실 위주로 운영되는 도서관인 듯했다. 제주 출신 소설가의 전집이 문학 서가에 꽂혀 있었는데 내용이 하도 자세해서 웃음이 나기도 하고 조금 서글퍼지기도 했다. 초등학교 강연 현장의 사진까지 수록해 놨다.

구내식당은 도서관 본관 조금 아래에 별도의 건물로 있었고, ‘삼매봉 153’이라는 멋진 이름도 따로 있었다. 무인 키오스크에서 주문을 하고 주방에서 식사를 받아 자리로 가져와 먹는 시스템이었는데, 빈 테이블이 딱 하나 남아 있었다. 우리 다음 팀은 대기 좌석에서 기다려야 했다.

탕수육과 함박스테이크를 주문했는데, 과연 듣던 대로 훌륭한 가성비의 음식이 나왔다. 임대료가 쌀 테고 서버가 없다지만 이 가격에 어떻게 이런 구성이 가능할까 싶었다. 함박스테이크 위에 소스를 뿌리는 방식까지 정성스러웠다. 매우 감탄해서, 한 번 더 찾아오자고 다짐하며 식당을 나왔다. 그러나 이후 이곳에 다시 찾아가지는 못했다.

숙소에서 잠시 쉬다가 저녁에 서귀항 근처에 있는 새섬에 찾아갔다. 숙소 앞바다에 섬이 네 개가 있는데, 동쪽부터 차례대로 섶섬, 새섬, 문섬, 범섬이다. 그 중 육지에서 가장 가까운 새섬과 서귀항 사이에는 연륙교인 새연교가 놓여 있다. 이곳도 작은 관광 포인트로, 원래는 유람선과 잠수함이 운행했는데 지금은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중단되었다.

새연교까지 급경사 언덕을 내려가는 지그재그 길도, 새연교에서 내려다보는 바다 전망도 모두 근사했다. 새연교 입구의 스피커에서는 파헬벨의 〈캐논〉과 혜은이의 〈감수광〉이 아무렇지도 않게 연이어 흘러 나왔다. 새연교는 한 바퀴를 도는데 20분 정도가 걸렸는데, 다양한 식물 군락이 있었고 그 아래 자세한 설명이 적혀 있었다. 새섬의 ‘새’도 새롭다거나 조류와 관련된 게 아니라 억새류를 가리키는 뜻이라고 한다.

돌아오는 길에 호텔 앞 카페에 들렀다. 딱히 내키는 곳은 아니었고 숙소 바로 앞에 있으니 한번 구경이나 해보자 하는 마음이었는데 들어가 보니 경치가 너무 좋아서 깜짝 놀랐다. 밖에서는 예상치도 못한 전망이었다. 계산대에는 검은 고양이 한 마리가 태평스럽게 앉아 있었는데 사장님은 그 고양이가 길고양이 주제에 이 카페를 제 집인 줄 안다며 투덜거렸다.

카페에 손님은 우리밖에 없었고 어느 테이블이 제일 전망이 좋은지 한참 고민하다 겨우 자리를 잡았다. 2일차 저녁까지 제주 여행은 기분 좋은 놀라움의 연속이었는데 애초에 우리가 기대치가 낮았던 탓도 있고 비용 걱정 없이 이것저것 시도할 수 있어서이기 때문인 것도 같았다. 바삐 돌아다니지 않고 숙소에서 틈틈이 쉬면서 주변 마실만 다녀서 몸과 마음이 덜 피곤한 덕분이기도 했다.

제주 여행 3일차 아침에는 방에서 근력 운동을 하면서 탄력밴드를 처음 사용해 보았다. 사용법은 알겠는데 밴드 장력이 약해서 운동 효과가 어느 정도나 있는지 모르겠다. 오전에는 전날 저녁에 갔던 카페에서 커피를 한 잔씩 마시고 숙소로 돌아와 또 쉬었다. 그리고 올레길 서쪽 방향으로 다시 산책을 떠났다.

이번에는 오르막길이 아닌 바닷가 도로를 따라 걸었다. 그 방향에 선녀탕과 외돌개가 있는 걸 알고 있었는데 조금 걸으니 금방 도착했다. 관광객들이 원하는 요소도 시대마다 변하는 것 같다. 1980년대에는 사람들이 기암괴석을 보고 싶어 했다면 요즘은 탁 트인 전망을 선호하는 것 아닐까. 오래된 관광지인 선녀탕과 외돌개에는 큰 감흥이 없었는데 해안 절벽인 서너븐덕과 동너븐덕이 좋았다.

태평양전쟁 말기 일제가 자살공격용 어뢰를 숨기기 위해 만들었다는 황우지 12동굴이나 1960년대의 무장간첩 섬멸 전적비를 보고는 만감이 교차했다. 우리는 참으로 축복 받은 시대를 살고 있구나. 숙소에 돌아와서 또 쉬고, 근처 식당에 가서 흑돼지로 만들었다는 돈가스를 먹었다. 맛은 평범했다.

오후에는 내가 가이드가 되어 HJ에게 천지연폭포를 안내했다. 나는 초등학생 때 부모님을 따라 천지연폭포를 구경한 적이 있고, HJ는 이번에 처음 보는 것이었다. 천지연폭포에 대해 나는 ‘작고 북적거리고 실망스러웠다’는 점만 기억하고 있었는데, 다시 찾아가보니 내 기억 속 모습보다는 훨씬 나았다.

사실 나는 천지연폭포 관람보다 그 이후의 일정에 더 관심이 많았다. 서귀포 시내로 들어가 수제 맥주를 즐기는 것. 내가 점찍어둔 식당은 제주약수터 본점이었다. 제주도에 있는 여러 수제 맥주 브루어리의 제품을 한 곳에서 파는 매장인데 천지연폭포 매표소에서 걸어서 15분 남짓 거리라고 했다.

그런데 내가 좀 헤매기도 했고 차들이 옆에서 끊임없이 지나가는, 낯선 시내 도로를 걷는 것은 퍽 피곤한 일이었다. HJ가 눈에 띄게 지쳐 보여 눈치가 보였다. 다행히 제주약수터는 맥주도, 안주도, 직원들의 서비스와 분위기까지 모든 게 만점이었다.

제공하는 맥주의 종류가 자주 바뀌기 때문에 술 메뉴는 커다란 전광판에 따로 적혀 있었고, 처음 온 손님은 그 중 몇 종류를 골라 작은 잔으로 시음을 해볼 수 있었다. 달콤한 라들러인 ‘올레길’, 서귀포의 로컬 브루어리인 탐라에일에서 만드는 탐라밀맥주와 곶자왈 IPA, 고부루비어컴퍼니의 스타우트인 메모리즈를 맛봤다. 그리고 천지연, 탐라밀맥주, 서귀다원을 주문해서 마셨다.

서귀다원은 제주약수터에서 자체적으로 만든 포터다. 전광판의 짧은 해시태그 설명으로 봐서는 유기농으로 키워서 숙성한 찻잎을 제조 과정 어느 단계에 첨가한 것 같은데 녹차 향은 미묘하다. 초콜릿 향은 확실히 알겠고 맛이 부드럽다. 알코올 도수는 5.4퍼센트.

안주보다는 술에 공을 들이는 가게인데 안주도 근사했다. 대만식 마늘쫑 파스타라는 메뉴를 시켰는데 제주에서 그때까지 먹은 음식 중 가장 맛있었다. 즐거운 기분으로 숙소에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에 제스피 맥주를 판매하는 제주 올레 여행자센터에 들렀다. 제스피는 삼다수를 만드는 제주 지방 공기업인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에서 개발한 맥주 브랜드인데, 제주 암반수와 제주 보리를 사용한다. 제스피 맥주는 제주에 머무는 동안 마실 기회가 다시 있을 것 같아 구경만 하고 나왔다.

 

맥주 약수터

다람쥐처럼 목축이고 가요

언제 또 오려나

 

석영중의 『매핑 도스토옙스키』를 읽었다. 도스토옙스키가 머물렀던 공간을 쫓아가며 그의 인생 역정과 작품 세계를 설명한다. 도스토옙스키의 삶 자체가 참 드라마틱했고 저자의 해설도 유쾌하고 깊이가 있어서 무척 재미있고 즐거운 독서였다.

도스토옙스키의 지질한 행동들은 웃기기도 하고 ‘대문호도 별 수 없었구나’ 싶어 위안도 되었다. 도스토옙스키 문학 기행이라면 나중에 나도 한번 떠나보고 싶다.


한 작가의 세계 탐험

이주영 작가님은 <나는 프랑스 책벌레와 결혼했다!> 북토크에서 알게 되었다. 작년에 내신 신간 북토크에도 그 비를 뚫고; 참석했었고 가느라 지쳐 질문은 못했지만 ㅋ 셀럽 여러분들은 주로 맞팔은 안하시고 받기만 하시는데 드물게도 맞팔뿐 아니라 시덥잖은 내 피드에도 왕왕 좋아요를 눌러주시는 매우 훌륭하신 분♡

불어전공 해놓고 파리도 못 갔는데 작가님의 한달쯤 파리를 읽었네~ 안내책자가 프랑스 🇫🇷 책벌레 남편분과의 연애시작에서 마지막 후기엔 merci, mon mari로 맺는데 상당히 부럽네 😭

책을 읽다보면 작가님 말투가 육성으로 들리는듯 ㅎㅎ 가아끔 스토리에 막 ❤️ 도 눌러쥬시는 안목이 매우 훌륭하신 분이니 펴내신 나머지 두 권도 마저 읽는 것으로☆

한 달쯤 파리
한 달쯤 파리
돌봄과 작업

"그렇게 작은 아이를 긴 의자에 뉘이고 서둘러 쓰레기를 정리하고 택배를 포장하고 롤 케이크를 만들었다. 안쓰러움과 별개로 그런 지리한 의무들을 먼저 처리해야 해. 그게 엄마의 일이야."


환절기에 고양이가 감기에 걸려 이틀 째 밥을 잘 못먹는다. 동물 병원에 가야하는데 주중에 처리하지 못한 일을 수습해야하기 때문에 주말에 새벽 같이 출근한다. 토요일 병원 마감 시간은 오후 5시. 안쓰러움과 별개로 그런 지리한 의무들을 먼저 처리할 수 있을까?

돌봄과 작업
돌봄과 작업
너무 예쁜 그믐 명함

그믐의 명함!

너무 예쁘다 *^^*

AI 지도책

2023년 상반기 최악의 도서였던 <챗GPT에게 묻는 인류의 미래>를 읽다가 이 책을 읽으니까 눈이 떠지는 느낌. 저넬 셰인의 <좀 이상하지만 재미있는 녀석들>을 병행해서 같이 읽으면 마리아주가 적당할 듯.


"마음이 컴퓨터와 같고 컴퓨터와 마음이 같다는 이 믿음은 수십 년 동안 컴퓨터와 인지과학에 관한 사고에 영향을 미쳐 이 분야에서 일종의 원죄가 되었다. 이것은 데카르트적 이분법을 인공지능에 대입한 격이다."

AI 지도책
AI 지도책
산타가 필요했던 어느 커플

아몬드로 유명한 작가의 첫 단편

남자가 울음을 터뜨린 줄 모르고 아니 왜 이렇게 끝나나? 했는데 평론가 글보고 깨달았음;

삐걱거리는 커플ㅡ 상처받은 아내와 잘해보려는 남편 사이에 마치 관계의 기회를 다시 부여해주시는듯ㆍㆍ저어기 산타마을에서 딱 그 시점에 도착한 푸근한 외국인에게^^

같은 일을 겪으며 남편도 힘들었음에도 늘~ 아내를 위로해야만 했던 아픔이 스트레인저인 그녀에게 터져나와ㆍㆍ 사실 그도 위로받고 싶었음을 그리고 그건 그냥 난데없는 고성방가처럼 대단히 이상한 일은 아니고 가아끔 벌어지는 일임을.

4월의 눈(K-픽션 시리즈 21)
4월의 눈(K-픽션 시리즈 21)
420. 스캔들 미술사 (하비 래클린)

제임스 맥닐 휘슬러와 존 러스킨의 소송전이 재미있었다. 평론이 소송 대상이 될 수 있느냐는 문제와는 별도로, 러스킨의 비판은 지금 기준으로는 매우 한심한 소리로 들린다.

스캔들 미술사
스캔들 미술사
419. 야시 (쓰네카와 고타로)

만화 《백귀야행》에서 길고 어두운 에피소드 두 편을 글로 풀어내면 이 정도 되지 않을까? 무섭다기보다 서글픈. 이야기와 문장은 난폭운전이다. 덜컹거리지만 빠르긴 하다.

야시
야시
상처를 마주할 수 있어서 다행이야

나 역시도 상처가 있다. 남들에겐 없는 것이 왜 내겐 있는 걸까. 왜 내게 이런 일이 일어났던 걸까, 참 원망도 많이 했더랬다. 하지만 책을 보고 깨달았다. 상처를 기억하고 마주할 수 있음에 감사해야할지 모른다는 것. 그걸 까맣게 잊고 사는 게, 과연 답일까? 내 상처를 정확히 직면한다는 건, 어쩌면 '희망의 지점' 역시도 떠올리게 된다는 것일지도.

하긴, 생각해보니, 나 역시도 상처로부터 멀어지는 법을 알아가고 있는 중이었다. 사라지지도, 잊혀지지지도 않는 마음의 상처라지만.. 마주하고 직면했기에, 멀어지는 방법 역시도 스스로 터득하고 있는 것 아닐까.

유진과 유진
유진과 유진
송인근, 아메리카노와 함께 읽는 플랫폼 경제 - 미국의 반독점 규제

책은 미국의 반독점 규제에 대해 다룬 아메리카노 팟캐스트를 정리한다. 오늘날 디지털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하는 플랫폼 경제가 거대 기업으로 성장했다. 이들은 기존 기업과 다른 특성 때문에 반독점 규제법이 제대로 적용되지 않아 별다른 규제 없이 몸집을 불리게 되었다. 책은 미국의 법학자이자 현 연방거래위원회 위원장인 리나 칸의 "아마존의 반독점 역설(Amazon's Antitrust Paradox)”이라는 논문을 주로 다루며 플랫폼 경제가 어떻게 수행되고 몸집을 불렸는지, 이를 막기 위한 반독점법을 어떻게 개혁해야 하는지 드러낸다.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애플과 같은 플랫폼 경제 기반 기업은 기존 기업과 어떤 차이점이 있는가? 크게 두 가지 차이점이 있다. 첫째, 이들은 초기에 이윤을 내는 것보다 점유율을 높이고 몸집을 불리는 데 치중한다. 둘째, 주력 분야를 판단하기 어려울 정도로 매우 공격적인 인수합병을 한다. 인수합병은 그들이 새롭게 진출할 신사업에 관해서 거대하게 이루어지며 이는 새로운 분야에도 독점을 꾀하여 미국 산업 전체의 혁신을 떨어뜨리게 된다. 독점을 용이하게 하는 문제 중 하나는 이들은 플랫폼이기 때문에 소비자에게 노출 빈도를 조절할 수 있는데, 단순히 이들이 매개로의 역할만 그친다면 큰 문제가 아니지만 자체 개발 상품을 만드는 점이 문제이다. 즉, 자체 개발 상품에 대해서는 노출 빈도 순위를 높게 하여 소비자가 더 이용하게 하고, 경쟁 회사의 상품의 경우엔 순위를 낮게 책정함으로써 소비자의 이용을 낮춘다. 아마존의 마켓플레이스, 애플의 앱스토어에서 이러한 정황이 발견되었다. 결국 이들은 신사업 분야의 인수합병으로 개발한 자체 상품을 진입장벽이 낮은 상태에서 시작하여 독점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이들은 소비자의 데이터를 소유하기 때문에 소비자가 현재 원하는 상품과 소비패턴을 분석하여 전도유망한 상품을 시장조사에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 목록화하고 바로 사업에 뛰어들 수 있다. 데이터가 중요한 현시대에 이들은 플랫폼을 통해 모든 회사가 소비자로부터 얻는 데이터를 누려 사업에 손쉽게 이용할 수 있다. 


 이러한 플랫폼 경제를 막는 기존 반독점법은 플랫폼 경제를 전혀 규제하지 못하고 있다. 과거 반독점법의 출발은 시장 구조를 살펴 독점 구도를 파악하였으므로 수평적합병뿐만 아니라 수직적 합병을 제한하였다. 문제는 1970년 시카고 학파가 약탈적 가격정책에 기반한 반독점법을 새롭게 주장하여 채택됐기 때문에 독점 여부는 오로지 약탈 가격에만(경쟁할 때 가격을 매우 낮춘 후, 독점에 성공한 후 다시 가격을 상승시키는) 초점을 맞추고 모든 수직적 합병을 허용하였다. 이 때문에 실질적으론 수평적 합병인 인수합병조차 차이를 강조하여 수직적 합병으로 눈속임시켜 인수·합병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났고 반독점 규제가 느슨하게 실행되고 있었다. 


플랫폼 경제는 초기에 이윤이 중요하지 않은 특성 때문에 약탈가격을 파악하기 매우 어렵다. 독점 후에도 낮은 가격을 오래 유지하는데 한 품목 상품을 낮게 유지하여 얻는 데이터의 가치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방대하고 공격적인 인수합병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반독점법은 이들에 대해 전혀 제재를 가하지 못하고 있다. 리나 칸은 "아마존의 반독점 역설(Amazon's Antitrust Paradox)”이라는 논문에서 플랫폼 경제를 규제하기 위한 반독점법을 제시한다. 첫째, 시카고 학파 이전 반독점법으로 돌아가 가격 대신 시장점유율로 판단하여 독점을 파악한다. 수직적 합병 방치를 규제하고, 무엇보다 플랫폼 경제에서 데이터의 가치가 매우 중요하므로 크로스 레버리지(cross-leverage) 규제를 주장한다(크로스 레버리지: 피인수기업이 보유한 데이터를 활용해 인수기업이 사업적 이득을 보거나 시장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는 것). 둘째, 아마존을 비롯한 빅테크 플래폼 기업을 명시적인 독점 기업으로 지정한 다음 정부가 해당 기업들을 감독하고 규제하는 것이다. 이들에 대해 어느 정도 독점 이윤을 허용하되 엄격한 요건을 내걸고 규제를 따르게 하며, 플랫폼 내에 차별을 막는다. 현재 미국 하원이 반독점 패키지법을 발의하였으며, 요건에 해당하는 기업은 앞서 언급한 네 기업이다. 

 

미국뿐 아니라 우리나라도 카카오, 네이버, 쿠팡과 같은 국내 플랫폼 기업이 있으며 이들 역시 여러 분야에 인수합병 소식이 들려온다. 미국의 반독점법을 유심히 살펴 국내의 독점을 막기 위한 방도로 접근해볼 필요가 있다. 

123456789101112131415161718192021222324252627282930313233343536373839404142434445464748495051525354555657585960616263646566676869707172737475767778798081828384858687888990919293949596979899100101102103104105106107108109110111112113114115116117118119120121122123124125126127128129130131132133134135136137138139140141142143144145146147148149150151152153154155156157158159160161162163164165166167168169170171172173174175176177178179180181182183184185186187188189190191192193194195196197198199200201202203204205206207208209210211212213214215216217218219220221222223224225226227228229230231232233234235236237238239240241242243244245246247248249250251252253254255256257258259260261262263264265266267268269270271272273274275276277278279280281282283284285286287288289290291292293294295296297298299300301302303304305306307308309310311312313314315316317318319320321322323324325326327328329330331332
[책 나눔 이벤트] 지금 모집중!
[책증정 ]『어쩌다 노산』 그믐 북클럽(w/ 마케터)[책 증정] <고전 스캔들> 읽고 나누는 Beyond Bookclub 5기 [책 증정] [박소해의 장르살롱] 14. 차무진의 네 가지 얼굴 [책증정] 페미니즘의 창시자, 프랑켄슈타인의 창조자 《메리와 메리》 함께 읽어요!
💡독서모임에 관심있는 출판사들을 위한 안내
출판사 협업 문의 관련 안내
그믐 새내기를 위한 가이드
그믐에 처음 오셨나요?[그믐레터]로 그믐 소식 받으세요중간 참여할 수 있어요!
🎯"우리 골목을 광장으로 만드는 법" 떠오르는 책을 추천해주세요!
[성북구립도서관] 2024년 성북구 비문학 한 책을 추천해주세요. (~5/12)
<장르살롱>이 시즌2로 돌아왔다!
[책 증정] [박소해의 장르살롱] 14. 차무진의 네 가지 얼굴
세계적 사상가 조너선 하이트의 책, 지금 함께 읽을 사람 모집 중!
[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05. <나쁜 교육>[그믐북클럽Xsam] 15. <바른 마음> 읽고 답해요
이 계절 그리고 지난 계절에 주목할 만한 장편소설 with 6인의 평론가들
다음 세대에도 읽힐 작품을 찾는 [이 계절의 소설] 네 번째 계절 #1다음 세대에도 읽힐 작품을 찾는 [이 계절의 소설] 세 번째 계절 #1다음 세대에도 읽힐 작품을 찾는 [이 계절의 소설] 세 번째 계절 #2
윤석헌 번역가와 함께 읽는 프랑스 문학
[책나눔] 여성살해, 그리고 남겨진 이들의 이야기 - 필리프 베송 <아빠가 엄마를 죽였어>[레모]이렌 네미롭스키 <6월의 폭풍> 출간 기념 함께 읽기<번역가의 인생책> 윤석헌 번역가와 [젊은 남자] 함께 읽기
직장인이세요? 길 잃은 직장인을 위한 책들 여기 있어요.
[김영사/책증정] 천만 직장인의 멘토 신수정의 <커넥팅> 함께 읽어요![김영사/책증정] 《직장인에서 직업인으로》 편집자와 함께 읽기[직장인토크] 완생 향해 가는 직장인분들 우리 미생 얘기해요! | 우수참여자 미생 대본집🎈[생각의힘] 어렵지 않아요! 마케터와 함께 읽기 《커리어 그리고 가정》
어서 오세요. 연극 보고 이야기하는 모임은 처음이시죠?
[그믐연뮤클럽의 서막 & 도박사 번외편]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 이반과 스메르자꼬프"[그믐밤] 10. 도박사 3탄,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수북강녕
🍵 따스한 녹차처럼 깊이 있는 독후감
종의 기원(동서문화사)브로카의 뇌도킨스, 내 인생의 책들코스믹 컨넥션
딱 하루, 24시간만 열리는 모임
[온라인 번개] ‘책의 날’이 4월 23일인 이유! 이 사람들 이야기해 봐요![온라인 번개] 2회 도서관의 날 기념 도서관 수다
🌸 봄에 어울리는 화사한 표지의 책 3
[책증정/굿즈] 소설 《화석을 사냥하는 여자들》을 마케터와 함께 읽어요![책 증정] 블라섬 셰어하우스 같이 읽어 주세요최하나 작가와 <반짝반짝 샛별야학>을 함께 읽어요.
<이 별이 마음에 들어>김하율 작가가 신작으로 돌아왔어요.
[책증정 ]『어쩌다 노산』 그믐 북클럽(w/ 마케터)[그믐북클럽] 11. <이 별이 마음에 들어> 읽고 상상해요
줌으로 함께 책 이야기하고 싶은 분들은 여기로 👇
함께 책 이야기 해봐요!
모집중
내 블로그
내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