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을 배경으로, 어쩌면 사서가 주인공일지도 모를 소설을 구상하면서 제목에 ‘도서관’과 ‘사서’가 들어가는 책들을 마구잡이로 읽다가 만난 전자책 단편. 내용은 딱히 특기할 만한 게 없다. 귀엽고 단순하다. 실제로 이와 비슷한 사건이 있었다고 한다.
허접하고 조잡한 것에서는 실망을 하게 된다. 그 대상은 장소가 될 수도 있고 글이나 책이 될 수도 있다. 사람과의 만남에서도 그런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대화 내용이나 하는 짓에 실망해서 그와 보내는 시간이 지루하고 즐겁지 않을 때도 그런 기분을 느낀다.
지난 주 손님(이하 손씨)과 약속을 하길 이번 일요일에 탐매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10시에 길음역에서 만나 우린 먼저 봉은사로 갔다. 손 씨는 불자라서 이만 때 쯤 절에 가면 바람도 쐬고 치성을 드렸다는 일거양득의 소득을 누린 사람처럼 만족감을 느끼는 것 같았다. 나는 시간과 기회를 허투루 사용하는 사람이 아니라서 쓸 데 없는 짓은 하지 않는다.
봉은사 역에서 내려서 곧바로 들어갈 수 있어서 교통은 더없이 편리했다. 하지만 거대한 사찰에서 느낄 수 있는 실망감을 골고루 다 마주하게 되는 곳이었다. 사람 많고 거창하고 물건 풍부하고 절 건물 여기저기에 질서 없이 차가 점유해 있고, 운치도 없었다. 한옥으로 지으려면 건축 단가는 이루 다 말할 수 없이 높을 건 뻔한 일, 그런 건물이 무질서하게 그때그때 필요에 의해 마구잡이로 들어선 인상이 짙은 가람 배치
절 입구에 있는 선물 코너 정도가 그나마 제일 정돈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실망하고 별 감동도 없고 여길 빠져나와 간 곳은 12시 조금 넘어 성수동 쪽이었다. 2번이나 성수동을 지나쳐서 찾아갔는데 수제화 거리를 못찾고 반대쪽으로 가서 엉뚱한 곳만 헤매다가 함흥냉면집에서 비냉과 만두를 먹고 수제화 거리를 바로 찾아 갔다.
거기서 이리저리 기분 나쁜 휩쓸림의 시간을 보내다가 용답동을 갔다. 신무기사에서 매화 구경을 할 수 있는 곳이라 해서 갔는데 여기 역시 조잡하고 형편 없었다. 이나마 집에 있는 것 보다는 낫다 생각하고 나온 사람들이 안쓰럽다. 볼 것이 그리 없는 곳이라 생각하니 말이다. 철교로 올라가니 2번 출구가 나왔고 2호선 타고 동대문역사문화역으로 가서 4호선 길음역으로 가서 백다방에 앉아 커피 한잔과 케익 한 조각을 잘라 둘이 나눠 먹고 집에 돌아왔다.
하루의 느낌/봉은사 미쳐돌아가는 사회 모습을 보는 것 같고, 성수동 아직 멀었고, 용답역 2번 출구 쪽에 형성된 매화는 듬성듬성 빈 구석이 많아 이 빠진 것을 보는 것 마냥 허술하고도 보기 안 좋았다.
대만 카스테라처럼 난립하는 챗 GPT 체험 수기. 대충 레이 커즈와일 이야기로 서문을 쓰고 대충 챗 GPT와 채팅한 기록을 복붙하면 이렇게 책 한권이 만들어진다.
그러니까 말하자면 "노상방뇨" 하덜말아~
그러고팠는데,
어쩌다가 지나던 길 목격하고
호루라기 불어가며 뭐하시는 것이냐고
어째서들 그러시는 것이냐고
한낱 내가
도시락을 싸들고서 다니면서
말릴 수는 없는 노릇 이겠지 뭐~
변동금리 근 반년에 몸무게는 청춘으로 돌아갔네!
아으 다롱디리☆
@ 동네 공원
“윌리엄 깁슨의 아이디어는 다 『도시와 별 』에 이미 나왔던 거 아닌가?” 사이버펑크 유행을 싫어했던 어느 1990년대 한국 SF 팬이 분통을 터뜨렸고, 나는 별로 동의하지 않았지만 그 말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사이버펑크란 아이디어가 아니라 스타일임을 깨닫는 순간이기도 했다. 영화 《매트릭스》 1, 2편은 『뉴로맨서』보다 이 소설과 훨씬 더 닮았다.
영화 《코드명 J》의 원작인 「메모리 배달부 조니」와 『뉴로맨서』의 원형인 「크롬 태우기」 때문에 사서 읽은 책이었는데, 정작 시간이 지나도 계속 기억이 남는 것은 표제작이다. 그것도 설정이나 줄거리보다는 석유 시추업을 푼돈이라 비웃고 모차르트가 새로 써내는 팝송이야말로 돈벌이라는 한 등장인물의 마지막 대사 때문이다. 윌리엄 깁슨이 쓰거나 참여한 작품 중에는 뜻밖에도 「공중전」이 재미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