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전염 현상을 과학적으로 추적한 최초의 저서’라는 책 소개 문구에 끌려 집어들었는데 기대에는 다소 미치지 못했다. 설마 그 현상을 다룬 르포가 과연 이전에 없었을까 싶기도 하고. 중심 소재인 팰로앨토의 고교생 연쇄 자살 사건 취재에 보다 발품을 팔아서 더 상세하게, 더 깊이 파고들었더라면 좋았을 것 같다.
그믐북클럽 4기를 모집합니다.
그믐 북클럽에서는 그믐이 엄선한 좋은 책을 끝까지 읽고 질문에 대답하며 사유하는 힘을 기르실 수 있습니다. 그믐에서 책을 무료로 받아 함께 읽으며, 깊이 있고 의미 있는 대화를 나누기 원하시는 독자 20명을 초대합니다.
그믐북클럽이 네 번째로 선정한 책은 세계적인 동물 생태학자이자 탐험가인 사이 몽고메리 작가가 쓴 <유인원과의 산책> 입니다. 세 과학자, 제인 구달과 다이앤 포시, 비루테 갈디카스의 삶과 연구를 통해 인간이 자연과 어떻게 관계를 맺어야 할지 고민해 봅니다. 기후 위기의 시대, 다양한 생각거리를 주는 이 책을 그믐북클럽에서 많은 분들과 함께 읽고 싶습니다.
이런 분들과 함께 읽고 싶어요!
• 인간과 동물, 자연에 대해 생각할 시간을 가지며,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분
• 세 연구자의 삶의 이야기를 읽으며 용기를 얻고 싶은 분
• 그믐북클럽이 던지는 질문에 대답하며 단순한 책 읽기를 넘어선 사유의 확장을 원하는 분
• 29일의 꾸준하고 깊은 독서를 통해 책 읽는 습관을 체화하고 싶은 분
- 모집 기간: 4월 28일(금) ~ 5월 8일(월) 오후 6시까지
(*5월 8일 오후 6시까지 [추가 정보 입력] 및 [참여 신청] 버튼 누른 분에 한합니다.)
- 활동 기간: 5월 9일(화) ~ 6월 6일(화) 29일간
당첨자 발표일 : 5월 9일(화)
- 모집 인원: 20명
제공 가능한 책의 숫자가 한정되어 있어 20분께만 도서 증정이 가능합니다.
개인적으로 구매하시어 북클럽 활동을 함께 하시는 것도 환영합니다. (책을 받지 않고 북클럽에 참여하실 분들은 ‘참여 신청’만 하시면 됩니다.)
그믐북클럽 활동은 이렇게 해요!
• 그믐과 <유인원과의 산책>을 함께 읽고 모임지기의 질문에 답변을 남겨주세요.
• 모임지기가 던지는 질문 중 최소 5개 이상의 질문에 답글을 남기며 대화에 참여합니다.
• 활동 기간 중 모임에 관한 소식을 그믐 레터 (이메일) 또는 문자로 안내 드립니다.
• 모든 질문에 답글을 달아 주신 분들께는 활동 기간이 끝난 후 ‘그믐북클럽 수료증’을 발급해드립니다.
참여 신청하기
※ 모임에서 나눈 이야기는 광고 소재나 콘텐츠 제작에 활용될 수 있습니다.
그 밖의 궁금한 사항은 ‘모임 전 수다’ 대화 창에 글 남겨 주시거나, gmeum@gmeum.com으로 문의해 주세요.
침팬지도 인간처럼 도구를 사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밝혀 낸 제인 구달의 업적에 대해서는 많은 분들이 익히 들어 보셨을 텐데요. 저는 제인 구달이 아이였을 때 베개 옆에 지렁이를 두고 자다가 어머니를 기겁하게 만든 적이 있다거나...🤣 암탉이 알 낳는 걸 보기 위해 닭장 안에서 무려 다섯 시간을 쪼그려 앉아 기다렸다(!)는 일화가 특히 인상 깊더라고요. 자연과 동물을 사랑했던 어린 시절의 모습이 그녀를 '겸손한 과학'의 세계로 이끌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동물들이 자신에 대해 직접 이야기하도록 기다리는 제인의 수용적인 접근법은 당시 학계에서 거부당했지만, 바로 그 이유로 곧 개성적인 것이 되었다고 하지요. :)
📌 (p.169) 초기 18개월 동안 제인은 측량으로 연구를 수량화하지는 않았다. 그녀는 숫자가 아니라 언어를 기록했다. 어떤 이론을 가지고 시작하지도 않았다. 대신 자기 앞에 펼쳐지는 드라마를 기꺼이 수용하면서 보고 느낀 것을 그대로 적었다. 그녀는 어떤 일반적인 전형이 아니라 각 개체에 초점을 맞추었다. 제인의 침팬지는 숫자화된 것 가운데 하나가 아니라 각 이름으로 명명되었다. 동물행동학이 점점 더 이론적이고 비인격화되고 실험적으로 통제되고 통계화되고 있던 때 그녀는 직관적이고 인격적이고 수용적인, 그리고 내러티브적인 접근법을 고집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어떤 이미지가 연상되는가. 다섯 가지 외국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다가 가끔 필요하면 근처에 있는 험악한 덩치들을 격투기로 순식간에 제압하는 현장 요원? 아니면 어두운 방에서 커피를 홀짝이며 해외공작 계획을 짜고, 동시에 자기들끼리도 암투를 벌이는 양복 입은 백인 중년 남성들?
만약 그렇다면 2차 세계대전부터 조지 W. 부시 정부까지, CIA의 역사를 다룬 팀 와이너의 『잿더미의 유산』을 읽으며 여러 번 놀라게 될 것이다. 꼭 1000페이지인 이 책을 읽으며 나는 “헐, 이게 진짜야?”라고 혼잣말을 몇 번이나 중얼거렸다.
어떤 조직이 이렇게까지 무능하고 멍청할 수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가 않아서다. 놀라기는 미국 대통령들도 마찬가지였다. 닉슨은 CIA에서 올린 보고서 여백에 ‘쓸모없음. 신문으로 다 알 수 있는 내용’이라고 메모했다. 그 자신이 CIA 국장을 지내기도 했던 아버지 부시는 대통령이 된 뒤 “CIA보다 CNN이 더 낫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한국 관련 에피소드 하나만 소개한다. 6·25 전쟁 당시 한국에 온 CIA 서울지부장이 자기 부하들이 어떤 사람인지 조사했더니 200명 중 한국어를 할 줄 아는 이가 하나도 없었다. 그래서 CIA 서울지부는 한국인 대원들에게 전적으로 의존했는데, 이들은 단 한 명의 예외도 없이 모두 사기꾼이었다. CIA의 공작 자금으로 풍족하게 살면서, 북한과 중국에서 만든 역정보를 보고하고 있었다.
CIA가 6·25 중 온갖 말도 안 되는 작전을 펼치고 번번이 실패한 이유가 그 때문이었다. CIA는 그때마다 의회에 ‘전략작전 수행’이라는 말로 얼버무리고 “북한 내 저항세력을 우리가 통제하고 있다”고 허풍을 쳤다. 이후 소련, 쿠바, 이라크, 아프가니스탄에서 벌인 일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몇몇 에피소드에서는 읽는 독자가 부끄러워질 지경이다.
충격과 경악을 잔뜩 선사하는 책이지만 함부로 의심할 수가 없다. 저자는 뉴욕타임스 민완기자 출신이자 퓰리처상 수상자다. 게다가 서문에서 ‘익명의 소스나 루머는 전혀 인용하지 않았다, 오로지 공식 기록과 전현직 CIA 국장 10명을 비롯한 실명 취재원의 인터뷰로만 썼다’고 못을 박았다.
책이 그리는 CIA의 종합적인 이미지는 ‘통제받지 않은 채 국가 예산으로 황당한 짓거리를 벌이는 아마추어들’이다. 최고경영자가 비전이 없고 임원들이 무능할 때 대기업이나 공기업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보여주는 긴 우화처럼 읽히기도 한다. 문득 우리의 국가정보원은 어떨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