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7일은 너무나도 중요한 행사들이 많았다지요.
BTS 페스타 / 국제도서전 / 11회 그믐밤
앞의 두 행사도 뜻 깊겠지만 17일은 음력 그믐날이니 아무래도 그믐밤입니다!
양주의 옥정 신도시를 알고 계신가요?
저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방문한 도시였어요. 수도권에서 나름 몇십년을 거주해서 서울을 비롯 경기권 도시들을 자세히는 몰라도 대략 알고 있다고 자부했는데, 양주는 첫 방문이었습니다.
잠실에서 빨간 버스를 타고 갑니다.
잠실광역환승센터를 여러분은 알고 계신가요?
잠실 지하에 김포공항이 있다고 생각하심 됩니다. 그 규모에 놀랐어요. 2호선, 8호선이 교차하고 지하상가에 롯데월드까지 있는 잠실 지하 어디에 그런 공간이 있었는지 정말 몰랐어요. 그믐밤 덕분에 시대에 맞춰 새로운 지식들을 알아가네요.
양주에 도착. 우뚝 솟은 고층 아파트들 사이 호수공원을 발견했습니다. 세 번째 그믐밤이 열렸던 ‘구름산책’과 비슷하면서도 조금 달랐어요. 이 날은 공원에서 버스킹도 한창이었어요. 평소라면 즐거이 합류할 공연이지만 오늘은 그믐날이니 아무래도 그믐밤입니다!
이용석 작가님을 뵙고요 1부는 작가님의 활동가로서의 삶을 시작하게 된 계기, ‘전쟁없는 사회’ 단체 소개를 비롯 활동가로의 에피소드를 들었습니다.
2부는 자유롭게 여러 질문 드렸고요.
평화는 좋지만 현재 우리 나라 같은 분단 국가 상황에서는 어렵지 않을까요? 라는 저의 질문에 이럴 때일수록 평화를 말 해야 한다고 이야기해 주신 부분이 인상에 남습니다. 태평성대에 평화 이야기 할 필요 없죠. 긴장과 대치가 있을 때 평화의 의미를 다시 생각합니다.
이번 그믐밤도 함께 해 주신 여러분 너무 감사합니다.
11번째 그믐밤, 양주라는 멋진 도시에서 ‘책방소풍’과 함께 해서 영광이었습니다.
다음 번 그믐밤은 서울의 마포 연남동에서 열립니다. 많은 기대 부탁드릴게요.
테드 강의를 책으로 펴낸 시리즈 중 한 권이고, 그래서 아주 얇다. ‘우리는 노력을 기울이는 만큼 결과물을 사랑하게 된다. 결과물을 자신과 동일시하게 되면서 정체성의 일부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소설가들이 그래서 다들 쪼잔할 정도로 비판에 민감하고 자기객관화를 못한다. 나도 예외일 리 없고.
읽는 동안 내가 저질렀던 자잘한 부정행위들이 생각나 몹시 부끄러웠다. 다른 사람들도 많이들 그런다는 말이 별로 위안이 되지는 않았다. 그 모든 것이 어떤 인지적 자원에 대한 인간의 통상적인 반응이라는 설명을 들으면, 그냥 인간에 대한 기대를 많이 접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66p ★
한 번도 이런식의 대응을 해보 적이 없었다. 교수 사회가 부정부패로 물들었다 해도 그곳은 최소한 학문을 하는 사람들의 모임이기에 기본적으로 식물성을 품고 있었다. 교수 사회에서만 오랜 시간을 보내느라 다른 사회를 경험해본 적이 없는 서희에게 유동구와의 대립은 그야말로 가슴을 졸이게 했다. 하지만 서희는 끝내 당차게 유동구와 맞섰다. 그러고는 밖으로 나왔다. 아무도 보지 못하는 곳에서 이토록 긴장하는 자신의 모습을 보이는 건 괜찮다고 자위했다.
67p ★
단지 그뿐이었다. 말없이 곁에 있어주었다는 것. 서희는 그것만으로도 상훈에게 감사했다. 자신에 대해 아무것도 묻지 않는 상훈의 태도에 신뢰를 느꼈다.
112p
그는 진짜 사제야. 우리들을 도덕과 윤리로 덧씌워진 거추장스러운 것들로부터 해방시키는 진정한 사제야.
162p X
"손과 발 그리고 귀. 모두 상훈의 것입니다." "....미쳤어." "손으로는 무언가를 썼고 발로는 움직였습니다. 그리고 귀로 들었죠." "..." "열어보세요. 이제 무슨 차례인지." ... "입은 무언가를 말한다는 의미입니다. 누구한테 무엇을 말하려 하는지 알아내는 것은 서희씨의 몫입니다."
212p ★
Q. 사제가 되기 위한 조건은 무엇입니까?
A. 단 하나야. 심장이 아닌 머릴로 행동하는 존재가 되는 거지. 감정적으로 대의를 망각하고 보편 윤리의 잣대로 새로운 질서 구축을 위한 조정과 조율의 방법론을 평가하고 판단하는 일을 해선 안돼. 그런 맥락에서 종교인의 희생은 일반의 통념을 뛰어넘는 악역을 감당해야 할 때가 있게 되지.
206p ★
길승호가 민서에게 말을 건넸다. '멈추지 말라고. 여기서 멈추면 나를 붙잡은 것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짓뭉개는 거라고.' 그렇게 소리쳤다. 민서는 죽은 후에도 볼펜을 쥔 주먹을 풀지 않는 길승호의 손을 붙잡으며 그의 외침을 듣고 있었다.
228p
하지만 아가씨는 모든 걸 알고 있어요. 아버님이 상훈 씨와 다른 파양 아이들에게 기업으로부터 후원을 받아 교육시키고 국위선양에 필요한 역군을 만드는 것 외에 또 다른 역할을 기대했다는 거 말이에요. 상훈 씨, 길승호. 이 두 사람이 그걸 거부한 거에요. 아버지의 뜻을 거부한거죠. 상훈 씨는 버려진 신의 아들이고 길승호는 그 신의 아들을 세상이란 시장 앞에 내다 판 유다에요.
251p ★
경찰력의 만류도, 정치권의 우려도 그녀를 막지 못했다. 그녀는 막무가내로 사다리를 붙잡고 한 걸음, 한 걸음 크레인 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내 청춘!을 다 바친 우리 동네와ㆍㆍ
그래도 포인트 삼천점은 쓰고 가야지~ ㅎㅎ
이 소설도 아내와 내 평가가 갈렸던 작품이다. 요시다 슈이치의 다른 작품은 무척 좋아하는데도 이 소설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동의하기는 어려웠다. 마음이 싸늘해서 그런가? 범인에 대해서는 ‘이런 인물이 있을 순 있겠다’는 정도로만 납득했다. 범인을 따르게 되는 캐릭터에 대해서는, 이런 사람은 절대로 없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