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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처방] 5. 개인과 국가의 관계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책을 추천받고 싶어요.

[책처방] 5. 개인과 국가의 관계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책을 추천받고 싶어요.


"개인과 국가의 이해의 충돌은 어디에 기인하며 어떻게 해결되어야 하는지 궁금해져서 관련 지식을 얻을 수 있는 책들을 읽어보고 싶습니다.


플라톤의 <국가론>을 읽기 시작했고, 유시민의 <국가란 무엇인가>를 사두었는데(일단 제목에 국가가 들어갔길래), 도움 될 책들을 추천 부탁드립니다."


그믐책처방은 그믐 회원들끼리 책을 추천하고 추천받는 모임입니다. 삶의 순간에서 맞닥트리는 다양한 고민들, 책의 힘을 빌려보는 건 어떨까요?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 29일의 기간 동안 그믐 회원들이 이곳에서 함께 찾아드릴게요.


그믐에서 [모임 만들기]를 통해 [책처방] 사연을 편하게 올릴 수 있어요! https://www.gmeum.com/gather/create/special/pharmacy
부커상 수상자 이언 매큐언의 sf 소설, 나같은 기계들
이 책은,

인간과 똑같이 생기고 기능하는 로봇을 샀는데 걔가 내 여친을 사랑한다질 않나, 암튼 말을 안 들어서 결국 죽여?부숴?버린 이야기. 이런 간단한 줄거리 안에 엄청난 질문과 고민이 들어있다. 로봇을 죽인건지 부순건지 부터가 이미 어려운 질문이다. 그들에게 어떤 생물학적 지위를 부여할 것인가, 아니 애초에 인간이 그들에게 어떤 지위나 역할을 부여할 자격이 있기는 한가. 인간을 대체하여 노동하는 로봇, 로봇의 권리와 도덕적 책임, 로봇과 인간과의 관계와 사랑, 로봇을 둘러싼 사회 질서와 국가 정책의 변화, 기술 불평등과 경제적 격차 등의 문제들을 다룬다. 생각할 거리들이 너무 많아 페이지가 쉽게 넘어가지 않는다.




작가는,

이언 매큐언은 현대 영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인간 심리와 윤리를 중심으로 한 다양한 주제를 다루며 사회적 의미와 문학적 가치가 모두 높이 평가 받는다. 1998년에 안락사를 다룬 작품 <암스테르담>으로 부커 상을 받았다. 이 책에서는 곧 도래할 로봇과 더불어 살아가야 할 세상에 대해 매우 구체적인 지점들을 꼬집어 생각할 거리들을 던져준다.

(로봇이 내 여찬이랑 잔 것에 대해) 나의 분노를 정당화하려면 아담에게 행동력, 자발성, 주관적 감정, 자의식 -배반, 배신, 기만을 포함하는 전부-이 있다고 나 스스로 확신할 수 있어야만 했다. 기계의 의식-그런 것이 존재할 수 있는가? 그건 해묵은 질문이었다.




겉보기론 인간이랑 구분이 안 되는 로봇이, 내가 돈 주고 산 내 로봇이, 내 맘에 안 드는 일을 했다고 때려 부수(죽이)거나 내다 팔면 안된다는 게 이 책의 내용이긴 하다. 그러나 그게 다가 아니다, 남성로봇과의 섹스는 바이브레이터를 이용한 자위와 다른가 같은가, 부터 해서 흥미진진한 부분들이 너무 많아서 하나하나 들고 올 수가 없다.

셀리 케이건은 <어떻게 동물을 헤아릴 것인가>에서 의지를 가지고 행동을 할 수 있다면 그것이 로봇이라고 해도 권리를 부여해야 한다고 썼다. 소설 <나 같은 기계들> 속의 로봇과학자 엘런 튜링(실존 인물이면서 소설속 가상의 인물이기도 함)도 '기계와 인간의 행위를 구분할 수 없게 되는 순간 우리는 기계에 인간성을 부여해야 한다'고 했다. 미래의 동반자 로봇들과 우리는 어떻게 어울려 살아가게 될까, 궁금해 죽겠다.

생물과 무생물의 명확한 차이에도 불구하고 그와 내가 동일한 물리법칙에 묶여있다는 사실은 남아있었다. 어쩌면 생물학은 내게 특별한 지위를 제공하지 못하고, 내 앞에 서 있는 형상이 온전히 살아있는 존재는 아니라고 말하는 건 거의 의미가 없을 수도 있었다.


우리는
우리는
#25. 귀하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 월급사실주의

몇 년전 동료에게서 6살짜리 아들이 자신에게 했다는 질문을 듣고 그 순수함과 뼈 때리는 현실성에 웃다가 울고 싶었던 적이 있다.

 

"우리 ㅇㅇ는 커서 뭐가 되고 싶어?"

"경찰관이랑 소방관!"

"음... 그래 (경찰관이나 소방 공무원도 안정적이고 나쁘지 않지). 근데 아빠는 우리 ㅇㅇ 가 의사 선생님해도 좋을 것 같은데?

"경찰관이나 소방관!! 음.. 근데, 아빠는 뭐 된거 없지?"

 

하아....그 동료나 나는 과연 뭐가 되어 있는 것일까? 나는 주 5일 어떤 일을 하며 월급을 받고 있다고 6살 아이에게 나의 노동에 대해 설명해 줄 수 있을까?

 

특정 직업이 소재나 배경인 소설을 접할 때 마다 종종 부럽게 느껴진 적이 있다. 의사, 판사, 변호사, 기자, 작가, 교수, 경찰.. 이렇게 유치원 아이들도 알만한 직업들은 이미지조차 쉽게 떠오르는데, 내가 출퇴근 전철에서 마주하는 수많은 '회사원'들은 과연 어떤 회사에서 어떤 일들을 하루 8시간씩 하고 있는 것일까?

특정 직무로 정의하기 어려운 일반 '회사원'이라 불리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그 회사원의 모습은 소설에서 잘 보기 어려웠던 게 사실이다. 소설로 쓰기엔 너무 평범한 보통의 일상이었기 때문일까? 하지만 나는 지난 주에도 엘리베이터에서 점심 식사 후 "이제 그 한식 부페 1000원 오르고 야쿠르트도 안줘요." 라는 이야기에 혼자 웃음을 참았고, 바로 몇일 후 <광합성 런치> 에서 비슷한 구절을 보며 또 한번 씁쓸하게 웃고 말았다. 아마도 이런 이유로 수많은 사람들이 <미생>을 보며 웃고 울었을 것이다. 어느 시절의 내 이야기같고 언젠가의 내 모습일까봐.

 

좋아하는 일, 가치있는 일, 삶의 의미를 느끼게 하는 직업을 갖는게 가장 좋지만 여전히 내게는 나 자신을 책임질 수 있는 "밥벌이로서의 노동"이 직업의 0순위 목적이다. 누구에게도 기대지 않고 나란 존재를, 내 가족을 부양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 그 단단한 기초가 다져진 이후에 더 큰 의미를 찾고 싶은게 내가 직업을 바라보는 관점이다. 물론 그 공간이 정당하고 합리적인 방향으로 움직였으면 좋겠고, 나의 이익이 누군가의 희생으로 얻어지는 건 아니었으면 좋겠다.

 

어떤 글들은 오랫동안 잊고 있던 20년 전쯤의 어느 시절을 떠올리게 했고, 바로 몇년 전 혹은 얼마 전의 내 주변도 생각나게 했다. 다만 앤솔로지를 기다리며 기대한, 자영업자가 소재인 단편이 없었던 건 조금 아쉬운 점이다. 첫번째 단편에서 살짝 나오긴 했지만, 우리 모두의 주변에 자영업자는 어디에나 있으니까. 그리고 최근 몇년간 가장 힘든 시기를 겪어온 사람들이니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고, 그 이야기들이 전달될 수 있으면 좋겠다.

 

 

p. 69/ 72 <밤의 벤치>

숙제를 다 하면 선생님이 캐릭터를 하나씩 그려준다고 했다. 은솔은 자신이 좋아하는 그림이 무엇인지 순서대로 짚었다. 민지가 선생님을 좋아해요. 선생님 오는 날만 기다려요. 예전에 학부모에게 그런 말을 들었을 때 경진은 예의상 하는 얘기라고 생각했다.

 

한낮에 번화한 거리를 걸을 때면 아직도 오래전 그 편의점의 파라솔과 분식점의 창가 자리가 떠오르고 거기 앉아 밥을 먹고 숨을 돌리던 자신이 생각났다. 어떤 시기의 자신을 거기에 두고 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경진은 밤의 벤치에도 자신의 일부를 두고 왔고 그것이 영영 사라져버렸음을 깨달았다.

 

p.121 <광합성 런치>

바닥에 껌 종이가 떨어져 있었다. 그걸 보니 알루미늄 수출 회사에 다니던 시절이 떠올랐다. 껌을 포장하는 데 알루미늄포일만큼 좋은 것도 없다. 껌의 수분을 적절하게 보존해주고, 여름엔 열을 밖으로 내보내 껌이 녹는 것을 방지해준다. 버릴 땐 작게 뭉쳐서 버릴 수 있으니 편리하기까지 하다. 얇은 종이에 그렇게 많은 기능이 있다는 것을 사람들은 알까... 우리 회사에선 내가 껌종이 같은 사람이라는 걸 이재씨는 알까. 식대 인상을 제안하며 대표를 설득하기 위해 얼마나 잔머리를 굴렸는지 알까. 대표가 너무 까칠해지지 않도록 마음의 수분을 적절하게 보존해주고, 직원들의 열을 밖으로 내보내 녹는 것을 방지해주는 사람. 그러나 버려질 땐 껌종이처럼 꼬깃하게 뭉쳐져 가차없이 던져지는 존재. 그게 나라는 걸.

 

p.144 <기초를 닦습니다>

그 반년동안 가장 크게 배운 것은 다름 아닌 예산에 대한 감이었다. 설계를 하며 이런 디테일에 이런 자재를 추가하면 얼마나 공기가 늘고 예산이 늘어나나 이론적으로는 알고 있었다. 당시엔 자신이 예산에 맞춰 설계한다고 믿었다. 그러나 현장에서 일을 해보니 실은 시행사 측에서 그 예산에 맞춰 만들어주고 있는 것이었다.

 

P. 169/ 189/ 203 <간장에 독>

나는 이중구가 그렇게 내면이 복잡하고 치밀하게 자신을 연출할 줄 아는 캐릭터는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그 자신도 비슷한 말을 한 적이 있다. 실제로는 전혀 계획적이지 않고 소심하기 그지 없는 인간인데 다른 사람들이 자기를 되게 계산이 빠르고 과묵한 능력자로 본다고. 당치도 않은 공격을 받으면 기가 막혀서 아무 말도 못하고 멍한 표정으로 있는 건데 그걸 침착한 거라고 여긴다고.

 

출근하고 두 달쯤 뒤에 나는 인스타그램 계정을 닫았다. 사람들이 다는 댓글에서 미세한 적대감을 감지했기 때문이다. 점심을 먹고 사진을 찍어 올렸을 때 거기에 달리는 '나도 출근해서 식사하고 싶네. 집에서 가정부 신세 다섯 달째' 같은 댓글들.

 

당신과 나 사이에는 어떤 가능성이 있었어. 약하지만 말랑말랑하고 따듯한 가능성이었어.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열세 살 차이는 심하지, 하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 문장들 외에 다른 생각은 잘 떠오르지 않았다.

생각이라는 게 어디에서 떠오르는 걸까, 다른 사람들에게도 생각이 이런 식으로 떠오를까, 문장 형태로 떠오르지 않는 생각은 생각이 아닌 걸까, 생각하기도 했다. 나는 기근을 겪었고, 앞으로도 기근이 몇 번 더 찾아올 거라고 생각했다. 이번에는 운이 좋았다. 내가 딱히 잘나가거나 뭘 잘했던 건 아니었다. 다음번에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 옛날 사람들은 기근 때에도 어떻게 다른 사람을 만나 가족을 이루고 아이를 낳았을까, 인간의 생존 능력이란 참으로 징글징글하다.

 

p.230/ 231<숨바꼭질>

"억울해? 우리 같은 사람은 너무 올라도 불안해서 못 견뎌. 그때까지 버틴 놈이 대단한 놈이야. 그런 전사의 심장을 가진 놈은 그 돈을 먹을 자겨이 있다고 봐. 당신이 그때로 다시 돌아가면 다른 선택을 할 것 같아?"

 

"생각이 복잡하면 일단 처음으로 돌아가. 그리고 할 수 있는 일을 해. 우리처럼 별 재주가 없고 평범한 사람에게는 그게 최선이야."


p.311 <이해와 오해가 교차하는 방식>

누구는 값싼 단가에는 저렴한 품질로 대응한다고, 콩 심은데 팥이 날 순 없다고 강변했지만 결국 자기 작품, 자기 농사라 생각하면 콩값을 받고도 팥을 심어야 했다.




귀하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 월급사실주의 2023
귀하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 월급사실주의 2023
목포문학박람회 <문학과 책문화생태계 포럼> 참석

9월 15일(금) 낮1시부터 4시까지 ‘문학의 연대와 확장’이라는 주제로 목포문학관에서 열린 <문학과 책문화생태계 포럼>에 토론자로 참석하였다.


프로그램북

716. 28 (정유정)

대단한 야심작이라고 생각한다. 작가는 인간의 심연보다는 폭력 그 자체를 붙잡으려 하며, 그것은 작가의 스타일이 된다. 생존자와 사망자를 예상하기 어렵고, 퇴장의 타이밍은 꽤나 공식에서 벗어나 있다. 그것은 작가적 고집이다.

28 - 정유정 장편소설
28 - 정유정 장편소설
715. 최고의 휴식 (구가야 아키라)

마음챙김 명상에 호기심도 있고 뇌과학자가 썼다고 하니 영 허무맹랑한 얘기는 아닐 것 같아서 집어 들었으나 책을 읽어도 잘 모르겠다. 마음챙김 명상은 몇 달쯤 시도하다 포기하는 패턴을 반복하고 있다.

최고의 휴식
최고의 휴식
전국노래자랑

본선은 커녕 2차도 아닌 무려 1차에서 광탈;


@ 새 동네

23-030 | 임솔아, 나는 지금도 거기 있어 (티저북)

문학동네 (230915~230916)


❝ 별점: ★★★★

❝ 기대평: 서로 다른 사람들이 만나 이어 나갈 ‘느슨하고 다정한 관계’

❝ 키워드: #관찰 #비밀 #우정 #사랑 #애인 #외로움 #기다림 #이별 #곁 #그림자 

❝ 추천: 여러 만남과 헤어짐의 결을 경험하고 싶은 사람


🔍 첫 문장: 우주는 방바닥에 엎드려 있었다. (p.11)


📝 (23/09/16) 아홉 살의 우주부터 스물일곱 살의 우주까지, 우주의 삶의 일부를 짧은 단편 영화로 엿본 듯한 느낌이 드는 글이었다. 


  관계를 ‘관찰’하고 ‘학습’해야 이어나갈 수 있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 뭔가를 관찰하고 원리를 파악하는 것을 좋아하는 우주는 자신에겐 ‘속이 빤히 들여다보이는’ 남자아이들과 어울리는 데는 큰 어려움을 느끼지 않았지만 여자아이들과 어울리는 것은 어려워 그들을 관찰하고 기록해야 했다. 그렇지만 열여덟에 만난, 그냥 아무 말 없이 손을 잡고 같이 있기만해도 되는 아이, 선미. 그만 바래다줘도 된다고 한 후에도 버스 정류장에 먼저 도착해 자신을 기다리고, 야간자율학습이끝나면 우주가 먼저 버스에 오르는 것을 정류장에서 바라보는 선미. 다시 만난 그들의 관계는 바뀌어 이제는 우주가 선미의 방을 꾸며주고, 선미를 돕고, 선미와 더 오래 함께 있고 싶어 한다. 


  우주와 선미 모두 외로움을 많이 느끼는 사람들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그 외로움을 해소하는 방식이 서로 달랐고, 서로에게 바라는 것이 달랐고, 그렇기에 서로를 사랑하는 마음은 진실했을지라도 결국 언제가 됐든 둘의 관계의 결말은 이미 정해져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 평생을 함께 다닌 그림자가 사라졌다는 걸 알아챈 순간처럼 스산해졌다. 우주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자신의 손바닥을 내려다보았다. 자신이 살아 있는지 확인하려는 것처럼 그랬다. (p.82)


  열여덟부터 스물일곱. 거의 10년이라는 시간을 함께 한 우주와 선미. 우주는 ‘그림자’가 사라졌다는 걸 깨달은 순간, 낯설지만 익숙하다는 느낌, 그리고 오래도록 기다려왔던 장면이라는 느낌을 받는다. ‘보통이라는 것이 잔인한 말일 수 있다는 것’, 이 소설을 읽으며 아프게 깨닫게 되었다. 이별도 하나의 결실이 될 수 있다는 것, 이별도 누구 한 사람의 몫이 아니라 같이 해내야 하는 것이라는 사실. 헤어짐은 늘 아프지만 그럼에도 우리가 살아가면서 언제든 겪을 수밖에 없는, 그래서 충분히 앓더라도 잘 견디고 마무리해서 떠나보내야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 티저북이 소설의 제2부 「관찰의 끝」을 담고 있다고 해서 소설의 다른 인물들은 나오지 않을 것이라 예상했는데, 티저북 인물소개에 언급됐던 인물들이 깜짝 선물처럼 등장해서 더 흥미로웠다. 


  우주는 미술전시에 함께 참여하게 된 이들이 말하고 싶으면 말할 수 있게 기다리고, 말하고 싶지 않다면 하지 않도록 하며 타인을 존중하는 것과, 때로는 곁에 그냥 서 있어 주는 방식으로 연대하는 것에 편안함을 느낀다. ‘느슨하지만 다정한 관계’라는 설명이 딱 맞는다고 느꼈다.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의 나로 봐주는 사람을 만나는 건 쉽지 않은 일이지만, 어쩌면 이 소설의 인물들은 ‘광장 한복판에서 옆돌기를 하더라도 놀라거나 박수를 치거나 눈썹을 찡그리지 않고, 나무나 물을볼 때처럼 옆돌기를 오직 옆돌기로 볼 수 (p.94)’ 있지 않을까. 화영, 우주, 보라, 정수 네 명의 인물들이 소설을 통해 보여 줄 ‘느슨하지만 다정한 관계’가 무엇일지 정말 기대된다. 🫧


(*출판사 티저북 서평단으로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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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도 거기 있어
나는 지금도 거기 있어
결정판 일중전쟁

新潮社사 2018년 발행


중일전쟁에 대해 부분적 파편적으로만 알고 있었는데 이번에 이 책을 통해 이 전쟁의 성격과 진상을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 중일전쟁이 태평양 전쟁의 직접적 계기였다는 사실과 함께 당시 일본은 중국 대륙과 태평양에서 두 개의 전쟁을 동시에 진행하다 미국에 패전했다는 사실도 알수 있었다. 미국이 일본의 중국 獨食을 막으려 했던 이유는 태평양에서 미국의 헤게몬 때문이었을 것이다. 아마도 미국의 개입이 없었다면 지금의 중국사는 倭가 지배하는 역사의 한 국면 또는 시대구분이 되어야 했을 것이다.


중일전쟁의 교훈을 바탕으로 21세기 동아시아 정세를 가늠하고 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 기본적으로 미국은 동아시아에서 지역 패권세력을 지속적으로 제어하며 자신의 영향력을 강화시키고 확대시키려는 전략을 펼 것이 분명해 보인다. 중국과 일본 중 어느 누구도 압도적인 실력을 행사하지 못하게 할 것이다. 한국은 동아시아 諸國 중에서 최약체에 해당한다. 중일러라고 하는 강대국 사이에 우리의 입지를 확보하기 위해서 한국은 항상 미국이라는 레버리지를 충분히 활용해야만 한다.


이 전쟁은 일본 군부 특히 육군의 호전성, 중국 대륙에 대한 주체할 수 없는 지배욕먕이 일본 내각의 신중론을 항상 압도하면서 전개되어 나갔다. 일본이 사무라이적 호전성, 상무정신을 조금만 자제했어도 역사의 수레바퀴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진로를 정했을지도 모른다.


장개석은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정치는 전쟁보다 중요하고 선전선동은 정치보다 중요하다.” 선전선동은 중국공산당의 전유물인줄 알았는데 중국 역대 왕조의 오랜 통치 경험에서 나온 중국 엘리트들의 전형적 대중지배 기술이라는 사실도 이해하게 되었다. 장개석은 의도적으로 일본과의 전쟁의 무대를 상해로 정한다. 그 이유는 상해는 서구 열강들의 조계지 등이 집결해 있는 장소였기 때문에 이곳을 일본이 공격하게 함으로써 국제여론을 중국에 동정적 호의적으로 만들려고 했다. 상해와 남경을 포기하고 사천성의 중경으로 수도를 옮기는 지구전과 국제여론전에 집중하는 두 가지를 일본과의 전쟁 전략으로 선택한다. 


이렇게 보면 장개석의 대일전쟁 전략과 마오쩌둥의 혁명 전략은 일란성 쌍둥이들의 그것처럼 일종의 평행이론이 성립한다. 장개석이 중경으로 들어가면서 선택했던 지구전과 마찬가지로 중국공산당의 연안으로의 長征은 너무나 유명한 사건이다.


아무튼, 이와 같이 장개석은 일본과의 전쟁을 수행하면서 카이로 회담의 당사자가 되고 국제연합의 상임이사국 자리도 차지하게 된다. 아마도 이것이 장개석을 중국현대사에 그 위치를 부여하게 만든 업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중국대륙은 일본이 아니라 중국공산당이 차지하게 된다. 이것은 미국의 전략적 판단 착오였을까? 아니면, 의도적으로 중국의 사회주의 혁명을 용인한 것일까? 키신저 외교에 의한 70년대 초반 미중 데땅트는 이러한 사전적 포석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은 아닐까?


일본이 미국과의 전쟁에서 패한 것이 중일전쟁에서 패배로까지 연결되기는 힘들어 보인다. 현재까지 중일전쟁을 말하면서 누구도 일본을 패전국가, 중국을 승전국가라 선뜻 말하지 못하는 전쟁의 성격이 여기에서 비롯되었음을 알 수 있다. 


한국의 미래는 중국과 일본이라는 강대국의 틈바구니에서 활로를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다. 중국은 현재 자국국민들을 자극해 엄청난 반일공세를 펼치고 있다. 정작 중국의 힘이 압도적이라고 한다면 그래서 일본을 압살할 수 있는 힘이 있다고 한다면 저렇게 대중들을 동원하는 식의 프로파갠더전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중국의 반일은 역설적으로 약자의 두려움에서 비롯되는 비명일지도 모른다.

라루스 세계 명언 대사전

먼지 가득 쌓인 명언을 주제별로 모아놨다. 아포리즘의 가벼움과 허망함을 체험할 수 있다.

라루스 세계 명언 대사전
라루스 세계 명언 대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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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구립도서관] 2024년 성북구 비문학 한 책을 추천해주세요. (~5/12)
<장르살롱>이 시즌2로 돌아왔다!
[책 증정] [박소해의 장르살롱] 14. 차무진의 네 가지 얼굴
세계적 사상가 조너선 하이트의 책, 지금 함께 읽을 사람 모집 중!
[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05. <나쁜 교육>[그믐북클럽Xsam] 15. <바른 마음> 읽고 답해요
이 계절 그리고 지난 계절에 주목할 만한 장편소설 with 6인의 평론가들
다음 세대에도 읽힐 작품을 찾는 [이 계절의 소설] 네 번째 계절 #1다음 세대에도 읽힐 작품을 찾는 [이 계절의 소설] 세 번째 계절 #1다음 세대에도 읽힐 작품을 찾는 [이 계절의 소설] 세 번째 계절 #2
직장인이세요? 길 잃은 직장인을 위한 책들 여기 있어요.
[김영사/책증정] 천만 직장인의 멘토 신수정의 <커넥팅> 함께 읽어요![김영사/책증정] 《직장인에서 직업인으로》 편집자와 함께 읽기[직장인토크] 완생 향해 가는 직장인분들 우리 미생 얘기해요! | 우수참여자 미생 대본집🎈[생각의힘] 어렵지 않아요! 마케터와 함께 읽기 《커리어 그리고 가정》
어서 오세요. 연극 보고 이야기하는 모임은 처음이시죠?
[그믐연뮤클럽의 서막 & 도박사 번외편]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 이반과 스메르자꼬프"[그믐밤] 10. 도박사 3탄,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수북강녕
💌 여러분의 마지막 편지는 언제인가요?
[책 증정] 텍스티와 함께 『편지 가게 글월』 함께 읽어요![그믐밤] 6. 편지 읽고, 편지 쓰는 밤 @무슨서점[이 편지는 제주도로 가는데, 저는 못가는군요](안온북스, 2022) 읽기 모임
🍵 따스한 녹차처럼 깊이 있는 독후감
종의 기원(동서문화사)브로카의 뇌도킨스, 내 인생의 책들코스믹 컨넥션
딱 하루, 24시간만 열리는 모임
[온라인 번개] ‘책의 날’이 4월 23일인 이유! 이 사람들 이야기해 봐요![온라인 번개] 2회 도서관의 날 기념 도서관 수다
🌸 봄에 어울리는 화사한 표지의 책 3
[책증정/굿즈] 소설 《화석을 사냥하는 여자들》을 마케터와 함께 읽어요![책 증정] 블라섬 셰어하우스 같이 읽어 주세요최하나 작가와 <반짝반짝 샛별야학>을 함께 읽어요.
<이 별이 마음에 들어>김하율 작가가 신작으로 돌아왔어요.
[책증정 ]『어쩌다 노산』 그믐 북클럽(w/ 마케터)[그믐북클럽] 11. <이 별이 마음에 들어> 읽고 상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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