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법'이라고 불리는 일본식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의 영향을 받은 책. 교과서라고 하기엔 픽업 아티스트가 쓴 책 같음.
주인에 대한 충성심과 사랑이 Buck 의 두려움을 이기게 했다. 몽둥이와 송곳니가 지배하는 세상에 대한 두려움을 이기고 자기를 부르는 야성을 따라 떠난다.
지금은 절판되었고, 『심야 플러스 1』만큼 인상 깊지는 않았다. 개빈 라이얼 본인이 공군 장교 출신이었다(기자 출신이기도 했다). 1970년대까지 그의 작품들은 이 책 같은 항공 스릴러와 『심야 플러스 1』 같은 ‘유로 스릴러’ 두 종류였다고 하는데 모두 상업적으로 성공을 거두었다. 그럼에도 뻔한 패턴을 반복하고 싶지 않아 1980년대, 1990년대에 각각 새로운 소설적 시도를 감행했다고.
한창 하드보일드 추리물을 탐독할 무렵 기대없이 집어들었다가 반했다. 나중에 보니 나 말고도 팬이 많더라. 후반부의 긴박감도 대단했고, 주인공과 적들이 단순히 뒷골목 탐정이나 범죄자들이 아니라 전쟁 후유증을 앓는 사람들이라서 더 깊이 있게 느껴졌다. 한국 출판사와 번역자가 바뀔 때에도 번역 제목은 변하지 않았는데 ‘0시 1분’도 아니고 ‘미드나이트 플러스 원’도 아니고 왜 ‘심야 플러스 1’인지 모르겠다.
아렌트가 구분한 1단계 노동을 요새 fulltime으로 하는 중에 마음만은 음악을 누리고 싶어서 틀어놓는 cd들☆ 주로 사인받느라고 사다놓고 정작 플레이어 고장나서 듣지는 않던 음반들인데, 주로 유투브로 음악을 듣기도 하고 많게는 직접 치면서 귀호강 하는 걸 좋아한다 는 핑계로 그냥 쌓아두었다가 이제야 수회씩 청취 중^^
듣다보면, 음반까지 내시기에 수많은 노력과 재능과 기회가 만나 결실을 이룬 결과물답게 매우 훌륭하지만 명성에 힘입어 상대적 태작이거나 평타인 경우도 있는 것 같다고 하면; 네가 무슨 자격이 있느냐? 하려나;
암튼 지극히 개인적 입장에서 이해관계가 없기에 자유로운 청취자 입장에서 볼 때 ㅡ 어떤 분들은 정말 훌륭함을 넘어 위대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 😭 존경합니다.
ㅡ'이 時代의 사랑'에 수록
*인권연대 숨 소식지 2023년 9월호 '현경이랑 세상 읽기' 꼭지에 실린 글입니다.
제목: 시를 들려주겠니 / 글쓴이: 박현경(화가)
중학교 2학년 남자반 담임에 학년부장. 학교에서 내가 맡고 있는 역할이다. 뉴스를 통해 보고 듣는 온갖 사건, 사고, 정쟁과 투쟁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학교 일과는 어김없이 계속된다. 그동안 나는 9월 4일 공교육 멈춤의 날 집회와 이후 이어진 또 다른 교사 집회에서 맡은 역할을 수행하고, 틈틈이 10월 단체전을 위해 그림 작업을 해 나갔다. 이른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바쁜 나날이었다. 그런 가운데 담임으로서 그리고 학년부장으로서 역할에 소홀하지 않았다는 점이 다행스럽다.
아무리 중요해 보이고 대단해 보이는 일을 한다 해도 그로 인해 일상이 무너지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보도 자료를 내고, 기자들과 통화하고, 집회 성명문을 작성하고, 3만 명이 운집한 집회에서 발언을 하고, 길이 남을 (수 있을지도 모르는) 작품을 창작한다고 해도, 그 일들로 인해 나의 하루가 그리고 내가 마주하는 학생들의 하루가 피해를 입게 할 수는 없었다. 요약하자면, 바빴지만 짜증 내거나 대충 살지 않았다는 얘기다.
그렇게 소중히 지켜 나간, 그리고 여전히 지켜 나가고 있는 일상 중 하나가 바로 ‘지각 시 외우기’다. 십 년도 훌쩍 넘는 시간 동안 내가 담임을 맡은 반에서는 지각을 한 학생들이 벌칙으로 시를 외운다. 이 활동을 처음 시작했을 때는 동시 위주로 가려 뽑아 지각한 학생들에게 한 편씩 외우게 했다. 그러다가 굳이 동시에만 국한할 것은 없겠다는 판단이 서서, 요즘은 내가 인상 깊게 읽은 시집들을 잔뜩 학교에 가져다 놓고, 그중 한 대목씩을 외우게 하고 있다.
“너무 길어요.”
“뭔 말인지 모르겠어요.”
투덜대던 중2 남학생들이 결국엔 시를 외워 내게 더듬더듬 읊어 준다. 나는 쉴 틈 없이 바쁘게 돌아가는 일과 중 그 시간만큼은 다른 일을 멈추고 다른 생각도 멈추고 시를 듣는다. 그게 바로 내겐 명상이자 치유다. 명상이자 치유인 이 순간들 중, 나 혼자 읽었을 때는 미처 느끼지 못했던 뭔가를 느끼게 되기도 한다. 이를테면,
아무것도 생각하지 마, 지금 네 손에 뭐가 닿는지만 생각해,
박상수, 「작은 선물」
이 두 문장을 들으며 생각한다. ‘그렇구나, 지금 내 손에 무엇이 닿는지만 생각하면 되는구나. 지금은 이 아이만 생각하면 되는구나. 한 번에 한 가지만 생각하면 되는구나.’ 그리고 마음이 급하거나 불안할 때마다 나 자신에게 읊조려 준다. ‘아무것도 생각하지 마. 지금 네 손에 뭐가 닿는지만 생각해.’
그럴 수 없을 거라고 믿고 싶어도 어떤 일은 그냥 일어나기도 하는 거니까, 그 일들이 너를 미워해서 일어난 것이 아니니까, 이제 너를 아프게 하는 것으로 세상을 벌주려 하지 말아,
박상수, 「어떤 일은 그냥 일어나기도 하지」
이 부분은 내게 몹시 큰 위로가 되었다. 과거의 어떤 일로도 나를 아프게 하지 말자. 세상이 밉다고 해서 나를 아프게 하지 말자. 그리고 동시에 이 문장들이 지금 이 문장들을 내게 들려주는 저 아이에게도 남아 언젠가 힘이 되어 주길.
그리고 문틈으로 스며드는 빛을 보았다 아주 가까이에 있는 빛을 보았다
빛의 산이 멀리 있다는 생각 때문에 한번도 들어가보지 못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안희연, 「빛의 산」
이 구절을 듣는 순간 번쩍 떠오르는 것. 이 문장들을 내게 읊어 주고 있는 이 아이가 바로 ‘문틈으로 스며드는 빛’, ‘아주 가까이에 있는 빛’이구나.
복닥복닥하고 자질구레한 일상 속에서 마주치는 한 사람 한 사람이 바로 ‘문틈으로 스며드는 빛’, ‘아주 가까이에 있는 빛’. 저 멀리 보이는 중요해 보이고 대단해 보이는 ‘빛의 산’을 생각하느라 놓치기 쉬운, 그러나 놓쳐선 안 될, ‘문틈으로 스며드는 빛’, ‘아주 가까이에 있는 빛’. 오늘도 그 빛을 놓치지 말고 살아야겠다. 그렇게 오늘의 소중한 일상이 계속된다.
그림_박현경, 「네가 보고 싶어서 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