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죄책감 지수가 높은 사람이라 도움이 됐다. 이론보다는 조언에 방점을 두는데, 정신의학적인 근거를 더 정밀하게 설명해줬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우울증이 몸의 염증 때문에 일어날 수 있다는 최신 연구와 신경면역학이라는 신생 학문을 소개한다. 우울증도 암처럼 여러 종류가 있다고 여겨야 한다고 설명.
만화가 곁들여진 짧은 콩트 모음집. 일본에서 200만 부가 팔린 시리즈라고 한다. 초등학생과 중학생이 주 독자층이라는데, 그렇다기엔 어두운 내용도 많다.
엄청 재미있다. 2021년에 읽은 소설 중 최고. 블랙 유머와 사회 풍자가 취향에 아주 딱 맞아서, 이 작가의 책이라면 다 읽어볼 마음이 생긴다. 책장을 덮기도 전에 아내에게 꼭 보라고 권했고, 아내도 굉장히 재미있어 하면서 읽었다.
책장을 가볍게 넘길 수 없었다. 어떤 대목들은 그대로 내 음주 습관에 대한 묘사이기도 했다. 나는 지금 내리막길에 있는 걸까, 균형 상태에 있는 걸까. 그 균형 상태는 안정적인 건가, 몹시 아슬아슬한 걸까. 부제에는 ‘술 취하지 않는 행복’이라는 문구가 있다. 그에 대해 오래 생각했다.
1권에서는 청각 장애, 소인증, 다운증후군, 자폐증, 정신분열증, 중증 장애를 겪는 환자 가족을 다루는데, 읽기가 정말 괴로웠다. 책이 나쁘거나 지루했다는 의미가 아니다. 저자가 인터뷰한 가족들의 고통이 정말 생생하게 전해졌기 때문이다. 자폐증이나 정신분열증 환자 부모의 삶은 지옥 같았다. 자식을 살해하는 이들의 심정도 이해가 갔다. 2권에서는 신동, 강간 피해자, 범죄자, 트랜스젠더 가족을 다룬다. 역시 고통스러웠지만 1권보다는 조금 덜했다.
이 책을 읽고 수평적 정체성이라는 개념을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었다. 진정한 걸작이고 모든 사람에게 추천해주고 싶다. 집필에 무려 10년이 걸렸다고 한다. 짧은 시간에 시시한 책 여러 권을 쓰는 것보다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훌륭한 작품을 한 편 남기는 게 현명하다는 생각을 다시금 했다.
다소 딱딱할지는 모르겠지만, 육감이나 손맛을 믿지 않는 저자들, 작법서의 아리송한 표현에 질린 예비 소설가들에게 도움이 될 책이다. 아주 상세한 매뉴얼.
앞부분은 심드렁하게 책장을 넘겼는데 뒤로 갈수록 정독하게 됐다. 결론에 이르러 저자는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행복의 비결 같은 것은 없다고 주장한다. 사랑 역시 삶의 목적이 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다만 여러 사람들의 행복에 큰 영향을 미치는 공통 요소들은 있다. 집, 유머, 다른 사람의 인정, 성공 등이며, 사랑 과 섹스도 그런 요소 중 하나다. 일과 돈도 어느 선까지는 중요하다.
일상에서 흔히 겪는 상황이나 감정들에 대해 꼬치꼬치 근거를 묻고 시비를 따진다. 내 성격도 그런 편이라 재미있게 읽었다. 시기심을 다루는 책인 줄 알고 집어 들기는 했지만. 저자 소개에는 작가가 패러독스에 관심이 많다고 나와 있는데 나도 그렇다.
저자는 알코올중독 치료 전문병원에서 오래 일한 정신과 의사다. 앞부분을 넘길 때만 해도 술을 왜 이렇게 악마화 하느냐며 속으로 투덜거렸는데, 온갖 끔찍하고 비참한 사례와 피폐한 환자와 그 가족들의 모습을 읽다 보니 뼛속 깊이 무서워졌다.
책은 절주라는 개념은 있을 수 없다며 알코올 중독에 대해서는 오로지 단주만이 답이라고 완강하게 주장한다. 그리고 몇 달 정도 술을 안 마실 수 있다고 해도 알코올중독은 알코올중독이라고 한다. 책 앞부분에는 여러 종류의 알코올중독 자가진단 문항이 있는데, 이에 따르면 나는 중등도(中等道) 알코올 사용 장애에 해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