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 끓일 시간에 다 설명할 수 있을 줄거리인데 이야기를 끌고 가는 솜씨와 구성이 좋아 한 대목도 느슨하지 않다. 요즘 뜨는 이런 장르를 ‘칙 느와르’라고 한다고.
빠른 스텝으로 쉴 새 없이 잽을 날린다. 끝에는 적절한 한 방도 있고. 나중에는 주먹이 날아오는 타이밍이 얼마간 예상이 되는데, 오히려 그런 기계적인(비인간적인) 템포가 작품의 주제와 묘하게 어울리는 듯.
“교통사고와 병과 돈, 그런 것이 죽음의 이유가 될 수 있”(164쪽)다고 생각했다. “성숙한 사람은 죽음을 의연히 받아들”(〃)여야 한다고 믿었다. 그래서 “우는 너를 보고 나는 화가 났다”(169쪽).
글의 주제나 구조보다는 문장 단위의 표현력을 키우는데 초점을 맞춘다. 저널리즘적인 글쓰기에 관심 있고, 얼마간 기본기가 있는 사람에게 더 유용할 듯. 어지간하면 ‘~적(的)’을 피하라는데 잘 안 되네.
가문의 오랜 저주를 둘러싼 미스터리 판타지 스릴러물이라고 여기면 느린 전개와 답답한 인물들에 복장이 터진다. 긴 고립과 죄책감의 드라마로 보면 매혹적이다.
중간 등급 시민권을 도입하자는 아이디어, 범주적 불평등에 초점을 두는 관점의 한계, 자본주의와 민주주의의 분리 가능성 등 날카롭고 흥미로운 이야기들.
자신의 욕망을 위해 도움을 청하는 남자들을 제인 에어는 거부한다. 로체스터와의 결혼은 그녀가 원하는 방식으로 자신의 욕망을 추구할 때 비로소 이루어진다.
문자 그대로 내 인생을 바꿨다. 이 소설은 글자로 된 야수다. 독자를 찢어발기고 아무 답도 주지 않는다. 나는 『악령』 이후로 문학이 인간을 구원한다는 말을 믿지 않는다.
소설가이자 시인이 소설적 구성으로 쓴 이토 히로부미 암살 전후 안중근 이야기. 제목에 ‘하얼빈의 11일’이라고 되어 있는데 사실 11일보다 조금 더 긴 기간을 말하기는 한다.
경제학이 최근 스스로를 ‘인간의 행동 원리를 밝히는 학문’으로 규정하려 시도한다며, 이런 움직임은 월권이고 중대한 도덕적 위협이 된다고 비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