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폐지된 조선일보판타지문학상 수상작. 설정 좋고, 스토리도 나쁘지 않은데, 스토리‘텔링’은 좀 아쉽다.
여기 나온 연습문제들을 다 해내는 사람은 뭔가 틀림없이 되긴 할 것 같다. 작가는 못 되더라도. 글쓰기에 대한 통념 몇 가지를 부숴주어서 개인적으로 고마운 책.
히가시노 게이고의 평행우주 SF. ‘말도 안 된다’고 헛웃음 지으며 읽기 시작했는데 읽는 동안에는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었다. 말은 안 되지만 엄청 재미있다.
공부하는 마음으로 집어든 책이었는데, 다소 딱딱한 편. 엘리자베스 로프터스 교수가 언급되어 반가웠다.
40층 주상복합건물, 층간소음으로 인한 갈등, 아파트로 상징되는 사회적 계급, 개고기. 지금 우리가 놀라거나 기분이 나빠지기에는 너무 익숙한 것들. 그야말로 SF 속을 살고 있구나.
병어회도 먹고 싶어지고 원조 필스너도 마시고 싶어지고 오아시스 도시에 가서 ‘내 육체도 기쁩니다’라고 말하고 싶어진다. 변명처럼 시작하는 에필로그에는 기실 변명이 거의 없다.
쉽지 않았을 쓴 소리들을 용기 있게 한다. 탈북민이 통일시대의 다리 역할을 하지는 않을 것 같다든가, 정착지원 정책 수혜자들의 자립 각오가 크게 부족하다든가, 저소득층이 탈북민을 더 무시한다든가.
북한의 전력이 과장됐다는 주장은 잘 이해하겠다. 그런데 ‘전쟁에서 지지 않는 것’이 대북 안보의 의의였던 시대는 이미 지나지 않았을까. 도발을 억지하고, 충돌이 발생하더라도 최대한 피해를 줄이자는 것 아닌가.
이제 북한 경제는 사회주의는 아닌 것 같다. 주택 거래소가 생겨 부동산 매매를 할 수 있게 됐고, 많은 농장에서 가족 단위 경영제도 도입했다고 한다. 그 결과 빈부 격차와 부정부패는 날로 심해지고 있다고.
음모론자, 종교계의 성차별적 관습, 동물권, 결혼권, 이런저런 보상금의 모순 등에 정부가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에 대해 조금씩 도발적인 아이디어들을 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