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부분은 심드렁하게 책장을 넘겼는데 뒤로 갈수록 정독하게 됐다. 결론에 이르러 저자는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행복의 비결 같은 것은 없다고 주장한다. 사랑 역시 삶의 목적이 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다만 여러 사람들의 행복에 큰 영향을 미치는 공통 요소들은 있다. 집, 유머, 다른 사람의 인정, 성공 등이며, 사랑과 섹스도 그런 요소 중 하나다. 일과 돈도 어느 선까지는 중요하다.
일상에서 흔히 겪는 상황이나 감정들에 대해 꼬치꼬치 근거를 묻고 시비를 따진다. 내 성격도 그런 편이라 재미있게 읽었다. 시기심을 다루는 책인 줄 알고 집어 들기는 했지만. 저자 소개에는 작가가 패러독스에 관심이 많다고 나와 있는데 나도 그렇다.
저자는 알코올중독 치료 전문병원에서 오래 일한 정신과 의사다. 앞부분을 넘길 때만 해도 술을 왜 이렇게 악마화 하느냐며 속으로 투덜거렸는데, 온갖 끔찍하고 비참한 사례와 피폐한 환자와 그 가족들의 모습을 읽다 보니 뼛속 깊이 무서워졌다.
책은 절주라는 개념은 있을 수 없다며 알코올 중독에 대해서는 오로지 단주만이 답이라고 완강하게 주장한다. 그리고 몇 달 정도 술을 안 마실 수 있다고 해도 알코올중독은 알코올중독이라고 한다. 책 앞부분에는 여러 종류의 알코올중독 자가진단 문항이 있는데, 이에 따르면 나는 중등도(中等道) 알코올 사용 장애에 해당했다.
진화심리학자 로빈 던바의 과학 칼럼 모음집. 그가 제안한 ‘던바의 수’와 사회적 뇌 가설 개념 자체에 관심이 있었는데, 꼭 그에 해당하지 않는 주제에 대한 글들도 많았다. 일부일처제가 뇌를 발전시키는 큰 진화적 압력이 되었을 거라는 얘기가 흥미롭다.
최선을 다하는 태도를 버리는 데에도 기술이 필요하며, 어떤 일이나 상태는 최선을 다하지 않을 때에만 이루거나, 이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