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읽는 데 오래 걸렸다. 여행이나 출장 갈 때 들고 다니며 '여기가 더블린보다는 낫네' 하고 생각했다.
살인적인 폭설에 파묻힌 소도시와 인간 군상의 묘사가 흥미롭다. 한데 이야기는 발동이 너무 늦게 걸리는 것 같기도 하고. HJ는 무척 재미있게 읽었다고 한다.
성실한 외부인이 증언하는 남과 북. 흥미진진하다. 주변국에게 남북한은 양쪽 모두 고집스러운 골칫덩이였다. 개인 숭배의 지속 비결을 묻는 소련 간부에게 김일성은 “유교 덕분”이라고 답했다.
전면전을 한번 더 일으키려는 김일성과 핵무기 개발을 추진한 박정희를 중국, 소련, 미국이 뜯어 말렸다. YS도 퍽 위험한 인간이었다. 노태우의 북방외교는 높게 평가되고, 비자금 시인도 결단처럼 묘사된다.
헬리코박터 파이로리는 위궤양을 일으키는 동시에 식도질환과 천식을 억제한다고. 이제 막 연구가 시작된, ‘인간 미생물군집’이라는 기이한 신세계.
‘도서판매업은 자본주의 원칙의 예외가 돼야 하나’라는 질문과 ‘소매업과 쇼핑은 단순한 경제활동에 불과한가’라는 반문. 답하기 쉽지 않은 문제를 균형감 있게 서술.
노동 빈곤층의 목소리를 듣고 옮겼다. ‘왜’에 대해 다소 피상적으로 접근한 꼭지도 있지만 분명 의미 있는 기획이고 노작이다. 비정규직 체육 코치와 빈곤 청소년 이야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대학원생들이 찾아가 기록하고 체험한 우리 사회의 빈곤 현장들. 일, 집, 아이, 병, 빚의 5개 영역으로 구분했다. 읽다 힘들어서 중간에 쉬었다. 무섭고 감사하다.
도스토옙스키의 키릴로프에는 설복되었으나 톨스토이의 레빈에게 넘어가지는 않았다. 작품 제목이 ‘콘스탄틴 레빈’이었다면 안나를 어떤 비중으로 받아들였을지 궁금하다.
기획자인 마이클 셰이본의 후기를 읽다 웃음. 미국에서도 ‘요즘 단편소설은 왜 줄거리가 없어?’라는 불만이 많구나. 댄 숀의 「벌」이 정말 섬뜩했다. 엘모어 레너드의 단편도 좋다.
자유의지가 환상임을 암시하는 신경과학자들의 실험 결과를 거의 논파. 우리가 서로 다른 여러 속성을 자유의지라는 한 이름으로 묶어 부르는 것일지도 모른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