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리플래닛 매거진 코리아에 연재한 글을 모은 여행 산문집. 처음 들어보는 나라와 도시 이름들이 나온다. 읽다 보면 쓸쓸한 기분이 드는데 그게 좋다. 자신이 살고 있는 도시에서는 우아하게 쓸쓸해지기가 참 어렵다 싶네.
가정폭력과 데이트폭력, 경찰 성폭력에 대한 부분을 고개 끄덕이며 읽었다. 살인범 중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이 의외로 높아서 20퍼센트를 웃돈다고 한다. 또 전체 살인 피해자의 절반은 남자라고 한다.
‘그저 모호하기 때문에 심오하게 들리는 명제’를 〈심오롭다〉는 신조어로 놀릴 때, 또 자아에 대해 ‘정신의 무게중심’이라는 개념을 제안할 때 무릎을 쳤다.
황우석 이야기가 꽤 나온다. 성형수술과 정체성의 문제를 연결지은 대목이나, 우리 몸이 모두 여성화하고 있다는 주장이 흥미롭다.
반세기 전 강원도 산골의 먹을거리와 사람들 이야기. 전나무물 할아버지, 수리취떡 할아버지처럼 착하게 살고 싶어진다. 잣을 돌려달라고 몰려든 청설모 떼들은 우습기도, 무섭기도. 작가의 말이 무척 감동적.
누군가 몰래 버린 음식물쓰레기 봉투가 있고, 돈은 중요하지 않다고 하다 다시 연연하게 되는 마음이 있다. 호신용품과 CCTV가 꼭 필요하다. 그래도 이 작은 서점은 용감하고 씩씩하게, 너절한 세계에 맞서 싸운다.
10년차 초등학교 교사가 고발하는 교대와 초등학교의 현실에 무척 놀랐다. ‘우리의 학교 문화와 제도는 신자유주의를 걱정하기 이전에 봉건주의부터 타파해야 할 것 같다’는 문장에 밑줄.
원제는 ‘Wired For Thought’이며, 구글과는 큰 관련이 없는 내용의 책이다. ‘인터넷은 뇌 그 자체이다’라는 도발적인 선언에 비해 근거와 각론은 좀 아쉽네.
우울증에서 벗어나려고 정신과 의사가 되었다는 저 자의 책. 두 문장이 계속 기억에 남았다. ‘괴로운데 최선을 다하다 보면, 몸도 마음도 피폐해진다.’ ‘우울증은 삶을 바꿀 기회다.’
물론 킹이니까 재미있고 무섭다. 다만 앞부분은 상당히 길고 지루하며, 클라이맥스에 굉장히 어이없고 불쾌한 설정이 있다. 15년 뒤에 낸 『드림캐처』는 이 소설의 자기복제로 봐도 될 듯. 나는 두 작품 모두 취향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