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슈 아저씨 직장 생활 참 파란만장하다. 이번에도 또 정직 처분을 받는다. 그런데 L.A. 경찰들은 이 시리즈를 좋아할까, 아니면 불쾌해 할까?
30년 전 그 사건 얘기다. 이번에는 좀 느슨한 거 아닌가, 좀 억지스러운 대목들이 많은 거 아닌가, 걱정하면서 앞부분을 넘겼는데 기우였다.
몰아치면서 어색하지 않은 전개, 쫄깃하면서 짜증 나지 않는 위기, 법정물과 수사물의 결합, 생생한 인물과 사회 묘사. 새벽까지 읽었다.
시신의 바지 뒷주머니에서 나온 쪽지의 멋진 문구가 그럴듯하게 설명되니 근사했다. 반전도 좋고 보슈도 계속 매력적. 현실에서 같이 일하고 싶은 마음은 안 들지만.
데뷔작을 이렇게 매끄럽게 썼구나. 자극적이고, 미국적이고, 어딘지 예측 가능하고 공장에서 만든 느낌이 들지만 그래도 훌륭하다. 잘 만든 수제 햄버거를 먹은 기분이랄까.
특급 현역 추리소설 작가 17명이 뉴욕의 명소를 무대로 단편을 한 편씩 썼다. 매우 재미있다. 토머스 H. 쿡의 「지옥으로 돌아온 소녀」가 가장 좋았다.
할리우드에서 『원 샷』을 먼저 고른 건 납득이 간다. 그런데 왜 두 번째 잭 리처 영화 원작으로 이 작품을 택했을까? 『추적자』나 『사라진 내일』이 더 나을 것 같은데.
중후반까지는 이야기를 늘인 티가 심하지만 악당을 적절히 응징하기에 상쾌한 기분으로 책장을 덮을 수 있었다. 그런데 6미터 떨어진 권총의 장전 소리를 간파한다는 게 말이 되나?
앞부분 설정은 『탈주자』와 좀 닮았고, 후반부 살육전은 『사라진 내일』을 연상시킨다. 전체적인 재미나 완성도는 시리즈 평균에서 다소 처지는 편.
설정과 전반부는 근사했는데, 범인이 뻔하고 결말이 허망하다. 악당 보스는 폼만 잡다 퇴장. 잭 리처가 한국에 온 적이 있다고 말하고, 한국을 아주 추운 나라로 기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