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일본과 러시아다. 시리즈 첫 몇 권보다는 확실히 긴장감이 떨어지지만 그래도 수준을 어느 선 이상으로 유지하고 설정 꼬이지 않는 게 대단하다.
출판사 책소개에 따르면 출간 당시 ‘지금까지 나온 테메레르 시리즈 중 가장 흥미롭다’는 찬사를 받았다는데, 나에게는 정반대. 그래도 실망스러운 수준은 아니다.
1편을 쓸 때 여기까지 구상한 건 아닐 텐데, 세계관 확장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다. 사람들이 이제 거대 괴수의 새로운 전략적 가능성을 탐색하기 시작한다.
이 시리즈 정말 대단하다. 5권 째인데도 긴장감이나 밀도가 전혀 떨어지지 않는다. 작가의 시선은 더 예리해지는 것 같고. 고지식한 로렌스마저 끝내 좋아졌다.
하이틴 모험소설 풍이었던 전작들과 달리 노예무역, 인종 간 섬멸전, 민간인 학살, 생물학무기, 여성의 경력 단절 문제를 작정하고 다룬다. 멋진 선택과 결말.
전편보다 더 재미있었다. 리엔 짱. 나폴레옹 짱. 슬슬 작가의 테크닉이 눈에 들어온다. 어떤 캐릭터도 절대 이야기 위에 두지 않고, 이야기도 때로는 과감히 건너뛴다.
여전히 재미는 있지만 중국에 대한 묘사는 꽤 아쉽다. 수수께끼와 음모가 둘 다 너무 쉽게 해결돼 허탈. 결말에 꽤나 묵직한 화두를 던지는데 어떻게 이어갈지?
천재적인 아이디어와 엄청난 필력. 용, 역사, 전쟁 중 하나라도 좋아한다면 강추. 어떤 대목에서는 읽는 내가 하늘을 날아다니는 듯했다. 전투 묘사는 제법 하드코어.
아이돌 산업 분석보다는 ‘걸그룹으로 본 알기 쉬운 경제학’에 가까운 쪽. 공동저자 중 글을 맡은 유성운 기자는 소녀시대 팬이기도 하지만 인포그래픽 덕후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선 이중의 덕업일치.
문학 자체를 소재로 삼은 참신하고 기발한 SF. 이야기 생성 방정식이 셰익스피어의 신작을 발표하고, 좀벌레 바이러스가 고전들을 개작하며, 추리소설로 시간여행을 한다.